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167화 (167/317)

# 167

솔직히 말하면, 그냥 해 본 소리였다.

떠본다고 해야 하나?

순순히 물러가겠다는 것도 웃기고, 그들에게 항복한 이들을, 아무리 천대한다지만 포박까지 해서 내놓으라는 소리는 오크들 입장에서 충분히 모욕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였을 거다.

그런데 별다른 고민도 없이,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끄덕이며 허락한다.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현재 고른과 싸운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승산은 높다. 신성력의 고갈로 주하연이 버프들을 줄 수는 없지는 상황이지만 내게는 앨거차의 문신이 있다. 이걸 극한 활성화한다면 이기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과거와 다르게 현재 내 능력치는 평균 90을 상회한다. 즉, 앨거차의 문신을 극한 활성화 한다면 민첩을 제외한 나머지 능력치는 시스템 표기 한계인 100에 달한다.

능력치는 100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차이가 어마어마해지고, 능력치 100이면 과거 랭커만이 도달했던 수치다.

그런 만큼 현재 내가 능력치 100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시스템의 보정을 받고 있고 불사의 육체가 있는 이상 죽지야 않겠지만, 또 요양이라도 했다간 일정이 심하게 꼬인다.

더는 성장을 미룰 수도 없었고 영국 쪽 하층이 개방된 이상 언제 또 다른 국가의 하층이 개방될지 모른다.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방금 내 제안은 이쪽 입장에서 나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고른을 이길 수는 있지만, 내가 승리하는 그 순간 영국 쪽의 무법자들이 모조리 도망갈 터였다.

그리 된다면 제국은 생각보다 일찍 저 암덩어리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1회차에서도 있었던, 훗날 저 무법자들이 제국에 끼친 해악을 생각하면 이리 일찍 무법자들이 풀려나는 것은 별로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다.

어차피 결국 한 번은 거칠 일이기는 하다.

내가 언제까지 따라다니며 무법자들을 처리할 것도 아니고, 제국이 처리하기 시작하면 분명 무법자들이 빠져나가 자기들끼리 성장하며 제국에 온갖 깽판을 부릴 거다.

수련자들의 엄청난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이번 회차에서도 꽤나 골치를 썩겠지.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내가 그 사이에서 몇 가지 덕을 좀 볼 거라는 거고, 그 결과로 제국도 이전 회차보다는 덜 손해를 볼 거라는 점이 있겠지만.

‘그걸 생각하면… 여기 무법자들은 전부 처리하는 것이 나중에 꽤나 도움이 될 테지.’

제국이 나선 상황에서는 무법자들이 살아남아 제국을 좀먹겠지만, 최초로, 내가 나선 곳에서는 단 하나의 무법자도 놓치지 않는다면 나중에 제국에서 좀 뜯어먹을 때 도움이 될 거다.

마침 무법자들도 여기 상당수 모여 있겠다, 오크들을 이용하면 빠져나가는 것들도 몽땅 잡아들일 수 있겠다 싶어서 그냥 던져 본 건데….

나는 슬쩍 상태 창을 확인했다.

쿠니쿠가 죽음으로써 레벨이 올랐다. 확실히 경험치는 이쪽이 크다. 하지만 경험치를 얻을 경로는 넘쳐 흐른다.

“좋다. 그럼 먼저 그쪽에 투항한 인간들을 몽땅 잡아서 넘겨. 그러면 풀어주지.”

“그러지.”

고른은 나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빼버렸다.

나는 도망칠 경우 추적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며 그를 쫓았다.

일행은 내 선택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기야 별로 할 말이 없기는 하겠지. 자신들이 제대로 버텼다면 고른 마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을 테니까.

고른은 본진으로 돌아가더니 곧바로 지시를 내렸고 오크들은 일제히 무법자들에게 달려들어 포박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배신? 미친!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고른 님! 고른 님! 도대체 뭐 때문에…!”

무법자들이 저항했지만 상황은 오크들에게 유리했다.

수는 만만치 않았지만 고른이 적극적으로 나서버리자 그들은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했다.

일부 도망치는 인원이 있었지만 고른 휘하의 병력이 즉시 쫓아가 그들을 잡아버렸다.

성공적으로 도망친 인원은 전무했다.

