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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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나서윤이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나를 제외한 일행 중 가장 앞서 나간 것은 언제나 나서윤이었고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언제나 성실했다.
늘 향상심을 갖고 노력했으며 나를 따라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잘난 척을 하지 않았고 동시에 조바심을 내는 모습을 보인 적도 없었다.
정확히는 내가 다치거나 내 옆에 서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안타까워했고 자신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자각을 하는 것 같기는 했다. 단지 지금처럼 조바심을 못 이겨 제 몸 망치면서까지 수련을 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 바보짓을 지금 하고 있었다.
‘일시적인 거라면 상관 없지만….’
잠시, 스트레스를 받아 한두 번 그러는 거라면 모른다. 하지만 나서윤이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본인도 알면서 제어가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니 여기서 이러고 있겠지.
“…조바심내도 소용없다. 그래서는 되려 퇴보할 뿐이야.”
“…네.”
반발할 만도 한데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나서윤은 여전히 이런 쪽으로는 순종적이었다.
“역시 이번 네임드 오크와의 싸움 때문에 그러는 거냐?”
“맞아요.”
내 물음을, 나서윤은 부정하지 않았다.
잠시 말을 멈췄던 나서윤은, 곧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곧 19살이에요.”
맞다. 며칠 뒤면 아마 상태 창에 표시되는 나이가 19살이 되어 있을 거다.
“그리고 1년 후면 이제 저도 성인이에요.”
“…그래.”
잊지 않았다. 약속도.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마음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런데 여전히 오빠와의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만 있어요. 저는 아직 제 성장이 궤도에 오르지 못해서 오빠와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제 성장은 이제 제대로 궤도에 올랐는데, 제가 봐도 놀라울 정도로 크고 있는데도 여전히 오빠와의 거리는 벌어져만 가네요. 이번 싸움으로, 깨달았어요.”
나서윤은 초조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를 포함해, 일행 모두가 손을 잡아도 오빠에 비하면 하찮은 정도죠. 오빠는 그 괴물과 동급의 존재를 혼자 쓰러뜨리고도, 우리가 겨우 붙잡아만 놓은 이와 마주쳐 그가 순순히 물러나게 만들었어요.”
정확히는 그쪽이 뭔가 목적을 이뤘다며 스스로 물러간 거지만, 그마저도 내가 약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모르기는 했다.
“저는, 20살이 되어서 오빠 옆에 설 최소한의 자격을 얻었을 때, 당당하게 옆자리를 차지하고 싶었어요. 처음 우연히 만나서 오빠가 단지 동정심으로 저와 언니를 받아주었고, 오빠의 지원을 받아 여기까지 올라온, 그런 주제지만, 그런 인연 때문에 오빠가 저를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저는, 당당하게 오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서 그 옆에 서고 싶어요. 그런데 그 길이 도저히 보이지 않아서, 그래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내 옆에 서고 싶다고. 동정심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보다는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서 내 옆에 서고 싶다는 열망을 그대로 드러냈다.
“웃기죠?”
웃긴다. 이상하기도 하고. 마음을 얻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서 옆에 서고 싶다고? 연인이 되고 싶다는 사람의 말로는 안 들린다.
반대로 나를 정말 잘 파악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인연에만 기대지 않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서 옆에 선다면 자신은 절대로 그 위치를 잃지 않을 거라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게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조바심에 이러고 있었다고?”
“…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여러 상황과 행운, 회귀자라는 특성 덕분에 내가 이리 압도적인 것뿐이지, 나서윤은 충분히 내 옆에 설 수 있는 잠재성이 있었다.
‘동정심? 고작 그것 때문에 내가 둘을 받아들여?’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내가 튜토리얼과 미궁을 합쳐서 죽이고 버린 인간이 몇인데.
동정심? 필요에 의해 했을 뿐이다. 그런 감정이 없다고는 못 하겠다. 마모되었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단지 나는 탑에서 되도록이면 실리를 우선해왔고, 그건 앞으로도 유지될 거다.
