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
내 거절에 황제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다.
“어째서? 저 무공이라는 기술은 갓 개발되었고 잠재성 또한 무척 높아 보이는 기술이다. 그대 정도 되는 전사라면 관심이 안 갈 수 없을 텐데?”
내가 황제의 제안을 거절하자 큘리스 대장군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황제의 제안을 거절한다는 것 자체에 분노하지는 않았다. 나 또한 단승위이기는 하나 제국의 고위 귀족이고, 명령이라기보다는 권유에 가까웠던 만큼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거주민이 아닌 수련자라는 특이성이 있기도 했고.
기분이 조금 나빴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티 내지는 않았다.
단지 정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하기야, 마스터쯤 되는 전사가 새로 나온 기술에, 그것도 그냥 공개되는 비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의아하기는 할 거다.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독립작전권을 얻었으니 정보가 있어도 가지 못했던 곳을 찾아봐야 합니다.”
“그건 미뤄도 되는 것 아닌가?”
“지금 해야 합니다. 비록 시간이 멈춰있다고 한들 제 고향은 여전히 위기 상황이니까요.”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네. 자네의 고향 사람이 개발한 기술 아닌가? 그대의 목적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방해가 될 것은 아닐 텐데?”
‘방해된다만?’
중국 쪽 수련자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거지 같은 놈들은 지구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는 놈들이다.
처음에는 어땠는지 모른다. 다만 무공을 개발하고 여러 기술들을 구현시키기 시작하자 이놈들은 자칭 문파라는 것들을 만든다.
크게 세 문파, 계파에 따르면 수십 갈래로 나뉘었던 이 초창기 문파들은 자신들이 이 탑에 들어온 이유가 고대의 전통인 무공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며 현실을 왜곡하고는 자신들의 무공을 복구하는데, 정확히는 스킬이 되도록 재창조하는데 시간을 들이기 시작한다.
지구의 구원? 뒷전이다.
그렇게 재창조된 무공들은 대부분이 부작용투성이에 복권에 가까운 기술들이 되어버린다. 내공이라는 기운은 마력보다 신체 증폭률이 뛰어나고 오러보다 검기의 효율이 좋아 전사들의 꿈의 기운이라고 지껄이지만, 사실은 무척 안정되지 못한 기운이다. 또한, 무공이라는 것이 무공사용자와의 상성도 상당히 중요해서 맞지 않는 무공을 익힌 사람이라면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버린다.
거주민이라면 제대로 익히지도 못하겠다만, 수련자는 시스템의 보조 덕분에 무공을 어렵지 않게 배우고 쭉쭉 성장한다. 그리고는 전투 중에 자폭해버린다. 스스로 내상을 입어버리는 것.
내공 자체를 컨트롤하기도 힘든 마당에 무공과의 상성이 안 맞아버리면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같은 무공이라도 어떤 수련자는 멀쩡히 쓰고, 어떤 수련자는 내공을 다뤄도 무공 자체가 몸과 맞지 않아 제대로 쓰지도 못한다. 괜히 복권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거듭 언급했듯이 이 내공이라는 것이 다루기 여간 까다로운 기술이 아니라서 자신에게 맞는 무공이라고 하더라도 조금만 컨트롤에 실수하면 저 혼자 내상을 입기 마련이다.
‘까놓고 말해서, 내가 그들의 천적이지.’
검에 걸린 매혹 때문에 정신이 잠시 돌아간다? 그대로 내상 직행이다. 무공을 익힌 무인들에게 정신을 지키고 평정을 유지하게 해 주는 스킬과 장비는 필수품일 정도였다.
중국의 첫 번째 마스터이자 최초의 랭커인 신선이 최고의 랭커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그놈의 무공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이 대단한 것뿐이었다. 다루기 힘든 내공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본인에게 딱 맞는 무공을 만들었다. 또한 갖가지 장비와 스킬을 통해 정신을 제대로 지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최강이 된 거다. 결코 그놈의 무공이 전무후무한 하늘의 비전이라 그렇게 된 것이 아니었다.
‘그놈의 문파도 문제지.’
지구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새로운 무공 복구, 아니 무공의 스킬화에 목매던 문파들은 저들끼리 자신들이 본가라며 서로 견제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제살깎아먹기를 시작한다.
그 꼴을 보던 다이딘 대공이 결국 그들과의 연을 끊어버리고 버려진 그들 사이에서 그나마 쓸만한 이가 나서서 수습한 뒤 만든 것이 바로 내가 1회차 시절 들어갔던 천양 길드다.
