# 199
직접 해결하겠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 이성훈이 머물고 있는 여관을 알아내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전했다.
내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는지 이성훈이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 길드장 님?”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이성훈 씨.”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이성훈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 그게….”
나는 그런 그를 향해 통보하듯 이야기들을 전했다.
처음에는 두려워하던 이성훈도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표정이 밝아졌고, 무언가 해냈다는 듯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물론 경고도 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걸 받아들이신다면 본인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능성이다.
“괜찮습니다!”
상황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물론 아닐 가능성도 높다. 다만 실제 그가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가 도와줄 수가 없다는 것만 인지시켰을 뿐이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내 단호한 말에 기뻐하는 이성훈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또 은주와 먼저 접촉하려고 하시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실 겁니다.”
점잖게 말해 주었지만, 사실상의 협박이다.
그것을 깨달은 이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 죄송합니다.”
“지구에서의 인연이 있으시기에 여기까지는 넘깁니다만, 여기는 지구가 아닙니다. 지구에서는 친분이 있어서 친하게 지내는 것이 허물이 되지 않겠지만 여기서는 차이가 있다면 그마저도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곳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길.”
“…명심하겠습니다.”
탑에서 지낸 기간이 긴 만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한 눈치였다. 다만, 기분은 나쁘겠지.
그가 함께하는 동료가 있는지 물어보았고, 몇 명 있다는 말에 수련자 동료라면 둘 정도 더 선택하라는 말을 남겼다. 단, 조건을 달았다.
“아마 배우고 난 무공은 후일 다른 사람에게도 전수해야 할 겁니다.”
황제를 의식한 말이었다. 이성훈은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무공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원망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내 일은 아니지.’
게다가 공작가의 비약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성훈 혼자다.
일정을 통보한 이후 나는 곧바로 여관을 떠났다.
이성훈은 끝까지 만족하는 모습이었기에 이야기는 쉽게 풀렸다.
대공가와 공작가는 하루라도 빨리 거래를 시작하기를 원하는 눈치였기에 일은 빠르게 돌아갔다.
나는 일부 인원을 교관으로 파견하고 인원을 모집해 공작가의 비약을 섭취하도록 만들었다.
효과는 무척이나 뛰어났다.
자신의 스킬에 대한 이해가 좋은 이들로, 원하는 이들에 한해 선발하였는데, 그 효과를 체감한 이들은 하나같이 미쳤다는 말을 외쳤다.
“이건 혁명입니다!”
“검기가, 이렇게 뚜렷하게… 이게 뭔….”
마법 병단 소속의 수련자는 잘되지 않던 하급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할 수 있게 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정도였다.
“이건, 이건 저희 마법 병단에게 정말 필수적인 비약입니다. 길드장 님, 부디, 부디 저희들에게 우선적인 공급을…!”
나는 모든 인원에게 공급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그를 달래야만 했다. 받아본 재료 목록과 제조법은 생각보다 까다롭지는 않았다.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나는 휘하에 길드가 있는 만큼 제법 손은 가겠지만 길드원들에게 충분한 물량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나는 직접 만들 생각이 없었다.
‘황제를 이용하면 그만이지.’
황제도 내가 제안을 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할 테니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교관을 파견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스킬화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공작에게 전달했다. 스킬화에 대한 연구 자체는 1회차에서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기에 어려울 것은 없었다. 나도 많은 정보를 아는 편이었고. 다만 이런 방법을 잃어버린 무술의 복구에 쓰려 한 사람이 없었을 뿐.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스킬 슬롯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대부분은 전설급 스킬로 슬롯을 대체하기 위해 연구했었지 아마?’
이전에 배운 발전하지 않는 하급 스킬들을 지우기 위한 연구의 일부였다. 슬롯의 최적화를 위한 연구였다고 할까.
“흐음… 생각보다는 까다롭군.”
“문제는 재능입니다. 회로와는 상관없는 순수한 수련자의 재능이 가장 중요하죠. 물론 재능이 없더라도 80% 이상의 자료라면 어떻게 됩니다만, 재능이 충분하면 절반 정도만 있더라도 가능한 편이니까요.”
“그러한가… 하기야 수련자라고 한들 재능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일 테지. 보통 일도 아니고 무술의 복원인 것을….”
