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
불길함
“…뭘 이야기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것 때문에 온 거 아닙니다.”
“볼 일 없으면 꺼져!”
의아했다. 뭐, 경계하는 것 정도야 이해는 한다. 동료도 없고 몸도 다치는 바람에 용병 일도 멈춘 지 두 달 쯤 되었다고 한다. 처음 받은 자료에 그녀의 이름이 없었던 것도, 현재 활동하는 용병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멜리아의 상처는 제법 심하다고 한다. 어쩌면 다시는 용병 일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아마 벌어 놓았던 돈으로 버티고 있었겠지.
여관에서 지낼 돈까지 아껴가며 어떻게든 자연 회복하기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저는 제국에서 온 유신후라고 합니다. 혹시 소식을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급속도로 퍼진 내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의아한 목소리로 반문을 해왔다.
“제국?”
“네.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유신후라면, 설마 이번에 오크들이랑 배신자 새끼들을 처리한….”
“맞습니다. 그 유신후입니다.”
스윽.
창 촉이 옆으로 돌아가며 움집의 내부가 슬쩍 드러난다.
더러운 몰골의 여성이 보인다. 몸도 좋지 않다던데 저래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가 진짜 그 아멜리아가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재빠르게 관리자의 눈동자를 사용했다.
[상태 창]
-이름 : 아멜리아 그레이
-나이 : 25
-직업 : 마법사
-LV. 30
-신체 능력
근력 : 33 민첩 : 36 체력 : 15(-15) 마력 : 45
[스킬 슬롯]
고유 스킬 : 마력 친화(전설)
스킬 목록
-마력 회로 개조(전설)
-기초 마법 이론(일반)
-4대 속성 개론(일반)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찾았다.’
맞았다.
확실히 최상급 잠재력을 가진, 그 아멜리아다.
풀 네임은 아멜리아 그레이. 원래라면 그레이 양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탑의 거주민들은 성이 없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관계로 보통 이름으로 부른다. 뭐, 본인이 성으로 불러달라고 언급하는 경우에는 그렇게 부르지만, 아멜리아는 아닌 걸로 안다.
이제 3년차가 되었으니 처음 들어왔을 때 22살이었을 거다. 나서윤도 현재 19살이 되었고 나도 상태 창에 27살로 표기되는 상황이니까.
그런데도 최상급 잠재력이었다니… 보통이 아니다.
마법사인데도 근접 전사로 활동한 덕분인지 신체 능력치가 괜찮다. 고유 스킬은 나서윤과 같은 전설급 마력 친화였다.
게다가 처음 받은 랜덤 스킬 카드에서 전설급 스킬을 먹은 모양이다. 마력 회로 개조라니… 완전히 마법사를 위해 온전히 잠재력이 발휘되는 타입이다.
괜히 미래에 대마도사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 외에 스킬 두 개를 더 배웠지만 등급은 일반에 불과했다. 뭐, 어차피 저 두 스킬은 계속 성장하는 스킬이니 상관은 없었지만.
웃긴건 레벨에 비해 능력치가 비상식적이긴 했다. 나처럼 이끌어주고 퍼주는 사람도 없었을 텐데 순수하게 재능과 노력으로 저기까지 올라간 거다.
능력치에 비해 실력은 중위권 정도로 평가되었다는 것도 이해는 된다.
무기술 관련 스킬도 없었고 직업도 마법사라 직업 보정도 없으니 능력치만으로 싸우는 것에 한계가 있었을 거다.
게다가 능력치와 스킬 구성을 보면 아예 대놓고 마법사인데 무기술에 엄청난 재능이 있던 것도 아닐 거다.
그랬으면 나서윤처럼 마검사가 되었겠지.
“…정말, 제국에서 오신 분이신가요?”
“맞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나저나… 힘들어 보이시는군요. 제국에서 지원 물품을 가져왔습니다. 식량이나 의약품을 무료로 지원받으실 수 있을 텐데….”
‘아, 그런가.’