천양 길드는 지구의 구원과 귀환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으며 여러 수련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였던 길드다. 탑에 눌러앉아 무공이나 복구하겠다고 난리 치던 문파들이 돌고 돌아 결국 대의를 내세우며 타 수련자들을 끌어들인 거다.
‘문제는 이들 때문에 탑에 눌러앉겠다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거지.’
이번에는 그게 더 크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무법자들의 세력도 무척이나 크니까. 애초에 무법자 놈들이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할 턱이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 방법이 없는 큘리스에게 내가 뭐라고 해 봐야 의미가 없었다.
“정말 그럴 마음이 있다면 굳이 저희가 찾아가지 않더라도 저를 찾아올 겁니다. 아무리 그런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들 지구로의 귀환에 가장 앞장선 것은 저희니까요.”
“백작은 저들이 먼저 숙여오기를 바라는 모양이로군.”
“딱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저들이 귀환할 의지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결과를 보면 아주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닌 듯합니다만…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필사적으로 저희 세계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련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압니다.”
오히려 귀족들에게 달라붙어 조금이라도 꿀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진짜로 노력하는 이들은 티가 나는 법이고, 그들 중 일부는 가이아 길드의 문을 두드린다. 확인 결과 진짜 노력하는 이들이라면 조금이더라도 내 길드가 후원하고 있었다. 능력도 괜찮다면 산하 내지는 직속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고.
그래 봐야 이제껏 찾아온 사람이라고는 천 명도 채 되지 않지만. 대부분은 그냥 지원이 탐나서 오는 허수에 불과했다.
이런 이들이 정말 도움이 될 가능성은 낮았지만, 평판, 명분, 인망 그리고 낮은 가능성을 생각하면 해볼 만한 시도였다. 엄청 큰 지원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내 길드의 규모도 상당히 큰 만큼 충분히 후원할 여력은 되었다.
탑은 도와주는 역할일 뿐, 직접적인 구원은 우리가 직접 해야만 한다. 괜히 올라갈수록 탑이 제한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같은 수련자라 하여 찾아갈 필요성은 못 느끼겠더군요. 훗날 성능이 검증되어 필요성 때문에 찾아간다면 모를까… 지금은 크게 의미 없어 보입니다.”
황제나 타 귀족들과는 다르게 나는 선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검증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애초에 무공이 대부분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미 아는 것도 있었지만, 그걸 제하더라도 어차피 내가 중층에서 영원히 살 것도 아닌데 조금 뒤처진다고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 것 없어도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과 이뤄놓은 것들은 충분하고 내가 생각한 발전 방향 또한 있었다.
“저는 제 방식대로 강해지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여기에 무공이 끼어들어서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을지는 확신을 못 하겠군요. 어차피 검증은 필요하고 정말 저희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때 찾아가도 될 일입니다. 지금은 사람 한둘 정도 보내서 끈 정도나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렇군. 하기야 정말 자신들의 세계를 구하고자 한다면 자네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 어쩌면 그들이 찾아올지도 모르겠군.”
‘절대 그럴 일 없겠지만.’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 그들이 지구를 구하려고 한다고 해도 자기들에게 우리 가이아가 합류하라고 할 놈들이다.
“흐음… 아쉽군. 수련자의, 정확히는 그대의 의견도 듣고 싶었다만….”
황제는 조금 아쉬운 눈초리다.
믿을만한 수련자들 중 내 수준이 가장 높으니 나를 부른 모양이었다.
“일단 정 필요하시다면 큘리스 대장군과 함께 움직이도록 지시하겠습니다. 파견할 인원도 수준 높은 이들로 구성하도록 하죠. 죄송하지만 저와 직속 파티원들은 할 일이 많아서 안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거래 관계인 만큼 황제도 더는 권하지 않았다.
“알겠네. 그거라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자리를 피했고, 길드에 연락해 이윤형을 불러들이고는 자세한 사정을 설명했다.
“알겠습니다.”
“프레드는 어떻습니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과연 길드장 님이 점찍었던 인재답더군요. 성장 속도가 보통이 아닙니다. 실력만 따지면 벌써 진헌이가 거의 따라잡혔습니다. 레벨과 능력치도 빠르게 따라오고 있고요. 2차 전직을 하고 나니 아주 날아다니더군요.”
“정진헌 씨에게는 고생 좀 해달라고 말씀해주세요.”
“하하. 프레드가 그래 보여도 엄청 의욕적이고 길드에 대한 소속감도 높아서 진헌이도 즐거워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 일도 잘 부탁한다고 말해 주었다.