“게다가 아무리 수련자의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50% 이상의 손실이라면 복원이 되었을 때 원본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기를. 시스템의 보정은 엄청나지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 비어 있는 스킬 슬롯은 필수입니다.”
“그런가. 충분하네. 이 정도만 해도 복원이 가능한 것들은 산더미 같으니까 말이야. 고맙네.”
실망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공작은 제법 만족한 모습이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스킬 슬롯이 비어있는 재능있는 수련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무술을 복원할 만큼의 재능을 찾기도 힘들 텐데, 과연 쉽게 협조할지는 모르겠다.
공작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성훈은 다음 날 바로 선택한 인원과 나를 찾아왔고, 남은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다만 남은주는 달가워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행운을 빌어.”
“정말, 정말 고마워, 은주야.”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더는… 나도 힘드니까.”
“…그래. 정말 잘해볼게.”
그들은 공작가에서 선별한 인원과 같이 대공가로 향했다.
아무리 짧더라도 달 단위의 시간이 걸리기는 할 거다.
그래도 그 정도 시간은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들을 작별하고 난 뒤 황제에게 정보를 공개했다.
황제는 내가 모든 정보를 공개하자 무척이나 환영했다. 내가 비약의 대량 제조를 요구하자 황제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해 주지.”
배워온 무공들 또한 원한다면 전수해 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별로 좋은 건 아니지만 황제 입장에서는 막아도 싫어할 테니까.’
황제는 내가 무공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마음이 직접 무공을 본 이후에도 변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지만 크게 신경 쓰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걸 제외하고도 내 휘하의 세력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니 조금 보수적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고향을 구해야 하는 마당에 신뢰가 부족해 무공을 멀리하겠다는 게 아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닐 테니까.
지금도 잘 성장하는데 이상한 변수를 끼울 필요는 없으니까.
정보 공유의 대가로 장인들의 장기간 대여를 요구했다. 정예 길드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맞춤 장비를 맞출 거라고 하자 황제는 흔쾌히 허락했다.
모든 장비를 던전에서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니 이편이 낫다. 부족한 것은 조사를 받아 따로 맞춰주면 충분하니까.
아예 모든 장인을 대여해 달라는 것도 아니니 황제에게도 큰 부담은 없었다.
서로가 만족할 만한 상황이었다.
아르테인 공작가가 전해준 비약의 검증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추후 생산되는 물량들을 황제 쪽 인원 및 동의를 얻은 산하 길드원들에게 우선 공급했고 하나씩 자료를 모으기 무섭게 우리 쪽 인원들에게도 하나씩 공급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비약을 얻은 인원들은 하나같이 막혔던 벽이나 성장 속도부터가 달라졌다.
그나마 현재까지 보이는 부작용이라고는 회로 변형 시의 심각한 고통이었다.
물론 못 견딜 수준은 아니었다. 그 고통을 참고 회로를 변형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 외에는 자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에 그런 인원들은 애초에 비약을 넘겨주지 않도록 조치했다.
‘대충 익스퍼트 중급 정도가 마지노선인가?’
그 미만은 길을 잘못 설정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실제로 황제 휘하에서는 회로 변형을 실패해 사실상 폐인이 되어버린 사람도 나왔을 정도라고.
‘그리고 그 사람은 목숨을 걸고 비약을 두 번 먹고 죽었지.’
어차피 더는 잃을 게 없다면서 시도했다고 한다. 황제도 허락한 바였고. 그러나 두 번째 시도 때는 고통을 견디지 못했다고 들었다.
부검 결과 회로가 통째로 녹아내렸다고.
‘회로가 녹아내렸으면 못 견딜 만하지.’
여러 시도를 통해 알아낸 바로는 전사로 따지자면 익스퍼트 중급, 마법사는 조금 더 널널해서 하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충분히 자신에게 맞게 회로를 변형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마법사는 전사들과는 다르게 스킬에 대한 연구와 본인의 회로에 대한 연구를 당연시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개인차가 있지만 나는 저 기준을 길드에 적용시켜 버렸다.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기 무섭게 나는 나와 일행을 불러모았다.
일행은 내가 부른 목적을 알고 있는 듯 하나같이 긴장된, 그러면서도 기대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제가 부른 이유 정도는 알고 있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드디어 저희 차례군요.”
