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오크
제국의 주적, 오크.
그 수가 인간보다도 많을지 모른다는, 동시에 인간이 멸망하지 않는 한 그 수가 인간을 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듣는 종족이다.
오크의 성장 기간은 인간에 비해 극도로 짧다. 5년이면 오크 기준으로 성인이 될 정도며, 그런 주제에 수명은 인간보다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라 단순히 종족 자체로 본다면 인간보다 상위 종족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오크들이 성인이 되어 10년 이상 살아남는 경우는 극히 희박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흉포한 본성으로 인해 인간과의 전쟁에 당연하다는 듯이 참가하고, 그 결과 수도 없이 많은 오크들이 죽어 나가기 때문이었다.
인간도 그 전투로 인해 제버 많은 병사나 용병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오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오크들의 무력은 인간처럼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5살이 되어 성인이 된 오크는 어지간히 훈련된 병사보다 강건한 신체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몇 번의 전투를 거쳐 살아남아 전사로 인정받은 오크들은 각자가 C급 용병에 준할 정도로 강해지며, 정예 전사쯤 되면 오크가 검기를 사용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 위로는 오크들은 딱히 부르는 호칭이 없지만, 인간들끼리 최정예라 부르는, 검기를 중첩해 사용하는 정예 전사들이 있고, S급 용병에 준하는 영웅, 다른 말로는 네임드 오크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 오크들 중에는 오크 대전사라 불리는 괴물들이 존재한다. 오크족 최후의 괴물들. 각자가 랭커에 준하는 악마 같은 이들이다.
수많은 전투를 견디고 성장하고 성장하고 성장해서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정상에 오른 괴물들. 정점에 달하는 능력치와 전설 스킬, 전설급 장비로 무장한 랭커를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존재가 바로 오크 대전사라 할 수 있었다.
내가 일행을 이끌고 찾아갈 베더 요새는 따지자면 접경지 중 변방에 가까운 장소다. 물론 아주 변방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게, 아주 변방으로 가버리면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일행 수준이 아주 덜떨어진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일행의 평균 실력은 B등급은 충분히 될만한 수준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나연은 고대 정령을 얻었고, 하유진 또한 자신의 특성을 극도로 강화해 줄 전설급 은신 스킬을 얻었다. 하층에서 제대로 계승 받은 3명과 그런 그들에게 당장은 전혀 밀리지 않는 한바다. 이런 인원들이 완전 변방으로 넘어가 고작 일반 오크나 전사 계급의 오크들과 싸우는 것은 낭비에 가까웠다. 내 전투력이야 평시 A급 용병, 앨거차 문신을 극한 활성화 시키거나 오크와 같은 바리치의 문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적과의, 그것도 일정 수준 이하인 다수와의 전투 시에는 S급 용병에 해당하는 이상 더더욱 그랬다.
그렇기에 내심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베더 요새를 선택했다. 난이도도 괜찮고, 이 근처에서 얻을 것도 있었으니까.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 베더 요새로 이동한 우리는 며칠 정도는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앨거차의 문신을 극한 활성화한 덕분에 나도 휴식이 필요했고, 나연 또한 정령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알아갈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3일이 지난 이후에야 우리는 의뢰를 받기 위해 용병 길드를 찾아갔다. 어차피 용병패 갱신에 하루 정도는 걸릴 터. 미리 받아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 극한 활성화라는 거, 되도록이면 쓰지 않는 게 좋겠어요.”
“저도 되도록이면 쓰고 싶지 않습니다만, 필요한 순간에도 안 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니까요.”
“…그렇지만….”
“걱정하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무기를 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아실 텐데요? 저에게는 불사의 육체라는 기술도 있으니 후유증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내게 간섭하는 주하연의 말을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끊어냈다.
이해는 한다. 연인이, 그런 위험한 기술을 쓰는 것이 좋지만은 않겠지. 특히 자신이 부족하기에 무리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받은 기술이다. 쓰지 않을 거라면 굳이 찾아와서 익힐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게 걱정이면 오히려 더 많이 써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지.’
많이 쓰면 본래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아서 점점 약해지지만, 불사의 육체가 있는 나로서는 쓰면 쓸수록 불사의 육체 숙련도가 오르고, 덕분에 점점 후유증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생긴다.
