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
언제 저렇게 변했을까. 자신의 생존을 우선했던, 개인을 우선하던 사고방식이 조금 바뀐 모양이었다.
“성훈이랑 처음, 그러니까 탑에서 다시 처음 만났을 때 조금 당황해서 많이 받아줬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헤어지기 얼마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었지만… 헤어지고 난 이후 확신이 들었어요. 성훈이는 길드에 해가 돼요. 아저씨 아주머니께는 조금 죄송하기는 하지만, 길드보다는 개인적으로 조금 도와주는 선에서 끝내려고요.”
그렇군.
확실히 길드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남은주의 방식은 위험하다.
내가 걱정한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이다.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만약, 이성훈을 밖으로 풀어버리면 결과적으로 도움 될 것이 없어. 네가 이성훈과 인연이 있다는 것은 금방 외부로 알려질 거고, 그를 통해 너를 끌어들이려는 이들이 분명 생길 거다.”
“누가요?”
“다른 길드에서 손을 쓰겠지.”
“아하하하. 신후 오빠. 아무리 성훈이가 갓 중층에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타 길드와 우리 길드의 수준 차이를 알 텐데 그런 바보 같은 제안을 저에게 가져올 것 같지는 않은데요? 가져오더라도 제가 뻔히 거절할 것을 알 거예요.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에요.”
그래. 저 반응이 정상이다. 현재 우리 길드와 타 길드의 차이는 감시 스카웃 시도를 하지 못할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
도저히 줄 것이 없다. 대우도, 장비도, 미래도, 하물며 명예나 복지나 수준 뭐하나 앞서는 것이 없었다.
훗날 중국 쪽에서 마스터가 나오며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때나 겨우 말을 꺼내 볼 수 있을 정도. 그마저도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식이다.
“길드를 손에 넣은 귀족 가문들 측에서 손을 쓸 수도 있지.”
“어차피 곧 있으면 오빠도 백작이 되고, 우리 뒤쪽에 있는 배경은 황실인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글쎄. 깔끔한 제안이 아닐 수도 있지.”
내 말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던 남은주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설마 그런 낮은 가능성을 위해 성훈이를 빌미로 저를 협박한다고요?”
“밑져야 본전이야. 객관적으로, 이성훈이 뭐 대단한 수준을 가진 것도 아니니까.”
“…….”
물론 말이 조금 안 되기는 하다. 실제로 우리 뒤에 있는 것은 황실이고, 귀족들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기에는 가능성이 너무 낮았으니까. 그렇게 남은주를 가져간다고 한들 남은주가 제대로 따르지도 않을 거다.
이건 비약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0이 아닌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게 협박이 왔을 때, 동요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럼 길드에 넣어서 보호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게 낫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마 네가 꽤 괴로울 거다.”
이전처럼 별의별 핑계로 달라붙거나 인맥을 이용하려들 거다. 그렇다고 무시하면 외부로 나설 수 있었다.
괜히 길드에 받아들인 후에 가둬둬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나은 방법은 길드로 받아들여서 이전에 광진을 대하듯이 하는 방법이 최선이야.”
광진.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거의 감시에 가까운 행동의 제약을 받았다. 남은주가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은주에게 빌붙으려는 그 태도를 봐서는 과연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남은주의 이름이나 더럽히지 않으면 다행이다.
내 말에 남은주의 얼굴에 수심이 깊어졌다.
“길드에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가 어떻게 되든 완전히 관심을 끊는 것밖에 없어. 아예 관심을 끊고 지원도 하지 않는다면 그가 너 때문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낮아지기는 하겠지.”
그마저도 0은 아니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남은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다른 방법도 있기는 했다. 황제가 만들 수련자 집단에 집어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거기 이미지는 미래에 작살날 예정이다. 그 순간이 오면 즉시 도망칠 놈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어. 하연 씨에게 너를 내 수호 기사로 달라고 요청했지.”
“…진짜요?”
남은주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남은주가 놀라서 말했다.
“그런 짓을 하면 어떻게 해요! 언니 성격에 분명 이상한 생각을 할 텐데…!”
“실제로 오해하는 것 같기는 하더군.”
“…설마 그대로 방치한 거 아니죠?”
남은주가 불길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방치했지.”
“야, 이 쓰레기야!”
순간적인 남은주의 외침에, 나는 놀란 얼굴로 침묵했다.
내가 침묵하자 남은주가 순간 아차 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우물쭈물하며 입술을 깨문다.
아무래도 자신이 나에게 욕을 하며 선을 넘은 것은 아닌지 고민하며 이대로 멈춰야 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주하연을 생각해서라도 더 나서야 하는지 고민한 모양이다.
“왜 그런 짓을 하셨어요! 최근 안 그래도 서윤이 받아들여서 마음 복잡할 텐데!”
후자가 승리한 듯했다.