“무공은 절대 배우지 마세요. 검증되지 않은 기술입니다.”
“하하. 흥미는 있습니다만, 그게 명령이시라면.”
남자 치고 현대에서 무협 영화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없을 거다. 그에 따른 동경은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다는 다시 한 번 강조했고, 이윤형은 내가 두 번이나 강조하자 진지한 얼굴로 명심하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협조는 최대한 해 주세요. 무공을 배우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 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마 큘리스 대장군이 여러 의견을 물어볼 겁니다. 그냥 성실하게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함께 왔던 일행과 함께 돌아가 버렸다.
***
다이딘 대공이 무공에 대해 밝히기는 했지만 바로 전부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초대장을 갓 발송한 연회가 곧바로 시작될 리가 없었다.
달 단위로 시간을 둔 일정. 그 일정에 맞춰 연회를 시작했고, 연회의 시작과 함께 무공 하나와 최초의 중국인 마스터인 왕춘(王群) 노사를 공개했다.
그사이에 나는 전설급 아이템이 잠든 던전을 두 개나 주파했고 주하연과 남은주 또한 중간중간 성인의 전당에 들러 성유물들을 하나씩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필요한 성유물들을 하나씩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히히, 형! 이거 정말 제가 써도 되는 거예요?”
“그래. 너에게 딱 맞아. 다들 동의했잖아?”
“맞아. 그건 네가 쓰는 게 좋겠더라. 신축성도 좋고… 너는 한창 클 때니까.”
“직업을 생각해도 그게 맞기는 해. 나는 이전 던전에서 갑옷을 얻었으니까.”
“그치만 스킬도 받은 마당에 아이템까지….”
그러나 하유진의 표정은 말과 일치하지 않았다.
하유진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에 든 장비를 살피고 있었다.
전설급 아이템 검은 그림자의 흔적. 상위 던전인 밤의 둥지에서 얻은 전신 갑옷이다. 형태는 거의 타이츠에 가까운 모습으로, 애초에 방어력보다는 은신과 민첩성에 보정을 주는 아이템인 만큼 하유진이 쓰는 것이 맞았다. 아예 밤에는 자동 은신 기능도 붙어 있었고.
게다가 그곳에서 얻은, 예상치 못했던 스킬 또한 하유진의 차지가 되었다.
[삭월의 가호(준신화)]
-은신 스킬이 한층 더 은밀해진다.
-은신 상태에서 공격 시 상대의 체내 마력을 교란한다.
-태양이 없는 상태에서 아군 2인에 한해 은신 공유
-달이 없는 밤인 경우 모든 공격에 암흑 속성 추가 피해
-달이 없는 밤인 경우 모든 공격에 대한 피해 50% 감소
존재조차 몰랐던 스킬이다. 그림자의 흔적을 노리고 찾았던 던전인 만큼 가호 관련 스킬이 나올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좋은 오산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 준신화급 가호가 나올 줄은 몰랐다.
확실히 준신화라는 등급이 붙을 만했는데, 달이 없다면 암살자 주제에 어지간한 탱커급 방어력을 지니게 된다. 어둠 속에서는 솔직히 무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저 체내 마력 교란은 마법사의 천적이지.’
물론 일반적인 전사들도 마력이 교란당하면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법사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아마 거인을 상대할 때도 큰 효과를 발휘할 터였다.
덕분에 하유진은 전설급 가호에 이어 준신화급 가호까지 손에 넣었다. 스킬 효과만 보아도 저건 암살자 전용이라 차마 누가 탐낼 수도 없었다. 괜히 하유진이 아이템까지 받아도 되냐고 물은 것이 아니다.
뭐, 일행들은 시기하기보다는 되려 축하를 해 주었지만.
나서윤 또한 오리하르콘 광산이라는 던전에서 마력의 축복을 받은 갑옷을 얻었기에 나와 나연을 제외하면 모두 여러 방향으로 강화가 된 상태였다.
한바다는 스밸러스의 장비 세 파츠를 모두 슈퍼 레어급으로 강화하는 데 성공했고, 남은주와 주하연은 성인의 전당에서 전설급 아이템을 2개씩 챙겨온 상태였다. 그마저도 추후 더 노리는 장비들이 있을 정도였다.
나 또한 노리는 장비가 있었고. 단지 지금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건 던전에서 얻는 아이템이 아니었으니까.
‘혈신의 피갑옷.’
1회차 시절, 소문에 따르면 신화등급일지도 모르는 장비라고 들었다.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아예 정보를 볼 수 없어 소문일 뿐이지만. 누구도 그 주인이 될 수 없었기에 결국 파기된 장비다.
