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
전투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바다는 압도적으로 야마모토를 짓뭉갰다.
솔직히 둘의 대결을 본 귀족들은 되려 왕춘이 상당히 선전한 게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한바다는 봐주지 않겠다는 본인의 말을 지켰다.
나서윤과는 다르게 모든 장비를 사용했고, 전투 내내 단 한 번도 흐름을 빼앗긴 적이 없었을 정도였다.
야마모토의 장비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스킬은 어떤 의미로 야마모토가 앞섰을 정도였다.
한바다의 스킬은 내 일행들 중에서 가장 부실한 면이 있었으니까. 다만, 한바다는 스킬들의 숙련도가 하나같이 높았다.
잠재력이 전혀 분산되지 않았던 것. 게다가 능력치와 근접전 숙련도는 나를 제외한 일행 중 가장 뛰어났다.
나서윤조차 마법 없이는 한바다를 이기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무엇보다, 한바다의 파도 검술은 전설급이었다. 왕춘과 같은 수준. 왕춘이 지구에서 수십 년을 검을 휘둘러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지.’
수련자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한 결과다. 물론 그게 가능한 것은 한바다의 재능이 그만큼 뛰어나기도 했고, 내 지원과 타 스킬들을 별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외부적인 요인의 영향도 있었다.
잠재력의 집중이자 최적화. 수련자들이 강해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짧은 탐색전만이 야마모토가 한바다와 제대로 붙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탐색전이 끝나는 순간 대결은 일방적이었다.
“큭, 커헉!”
야마모토가 거인의 발걸음을 바탕으로 무거운 검격을 하나하나 날려왔지만 한바다는 정면으로 상대를 돌파했고 정면으로는 승산이 없음을 깨달은 야마모토가 다른 스킬을 앞세워 공격 방식을 바꿨을 때는 끊임없는 공격으로 상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으며, 상대가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이기 무섭게 도발을 걸어버렸다.
이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상황에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렸던 야마모토는 도발 스킬에 저항하지 못했다.
물론 도발에 걸려 무차별적으로 덤벼봤자 오히려 빈틈만 더 크게 보인 상황이라 공격 한 번 하고는 그대로 복부를 차여 꼴사납게 나뒹굴었으며, 한바다는 그런 야마모토가 바닥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마다 맥을 끊고 발을 걸고 방패로 찍어 바닥 청소를 계속해서 시켜버렸다.
그런 야마모토의 모습을 바라보는 왕춘의 얼굴에는 통쾌한 감정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해쓱한 얼굴로 우리 일행을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일행들의 얼굴에는 당연하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장비와 스킬을 사용한다면 야마모토 정도는 남은주도 잡을 수 있었다. 남은주의 장비는 이전 네임드 오크인 고른과 싸울 때보다 훨씬 좋아진 상황이었고 스킬 숙련도나 레벨, 능력치 또한 상당히 올라간 상태라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한바다만큼 압도적으로 잡을 수는 없겠지만.
‘성장하지 못한 만큼 이럴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아직 이들이 중층에 진출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과거, 1회차 시절 말이 되지 않는 수준의 강함을 보여왔던 랭커들, 어떤 의미로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그들은 내가 보기에 한참이나 부족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만큼 미래의 정보가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그들이 얻었어야 할 것을 내가 미리 빼돌린 결과이기도 했다.
조금 허탈한 감정이 들 정도였다. 물론 죽지 않는 이상 과거의 위상에는 못 미칠지 몰라도 충분히 강해지긴 할 거다. 다만, 그래 봐야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을 테지만.
‘나쁜 결과는 아니군.’
가이아 길드가 수련자들 중 독보적인 위치에 있음을 제국 전역에 알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왕춘이 망신을 당할 때까지만 해도 웃는 표정이었지만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를 보였던 대공은 야마모토마저 처참하게 패배하자 한결 나아진 분위기를 내보였다.