다른이도 아니고 나서윤이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
아마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기만하지 말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나서윤은 진지했다.
솔직히 성인이 되었을 때 내 옆에 당당히 서는 수준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후 상층에 갈 쯤이면 충분히 옆에 설 수 있을 텐데, 너무 조급해하고 있었다.
하기야 내 일행들이 보기에 나는 불세출의 괴물로 보일 테니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만.
“…죄송해요, 오빠. 괜히 이상한 말만 했어요. 안 그래도 바쁘신데 괜히 저까지… 앞으로는….”
“너는 충분히 강해질 거다. 어쩌면 나보다도 강해질지도 모르지.”
나는 나서윤의 말을 잘라버렸다.
“…네?”
못 믿겠다는 표정의 나서윤에게 나는 말을 이었다.
“네가 강해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여기는 중층이지. 1년으로는 힘들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네가 원하는대로 될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괜한 생각을 할 필요는 없어. 그냥, 지금 처럼만 하면 돼.”
“…네.”
이런 말로 완전히 납득 시킬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연이랑 이야기 좀 해야 하겠네.’
나서윤에 관해 이야기할만한 사람이라면 나연 말고는 딱히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나서윤만의 문제는 아닐 거다. 내 옆에서 당당히 서고 싶어하는 거라면 내 일행들도 마찬가지겠지. 같이 싸우자고 말 하나는 것만 봐도, 짐을 나눠 들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었다.
단지 능력이 부족할 뿐.
나는 나서윤을 다독여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는 사람을 시켜 이른 아침을 준비시켰다.
나서윤은 조금 어색해하긴 했지만, 같이 식사하는 것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나름 추태를 부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참 식사를 하는 중에 일행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간의 생활 패턴 때문에 일찍 일어난 듯했다.
일행들이 합류해 식사를 마쳤고 전투가 끝난 것이 어제다 보니 오늘은 반드시 휴식을 취하라는 말을 강조했다.
나서윤이 조금 찔리는 표정이다.
나는 조용히 나연을 따로 불러내 조심스럽게 요새 어떠냐는 말을 꺼냈다.
“…너에 비하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잘 되고 있기는 해. 최근 사샤랑도 나름 잘 지내고 있고.”
“여전히 한심하지만 말이지. 이번에도 리더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 놓고는 결국 도움만 받았고. 빨리 좀 커라. 내 힘이 이게 뭐냐?”
“…점점 나아지고 있거든?”
나연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표정이었다. 나서윤처럼 초조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기야 일행 중 가장 밑바닥까지 추락했던 애다.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고 최근 성장 속도도 나쁘지 않으니까.
“네 고향을 생각해야지. 답답아.”
“…최선을 다 하고 있어.”
“너무 과하게 생각하지 마. 잊으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그걸로 초조해해도 어쩔 수 없으니까.”
“응.”
“서윤이는 어때?”
나연은 조금 멈칫하더니 곧바로 입을 열었다.
“…최근 기분은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아. 어제 전투가 충격적이었나 봐. 나름 너한테 인정받겠다고 의욕적이었는데….”
나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우리도 다 성장했으니까. 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확실히 어제는 조금 충격적이었어. 그렇게까지 일방적일 줄은 몰랐거든.”
잠시 망설이던 나연이 말을 잇는다.
“서윤이 뿐만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충격적이었다고 하더라. 네가 오늘은 푹 쉬라고 했지만, 아마 다들 맘편히 쉬지는 못할걸? 휴식이 필요하긴 하니 어쩔 수 없이 쉬기는 하겠지만.”
“얘만 좀 태평하지.”
“…나도 그리 태평하지는 않아. 그래도 나는 이제 다시 올라가고 있으니까….”
“그게 태평한 거야 멍청한 계약자야.”