주인을 잡아먹는 장비.
거대 길드의 1군이 열 명 가까이 희생되었고 랭커들도 갖지 못해 완전히 포기해버렸기에 결국 제국의 주도하에 파괴되었다. 나는 그 장비에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훗날 등장할 끔찍한 몬스터, 뱀파이어 로드. 그가 가진 장비다. 그가 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무척 많이 남은 상태였고 그렇기에 내가 그 장비를 당장 얻을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지금 수준으로는 뱀파이어 로드를 사냥하기도 힘들다. 그만큼 강대한 몬스터다. 괜히 드래곤이나 거인과 비교되는 몬스터가 아닌 것이다.
내심 누구도 쓰지 못했던 장비였지만 나는 나름대로 믿는 것이 있었다.
불사의 육체와 바리치의 문신. 이 둘이라면 조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신의 갑옷은 소유자의 피를 빨아 말려 죽이는 장비였고 나는 그것을 버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나연은 어쩔 수 없지. 조금 미루는 수밖에….’
최근 제국의 상황이 혼란스럽다. 나연이 쓸만한 장비를 구하려면 엘프 쪽과 접선해야 하는데, 내키지 않았다. 그쪽에서 나를 찾을 줄 알았건만, 먼저 접촉할 생각은 아예 없는 모양이다.
‘하기야 그녀라면 내가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 테니까… 썩을.’
애초에 우리는 언젠가 그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상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엘프&드워프 연합과 접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나연의 장비는 조금 뒤로 미루는 수밖에 없었다.
워낙 인간과 정령은 친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그쪽 장비가 희귀할 수밖에 없었다. 엘프들에게 그쪽 장비가 많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으니까.
경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장비나 스킬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랭커들이 강했던 이유는 본인이 뛰어나서도 있지만, 이 아이템들과 스킬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마 이 둘이 갖춰지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스스로가 뛰어났다고 한들 랭커라는 이름을 받을 수는 없었을 거다.
경지를 올리는 것은 올리는 거고, 아이템과 스킬도 다 챙겨야 한다. 어느 하나가 빠져서는 안 되었다.
“그럼 이번 던전도 끝냈으니 이틀 정도 휴식 후 다음 던전이 있을 법한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신후 씨. 우와… 가는 곳마다 전설급 장비에 이제는 준신화급 스킬이라니… 도대체 이런 판단은 어떻게 내리는 거에요? 그 정보들 사이에서 진짜 제대로 된 것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그거야 회귀하면 된다. 실제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리더님아가 보통이 아니기는 하지. 듣기로는 길드원들에게 알려준 곳에 가면 하나같이 상당히 쓸만한 보상들이 숨어 있는 던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던데?”
“요즘 길드원들 사이에서는 오빠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진실로 통하고 있어요.”
“…확실히 신후 님이 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본인의 재능이나 능력, 향상심, 통솔력, 성품까지… 솔직히 부족한 것이 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하나 알죠. 신후 오빠는 연애 눈치가 사망했어요.”
“…그건 확실히….”
일행들의 말에 나는 어색한 미소만을 유지했다.
우리가 잠시 황도의 여관으로 복귀하여 잠시 피로를 풀고 있을 무렵, 이윤형이 급하게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한창 다이딘 대공의 연회가 계속되고 있을 텐데, 나를 급하게 찾았다면 무슨 일이 있다는 뜻일 터.
나는 즉시 이윤형을 방으로 불러들였다.
일행들 또한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급하게 내 방으로 모여들었다.
“…쉬시는 와중에 죄송합니다. 길드장 님.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라는 판단이 들어서….”
“무슨 일입니까?”
“그게… 최근 연회에서 다이딘 대공이 두 번째 무공을 공개했습니다.”
그건 별일이 아닐 거다. 이번에 최소 3개는 공개한다고 했으니까.
그것 때문에 나를 부른 것은 아닐 터.
아니나 다를까 이윤형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무공, 열화장(熱火掌)을 발표함과 동시에 아르테인 공작이 직접 연회장에 나타났습니다.”
“…아르테인 공작이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혼자 온 것이 아닙니다.”
잠시 침을 삼킨 이윤형이 믿기 어렵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한 수련자를 데리고 연회장에 찾아왔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제자라고.”
“…그게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말인가? 수련자가 아르테인 공작의 제자라고? 그런 것은 1회차에서도 없었다.
“근데 그 제자가… 마스터였습니다.”
내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