“아무래도 무공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백작의 힘이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대공 전하. 제 제자가 부족하기는 합니다만, 저렇게까지 처참하게 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군요. 확실히 수련자들은 무척이나 특이한 것 같습니다.”
나름 마스터의 경지에 들었음에도 한바다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
그러나 이건 야마모토와 왕춘이 부족한 것이 맞았다.
아마 동급의 마스터, 거주민이나 네임드 오크와 싸운다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거다.
저 둘은 1회차 시절 재능 넘치는 수련자들이 갖고 있는 약점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연구가 모자라.’
자신의 스킬에 대한 연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냥 가르쳐주는 대로 배운 것에 불과하다.
밑바닥에서 별의별 경험을 다 해본 수련자라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저들은 아직 시스템이 제공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급급한 상황이었다.
내 길드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아마 공작도 야마모토가 성장을 멈춘 이후에나 발견할 수 있었을 거다.
그가 보기에 부족하기는 하겠지만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니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겠지.
문제는 그게 본인이 발전하는 게 아니라 기본부터 응용까지 스킬 숙련도가 증가함에 따라 몸에 때려 박는 방식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수련자가 아닌 공작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개념이다.
‘어떤 의미로 주입식 교육이지.’
스킬 슬롯 개수나 익힌 스킬들, 능력치 등이 알려져선 안 되는 개인 정보인 이유가 있었다. 파악 당하면, 그대로 역이용당할 수 있었다.
내가 일행과 단체전이나 개인전 등을 괜히 자주 치렀던 것이 아니었다.
한바다와 야마모토의 대련이 끝났을 때 야마모토는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공작은 작게 혀를 찼고, 다른 기사를 시켜 야마모토를 치워버렸다.
“…확실히 수련자들을 키우는 방법에 있어서는 그대의 길드가 가장 우수하군. 설마 같은 경지임에도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이야….”
“과찬이십니다.”
공작의 말에 가볍게 겸양을 떨었다.
“대단하네요. 공개하지 않았지만 왕춘의 무공은 현재 개발된 세 가지 무공 중 가장 뛰어나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그를 가볍게 이기다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행히 둘은 수련자의 가능성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된 모양이었다.
대련이 끝나자 주변 귀족들이 하나같이 감탄했다.
“과연 가이아 길드로군. 왕춘 경의 기술도 하나같이 대단해 보였거늘….”
“연화라는 기술이 참 아름다웠는데… 조금 일그러지기는 했지만 무척 예뻤답니다.”
‘그건 쓰레긴데.’
“나는 그것보다는 저 나서윤 경이 무척이나 무섭더군. 마검사가 마법 하나 쓰지 않고….”
“한바다 경은 어떻고. 과연 성녀의 수호 기사가 될 만해. 공작 각하의 제자를 그리 압도적으로 쓰러뜨리다니!”
대공의 연회인데 주인공이 바뀌어버렸다.
무공의 공개로 시선을 모았는데, 공작이 끼어들어 시선을 분산시키더니 나는 아예 그 시선을 모조리 빼앗아 버렸다.
대공은 무공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며 곧바로 세 번째 무공을 공개했다.
뇌전검(雷電劍).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 시연한 전사가 내뿜는 전기는 최하급 마법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위력적이다. 게다가 개발된 지 얼마 안 된 기술이니 더 발전할 여지도 있었고.
게다가 마법사는 그 수가 적고 희귀한 존재인 만큼 전사가 저런 속성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기는 했다.
일부나마 대체 인력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나는 애써 감탄하는 척을 해야만 했다.
‘상성 최악인 존재가 익혔다가는 스스로 전기구이가 되어버리겠군.’
초기에야 어떻게 된다고 해도 위력이 올라갈수록 컨트롤을 실패했을 때의 참사가 상상이 되었다.
덕분에 대공은 다시금 연회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고, 세 무공의 공개를 끝으로 기나긴 연회를 폐했다.
귀족들의 입을 통해 아마 무공의 가능성과 효용성이 제국 전역에 퍼질 거다.
나서윤과 한바다의 명성도 엄청나게 퍼지겠지.