주하연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제가 말한 것을 숙지하셨으리라고 믿습니다.”
“…물론이에요.”
한 번 변형하면 더는 되돌릴 수 없다. 그런 만큼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
일행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비약을 하나씩 일행에게 나누어 주었고 일행은 한 명씩 비약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나서윤이었다.
“흐읏!”
생각보다 고통이 큰 모양인지 미간을 찌푸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바로 표정에서 고통스러운 기색이 사라졌다.
엄청나게 집중하는 모양이었다. 나서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유동이 보통은 아니었다.
이미 특화한 마력 회로를 다시금 변환시키는 것이다. 그것도 본인이 원하는 형태 그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게나가 나서윤은 수련자들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다.
마스터에 든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나서윤은 마검사. 중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인 마검사다. 상급 마법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련자들 중에서 중급 마법을 쓸 수 있는 수련자는 정말 소수에 불과했다.
마검사라는 특이성에 이중 나선 구조라는 회로를 특화한 상황까지 겹쳐 어떤 의미로는 나서윤이 가장 어려운 경우라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서윤 만큼 많은 생각을 한 사람을 없을 터. 덕분에 가장 먼저 회로를 개조하는 시도를 해 버렸다.
30분, 1시간, 2시간.
‘오래 걸리는군.’
공작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더 오래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예로써는 좋지 못하다. 회로뿐만이 아니라 신체 개조까지 같이한 경우였으니까.
비약만으로 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이 평균이었다.
“서윤아….”
나연이 긴장된 표정으로 나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서윤은 그로부터 1시간이 더 지난 3시간에 도달하고 나서야 눈을 떴다.
일행은 혹시 무언가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한껏 긴장했을 정도였다
“후….”
3시간 만에 눈을 뜬 나서윤의 표정은 무척이나 힘겨운 듯했다.
전신은 땀으로 푹 절어버린 상태였고 힘겹게 일어난 팔다리는 조금 떨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나서윤의 표정은 힘겨운 가운데도 미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사샤.”
“…쳇. 알았다고.”
나연은 급하게 사샤를 물의 정령으로 변환, 나서윤을 가볍게 씻겨 주었다.
“고마워 언니.”
“…어땠어?”
나서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이전과 큰 차이는 없었다.
한차례 눈을 감고 자신을 관조한 나서윤이 입을 열었다.
“제대로 성공했어요.”
한차례 미소지은 나서윤이 이어 말했다.
“저, 상급 마법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일행의 얼굴에 놀랍다는 표정이 깃들었다.
***
나서윤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서윤은 실제로 상급 마법을 사용했고, 그 위력에 일행은 경악했다.
하기야 상급 마법을 직접 보는 것은 일행들도 처음일 거다.
전쟁이 가장 치열한 중앙 쪽에 가지 않는 이상에야 상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상급 마법사를 볼 수는 없을 테니까.
그나마 마탑에서 잠시 공부했었던 나서윤은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저, 마법 이론 스킬이 변형되었어요. 이제는 상급 마법 이론이에요. 등급은 그대로지만.”
“더 좋은 거예요?”
“응. 맞아. 더 좋은 거야. 지식도 엄청나. 당장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야.”
아무래도 상급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자 스킬이 변한 모양이었다.
“축하해요!”
“축하해 서윤아.”
거기에 더해 마력 능력치도 상승했다고 한다.
‘…마스터가 되면서 마력 90을 찍었다고 들었는데… 벌써 91인기?’
90부터는 극악의 속도로 능력치가 오른다는 것을 보았을 때 이는 무척이나 대단한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현재 내 능력치가 스킬의 버프를 제외하면 평균이 80대 중반이다. 한바다와 비슷한 수치. 한바다가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서며 전체 능력치가 상승한 것도 있었지만, 내가 경지에 집중하느라고 능력치를 조금 소홀히 대한 편도 있었다. 능력치 개발보다는 스킬과 여러 검술들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었으니까.
어차피 스킬의 버프가 있는 이상 마력은 100, 타 능력치는 98~99에 도달한 상황이라 당장 급할 것이 없기도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나서윤의 결과에 일행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더더욱 커졌다.
