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
요양과 유명세
“크윽, 커헉…….”
“오, 오빠, 거의,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격통이 몸을 달리고 있었다.
베더 요새에 가까워질수록 몸이 고통을 호소한다.
앨거차의 문신의 극한 활성화가 풀리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부작용이 전신을 강타했다.
게다가 전투의 데미지와 경지의 상승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까지 겹쳐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고통이 찾아왔다.
“흐아… 쿨럭!”
나는 나서윤에게 반쯤 기댄 상태로 운반되고 있었다.
고통이라면 참을 만했다. 실제로 나는 최악의 고통이나 다름없었던 앨거차의 문신을 얻은 던전과 바리치의 문신을 얻은 던전에서의 극한에 달하는 부작용과 그 고통조차 견뎌낸 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이건, 몸에 영구적인 신체 데미지가 새겨지는 과정이었고, 동시에 경지를 견디지 못하는 몸뚱이가 천천히 망가지는 신호였다.
앨거차의 문신이 비활성화되면서 신체 능력치가 대폭 하락했다.
문제는 그로 인해 지금의 마스터라는 경지에 비해 육체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했고, 스스로의 몸을 갉아 먹는 상황에 다다랐다.
1회차의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
덕분에 마력 회로가 시스템의 보정이 거의 없는 상태로 빠르고 격렬한 마력의 움직임을 감당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격통과 토혈이 이어지고 있었다.
일행이 보기에, 내 상태는 끔찍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고통을 견디면서도 현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사의 육체 숙련도가… 엄청나게 쌓이고 있군.’
뿐만 아니다. 체력과 마력이 현 경지를 버티기 위해 꾸준히 성장하는 와중이었다.
불사의 육체가 없었다면 몸에 영구적인 손상이 가해졌을 터다. 마스터의 경지가 제살깎아먹기 바쁜 경지도 아니고, 그냥 경지만 높아졌다면 영구적인 손상까지는 가지 않은 채 한동안 요양만 했다면 스스로 성장함으로써 과도기를 견뎌냈을 텐데, 전투 중에 경지가 오르기도 했고 앨거차의 문신 후유증이 겹치는 바람에 최악의 상태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불사의 육체 덕분에 영구적인 손상은 피해가고 되려 능력치의 성장에 가속이 붙을 판이다.
그 유명한 환골탈태라도 했으면 간단히 해결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런 것과 나는 연이 없는 듯했다. 1회차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어지간한 손상을 입지 않은 상태로 능력치가 크게 부족한이가 재능 덕분에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르면 환골탈태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에는 노폐물이야 전설급 영약으로 밀어냈고, 부족한 능력치야 어마어마한 보정으로 때우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능력치도 엄청나게 부족한 정도는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 앨거차의 문신 휴유증만 아니었으면 요양으로 끝날 수준이었다.
그래도 불사의 육체가 있는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지금도 요양으로 끝낼 상황이기는 했다.
이 고통을 견디며 요양만 잘 마친다면 상당한 진전을 얻을 수 있을 터. 아마 앨거차의 문신 없이도 경지를 견디는 육체를 얻을 수 있을 테고, 거기에 더해 앨거차의 문신까지 활성화할 수 있다면 슬슬 랭커를 바라보는 능력치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슬슬, 전설급 장비를 하나씩 모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 일행은 내가 죽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상태였고, 남은주는 자신이 지닌 힐 스킬을, 주하연은 여신의 손길로 모자라 성역 선포까지 써가며 내 육체를 회복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문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최대치로 회복한다고 한들 내 육체는 다시금 손상을 입었고, 전설급 회복 스킬이라고 한들 저 정도 레벨과 부족한 숙련도, 얼마 되지 않는 능력치로는 마력 회로를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헛수고에 불과했고, 내 몸은 불사의 육체 스킬에 의지해 연명, 동시에 꾸준한 성장까지 하고 있었다.
나서윤은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자신 몫의 최상급 포션을 꺼내 내게 들이밀었다.
“오빠, 이거, 이거라도 드세요.”
최상급 회복 포션. 이것의 가치를 모르는 것은 아닐 거다.