연회가 끝나자 하나둘 대공의 성을 떠나는 다른 귀족들과는 다르게 나와 공작은 대공의 성을 떠나지 않았다.
큘리스 대장군은 황도로 돌아가기 전 나를 찾아와 이번에 얻게 되는 정보들을 황실에게도 공유할 것을 요청했다.
대가는 치를 것이라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대장군은 잘 부탁한다며 공국을 떠나 황도로 돌아갔다.
연회가 끝나고 이틀이 지났을 무렵 대공이 나와 공작을 불러들였다.
“서로가 가진 것에 대한 증명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죠.”
나와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자들이 자신의 세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한 대공과 수련자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공작.
세력 입장에서는 공작의 이런 관심이 무척 반갑겠지만.
“뭐, 제 쪽에서 내놓을 것은 내공을 만드는 방법과 혈도에 관한 지식, 그리고 현재 발표한 무공 세 개를 완전히 공개하겠어요. 수련자를 보내주면, 완벽하게 익히게 해 주죠.”
유감스럽게도 왕춘의 기술은 풀 수 없다며 그건 이해해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내공을 만드는 방법과 혈도에 대한 지식. 무공을 만들 수 있는 기초적인 정보를 그대로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이론상 그 둘만 알아도 무공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마력 회로를 변질시켜 혈도로 만들고 무한히 실험하다 보면 무공이 나오기는 할 거다.
다만 이건 거의 불가능한 방식이다.
‘중국 쪽 수련자들이 무공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전해 내려오는 자료들이 있던 덕분이니까.’
일종의 시구, 문장, 상징, 형태 등에 따라 무공에 대한 기초적인 힌트가 있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소환된 중국 쪽 수련자들 중에는 그런 것을 전해 받은 인물들이 다수 있었다. 양생술에 가까운 것들이기는 했지만 마나 친화력에 도움을 주는 것인지 그런 이들 위주로 소환되었다고 알고 있었다.
무식하게 아무것도 없이 만들려고 했다가는 목숨이 수천 개 있어도 모자라다. 그나마 무공 세 개를 준다고 하니 아주 맨바닥에 헤딩을 하는 것은 아니나, 저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내는 것은 힘들다고 볼 수 있었다.
더 많은 자료를 원한다면 많은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겠지.
반쯤 속이는 것에 가까웠지만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관심도 없었고 이걸로 공작이 어떤 손해를 보든 알 바는 아니었으니까.
‘차라리 금강공이 개발되었으면 편했을 텐데, 아쉽군.’
그나마 쓸만한 무공이 금강공이다. 사람을 덜 가리는 편이고, 내공 대신 마력이나 오러로도 사용할 수 있는 특이한 무공이다. 슬롯 하나가 소비되기는 하지만 그 하나의 가치는 충분히 한다고 볼 수 있었다.
대공의 말이 끝나자 내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재능이 부족한 수련자들을 최적화하는 방법, 능력치를 효율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과 레벨에 관한 자료들입니다.”
이 세 자료가 있다면 재능이 부족한 수련자들을 상당히 효율적으로 써먹을 수 있었다.
잠재력을 최대한 낭비하지 않고 정해 놓은 방향으로 특화시키는 방법이다. 지금 내가 주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테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수많은 수련자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 제 잠재력을 다 소모한 시점일 테니 별로 의미가 없어진다.
다만 지금 시점에 얻을 수 있다면 상당히 유용한 자료다. 내 길드가 강성한 세력을 떨칠 수 있는 근본 중 하나였다.
그래 봐야 이미 후발 주자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우리 길드의 세력은 커졌으며, 4년 차에 접어든 만큼 낭비도 제법 일어난 상황이라 이제와서는 따라잡기 힘들겠지만.
“원하신다면 몇 개월 정도 교관을 파견해 드릴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자료는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황제에게 제공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자료다. 수준 높은 수련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다수의 수련자들을 보다 더 잘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세력을 요하는 대공은 눈을 빛냈고, 공작은 나를 향해 물었다.
