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189화 (189/317)

# 189

이후 짧은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한 이후 황제에게 교단으로 떠나겠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그러자 황제는 마지막으로 만찬에 일행을 초대해 우리 사이의 건재함을 과시했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우리는 대신전으로 갈 수 있었다.

대신전에 도착하자 우리는 어렵지 않게 교황을 만날 수 있었다. 나와 주하연의 임명식은 현재 신전 측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일 중 하나였다.

이제껏 없었던 성자와 최초로 나타난 한 세대의 두 번째 성녀. 이제껏 우리의 요구와 안전을 위해 비밀로 했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만큼 신전 측에서 발표하고 싶을 만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조건부로 요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조건이 어떻게 됩니까?”

“한바다 님이 성기사가 되셔야 합니다. 신성력을 쓰지는 않으시더라도 기본적인 사항은 알아야 하니까요. 물론, 다른 성기사들처럼 완벽하게 하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명예직이라도 성기사 직은 필요합니다. 이건 교단의 규칙입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항이다.

한바다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변경점이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이번에는 어떤 것입니까?”

“제 수호 기사는 은주로, 주하연 성녀의 수호 기사는 한바다 씨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흐음….”

내 갑작스러운 요청에 교황이 침음을 흘렸다.

이전의 상징성을 들먹여 주하연과 남은주를 묶어 괜찮은 미담을 만들 셈이었는데, 내 요청에 따르면 그 조건을 포기해야 한다.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 일행들에게는 이미 이야기가 들어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동요하는 이는 없었다.

내게 교황이 물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저희로서는 상징성을 생각해서라도 남은주 경과 주하연 성녀님이 함께 하시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외부에 그렇게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짧게 말했고 무언가 사정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교황은 주하연과 남은주를 바라보았다.

이미 우리 쪽에서는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을 깨달은 교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조금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그것을 교황이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수호 기사 지명권은 이쪽에 있다. 성녀에 따라서는 그냥 교단에서 붙여주는대로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때때로 우리처럼 지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명당한 성기사는 보통 수락하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게, 무척 영광된 자리인 만큼 어지간해서는 거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택받으려고 경쟁하지.

덕분에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풀렸다.

남은주와 한바다는 수호 기사로 지명받았기에 성기사 훈련소로 들어가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한바다는 그와 동시에 성기사가 알아야 할 기본 지식과 기술들을 배울 필요도 있었다.

‘뭐, 배워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덕분에 당분간 일행에게 구멍이 생겨버렸다.

둘이 배우는 기간 동안 놀기도 뭐 해서 우리는 수월한 던전이라도 몇 개 돌기로 결정했다.

전열 둘이 빠졌지만 나와 나서윤이 있는 데다가 나연 또한 정령이 하나 늘어났고 하유진도 복귀했다.

하유진의 실력도 상당히 성장했기에 파티에 짐이 될 일은 없었다. 그래도 전열 둘이 빠진 것은 사실이니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던전 자체의 난이도도 낮았고 어디까지나 일행의 감각이나 유지할 겸, 거기에 더해 새로 얻은 장비들이나 적응할 겸 해서 간 던전행이었기에 위기나 큰 사건은 없었다.

몇몇 아이템과 스킬을 얻었지만 일행에게 필요한 것은 거의 없었기에 대부분을 길드의 이름으로 매입해 휘하 길드원에게 대여하거나 지급했다.

그나마 쓸만한 것들이 없지는 않았다. 나는 주로 내성이 붙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던전 위주로 움직였다. 액세서리 위주로 붙은 것들을 골라 일행들에게 가져다 붙였다. 슬슬 내성 기술들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으니까.

나야 성자의 육체와 성흔을 얻음으로서 별다른 필요를 못 느끼게 되었지만.

때때로 휴가를 마치고 내 지시에 따라 던전을 돌고 있는 파티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부 수련자들과 거주민들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부러움과 동경이 담겨있었다.