탑에서 지내며 이것저것 소식도 접해 보았을 테고, 이 최상급 포션의 값어치 또한 충분히 알 텐데도 불구하고 나서윤에게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제서야 생각난 것인지 일행들 또한 하나씩 포션을 꺼내 나를 향해 내밀었다.
“형, 저도, 제 것도 있어요. 빨리, 빨리 먹어요.”
“그러고 보면 최상급 포션은 여분의 목숨이라고 했어요… 분명, 분명 괜찮아질….”
여분의 목숨은 엘릭서고. 물론 현실적으로는 최상급 포션 정도만 되어도 여분의 목숨이나 다름없기는 하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그렇게 불리기도 하고. 확실히 이걸 먹으면 마력 회로 또한 어느 정도 회복되니, 현실적으로 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포션이라는 말에는 나 또한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포션을 거부했다.
“괜, 찮아.”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요! 신후 씨, 빨리, 빨리 먹어요. 계속 피 토하고 있잖아요. 이대로 가면….”
“불사의, 육체 숙련도가 오르면서, 회복되고, 있습니다. 조금 오래 쉬긴 해야 할 테지만, 요양만 하면 괜찮아집니다.”
“이, 답답한 리더야! 무슨 개소리야! 고작 포션이 아까워서 그냥 참겠다고? 니가 답답이냐!”
숙련도가 오른다. 미래를 생각하면 참는 게 더 옳다. 지금 덜 아프겠다고 이런 기회를 버릴 수는 없었다.
“됐, 다고… 쿨럭. 능력치 성장한다고… 지금이 적기, 야.”
“이, 이… 강해진다면 똥물도 퍼먹을 놈아!”
“거, 편하고, 좋은, 방법이네.”
내 농담 아닌 농담에 일행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도대체, 왜….”
“그냥, 돌아가서, 보고나 하세요. 거의 다 왔지 않습니까….”
확실히 베더 요새는 멀지 않았다.
가서, 정찰한 결과만 가져가 준다면 의뢰는 끝난다. 일대에서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리려던 목적은 날아갔지만, 일행을 키우는 대신 내가 경지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으니 오히려 이득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일행 레벨 올리는 거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 경지는 솔직히 나중에 올릴 자신은 있었지만 그게 이렇게 빠른 시점이 될 줄은 몰랐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요양을 하는 동안 적당한 던전 위치나 알려주고 일행들이 수련할 수 있도록 하면 그만이었다.
가능하면 오크들과 싸우면서 공적도 쌓고 영향력도 올리며 꾸준히 성장하기를 바랬지만, 아쉽게도 시기가 상상 이상으로 이르다 보니 변수가 너무 많았다.
고생과 고난을 극도로 피하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면 좋지 못하지만, 고난도 고난 나름이지 아직 레벨도 50이 채 안 된 상태로 네임드 오크를 만나는 것은 고난이나 시련의 레벨이 아닌 자살 수준이다. 차라리 계획을 변경해 적당한 보상이 존재하는 던전으로 보낼 계획이었다.
거기서 레벨 50을 만들고 그사이 나는 몸을 회복한다.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줘야 할지 고민해야 하겠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으니까.
일행의 2차 전직을 마치고 그 이후에나 다시 오크들과 싸우며 전설 등급 아이템을 모을 생각이었다.
결국 나는 최상급 포션을 마시지 않았고, 일행들은 분통이 터진다는 얼굴로, 하지만 걱정을 한가득 안은 채 베더 요새로 복귀했다.
우리가 가져온 소식을 들은 용병 길드는 기함하면서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네임드 급 오크?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 여기 같은 변방에 무슨 네임드급 오크가 나온다는 말이야. 게다가 그 수준의 오크가 나왔다면 애초에 그대들이 살아올 리가 없지 않나?”