설마 그럴 줄 몰랐다느니, 신후 오빠는 사람 마음을 진짜 모른다느니, 눈치 꽝이라느니 여러 비난을 퍼부어댔다. 평소 남은주가 나를 대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뒤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본래라면 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보다 남은주가 나와 길드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고, 주하연을 위해, 아끼는 언니를 위해 나선 것이었기에 나는 그냥 받아주기로 결정했다.
남은주에게서 이전의 남은주가 가졌던 이미지가 벗겨짐과 동시에, 나는 그녀에 대한 의심을 버렸다. 얘는 나와 끝까지 간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참 동안 비난을 퍼붓고 난 후 남은주는 내 표정을 살폈다. 설마 내가 아무 말 없이 비난을 끝까지 들어줄 줄은 몰랐는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듯한 모습으로 질문을 이어왔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심 이성훈이 내 길드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했어.”
“…이해해요. 그런 태도를 보였는데,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하죠.”
갑작스럽게 나온 이성훈의 이름 때문일까. 당당하게 밀어붙이던 남은주가 순식간에 움츠러들었다.
“재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향상심이 강해 보이지도 않더군. 그런 주제에 과거의 인연을 들먹이며 빌붙으려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
“그렇지만 네가 그 태도를 상당히 잘 받아들이는 모습에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 제법 그 애에게 마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악의 경우에는 네가 길드를 떠날….”
“그건 절대 아니에요!”
“알아. 들어보니 아닌 것 같기는 하더라. 가정도 최악을 가정한 것일 뿐이고.”
“아무리 신후 오빠라도, 그런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래. 미안. 아무튼 여러 상황들을 봤을 때 우리 길드는 계속 커질 거고, 너는 내 직속 파티원이라 그런 틈이 있다면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거 엄청 비약이에요. 그럴 일은….”
“그러니까, 최악을 가정하는 거라니까?”
이상하게 들릴 거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회귀에 대해 일행에게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플로어 마스터들도 경고했던 일이며, 만에 하나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기라도 했다가는 대귀족을 비롯해 황제까지 나를 어떠한 태도로 대할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고작 그런 낮은 확률 때문에 하연 언니한테 그런 말을 했다고요? 그래 놓고는 오해도 안 풀고? 신후 오빠, 진짜 쓰레기 같은 거 알아요?”
설마 두 번이나 들을 줄은 몰랐기에 순간 말이 끊겼다.
“…네가 내 수호 기사가 되면, 하연 씨와의 인연이 있는 상태에서도 그런 포지션이 된다면 너에게 작업이 들어갈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지니까, 그게 나은 선택이라고 봤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오해는 풀 수 있었잖아요… 그래도 결국 저를 걱정해서… 그 걱정 해주신 것은 고마운데, 신후 오빠,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리고, 어차피 사실이 되어도 상관없겠다 싶었거든.”
“………그게 무슨 말이세요?”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남은주가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설마 지금 저 꼬신 거에요?”
“그냥 가정이야. 이성훈 때문에 뺏길 바에….”
“그러니까 그럴 일은 없다니까요? 그리고….”
남은주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건 그냥 제가 좋아서가 아니라 뺏기기 싫다는 독점욕 같은데?”
“독점욕도 관심 아닌가?”
“그건 좀 다른 거 같네요. 아무리 오빠라도 그런 태도는 좀 아닌데요?”
“그래서, 싫어?”
원래 이리될 것은 아니었다. 남은주의 평소 태도를 생각하면 이리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싫고 자시고 언니한테 미안해서라도 안 돼요.”
“그 언니가 허락했다고 해도?”
본인이 스스로 언젠가는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말했을 정도였으니까.
“…허락했다고요? 언니가요?”
끄덕.
남은주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잠시 생각하던 남은주가 입을 열었다.
“일단 언니랑 다시 이야기해 볼 테니까… 아니, 오해도 내가 풀어야 되겠네… 아으… 신후 오빠가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는데….”
그건 피차 마찬가지다. 남은주가 저런 태도를 내게 보이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남은주가 주하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상상 이상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어차피 네가 내 수호 기사가 되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 실제로는 어떻든, 그게 좋은 방법인 것은 사실이니까.”
아니면 이성훈을 완전히 잘라버리던가, 길드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성훈 부모와도 아는 사이라고 했으니 인연을 그냥 잘라버리는 것은 아마 힘들 거다.
남은주도 효용성에 관해서는 납득했는지 반문하지 않았다.
“…서윤이는요? 서윤이는 알아요?”
“모르지.”
“하아….”
이제는 완전히 포기했다는 표정이다.
“네가 받아들이면 말할 생각이었다.”
“글쎄요, 당연히 먼저 말하는 것이 정상인 것 같은데.”
‘…탑 생활을 너무 오래 했나….’
지구의 감성으로 본다면 단연 남은주가 옳았다. 아니, 애초에 애인이 둘인 시점에서 아웃이다.