“확실히 우리 길드가 유명해지기는 했네요.”

“그간 해 온 게 있으니까요.”

우리 길드만큼 제국에 헌신적이고 전면에서 싸워온 길드는 없었다. 그런 만큼 같은 수련자임에도 우리 길드만큼은 거주민들의 존중과 존경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슬슬 신전 측에서 뿌린 정보가 제국에 퍼지기 시작하는 바람에 주하연이 성녀라는 것이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대놓고 알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신전이 한 짓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런 이야기를 정확히 알고 있는 세력이라고는 세 군데뿐이다.

당사자인 우리 가이아 길드와 황실, 그리고 신전이다.

우리가 뿌리지는 않았고 황실이 그럴 이유도 없었다. 결국, 답은 신전뿐이었다. 이제껏 비밀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만큼 이제 와서, 그것도 이 타이밍에 갑자기 이런 소식이 제국 전역에 퍼진다는 것은 신전이 손을 썼다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미 성녀이신 알레나 님이 뻔히 살아 계시고 가끔이지만 멀쩡히 활동까지 하고 계신 마당에 무슨 망발이냐는 소리가 있었지만 그간 주하연이 보였던 활약과 평범한 신관으로는 보이지 않는 강한 신성력, 알레나가 없었다면 성녀로 추대되었을 거라는 그녀의 평판, 소문이 이토록 무성함에도 어떠한 조치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교단의 태도에 슬슬 소문이 사실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약 한 달 남짓 던전을 돌아다니며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모으는 사이 소문은 퍼질 대로 퍼졌고, 슬슬 활동하기가 힘들 지경에 달했을 무렵, 페소타 쪽의 일이 끝난 모양인지 프레드를 비롯한 인원 몇이 길드를 찾아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소식을 접하는 즉시 길드의 본단이 있는 티드린드로 향했다.

“길드장 님을 뵙습니다.”

프레드를 비롯한 몇몇 인원들. 수는 많지 않았다. 다섯이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이성훈 또한 나를 찾았다.

“저기… 은주는 어디 있나요?”“아, 이성훈 씨?”

“아 그, 주하연 부길드장 님….”

“은주는 한동안 못 만나요. 바다 씨와 함께 일이 있어서… 일단 저를 따라오시겠어요?”

“네, 네….”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짓은 이성훈은 나와 주하연을 번갈아 보더니 주하연을 따라 자리를 옮겼다. 그 뒤를 하유진이 쫓았다.

본래라면 내가 하겠다고 했지만 주하연이 직접 하고 싶다며 나를 말렸다.

이미 그를 어떻게 대우할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었기에 허락해 주었고, 나는 프레드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복수는 끝마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다 죽였을 수도 있었고, 카를로스를 비롯한 일부를 남겨 놓았을 수도 있었다. 알아보려면 쉽게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프레드에게 완전히 맡긴 만큼 간섭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약속대로 입단서에 서명했고 그를 비롯한 인원을 길드로 받아들였다.

나는 아멜리아에게도 했던 조언을 그에게 그대로 전했다.

“프레드 씨.”

“편히 프레드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래요, 프레드. 일단은 2차 전직을 해야 합니다. 혹시 히든 클래스를 가졌습니까?”

이미 상태 창을 보았기에 그가 히든 클래스가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한 번 물었다.

“아닙니다. 그런 클래스를 가진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쉽게도 대부분 카르텔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2차 전직에 대해 들으신 바가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나는 레벨 50에 다다르면 2차 전직이 가능하다는 말을 그에게 전했다.

“2차 전직 때도 히든 클래스들은 선택하지 마세요. 히든 클래스가 초반에는 좋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메리트가 떨어지더군요. 차라리 범용성이 높은 일반 직업 쪽이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2차 전직을 우선으로 하도록 하세요. 길드에서 장비와 소모품, 성장할 장소나 던전 등 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공할 겁니다.”

“그렇게까지 말씀이십니까?”