“…저희 파티장 님이 그 네임드급과 싸우면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셨고, 덕분에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마스터? 마아스터? 말이 돼는 소리를… 끽해야 20대 중반이나 되어 보이는 놈이 무슨 마스터란 말이야? 제국 제1검께서도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신 것은 30대의 나이야!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어이없다는 듯한 담당자의 말. 그는 결코 우리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상한 것은 아니다. 수련자들이 등장하기까지, 제국에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르려면 아무리 천재라도 30대는 되어야 했었으니까. 뭐, 역사 속에 20대 나이에 마스터에 들어간 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역사 속에 존재하는 괴물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내 나이는 20대, 아무리 잘 쳐줘도 20대 후반이다. 그런 자가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 담당자가 믿지 못하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확인해 보세요. 위치는 지도에 표시해 뒀습니다. 흔적만 봐도, A급 용병과 최정예 전사가 낼 수 없는 흔적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직접 보고 확인하세요. 저희 파티장 님은 이번 싸움으로 큰 부상을 입으셔서 요양을 하셔야 합니다. 이후 소식은 저희가 머무는 여관으로 보내세요. 아, 그 네임드 말고도 주변에 오크 정예 전사들이 다수 보이더군요. 아마 죽었다던 용병들은 그들에게 당했을 거예요.”
무시하고 싶었을 테지만, A급 용병 하나와 B급 용병 여섯이 나가서 가져온 정찰 결과다. 결코 무시할 수 없을 터. 결국 용병 길드는 사실 확인을 위해 사람을 보냈고, 우리가 가져온 정보가 사실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국 전역에 내 소식이 퍼지고 말았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버린 용병.
그 주인공이 나임을 깨달은 황제는 즉시 정보를 차단했지만, 알만한 놈들은 이미 충분히 알아버린 뒤였다.
“…이런 결과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과거 우리를 초대했던 기사 아일딩. 그가 내가 쉬고 있는 여관으로 찾아왔다.
나는 몸이 다 낫지 않은 상황이라 양해를 구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자리에는 우리 파티원의 서브 리더 자격으로 주하연이 동석했다.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죠. 이 꼴이기는 합니다만….”
“폐하께서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설마 벌써 자격을 증명하려 들 줄은 몰랐다고… 솔직히 이 정도면 최소한의 투자는 가능할 거라고 말씀하셨을 정도입니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긴 하지만, 결정은 폐하께서 하는 것이니까요.”
최소한의 투자. 만약 내가 수련자라는 것을 몰랐다면 당장 합격이라고 했을 텐데, 황제는 이미 플로어 마스터에게 들어 수련자에 관해 대충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에게 20대 나이에 마스터라는 것은 최소한의 투자가 가능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아일딩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귀가 쫑긋 서는 것을 느꼈다.
“최소한의 투자… 말씀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셨죠. 단, 유신후 님이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확인하라고 하셨는데….”
“아일딩 기사님, 그건 참아주셨으면 해요. 신후 씨 현재 몸 상태는 최악이니까요.”
고작 3일. 요새로 돌아온 지 고작 3일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내 몸이 완전히 회복하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필요할 것 같았다. 솔직히 회복에만 집중한다면 기간을 반 이하로 줄일 수 있겠지만… 기껏 얻은 기회다. 나는 불사의 육체를 가능한 한 최대로 단련하고 싶었다.
체력과 마력도 꾸준히 성장하는 만큼 나쁜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솔직히 고난의 신전을 이용하는 것보다 빠를 정도였다.
“…그렇다면 증명은….”
“다음에 했으면….”
“그 최소한의 투자, 그게 뭡니까?”
“신후 씨!”
나는 둘의 말을 끊으며 말했고, 주하연은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정보,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보, 요?”
“…극비입니다. 황실 정보 단체를 이용하실 수 있는 권리를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정보 단체.
생각보다 훨씬 좋은 투자다. 어째서 영국 왕실 길드가 수련자 최대의 길드가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런 식으로 지원을 받았으니, 당연히 최고의 길드로 성장하지. 준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용할 수는 있다. 모든 정보를 갖다 바치지는 않겠지. 하지만 수련을 위한 정보는 아마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을 거다.
정보는 무척 중요했다. 나만 해도 당장 정보는 도적 길드 쪽과 연계할 생각이었다.
정보 단체를 만들려면 시간도, 돈도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고 난 뒤 이미 자리를 잡은 놈들과 연계할 생각이었는데….
‘황실 정보 단체? 당연히 받아야 한다.’
도적 길드도 상당히 좋긴 하지만, 황실 정보 단체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봤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도적 길드가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단연 황제 직속이 낫다.
게다가 양질의 정보를 생각한다면….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에일딩 경, 검을.”
“신후 씨!”