나는 반심반의했던 마음을 접었다. 이렇게까지 한 마당에 연기라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실제로 무법자들의 반항에 죽은 오크도 제법 되었고 무법자들도 일부는 포박 과정에서 사망했다.

어이가 없지만, 저쪽은 진짜로 무법자들을 제물로 이 장소를 벗어나려는 것이었다.

저들의 갑작스러운 내분에 헬모사 성 내부의 인원들은 웅성거리고 있었다.

포박이 끝나자 고른이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되었나?”

“본진에 남은 이들도 있을 텐데?”

“그렇군. 알겠다. 그들도 모두 너희들 쪽에 넘기지.”

일망타진을 위해 저들과 동행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건네받은 무법자들을 내 휘하 길드원들에게 넘기고는 엘리자베스 공주를 불러들였다.

“길드원들 좀 지원해 주시죠.”

“…무법자들 본진에 남은 이들까지 모두 받으실 생각이신가요?”

엘리자베스 공주는 어딘가 긴장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맞습니다. 혼자서 모두를 데려오는 것은 무척 성가시니까요. 설마 그만한 규모가 되지도 않는 것은 아닐 테죠?”

“…평길드원들이 남아 있어요. 얼마든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끄덕.

곧바로 넘겨받은 무법자들이 최대한 반항했지만, 내 휘하의 정예 길드원들은 그들의 반항을 가차 없이 짓밟았다.

아무리 타 지역이지만 무법자들이 어떤 이들인지 잘 아는 그들이다. 내 휘하의 길드원들은 저들을 무척이나 거칠게 다루었다.

헬모사 성의 문이 열리고 곧바로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길드원을 관리한 사람을 불러들였다.

약간 시간이 걸렸는데, 아무래도 자신 휘하의 길드원 일부가 배신해 저쪽에 붙은 모양이었다.

‘개판이었군.’

그 대단했던 영국 왕실 길드가 사실 이렇게 사상누각일 줄은 몰랐다.

나는 어처구니없는 마음을 감춘 채 고른을 감시하며 길드원들의 지원을 기다렸다.

내신 내 길드원들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나름 안전을 기하기 위해 죽어도 상관없는 녀석들을 데려갈 생각이었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의심해야 한다. 저건 딱 봐도 이상하다. 저런 오크는 나도 처음이었다.

길드원들을 내게 넘긴 엘리자베스 공부는 수치스러운 표정이었다. 하기야 돌아오자마자 들은 소식이 자기 휘하 길드원들의 배신이니까.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적은 수도 아닌 모양이었다. 정말 1회차 제국이 여길 위해 얼마나 전력을 쏟아 부었을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곧바로 무법자들의 진형으로 이동해 자연스럽게 그들을 기습한다.

오크들의 귀환을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별다른 의심이 없었고 나를 비롯한 오크들은 손쉽게 무법자들의 마을을 점령해 버렸다.

“하, 하하… 우리의 최후가 이딴 거라고? 웃기지 마! 젠장! 제기랄!”

재수가 없던 거다. 어차피 1회차에서도 제국에 의해 토벌된 이들이다.

제국의 전력이 기울여진 만큼 초기 개방된 하층답지 않게 무법자들이 살아남지 못한 곳이다.

그리고 어차피 약육강식이 상식인 장소다. 약한게 죄일 뿐이다.

영국 왕실 길드원중 대표로 보이는 이가 내게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고, 나는 손을 저어 그를 쫓아냈다.

대신 나는 고른을 향해 다가갔다.

“…정말 약속을 지켰군. 오크가 이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는데?”

무법자들을 우리에게 넘긴 즉시 다른 오크들은 빠져나가고 있었다.

“말했을 텐데? 이미 목적은 이루었다고.”

“그 목적이 뭔지 알려줄 생각은 없고?”

“말하지 않을 이유도, 말해줄 이유도 없으니까.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꺼져.”

“…정말 들었던 대로군. 예의가 없어.”

말을 내뱉은 고른은 즉시 몸을 돌려버렸다.

“…뭐?”

들었던대로?

누구에게 듣는다는 말인가?

그러나 고른은 대답할 의사가 없다는 듯이 빠르게 자리를 빠져나가 버렸다.