왜 그녀의 과거가 조명되지 않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현재 티드린드 영지는 제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이다. 물론 마정석 덕분에 거래를 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 이상의 지원과 보호마저 받는 상황이다.
그런데 1회차에서는 그게 헬모사 지역에 베풀어졌다. 지금 온 지원도 적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1회차에 비하면 턱없는 양일 터.
‘여기가 과거 그 정도 수준의 도시로 커지려면….’
아마 군대부터 시작해서 물품 지원도 어마어마했을 거다.
그렇다면 지금 힘든 그녀가 제국의 지원으로 멀쩡히 회복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좋은 숙소, 충분한 음식의 지원에 아마 사제들이 찾아와서 치료까지 해 줬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이 없으니 아직까지 이 모양인 거다.
결국 나 때문이었다.
“…정말이군요. 먼발치에서 본 그 얼굴 그대로네요.”
그사이 관찰을 마쳤는지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사실 지원은 이미 받았어요.”
‘받았는데도 그꼴이었어?’
얼마나 가난하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만족스럽지는 못하셨나 보군요.”
“네. 워낙 사람들이 많이 요구하다보니, 제 차례까지 잘 오지 않더군요.”
직접 나가서 본 것은 아니다보니 상황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부상자에게 부족한 지원이라니. 물품이 그리 많이 부족했나 싶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치료하면 그만이다.
“일단 사제를 부르죠. 치료를….”
“아뇨. 그 전에 용건부터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왜 저를 찾아오셨죠?”
“단순히 저희 길드로 영입할 사람들을 알아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한때 창을 썼다는 마법사의 이야기를 들었죠.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극초기에 직업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밝힌 적이 있기는 할 터. 나는 가볍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마법사? 용케도 그런 오래된 정보를….”
아니나 다를까 밝힌 적이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없는 것이 더 이상하다.
마법사들이 상당히 천대받는 시점이니 중간부터는 잘 말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은 아는 정보일 터.
“…웃기네요. 마법사긴 하지만 저는 창을 썼어요. 그런 쓸모 없는 직업이 뭐라고….”
웃기는 건 나다.
“마법 쓰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써보신 겁니까?”
움찔.
저 마력에 마법 이론에 회로 개조, 속성 개론까지 갖고 있는데다 저 잠재력이 현재까지 마법 하나 못 쓴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마력도 45나 된다. 아마 하급 마법 정도는 쓸 수 있을 터. 그런데 못 쓰는 척하고 있었다.
‘이유가 뭐지?’
“무슨 소리를….”
나는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너무 확신에 찬 표정이기 때문이었을까, 아멜리아는 순순히 실토했다.
“…확실히 당신이 보통 사람이 아니기는 하군요. 맞아요. 쓸 수 있어요. 그래 봤자 활만도 못한 쓰레기 마법이지만.”
…아무래도 상당히 과대평가를 한 듯했다. 아직 무속성 마법 정도밖에 못 쓰는 모양이었다.
‘하긴 마법을 본격적으로 파고들 시간도 지식도 부족하기는 했겠군. 지원도 없었으니 뭐….’
나서윤이 빠르게 배웠기에 아멜리아도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생활이 나아진 이후에나 마법사 아멜리아가 성장한 모양.
그래도 일단 마법 자체는 쓸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상황이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저는 마법사들을 모으고 있거든요.”
“…마법사들을 모은다고요?”
아멜리아는 나를 미친 놈 보듯 바라보았다.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 휘하 마법사가 500명 가까이 되니까요. 하나같이 하급 마법도 제대로 못 쓰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아니 현재 상황을 보면 엄청난 거긴 하다.
미래의 대마법사도 최하급 수준의 무속성 마법밖에 쓰지 못하는 상황인데, 내 휘하 마법 병단은 대부분 최하급 무속성 마법 정도는 사용하며, 이연솔 같은 경우에는 하급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서윤이야 그 재능에 내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으니 예외였다.
‘즉 이 사람도 잘만 키우면 된다는 건데….’