“그런 것보다 스킬에 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나?”
나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떤 것에 관한 것을 원하십니까?”
“배운 기술에 관한 스킬화에 대해서 더 알고 싶네. 연구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거아서 말이야.”
“…야마모토를 통해서 스킬화는 해 보셨을 텐데…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공작은 잠시 대공을 쳐다보더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입을 열어버렸다.
“어느 정도의 자료와 배움이 있어야 스킬화가 되는지 알고 싶군. 야마모토는 가문의 검술을 전부 배운 것도 아닌데 습득에 성공했지. 일부 빠진 부분이 있음에도 어느 순간 가르쳐주지 않은 부분을 멀쩡히 사용하고 있더군.”
“…공작, 설마.”
대공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공작이 말했다.
“스킬화를 이용하면, 손실되었거나 잃어버린 무술을 복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에 관한 자료를 갖고 싶군.”
‘그거였나.’
공작의 목적이 이해가 되었다.
확실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부 소실되었다면 모를까, 일부 소실이라면 가능하다.
실제로 1회차 시절 그런 식으로 복구된 무술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한계가 크다.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실망하실 가능성이 큽니다.”
“역시 시도해 보았나 보군. 그거라도 괜찮네. 다른 정보는 덜 받아도 상관없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공작이 입을 열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공개만 한다면 대공 전하께서도, 그대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일세. 그리 대단한 방법은 아니거든. 솔직히 야마모토의 공이 크지.”
“무척 기대가 되네요. 그 비술을 사용하면 왕춘이 마스터 중급에 도달할 수 있는 건가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도움이 되기는 할 겁니다. 일단 이 방법을 사용한 결과 야마모토가 마스터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나를 잠시 살펴본 공작이 말했다.
“자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군. 이미 마스터 상급에 도달한 상황이니, 이 방법을 쓴다고 그랜드 마스터에 오를 수 있을지는… 해 봐야 알겠어. 그래도 도움 자체는 될 걸세.”
“우선 내가 알려줄 것은 간단하네. 하나의 비약 제조법이지. 아, 오해하지는 말게. 딱히 마력을 늘려준다거나 하는 영약의 제조법은 아니야.”
공작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마력 회로를 강하게 자극해 회로를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해 주는 비약이지. 동시에 회로 자체를 튼튼하면서도 약하게 만들어 준다네.”
이게 뭔 개소리지?
“간단히 말해, 회로를 쉽게 변형시킬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지. 별다른 부작용 없이 말이야. 대공 전하, 혹시 제 조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있어요. 공작가의 사람치고는 상당히 왜소하셨다고 들었지요.”
“맞습니다. 그럼에도 제 조부께서는 저와 같은 경지에 오르셨지요. 분명 저희 가문의 검술을 쓰기에 불리한 체형이셨는데도 말입니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정보가 있었다.
‘아르테인 신체 개조술.’
야마모토의 스킬 슬롯 일부를 차지했던 기술.
“이건 저희 가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신체 개조술의 일부입니다. 다만 이건 수련자에게나 사용할 수 있도록 변형되었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국민들에게는 이 약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먹으면 죽습니다.”
아르테인 공작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회로를 변형시키는 약과 경지가 관련이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거라 생각하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필요에 의해 특화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게 경지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특화 과정에서 저렇게 강하게 인식이니 뭐니 할 필요도 없었다.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방법만 알면 특화가 어렵지는 않으니까.
대표적으로 주하연이 신성력을 다루기 위해 회로를 변질시킨 것을 예로 들 수 있었다.
‘서윤이처럼 두 가지의 기운을 동시에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진짜 대단한 거긴 한데….’
그게 경지와 상관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걸 알아야 한다네. 백작. 그거 아는가?”
잠시 말을 멈췄던 공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든 수련자는, 만들어진 존재일세.”
“…그게 무슨….”
“모든 수련자의 회로는, 그 모양이 모두 똑같네. 마치 하나의 틀에서 찍어낸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