“리더, 미쳤어?”
언제 왔는지, 사샤가 몸을 드러내며 외쳤다.
“네가 왜 여기에 있지?”
“그게 중요해? 하, 그나마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놈이 이런 힘에 미친 놈이라니… 리더, 넌 도대체가!”
“조용히 좀 해. 머리 울려.”
“정령…입니까? 아, 이 아이가 타락한 정령의 동굴에서….”
아무래도 그쪽 소식도 이미 들어간 모양이었다.
“많이 알고 계시는군요.”
“제가 만나 뵐 분에 관한 정보니까요. 황실 정보 단체로부터 정보는 모두 받았습니다. 말을 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정말 약하긴 하군요.”
“약하긴 누가 약해! 내가 약한 게 아니야! 이게 다 답답이가….”
나는 황실 정보 길드가 더더욱 탐나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라면 괜찮습니다. 조금 더 쉬면 돼요. 포션이라도 하나 먹죠. 황실 정보 길드… 하연 씨, 정보의 중요성은 잘 알지 않습니까?”
“몸이 다 낫고 해도 안 늦어요! 굳이 몸 버려가면서 그럴 필요는 없어요!”
“맞아 리더, 이 멍청아!”
“제가 쉬는 동안, 다 같이 쉴 생각입니까? 제가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아니에요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그것과는….”
“확실한 정보만 있다면 이번처럼 변수가 많은 상태가 아닌, 변수가 최소화된 상태에서 다 같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50. 잊지는 않으셨겠죠?”
2차 전직. 주하연이 입술을 깨문다.
“…저희끼리 알아서 할게요. 신후 씨는….”
“조금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군요. 아일딩 기사님? 확인, 안 하실 겁니까?”
“신후 씨….”
“…나도 몰라!”
내 고집에 사샤는 열 받은 표정으로 밖을 향해 나가버렸다.
아무래도 일행에게 여기 상황을 말할 것 같았다.
“…폐하께서도 유신후 님이 아프신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이것도 드리려고 했고요. 일단 받으시죠.”
아일딩은 품에서 최상급 포션 3개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정도면….’
괜찮다. 잘도 계산했네. 아니, 오히려 남을지도.
“아마 3개 정도면 확인하시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원치 안으시면 나중에….”
“하죠.”
나는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고 주하연은 내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에 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건네받은 검에서는 검강이 솟아올랐고 아일딩은 동요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애써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홀하다. 기껏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 놓고는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다. 새삼스럽게 내가 과거의 내 경지마저 뛰어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쿨럭!”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기껏 단련되고 버티던 회로가 무리함에 따라 다시금 각혈을 하고 말았다.
‘어쩌다 이리 병약한 포지션이 되었더라?’
나는 반즘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입가의 피를 닦았다.
“신후 씨! 어서!”
주하연은 곧바로 내게 포션을 들이밀었고, 며칠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다.
두 병의 포션을 마시고 난 뒤에야 가까스로 이전의 상태를 회복했다. 하나는 낭비라고 생각해 그냥 챙겼다.
“…사실이셨군요. 20대의 마스터라…. 경의를 표합니다.”
아일딩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왔다. 이전에 우리를 초대하기 위해 숙였던 것보다는, 보다 더 사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별말씀을. 그리고 덕분에 이 모양 이 꼴입니다. 하하.”
나는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긴했다.
“…그런 몸으로 이런 곳에서 계시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폐하께서 정보를 차단하긴 했지만, 유신후 님이 마스터의 경지에 달했다는 것은 어지간한 이들에게는 알려졌을 터. 현재는 폐하의 눈치를 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심스럽게 접촉해올 것입니다.”
하기야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내가 미래의 제국 제1검으로 보일 터였다. 당연한 관심이다.
“그런 만큼, 유신후 님이 쉬실 곳을 폐하께서 제공하고자 합니다.”
“…흐음 티드린드 영지에서 쉴 계획이었습니다만… 곧 있으면 텔레포트 게이트가 설치되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장소죠. 일행분들도 아마 충분히 만족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어디길래?”
“대신전입니다.”
“…대신전이요? 설마 황도의 그 대신전은 아니겠죠?”
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고, 에일딩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그 대신전 입니다.”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