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
1년후
“혀어어어어어엉!”
오랜만에 보는 하유진의 모습은 무척이나 성장해 있었다.
어느덧 12살이 된 하유진. 그간 치열한 접전을 보내며 성장한 나와 일행이었지만 하유진 또한 만만치 않은 성장을 해 왔다.
나는 하유진의 성장을 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태 창]
-이름 : 하유진
-나이 : 12
-직업 : 암살자(슈퍼 레어)
-LV. 69
-신체 능력
근력 : 70 민첩 : 81 체력 : 77 마력 : 84
[스킬 슬롯]
고유 스킬 : 희미한 존재감(전설)
스킬 목록
-세계 동화(전설)
-은밀한 발걸음(슈퍼 레어)
-단검술(슈퍼 레어)
-함정 파악(레어)
-함정 해제(레어)
-클리번 암살식(슈퍼 레어)
-마력 회로 특화 - 정적(靜寂)(레어)
-바람의 가호(전설)
-없음
내 일행들의 현재 레벨이 70을 넘는 수준이다. 치열한 전장에서 성장한 만큼 보통 속도는 아니었다. 내 성장이 비정상적이었을 뿐 충분히 빠른 속도다. 탑 진입 4년 차에 레벨 69. 70레벨 수준은 나름 상위권으로 향하는 경계선이자 최초의 벽이라고 불리는 만큼 4년 만에 그 벽에 다다른다는 것은 엄청난 속도라고 볼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레벨을 올리기가 거의 불가능해지는 장소. 사실 여기에 닿지 못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80쯤 되면 거대 길드의 1군 수준의 레벨, 3차 전직 레벨인 90은 랭커들이나 도달했던 장소인 만큼 일반 수련자들이 닿을 수 있는 한계가 70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곳에, 4년 차에 불과한 일행들이 닿은 것이다.
충분히 만족할만한 상황.
“오랜만이다. 온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도대체 뭔 일을 했길래 이제서야 온 거야?”
“헤헤… 죄송해요, 형. 그게 히든 퀘스트를 받았었어요.”
“히든 퀘스트?”
“네!”
하유진은 밝은 얼굴로 자랑스럽게 미소 지어 보였다.
“무슨 히든 퀘스트였는데?”
“그게, 형이 왜 정보 레벨을 올리라고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40레벨이었는데 보라색 느낌표 뜨는 것 보고는 깜짝 놀랐다니까요? 암살단이 되어서 길드에 영향력을 얻는 퀘스트였는데….”
하유진은 내가 도적 길드에 들어가 보라는 이야기에 스킬이나 조금 배워서 나오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히든 퀘스트가 떴고, 본래는 내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갑자기 사라져가는 보라색 느낌표에 당황한 나머지 수락했다고 한다.
“잘했다.”
“헤헤, 형이라면 왠지 그럴 것 같았어요.”
당연한 소리를.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차라고 가르친 적은 없었다. 그런 기회는 잡아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암살자로 전직을 하고 많은 스킬들을 배워 왔다고.
상태 창을 보면 알만했다.
“히든 퀘스트를 끝까지 끝냈더니 가호 스킬까지 받았어요. 거기서 여러 기술들을 배운 덕분에 세계 동화 숙련도도 엄청 쌓았고, 무엇보다 이제는 희미한 존재감을 끌 수도 있어요!”
하유진은 꿈을 이룬 표정이었다.
“축하한다.”
“감사해요, 형. 이게 다 형이 많이 도와주셔서….”
오랜만에 만난 하유진은 기쁜 얼굴로 조잘거렸다.
들어간 조직이 도적 길드고, 거기서 영향력을 키우는 퀘스트였다면 분명 못 볼 꼴을 많이 봤을 텐데도 불구하고 하유진은 무척이나 밝은 모습이었다.
영향력까지 키워야 하는 퀘스트를 1년 만에 깼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저를 따르는 암살자들도 생겼어요. 지금은 일단 여관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죠. 솔직히 수련자도 아니라 별 필요 없기는 한데, 길드에서 길드원들 가르치는 데 쓸만할 것 같아서 일단 챙겨 왔어요.”
“…도적 길드에서 그냥 놔 주던?”
“황실 정보 길드의 힘을 빌렸죠 뭐. 그리고 형 명성이 대단해서… 그쪽도 어차피 제가 형 소속인 거 알고 끌어들인 것이기도 했으니까요. 저한테 뭘 할 수도 없었어요.”
“그렇군.”