“여유는 충분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본래 어느 정도 능력이 되는 이들이라면 받을 수 있는 지원입니다. 프레드, 저는 당신에게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

프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부담감에 짓눌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기야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것 정도는 그도 알 거다.

자신의 스킬 창에 적인 스킬이나 능력치, 그간의 경험을 비추어 본다면 모를 수가 없었다.

“실망하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프레드는 최대한 신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름 자신감을 보일 줄 알았는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자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그가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본인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나를 비롯한 일행이 페소타 지역에서 보인 활약을 지켜본 만큼 쉽게 자신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때도 자신이 필요하긴 하느냐고 물었었다.

‘신중한 것도 나쁘지는 않지.’

자신감이 가득한 상태로 행동하는 것도 좋다. 어차피 자만에 찌들 틈도 없을 거다. 제국에는 자신보다 강한 이가 널렸으니까.

그와 반대로 저런 신중한 모습도 나쁘지는 않다. 복수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그가 강해지고 싶어하는 원동력은 충분하다.

애틋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약혼녀와 지구에 있을 가족이나 인연도 있을 거다. 신중함 때문에 과하게 주춤거리거나 정체되지는 않을 터.

나는 프레드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를 건넸고, 그를 비롯한 미국 쪽 수련자들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여왔다.

잠시 뒤 이야기를 끝마쳤는지 주하연과 하유진, 이성훈이 이쪽으로 넘어왔다.

하유진은 웃고 있었고 주하연은 한고비 넘겼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이성훈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어딘가 기가 죽은 표정. 하지만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반발심이 느껴졌다.

“아, 성훈 씨. 이야기는 끝났습니까?”

“…프레드.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는 가이아 길드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직속으로요?”

“네? 네. 그렇습니다.”

당연하다는 표정의 프레드를 바라보며 이성훈은 조금 굴욕적이라는 듯한 얼굴을 해 보였다.

“…어, 잘되지 않으신 겁니까?”

“그, 은주랑 만나보고 결정할 생각입니다. 당장은 지원은 받지만, 길드에 들어가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음? 왜 그런 선택을… 알겠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프레드였지만 이성훈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그는 이유를 묻는 대신 말을 거기서 멈추었다.

하지만 프레드를 비롯해 미국 쪽 수련자들은 이성훈이 길드에 들어오지 않기로 한 것이 아니라 길드에 들어오지 못한 것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성훈의 얼굴이 한층 더 깊은 굴욕으로 일그러진다.

나는 이윤형과 그의 부관인 정진현에게 프레드를 맡겼고 이성훈에게는 적당한 사냥터를 알려주며 지원품을 일부 건넸다.

정중하고 대우해준 것 같이 보였지만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이성훈 또한 그 사실을 알았지만, 그는 감히 반발하지 못했다.

소문이 상당히 퍼지는 바람에 주하연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우리는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결국 다시금 휴식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는 그냥 쉬지 않았다. 그간 길드의 운영 대부분을 직접 하지 않았기에 이번 기회에 길드 내부 및 광산 등을 시찰하고 다시금 방향성을 다잡았으며 그간 서로 적당히 연락만 주고받았던 토펜을 만나 해후를 나누는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그렇게 한 달이 더 지났을 때 한바다와 남은주의 교육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

“신후 님.”

“하연 언니!”

둘은 우리를 보자마자 상당히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고생하셨습니다. 교육이 끝났다고요?”

“네. 어려운 것은 없었습니다.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저희가 평소 하던 것에 비하면….”

“저는 뭐 스킬도 있었으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엄청 좋은 소식이 있어요.”

알고 있다. 한바다를 보는 순간 눈치챘다.

“바다 언니가 마스터가 되셨어요. 와, 훈련소에서 다들 깜짝 놀라더라니까요? 한참 수련하는 와중에 갑자기 검강을 뽑아내는데….”

충분히 놀랄 만하다.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바로 알려주고 싶었는데, 한참 교육 중이기도 했고 바다 언니가 기왕이면 나가서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참느라고 혼났어요.”