그러나 탑에서의 관점으로 본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람에 따라 다른 애인이 감정이 상해 떠날 수도 있기는 하다만….
‘나서윤이나 주하연이 그럴 일은 없지.’
주하연은 스스로 착각했기에 말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가 나와버렸다. 그리고 나서윤은 그런 것으로 나를 떠나지 못한다.
‘애초에 나서윤의 집착은 비정상이지.’
그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나서윤은 안 떠나는 것이 아닌, 못 떠나는 것에 가까웠다.
나도 내심 내 연애관이 뒤틀렸다는 자각은 있었다.
애정이나 사랑이 아닌, 정말 필요에 의해 이어지는 관계들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만큼 나는 오래 탑에 있었고, 그만큼 내 사고 방식은 일행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질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아니 자기 사람은 그렇게 잘 챙기고 세심하게 대하면서, 왜 연애 관계에 대해서는 이리 엉망이에요?”
“…경험이 없어서?”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아….”
남은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도 부족한 점이 있기는 했네요. 무슨 만능 초인 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간 언니가 어떤 고생을 했을지 알만해요. 이거 몰랐으면 서윤이도 속 터졌겠네. 일단… 저를 생각해 주셔서 그런 것은 감사해요. 언니랑 서윤이랑 이야기하기는 할 건데, 양해 구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는 불만이 엄청 크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니까요. 아무리 가능성이 낮더라도, 아주머니랑 아저씨 생각하면 거절하기가 힘드네요. 성훈이를 길드에 받는 것은 저부터 반대니 이거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
“어차피 지금 누구 사귈 마음이나 정신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외부에 어떻게 소문나던 상관없기도 하고요. 후우….”
한 번 더 한숨을 내쉰 남은주가 말을 이었다.
“일단 그 이야기는 알겠어요. 다른 할 말이 있으신 것은 아니죠?”
딱히 다른 볼 일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나가 볼게요.”
“그래. 알겠다.”
남은주는 내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방을 나가버렸다. 상당히 급박한 움직임이었다.
“아아아아! 이게 뭐야!”
저 멀리서 들리는 남은주의 외침을 무시한다.
중국으로 인해 발생할 영입 전쟁을 무척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남은주가 나가고 난 이후 밤이 되자 나서윤이 나를 찾아왔다.
“오빠.”
“음?”
나서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수호 기사로 바다 언니가 아니라 은주 언니를 선택했다고 들었어요.”
“…맞아.”
“이성훈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왠지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
나서윤은 고요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구나.”
나서윤의 눈이 조금 불타는 듯이 느껴졌다.
“오빠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어. 애초부터 그런 세상인 거 알고, 그런 세상이니까 내가 오빠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
내가 대답하지 않자 나서윤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안 말려. 은주 언니가 아니라고, 위장이자 명목으로 그냥 외부에 속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우리 일행에 관해서는 간섭 안 해. 영 아닌 사람이라면 싫겠지만, 오빠가 그런 사람을 받아들일 일은 없으니까.”
맞다. 꽃뱀이나 빨대를 내 곁에 둘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는데.”
나서윤의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비로소 눈치챌 수 있었다.
질투.
나서윤은 현재 질투심을 보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표정이다.
성인이 된 직후 나서윤이 자신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말한 이후, 그리고 내가 나서윤을 받아들인 이후 한동안 본 적이 없었던 표정이다.
이해는 간다. 자신은 나이 때문에 4년을 기다렸는데, 내 곁에 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상황이 일어났으니까.
게다가 이번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내가 먼저 접근했지.’
주하연이 연인이 되었을 때도, 나서윤이 연인이 되었을 때도 둘 모두 저쪽에서 먼저 나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남은주만은 달랐다.
외부적 요인 때문에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 말이 어떻든 간에 결국 내가 먼저 접근한 것은 사실이다.
그게 나서윤에게 불을 지른 모양이었다.
내가 애정이나 사랑 같은 이유 때문에 남은주에게 접근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나서윤 또한 알고 있을 거다. 내 이 뒤틀린 관념에 가장 근접한 것은 나서윤과 하유진 그 둘이니까.
이유는 간단했다. 이 둘은 기형적일 정도로 탑에 빠르게, 아주 잘 적응했으니까.
아마 저 질투심은 내가 남은주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먼저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부러웠고, 그렇기에 터져 나온 감정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고 보면, 오빠. 처음에 나랑 실패했었지?”
사실이다.
정확히는 당시 도저히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근데 우습게도 원인은 내가 아니었다.
“…네가 이상한 짓을 했으니까 그렇지.”
“이번엔 안 그래. 첫날밤을 실패하기는 했지만 일단 애인이 된 것은 성공했으니까 천천히 갈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변했어.”
나서윤이 문을 잠그며 나에게 물었다.
“거절할 셈은 아니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질투심에 더해 이대로 있다간 자신이 더 뒤로 밀릴지 몰린다는 생각이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나는 웃으며 손짓했고, 나서윤이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