게다가 현재 상황도 좋지 않다. 자기 가치도 모르는 보물이다. 나름 미래의 랭커니까 본인의 가치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내게 유리했다. 하기야 직업이나 현재 탑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의 랭커 복수자와 함께 몇 없는 예외다.
‘심성도 아주 나빠보이지는 않고….’
방금 본 주제에 뭘 아나 싶기도 했지만 적어도 1회차 시절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었다.
좀 경계심이 강하고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하긴 했지만, 엄한 사람을 별 이유도 없이 죽이거나 하는 싸이코 패스는 아니었다.
영국 왕실 길드를 싫어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척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상당히 유감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다른 랭커였다면 아마 대놓고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상황이면 랭커가 유리하다. 그래 봐야 거대 길드들은 손해 좀 보고 결국 살아남겠지만.
직접 확인한 결과 나는 1회차의 그녀에 성격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지금 연을 맺어도 나쁘지 않은 상대다.
“제 파티에 나서윤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올해 19살인데… 중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고, 제 휘하 마법 병단에는 하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원도 있죠. 하급 마법 정도 되면 어지간한 화살보다는 좋습니다. 특히 파이어 볼, 아시죠? 그런 것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걸 쓸 수 있다고요? 제가?”
“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원이 많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나는 마법사들의 가능성과 마법사들이 크기 위해 필요한 것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돈이 많이 들고 그런 지원을 하는 수련자는 자신뿐이라는 것을 어필했다.
실제로 중층을 개방한 하층은 한국과 영국 둘뿐이고 영국은 아직 마법사들을 지원할 여력이 없으니 유일한 것은 맞았다.
단지 재능을 증명하면 중층의 마탑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할 테지만, 수련자들의 성장 방법은 조금 다르니까.
골방에 틀어박혀서 연구만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내가 한창 수련자 특유의 마법사 성장에 대해 말하는 와중이었다.
꼬르르륵.
아멜리아의 얼굴이 붉어진다.
나는 미소지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아직 식전이시라면 함께 드시죠.”
생각해보니 그녀는 가난뱅이다. 설득할 수단이 더 있었다.
***
나는 여러 음식들을 베풀며 설명을 이어나가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음식에 정신이 팔려 내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했기에 나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주변을 관찰했다.
‘그래도 밥 덕분에 움막 안으로 들어올 수는 있었네.’
입구에 서서 일장 연설을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문제는 내부보다 외부가 더 깨끗하다는 거였지만.
당연히 기분 나쁘거나 더럽다는 티를 내지는 않았다.
내부에 별다른 짐은 없었다.
하기야 필요한 것은 인벤토리에 넣어 놓았겠지. 그냥 거적때기로 보이는 침구 정도가 다였다.
나는 식사를 하는 아멜리아를 관찰했다.
확실히 부상을 입었다는 말은 사실로 보였다. 오른팔의 움직임이 어색했고, 다리 한 쪽도 불편해 보인다.
게다가 옷에 가려진 부분에도 상처가 있는 모양이다.
‘옆구리랑… 복부도 움직임이 이상하네.’
가벼운 관찰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마력 상태를 보면 회로에는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그쪽은 다치면 진짜 자연 회복 말고는 회복할 수단이 한정되어 있으니 그녀로서는 천만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두 달은 지났는데 수련자의 회복력으로도 완치가 안 될 정도라니… 도대체 원인이 뭔지 궁금했다.
“흠흠.”
내가 그녀를 관찰하는 사이에 식사가 끝난 모양이다.
“아, 다 드셨습니까. 아멜리아 씨.”
“네. 감사해요. 지원을 받아도 부족해서….”
아까 했던 이야기다. 민망한 나머지 했던 말이 또 나오는 모양이다. 나는 가볍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제 길드에 들어오신다면 숙식이랑… 몸도 치료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역시 다 눈치채셨군요.”
“그 정도 상태라면 모르는 것이 이상하죠.”
조사도 했고. 그녀도 짐작은 하고 있을 거다.
아멜리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움막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식량을 제공해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여기를 구했다는 명성과 더불어 내가 제대로 나서면 그녀가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서이기도 했다.