“그럼, 다음은….”
“제가, 제가 할래요, 신후 오빠.”
남은주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일행들은 하나씩 비약을 섭취했고, 마지막 차례인 내가 되었을 때는 사실상 해가 진 상태였다.
나는 한껏 긴장한 얼굴로 비약을 바라보았다.
일행들은 확실히 효과를 본 상태였다.
남은주는 마스터의 경지에 들며 전체 능력치가 상승하는 가장 극적인 상황을 맛보았고, 주하연은 스킬의 효율이 상승하고 신성력 90을 달성했으며, 하유진과 한바다도 일부 능력치가 상승하고 마력의 운용이 한결 쉬워졌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비약이 얼마나 뛰어난 물품인지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확실히 우리를 제외한 다른 수련자들이 감탄할 만하다고 할까?
그러나 그런 수련자들은 경지가 오르지 않는 이상에는 능력치가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이 비약은 준비된 사람일수록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었다.
‘성장을 생각하면 일찍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내 바로 직전, 방금 막 회로의 변형을 끝낸 나연 또한, 정령력이 조금 더 상승했다. 나연보다는 사샤가 상당히 호들갑을 떨었다.
“이거 진짜 답답이랑 합신 될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하자고 한 대로 한 거 맞지?”
“맞아. 제대로 자리 잡았어. 확실히 네가 말한 대로 하니까 효율도 효율이지만 정령력 운용이 엄청 쉬워. 신기할 정도야.”
“넌 진짜 나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알아야 한다니까? 인간보다는 정령의 감각이 더 낫지, 암.”
“최고의 행운은 신후 만난 건데.”
“…….”
나연 뿐만이 아닌 일행들은 하나같이 조금씩 자신들의 변한 점을 확인하고 있었다.
“끝난 사람은 나가도 된다니까….”
“아냐, 오빠. 오빠가 끝내는 것은 봐야지.”
“서윤이 말이 맞아요. 신후 씨까지는 꼭 봐야죠.”
“그냥 포기하고 빨리하는 게 어때요, 신후 오빠?”
비약을 손에 넣은 순간부터 여러 가지로 고민했던 것이 있기는 했다.
내 전투 방식과 스킬들의 구성.
전위이나 방패를 쓰지 않으며 매혹 기능 때문에 검 한 자루를 주로 사용하는 편. 그러나 필요하다면 그 외의 다른 무기들도 얼마든지 다룰 자신은 있었다.
‘다만 대인전을 주로 하는 만큼 타 무기는 별로 쓰지 않기는 하지.’
1회차에서는 무기를 가리지 않았던 만큼 여러 무기들을 사용할 수는 있었다. 그 외에 한쪽으로 특화되었다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전투 방식을 바꾸는 경향이 있었다. 딱히 모날 정도로 부족한 것은 없는 만큼 상대의 약점이나 나와 비교했을 경우 부족한 부분을 파고드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
대표적으로 카바락과 싸울 때 능력치적으로 앞서는 점을 이용했었다.
스킬들은 사실상 대부분이 보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남은 스킬 슬롯도 있지만… 의미는 없지.
그 또한 보조적인 성격이 강한 스킬을 얻을 거다. 갈수록 보조적인 성격을 띠는 스킬들이 효율이 좋은 편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문신들과의 연계를 높이고, 성흔과 닿은 회로를 조금 더 민감하게….’
동시에 회로 자체를 한층 더 넓고 튼튼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아르테인 공작이 잠시 보였던 마력의 운용. 그 엄청난 마력량과 세밀한 운용은 도저히 지금의 내 회로로는 가능한 방식이 아니었다.
현재 내 마력 능력치가 100에 달했는데도 아르테인 공작의 마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즉, 그랜드 마스터에 달한 이들은 시스템의 보조만으로는 따라가는 것이 벅찬 존재라는 뜻이다.
아마 내 순수 능력치가 100은 되고 최상급 마스터는 되어야 스킬들의 보조를 받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도망 정도는 칠 수 있는 수준이 되겠지. 장비에 따라 버티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는 아르테인 공작의 모습을 떠올리며 비약을 삼켰고, 약 3일간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3일 사이, 대공가의 성에 무법자들이 침입했다는 소식이 제국을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