뒤쫓아 붙잡고 정보를 캐내고 싶었지만, 그가 대답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대로 전투가 일어나겠지. 설령 붙잡는 것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크로부터 정보를 끄집어내는 것에 성공한 적은 정말 손에 꼽힐 정도로 희귀하다고 알고 있었다.

헛수고다.

‘…설마 인간 쪽에 첩자가….’

그런 경우는 1회차에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설마 숨겨진 이야기인가?

순간 카바락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설마. 어떻게 카바락이….’

오크 왕자긴 하나 서른세 번째 왕자에 불과하다. 그래도 마스터의 경지에 든 영웅 오크니 그를 따르는 이들이 없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어떻게 여기를 콕 집어서 마스터를 둘씩이나 보낸다는 말인가? 아무리 오크가 강대해도 마스터가 썩어날 정도로 많은 것도 아니다.

차라리 인간의 첩자가 더 신빙성 있겠다.

나는 고개를 저어버렸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황제에게나 알려주면 알아서 조사해 보겠지.

나는 영국 왕실 길드원들과 함께 무법자들을 압송해 헬모사 성으로 이동했다.

성으로 돌아가자, 엄청난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

“마스터다! 우리의 구원자시다!”

“만세! 만세에에!”

압도적인 전투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결과였다.

하기야 이런 변방, 그것도 하층에서 마스터를 보는 것은 처음이겠지.

게다가 내가 오지 않았다면 나와 동급의 괴물 둘을 상대해야 했던 이들이다. 그리고 그건 불가능하다. 모두 죽거나, 포로가 되어 무법자들의 노리개가 되었겠지. 그리고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었고, 그 공은 사실상 모두 나의 것이다.

내게 감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그런 나를 향해 나름 옷을 갖춰 입은 한 남성이 나를 찾아왔다.

“구원자 님을 뵙습니다. 헬모사 성의 성주를 맡고있는 코리엘입니다.”

피곤에 찌든 젊은 남성이었다. 대충 30대 정도로 보였는데, 직책이 성주라면 젊다기보다는 솔직히 어린것이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성민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성주는 어떻게 보면 비굴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게 깊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아뇨. 그러려고 온 것이니까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내가 말을 높여 줄 줄은 몰랐는지 코리엘은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지만, 곧바로 표정을 수습했다.

“그, 작지만 환영을 위해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자리를 빛내주셨으면 합니다. 피곤하시다면 숙소도 준비되어 있으니….”

상당히 조심하는 모습이다. 하기야 혼자서 여기 영지 정도는 멸망시킬 수 있는 것이 나다. 거기에 더해 내 휘하 병력들까지 생각하면…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대기는 하지.

“참석하죠. 준비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기대는 되지 않는다. 성주라는 사람의 복장만 봐도 여기 상황이 얼마나 좋지 못한지는 알 수 있다. 적당히 맞춰주는 기분이 강했다.

예상대로 만찬은 만찬이라고 불리기에는 상당히 초라했다.

하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나름 황제 쪽에 종속될 귀족이니 굳이 방종한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었다.

1회차와 다르게 황제의 지원이 사실상 빈약할 테니 그리 크지는 못하겠지만….

‘티드린드 처럼 마정석 광산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최대한 써 봐야 오크들과의 전쟁을 위한 전초 기지가 한계인 영지다. 훗날 땅이라도 수복한 뒤라면 모를까 내가 제국에 몇십 년 씩 있을 것도 아닌데 무의미하다.

그래도 내가 기본적으로 형성하려는 이미지가 있는 만큼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맞았다.

여러 대화가 오간다. 황실을 대신해 온 만큼 이것저것 이야기할 것들이 많았다.

엘리자베스가 가볍게 언급하긴 했지만 일단 명목상 일행을 대표하는 것은 나와 놀푸르다. 실무자인 놀푸르는 이미 헬모사 쪽의 행정관과 접촉하는 상태. 나와 영주는 가장 큰 줄기와 꼭 알려야 할 이야기들이 오간다.

시비우스의 부탁의 해결도 간단했다.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쓰는 상인이라는 언급 정도면 충분하다. 등장이 극적이었던 만큼 내 말을 무시하기는 불가능하니까.