“뭐, 유명한 이야기죠. 원정 때문이었어요. 처음에 오셨을 때 그놈의 던전 때문에 찾아오신 줄 알았으니까요.”
“…던전이요?”
“네. 이미 돈 때문에 정보는 다 팔아버렸는데… 괜히 더 자세한 정보를 얻겠다고 찾아오는 놈들이 가끔 있었거든요. 돈도 안 주면서. 그나마도 최근에는 무법자들 때문에 찾아오는 이들이 없었는데….”
아마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닐 거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것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그 상처, 저희 쪽에서 치료해 줄 수 있습니다. 유능한 사제가 있거든요.”
무려 성녀다. 아직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내 스킬로도 가능은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보조니까.
“…마법사들 수준이 저랑 비슷한 이들투성이라던데, 그게 도움이 돼요?”
그녀는 무척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물론입니다. 일부는 하급 마법에 입문했어요. 그 수준이면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그래 봤자… 궁수들을 모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텐데….”
자기 힘을 너무 모른다. 뭐, 그 덕분에 헐값에 흥정 중이지만.
“정 도움이 안 되셔도 무슨 상관입니까? 제 돈이 나가는 건데. 그 시간 동안 절 이용해 먹는다고 생각하세요.”
그 시간에 사냥을 한다면 레벨이 더 오른다고 반박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몸 상태를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 낫기 전에 굶어 죽을지도.
“…양심에 찔려서 그렇죠.”
그녀는 내 회유에 마음이 동하는 모양이다.
망설임은 잠시뿐이었다. 그녀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솔직히, 조금 허무했다. 하기야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거절은 불가능하지. 실제로 내가 마법사들을 지원하는 환경과 자신이 받게 될 것들을 눈으로 확인한 후에 입단서에 사인하겠다고 했지만,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나중에 도움이 안 된다고 뭐라 하셔도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녀는 아예 처음부터 뻔뻔하게 나가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당장 사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거의 믿는 모양이다. 하기야 일단 내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위치라는 것 정도는 알 테니까.
나로서는 코웃음이 나올 뿐이었지만.
“그나저나 던전은 뭡니까?”
“아, 그거요. …이미 다 퍼진 이야기니까요.”
아멜리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여러 사건 때문에 아직 공략은 안 되었겠네요. 저희 파티를 멸망시킨 주범인 던전이 하나 있어요. 과거 오크 대전사였던 이의 무덤이라고 하던데, 이름이….”
잠시 생각하던 아멜리아가 곧 떠올랐는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스밸러스… 였어요.”
나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시발.’
왜 네임드 오크 둘이 이런 하층에 왔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빌어먹을. 진짜로 카바락이었나.’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아무리 그래도 하층에 네임드 오크 둘은 밸런스가 이상하다.
내심 지역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1회차 시절에 네임드 오크가 둘씩이나 하층에 찾아오는 이벤트는 없었을 거다. 그게 이번 회차에서 발생한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원인인 모양이었다.
내가 그것이 카바락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베더 요새. 내가 카바락을 만났던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요새였고 내가 일행과 함께 수련을 위해 들렀던 요새의 이름이다.
나는 그곳에서 수련할 목적도 있었지만, 나름 장비도 파밍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 주변의 부락에서 반지 하나를 얻을 수 있는데, 그 반지의 이름이 스밸러스의 분노였다.
등급은 전설. 워 크라이와 도발이라는 쓸모 많은 스킬 두 개에 활력 증진, 피로 감소라는 괜찮은 옵션이 줄줄이 붙은 장비다. 반지에 이런 효과가 줄줄이 붙어 있는 것은 드물기에 간 김에 챙기려고 했던 것이었다. 카바락 때문에 미뤄졌지만.
아무래도 카바락은 그 반지가 그 근처 부족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는 내가 그 반지를 노리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찔러 보기에는 충분했다. 그가 나를 찾을 이유는 충분했으니까.
‘하기야 마지막이 내 허세긴 했지만 그놈 입장에서는 상당한 모욕이었을 테니….’
불길한 예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