정확히는 내가 최연소 마스터가 된 것과 황실과 가까운 것을 알고 내부 항쟁 때 황실 정보 길드의 간섭을 덜 받고 자신의 보험도 들 겸해서 하유진을 받아들인 것이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재능이 뛰어난 것을 보고 끌어들인 거라고.
여러 이유가 겹쳐 끼어들었던 판인데 이제는 끝났고 순순히 떠나준다는 하유진에게 암살자 몇 더 딸려서 나가는 것 정도면 싸게 먹혔다고 판단했을 거다. 물론 순순히 놔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앞서 말했듯 나나 황실 정보 길드를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기도 했겠지.
“잘 왔다.”
“헤헤. 형이랑 길드 소식은 틈틈이 들었어요.”
내 소식은 잘 들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도 그럴 게 정보란 정보는 이미 퍼질 대로 퍼져버렸다.
역사에나 나올 20대 마스터인데다 그 무력이 최상급 마스터에 가깝다. 거기에다가 신성력을 쓴다는 것과 그 신성력이 어지간한 성녀 급이라는 것이 알려지기까지 해서 유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최고 공로자는 빌어먹을 카바락이었지만.
‘그 빌어먹을 외팔이 새끼.’
카바락은 자신의 장담대로 오크 로드에 의해 죽지는 않았다. 위험한 전장을 전전하게 되는 벌을 받기는 했지만, 그 실력으로 어지간해서는 죽을 일이 없었다.
잘생긴 외팔이 오크의 소식은 제국 측에도 퍼질 대로 퍼진 상태. 게다가 자신의 팔을 자른 인간이 ‘가이아의 유신후’라며 자신은 그에게 두 번이나 패했다느니, 그는 전쟁의 신께서 점지하신 자신의 라이벌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공개적으로 떠들어대며 싸우는 바람에 최상급 마스터 오크를 2번이나 꺾은 미래의 그랜드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카바락이 제국의 마스터들을 죽일 때마다 덩달아 내 명성도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웃긴 것은 내가 그를 이긴 것이 두 번이나 된다는 사실 때문인지 그는 이쪽으로는 아예 접근조차 해 오지 못해서 3차전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카바락을 잃기 싫거나 아니면 그가 원하는 대로 나와 붙여 놓으면 징벌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대신 실력 있는 오크들이 그 소식을 듣고 나랑 싸워보겠다고 덤벼오는 경우가 있었다.
‘덕분에 경험치 하나는 쏠쏠하게 챙겼지.’
열이 넘는 네임드 오크를 때려잡았다.
최근에는 주술사들과 합을 이룬 네임드들이 전담으로 내 앞길을 막는 바람에 제약이 꽤 생겨버렸지만.
“근데 그 카바락이라는 오크 진짜 세다던데… 역시 형에게는 안 됐나 봐요?”
“…운이 좋았다.”
솔직히 운이 맞다. 첫 대결에서는 경지가 오름으로써 이겼고 두 번째 대결에서는 예기치 못했던 가이아의 안배에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솔직히 신성력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다.
하유진은 내 말에 그냥 웃을 뿐이었다. 별로 믿는 눈치가 아니다.
나와 하유진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건물 안내도 하고 일행도 만날 겸 자리를 옮겼다.
“그럼 이제는 별다른 침공이 없는 거예요?”
“그렇지. 그쪽도 1년씩이나 싸웠으면 충분하다 싶었겠지. 제국이 쓸어버렸던 곳도 새로운 부족들이 자리를 잡았을 테고, 더 침공한다고 이쪽이 무너질 것도 아니니까.”
자잘한 공격은 있지만, 대대적인 공격은 최근 없다시피 했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은 잘 지내나요?”
“그래. 너도 많이 성장했겠지만, 그래도 아마 다른 이들이 더 성장했을 거다.”
“헤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형이랑 같이 활동했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나름 히든 퀘스트를 깼다는 녀석이 자랑은커녕 오히려 뒤처졌을까 봐 걱정한다는 소리나 하고 있었다.
“…응? 병풍이네?”
이동 중 우연히 사샤를 만났다. 제법 키가 자라고 겉모습이 조금 변했는데도 사샤는 한눈에 하유진을 알아보았다.
“어! 사샤! 사샤잖아! 와, 너 엄청 컸다?”
“너야말로 제법 컸다? 인간은 성장이 늦다고 알고 있었는데….”“느린 거 맞아. 그래도 아직은 클 때라 그래. 몇 년 있으면 훨씬 빨리 클걸? 다 크려면 한참 멀었어. 근데 정령은 성장이 원래 빨라?”