“축하드립니다. 그간 고생이 드디어 보답을 받으셨군요.”

“다 신후 님과 파티원들 덕분입니다. 그간 믿고 많은 것을 베풀어 주셔서….”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말하는 한바다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의 감정이 엿보였다.

“와, 그러면 이걸로 우리 파티에는 마스터만 셋이네요?”

수련자들 중 마스터에 오른 이가 셋인데, 그 모두가 우리 파티에서 나왔다. 이쯤 되면 타 수련자들과는 비교하는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한바다와 남은주가 훈련소에서 있었던 일을 밝히는 사이 나는 교황을 만났다.

“성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제국에 소문을 많이 퍼뜨리셨더군요.”

“미리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설마 2달 만에 졸업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남은주 경이야 이미 충분히 자격이 있었지만 설마 한바다 경의 실력이 그리 뛰어날 줄은… 훈련소에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시는 것을 보고 왜 유신후 님이 한바다 경을 수호 기사 중 하나로 지명하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빙긋 미소지으며 말한다.

“주하연 성녀님을 생각하시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교황은 신전 측이 소문을 퍼뜨렸다는 사실을 숨길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하기야 나에게는 숨길 수도 없기는 하지만.

게다가 어느새 주하연이 두 번째 성녀라는 것은 거의 사실로 인정받은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게, 어느 순간부터 교단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낌새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임명식. 그것을 준비하는 모양새였고, 덕분에 제국 전역이 떠들썩해진 상황이었다.

‘묘한 오해를 하는군.’

어차피 남은주와의 거짓 연애 소문은 임명이 끝난 이후 시기를 봐서 천천히 퍼뜨릴 생각이었기에 일단 부정하지는 않았다.

뭐, 애초에 주하연이 성녀가 된 과정은 알려질 거고, 남은주와의 인연 또한 알려질 거다. 그런데도 상징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남은주가 내 수호 기사가 된다면 그런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퍼지게 될 터. 굳이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상관없기는 하다.

누군가가 넌지시 물어올 때 긍정만 해도 간단히 소문이 퍼질 거다.

그리고 교황 또한 내가 이런 소문을 원한다는 것 정도는 이미 눈치챘을 거다. 거기 위에 저런 오해가 얹어진 것일 뿐.

남은주라는 강력한 수호 기사를 내가 갖는 대신 충분한 대체자를 보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뭐, 한바다가 남은주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틀린 생각도 아니다. 한바다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상, 지금 시점으로는 한바다가 훨씬 우위다.

“임명식의 시기를 알고 싶군요.”

“두 분은 이미 성흔을 갖고 계시고 활용 또한 제대로 하고 계시니 날짜만 잡으면 됩니다. 대강이나마 소식도 알려졌고 한바다 님이 마스터가 되신 시점부터 슬슬 임명식을 위한 준비 시작한 상황이었으니 며칠 내로 사실을 공표하고 2주 후에 임명식을 하고자 합니다.”

이미 몇몇 유력 가문에서 참가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고 한다. 황실은 당연히 참가할 것이고. 물론 황제가 직접 오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마 자식들 중 하나를 보내겠지.

“그나저나 제 이야기는 쏙 빠졌더군요.”

“당일에 밝히고자 합니다. 이미 두 번째 성녀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만으로 제국 전역이 시끄러운데, 최초의 성자는 어떻겠습니까.”

내심 이해가 갔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정에 맞추도록 하죠.”

나는 동의를 표했고, 임명식 날이 오기까지 일행과 함께 대신전에 머물며 절차와 임명식의 연습을 해야만 했다.

교황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제법 귀찮기는 했지만 못 맞출 것은 없었다.

제국에는 주하연의 성녀 임명식이라고만 알려졌고, 대신전이 공식적으로 두 번째 성녀의 탄생을 인정하자 제국 전역이 떠들썩해졌다.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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