선을 지키고 자기 사람을 챙긴다는 인상을 준다. 저런 요구는 내가 구축하려는 이미지에 어긋나지 않은 만큼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뭐, 그래도 상인들의 대표인 늘푸르 만큼 이득을 보기는 힘들겠다만, 어차피 그들의 목표는 상인으로서의 커다란 성공은 아닌 만큼 별다른 상관은 없을 터.

만찬이 끝나고 준비된 숙소로 향했다.

무법자들의 처리는 전부 영국 왕실 길드에게 떠넘겼고 구원도 끝났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운이 좋았다. 덕분에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하루를 쉬고 난 뒤 나는 곧바로 시비우스를 찾았다.

“아, 유신후 님. 어쩐 일이신지….”

기본적으로 황실 정보 단체 소식임을 숨기는 만큼 비밀리에 찾아야 했기에 일부러 새벽녘을 노렸다.

잠에서 덜 깨어 졸려 하는 상태인 그에게 나는 가벼운 사과를 전했다.

“이른 시간에 미안하군요.”

“아닙니다. 오히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벌써 제 부탁을 이행하셨더군요.”

내가 새벽부터 찾아온 이유도 짐작하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영주가 엄청나게 빠릿빠릿했다.

말한 지 하루 만에 벌써 행동했을 줄은 몰랐다. 덕분에 요구하기가 편했다. 나는 곧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무법자들은 전부 처리된 만큼 그쪽 정보는 필요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 외에는 엘리자베스 휘하의 길드원들과 그 외 용병으로 활동하는 이들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했었는데… 후자를 우선해 주셨으면 해서 그걸 말하려고 왔습니다.”

수련자들이 수천일 거다. 여기서 활동하는 용병이라고는 하나같이 수련자들일 터. 여기는 고립되었던 곳이 만큼 외부에서 용병이 유입될 길은 그쪽밖에는 없었다.

아마 용병들의 존재는 황실 정보 단체가 의아하게 생각할 테지만, 진실을 아는 황제가 문제 삼지 않을 테니 상관은 없을 거다.

내가 하는 짓도 인재를 찾는 것 정도로 보일 터. 그러니 내 요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겟지.

나는 상위권 중심으로 알아봐 달라고 했고, 혹시 몰라서 여성 용병들은 특히 신경 써서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건 좀 노골적이라 이상하게 생각할 수는 있었다. 그래도 별수 없다.

아멜리아의 특징을 콕 집어서 말하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하면 황제까지 이상하게 볼 수 있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발품을 조금 팔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군요. 물론입니다.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할 겁니다. 용병 쪽은 그쪽 신분으로 온 이도 있으니 어렵지 않습니다. 금방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최대한 빨드게 알아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길드 쪽은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시비우스는 내 요구에도 수긍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속으로는 여성 편력이나 여색을 밝힌다고 볼지도 모르지만 그게 크게 흠이 되는 세계도 아니니까.

남자나 여자나 그쪽으로는 개방되었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

요구가 끝났으니 더는 볼일이 없었고, 나는 그와 헤어져 곧바로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돌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의아한 상황과 마주했다.

“합! 흐압!”

내 일행들은 기본적으로 일찍 일어난다. 강함이 생존과 직결된 세상이고 내가 솔선수범한 면이 있었기에 아침 훈련은 당연한 일상이다.

하지만 어제의 전투를 생각하면 오늘은 푹 쉬어주는 것이 맞았다. 게다가 시간도 평소보다 이르다.

이미 수련을 시작한 지 꽤 시간이 지났는지 온몸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나서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접근했다.

“몸 망가진다.”

흠칫.

“…오빠?”

갑작스러운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급하게 고개를 돌리는 나서윤. 그녀는 말을 건 상대가 나라는 것을 알았는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버, 벌써 일어났어요?”

“일이 있어서. 그런데 뭔 수련이야? 어제 전투가 만만한 것은 아니었을 텐데? 휴식도 수련이다. 너도 잘 알잖아?”

“그, 그게….”

나서윤은 당황한 기색을 제대로 숨기지 못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서윤을 살폈다.

솔직히, 이제껏 이런 적은 없었기에 혹시나 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이유가 없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초조한 거냐?’

꾹.

나서윤이 입을 앙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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