“보통은 무지무지 느려. 내가 특별한 거지. 난 이제 중급 정령이라고? 이제는 현신도 가능해서 마력 없는 사람도 날 볼 수 있다고.”
1년 새 중급 정령으로 성장한 사샤는 어느새 어지간한 인간 아이만 한 크기가 되어 있었다. 대충 5살 아이 정도의 크기라고 할까?
“확실히 느껴지는 힘이 커지긴 했네. 나연 누나는 어디 있어?”
“걔는 지금 막 돌아와서 씻고 있어. 양기희 애들이랑 같이 성 쪽 방어하다 왔거든. 소규모 침공이 있었어. 근데 너는 어째 힘이 거의 안 느껴진다?”
“아, 그쪽으로 특화했거든. 내가….”
둘은 마치 어제 헤어졌던 친구를 만난 듯 즐겁게 떠들어댔다.
하유진의 적응력은 여전했다.
1년의 공백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애가 스킬 때문에 투명인간 노릇을 했으니 괴로울 만했다.
둘이 신나게 떠들어대는 사이 샤워를 끝낸 나연이 나타났다.
“유 서방!”
나는 미간을 크게 찌푸렸다.
나연이 나를 부르는 호칭에 하유진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와 나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혀, 형?”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왜, 유 서방. 이렇게 불러야 하는 거 아냐?”
아주 틀린 호칭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나연에게 저런 호칭을 들으니 거북한 기분이 들기도 했기에 부르지 말라고 했지만 나연은 꿋꿋했다.
“와, 유진이 왔네. 곧 온다는 소식은 들었어. 정말 많이 컷….”
“두, 둘이 결혼했어요?”
“…뭐?”
반갑게 인사하던 나연이 굳는다.
“……이건 뭔 소리냐, 병풍아?”
“하, 하지만 방금 나연 누나가 형보고 ‘서방’이라고….”
나와 나연, 사샤가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괴상한 얼굴이 되어버린다.
“푸하하하! 이야, 병풍이 오자마자 한 건 하네. 와, 어떻게 그걸… 아 하기야 너 8살 때 여기 왔었지? 지금은 아직 12살이고? 모를 수도 있기는 한데… 푸하핫!”
사샤가 죽겠다는 듯이 웃어대고 나 또한 헛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픕. 있지, 유진아. 서방이라는 호칭은….”
나연이 서방이라는 호칭이 꼭 그렇게만 쓰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한 하유진의 얼굴이 민망함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 그렇군요. 잘 몰랐어요. 하하… 그렇구나… 서윤이 누나 소원 성취했네요.”
나서윤의 목적은 하유진도 알 정도로 티가 많이 나긴 했었던 듯했다.
민망함에 물든 하유진의 모습을 사샤가 놀려대었다.
그사이 조용히 접근한 나연이 내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
“그래서, 언제 다시 잘 건데?”
“…그걸 네가 왜 물어봐?”
“서윤이가 절치부심하고 있으니까 말하는 거지. 기껏 사귀게 되었는데 첫날 실패했잖아.”
“애 상태가 그런데 어떻게… 후, 네 동생 갖고 음담패설은 하지 말자.”
“음담패설이라니, 그 정도는 아니지 뭘.”
나연은 사샤가 중급 정령으로 성장하고 내가 나서윤과 연인 관계가 되자 심리적인 선을 열어버렸는지 상당히 친근하게 굴어왔다.
“그래도 너도 생각은….”
“그만해 언니.”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사샤와 하유진, 나연의 고개가 돌아갔다.
“서윤이 누나! 오랜만이에요! 소원 성취하셨다고… 그건 뭐예요?”
“그래,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아, 이건 무법자야.”
나서윤이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에 든 것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하유진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게 여기까지 왔어요? 요새 기승이네요.”
“응. 제국도 골치 좀 썩고 있나 봐.”
“그럴만하죠. 뭐, 누구 탓을 하겠어요? 자기들이 관리 못 한 건데.”
“그래서, 오빠. 이거 어떻게 해? 정보라도 캐?”
“어차피 여기 최근 전투도 뜸해져서 뜰 예정이었어. 성주에게 넘기던가, 치워버려. 우리는 신경 안 쓸 거야.”
“알겠어.”
“어… 두 분 말 놓으셨네요?”
“소원성취한 김에 놓았지. 얼마 안 됐어. 사실 허락은 꽤 오래전에 받았는데, 쉽게 안 놔 지더라구.”
하유진은 그제야 자신의 공백이 실감이 나는 기분인 듯했다.
나연이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나서윤에게 물었다.
“어때? 상급 마법은.”