사샤와 나연은 여전히 티격태격했지만 과거와는 다르게 훨씬 나아 보였다.
“…그런가.”
“새삼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져. 분명 같이 시작했는데 말이야. 우리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네가 얼마나 강했을지 상상이 안 가.”
어쩌면 지구를 혼자 구하는 슈퍼맨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며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었다. 어쩌면 가장 성장하고 있는 것은 나연일지도 모르겠다. 능력이 아닌, 정신적인 면에서. 이번 무법자의 처리에 관해서도 별다른 말이 없었고.
‘이건 한바다 덕분인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최대한 신경을 차단하는 듯했다.
좋은 변화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행동한다. 딱 그정도만 되어 준다면 충분하다.
이후 나연과 사샤로부터 일행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듣었다. 이후 나서윤이 새벽부터 수련하고 있었다는 말을 전해주자 나연은 짐작했다는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네 옆에 설 기회를 얻었다며, 너한테 허락받았다고 엄청 좋아했었는데… 갈수록 그런 기색을 보이기는 했어. 성실한 정도를 넘어 조금씩 무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었는데….”
“왜 말리지 않았어?”
“그거야 성과가 있었으니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서 일행에게 지장을 주지도 않았고, 실력이 부쩍부쩍 늘어가는 것이 보였으니까. 내가 뭐라고 하기에는 우리 차이가 좀 많이 났지.”
“그리고 사실 얘도 같이 무리했거든. 자기 성장하는데 바빠서. 언니 실격이지 뭐.”
사샤의 고자질에 나연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초조해하고 무리하면 좋을 것 없어. 너도, 서윤이도 전부 충분히 빠르게 강해지고 있으니까. 결국, 일행 모두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강해질 거다.”
“그리고 그동안 네가 혹사당하고 또 네 것을 우리에게 하나씩 넘겨주겠지.”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전설급 아이템을 하나씩 찾기 시작하면 실제로 일행이 혜택을 엄청 받기는 할 테니까.
아니,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갑옷을 두 개씩 착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나도 챙길 텐데 하도 퍼준 게 많아서 그런지 상당히 예민하다.
“그게 싫은 거야. 이렇게나 많이 받고 나서 하기에는 뻔뻔한 말이긴 하지만. 하기야, 초조해 봤자 도움이 될 것이 없기는 해. 조심할게. 서윤이 한테도… 신경 좀 쓰고.”
“미안하네.”
“아냐. 오히려 말해줘서 고마워. 나는 서윤이 언니니까, 내가 더 신경 쓰는 게 맞지.”
어떤 의미로, 주하연보다 나연이 나은 점이 있었다.
여러 일들을 겪은 덕분인지 나연의 정신적 성숙도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나에 관한 정신적 의존도도 주하연보다는 훨씬 낮고. 게다가 나서윤에 관해서는 이쪽이 더 직통이다.
무슨 일이 있다면 알려줄 것을 부탁한 뒤 나는 숙소를 나섰다.
일행들은 나 때문에 체감을 잘 못하는 모양이지만 저들의 수준은 타 수련자들과 비교가 불가능하며 1회차를 기준으로 해도 미친 수준이다.
저렇게 자괴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뭐 나쁜 상황은 아니다. 반쯤 착각이긴 하지만 저런 상태라면 마음이 풀릴 일은 없겠지.
이번 일이 끝나면 베더 요새로 가서 이전에 챙겨오지 못했던 것을 챙기고 던전이든 변경이든 찾아가서 미친 듯이 굴리면 죽어라 따라올 거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조금 막막해 할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이제까지 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적은 없었으니까. 마음을 다잡기는 할 터.’
나연과 나서윤이 내게 들은 말들을 나름 공유하기 시작하면 끝까지 따라올 거다.
대강 잡생각을 끝내고 성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발품을 조금 팔야야 한다. 시비우스에게 말해두기는 했지만 나도 놀고 있을 수만은 없었으니까.