“아직 안 돼. 이러다가 아멜리아 언니가 마법 먼저 쓰게 생겼어. 그 언니 장난 아니던데?”
“그거야 너랑 다르게 순수 마법사니까. 너는 대신 얼마 전에 마스터 찍었잖아.”
“와, 서윤이 누나답네요. 아직 안 알려진 것을 보면 정말 최근인가 보네요?”
“응. 한 삼일 됐나?”
“또 한 번 제국이 들썩이겠네요.”
“글쎄, 최근에는 타 하층이 많이 열려서 재능 있는 수련자들이 쏟아지는 추세니까.”
“하지만 아직 마스터 경지에 든 사람은 없잖아요.”
그건 그렇다. 미래에 랭커가 될 이들이 미친 듯한 성장을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마스터에 든 사람은 나 하나. 거기에 최근 나서윤이 추가된 정도였다.
지난 1년간 우리 가이아 길드의 명성은 제국 전역에 퍼진 상황이었다.
대표적인 이유는 나지만, 오직 나 하나 때문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중급 마법을 사용하는 마검사 나서윤,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중급 정령을 사용하는 나연과 마지막으로 성녀급 신성력을 자랑하는 주하연 또한 길드가 유명해지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거의 성녀에 가까운 수준의 신성력과 신성 마법을 사용하는 주하연은 현재 성녀가 없었다면 성녀가 되었을 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최근에는 다음 세대 성녀가 아니냐, 아니면 주하연도 성녀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 심지어는 현재 성녀가 잘못되었고 주하연이 새로운 성녀가 되었다는 소문까지 있어 현 성녀 알레나는 교단을 통해 자신의 생존 신고를 해야만 했다.
게다가 나는 차세대 추기경 내지는 다다음 세대의 교황 후보로 이름을 날리는 상황이었다.
성자는 역사적으로 없었다 보니 그런 식으로 생각되는 모양이다.
게다가 내 휘하의 길드원들도 지난 1년간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었고, 이런 쟁쟁한 이들이 뭉친 가이아 길드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아, 오빠. 그러고 보니 아멜리아 언니가 고난의 신전을 이용하고 싶다던데?”
“고난의 신전을?”
“응. 능력치 부족하대. 실험도 하고 싶다고 하고.”
“나중에. 지금은 쓰는 사람이 제법 돼서.”
아직 정보 레벨이 90에 달하지는 못했다. 최근 던전을 가지 못하는 바람에 방랑 상인을 만나지 못한 탓이었다. 그렇다고 못 쓰는 수준은 아니라 기여도가 높거나 실력이 괜찮은 길드원들을 뽑아서 일정 기간 고난의 신전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었다.
“알겠어. 그래도 최우선으로 부탁해. 그 언니 벌써 상급 마법 근처까지 갔더라. 요새는 내가 배워야 할 지경이던데.”
“…그렇군.”
역시 미래의 랭커. 지원을 해주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다.
나서윤이 놀랄 지경이라고. 대부분 나서윤의 밑천을 털어 성장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걸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속도다. 두 달 만에 하급 마법을 쓰기 시작하더니 벌써부터 상급 마법을 바라본다. 본인의 마법 능력 상승을 능력치가 따라오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만약 능력치와 레벨만 아니었으면 1군 파티인 내 파티에 들어왔을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
‘영약 좀 챙겨 줘야겠는데, 이거….’
길드에 대한 충성심도 높은 편이니 챙겨줄 가치가 있었다.
짧은 고민을 하는 와중 일행들 사이에서 모인 김에 밥이나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샤, 가서 다른 사람들 좀 불러와. 유진이도 왔는데 밥은 같이 먹어야지.”
“하, 답답아. 그걸 왜 내가….”
“너 말고 누가 가? 저기 저 껌딱지 같은 내 동생? 이제 막 길드에 돌아온 유진이?”
“너 있잖아. 너. 아니면 다른 사람을 시키면….”
“나는 유진이 앞에서 얘네 둘이 엄한 짓 못하게 감시해야 해서 안 돼.”
지나가던 하인에게 무법자를 던져준 나서윤은 자연스럽게 내게 달라붙어 팔짱을 낀 채 자연스럽게 시선을 사샤에게 향했다.
사샤는 그 눈빛에 떨떠름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빌어먹을. 너 나중에 보자, 답답아.”
“별로 안 무서운데?”
“……젠장.”
교감이 높아짐에 따라 서로를 더 편하게 대하는 둘. 사샤는 내심 마음에 안 드는 눈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받은 것이 무법자라는 말에 파랗게 질린 채 안절부절못하는 하인을 데리고 다른 일행을 부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