솔직히 당분간 할 것이 없기는 했다.
늘푸르의 일이 끝나고 돌아갈 때도 호위를 해 줘야 한다. 그렇기에 시간이 남았다.
용병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 여관, 술집이나 수련을 위한 공터 등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외부로 나간 인원들이 제법 많았고 의심되는 사람은 있었지만 관리자의 눈동자로 확인해 봐도 아쉽게도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혹시 몰라 이쪽 지역의 연원이나 전설 등도 알아보려고 했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없었다. 애초에 더 위쪽 지방에서 내려와 이쪽을 터로 잡아 역사 자체가 한두 세대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지역이다.
요새가 완성되기까지는 버텼었고, 완성 이후 버려진 지역이니까. 성 자체가 작은 이유가 있었다.
며칠에 걸쳐 돌아다녀 봤지만 아쉽게도 아멜리아를 직접 발견하지는 못했다.
혹시나 싶어 마탑이 없는가 찾아봤지만, 마탑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기야 애초에 버려진 지역. 마탑이 남아 있을 리가.
결국 4일째 되는 날 시비우스로 부터 용병들의 정보를 받았고, 수 많은 목록을 뒤져가며 유사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조사했다.
그리고 조사 일주일째가 되어서야 드디어 그녀로 의심되는 사람을 찾았다.
내가 못 찾을 만했다.
그녀는 현재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지 못했다.
시비우스가 나를 위해 철저히 조사를 해 준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내가 목적으로 하는 사람을 못 찾는 듯하자 추가적으로 정보를 가져다 주었다. 현재 활동하지 않고 있지만 과거에 멀쩡히 활동 했었고 현재까지 살아있는 사람까지 알아봐 준 것. 그 사이에 의심되는 사람이 있었다.
과거에는 제법 괜찮은 창잡이였다고 한다. 상위권은 되지 못했지만 나름 중위권 수준의 용병으로 제법 아름다운 외모와 괜찮은 능력치로 인해 나름 이름을 날렸다고.
하지만 현재 그녀는 중상을 입은 상태로 제대로 싸울 수 없는 몸이라고 한다.
파티원들은 원정 과정에서 모두 죽었다고. 살아남은 사람은 그녀뿐이라고 한다.
나는 그녀가 머물고 있다는 장소를 찾아갔다.
안 그래도 작은 성. 거의 외곽에 가까운 허름한 거지굴.
나는 시비우스로부터 받은 자료를 확인했다.
이름과 간략히 표기된 외형이 일치한다.
“…실례합니다.”
집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지푸라기 더미. 마치 석기 시대의 움집을 같은 모습이었다.
이 곳에, 미래의 랭커가 존재하신단다.
‘…이상하군. 대마도사가 이런 처지였다는 사실은… 없었던 정보인데?’
과거 처지가 좋지 못했던 랭커는 알게 모르게 그 사정이 민간에 퍼졌었다. 인간의 성장 스토리, 인생 역전은 지구나 여기나 좋은 이야깃거리니까.
그러나 대마도사에게 그런 뒷이야기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저기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내 감각을 속이지는 못한다. 안에, 사람이 있기는 하다.
“아멜리아 씨, 계십니까?”
“…꺼져!”
이름까지 말하며 부르자, 드디어 대답이 들려온다.
탁하고 갈라진 여성의 목소리다.
거친 말과는 다르게 목소리에 힘이 부족하다.
억지로, 허세를 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시간 좀 내 주시죠.”
“씨발, 꺼져! 꺼지라고! 니들 상대 안 하니까 꺼지라고! 알려달라는 거 다 알려 줬잖아! 이젠 그냥 내버려 둬!”
“…아멜….”
“들어오지 마! 오기만 해 봐! 죽여버린다!”
움집의 입구로 보이는 곳에서 창 촉이 튀어나왔다.
자신이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창 끝은 명백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가 불안해하는 감정이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창을 향해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