일행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수련 시 고의로 마력을 이용해 자해하는 경우가 잦았다. 미리미리 다쳐서 불사의 육체 숙련도를 올려놓아야 정말 위험한 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으니까.
덕분에 과거 처음 불사의 육체를 얻었을 때와 비교해 회복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빨라진 상태였다. 최고 수준인 숙련도 MAX에 도달하려면 한참 남았지만.
우리가 용병 길드로 들어가자 용병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 일행이 그만큼 특이한 무리였다.
남자는 하나인데 여자는 다섯이다. 거기에 더해 10살짜리 어린애 하나까지. 실력 없는 놈들은 하유진은 발견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게다가 이제는 정령까지 하나 추가되어 더더욱 시선을 모을 수밖에 없는 무리가 되었다.
나는 순서를 기다린 뒤 일행을 이끌고 카운터로 향했다.
“용무가 뭐지?”
에울프 성의 접수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접수원부터가 전직 용병임을 대놓고 드러내는 수준. 한창때 수준이 대략 C랭크는 되었던 듯했다. 여기가 나름 변방에 속하는 곳인데도 이정도다. 중심지쯤 되면 전직 A랭크 용병이 카운터를 보는 진풍경이 생기기도 한다. 무척 드문 경우지만.
“나를 포함한 일행들의 용병패 갱신, 그리고 의뢰 수주.”
나는 말을 높이는 대신 짧게 말했다. 여기서 이미지 관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내 수준으로 말 높이고 다니면 이제부터는 오히려 성가셔진다. 티드린드 영지와 이곳은 완전히 다른 장소였다.
“용병패 갱신이라… 어느 수준을 원하지?”
“나는 A급. 일행은 전원 B등급으로.”
“…진심인가?”
“물론.”
내가 A급을 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단순한 검증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은 A급이 한계이기 때문. S급부터는 제국에서도 중히 여기는 이들이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의뢰 실적을 쌓는 편이 나았다. 실적 좀 쌓이면 과정이 간소화될 테니까. 사실 A급도 제법 까다롭기는 한데, 그래도 내 수준이면 별문제가 없을 터였다.
“…용병 패 내놔.”
나는 미리 준비해 놓았던 내 용병패와 일행의 용병패를 상대에게 건넸다.
“…F급 여섯에 B급 하나? 음… 뭐 상관없겠지. 기다려라.”
접경지에서는 사선을 넘는 전투가 벌어지는 일이 잦아 급작스럽게 강해지는 이들도 많고 사정이 있는 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많은 만큼 에울프 성에서처럼 특이한 해프닝은 없었다.
그래도 주변인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곧바로 책임자에게 말을 전했고, 우리는 실력을 검증한 뒤 원하는 등급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용병패는 다음 날 나온다고. 예상대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애초에 나는 검기를 중첩, 압축시키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고 일행은 정령사에, 마검사에, 성직자, 성기사, 히든 클래스 기사다. 아무리 탑에 온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수련자들 중 최고 수준인 우리가 고작 용병패를 갱신하는 것에 실패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는 티드린드 영지에서이긴 하지만 용병 단까지 등록된 이들이었다. 황제가 티드린드 영지를 제대로 인정하기로 한 이상 우리 출신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대단하군. 희귀한 직업에 실력도 있는 이들이 이리도 뭉쳐 있을 줄이야… 가이아 용병단? 기억 해두지. 혹시 의뢰는 정했나?”
대충 지었던 이름. 가이아는 지구라는 의미도 있으니 무난하기도 하고, 일단 계약한 관리자의 이름이 가이아라 큰 생각 없이 정했다.
따라서 길드 이름도 가이아 길드다.
“성벽 위보다는 평지 쪽으로.”
“…첫 의뢰부터 평지라… 그 실력인 이들에게 무리라고 말할 수도 없고… 당연한 자신감이로군. 그래. 그쪽으로 준비하지.”
성벽과 평지.
성벽은 요새 위에서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르는 오크들을 막기 위해 고용되는 이들이고, 평지는 위험을 감수하고 오크 쪽을 정찰, 그들과 자주 부딪치는 의뢰를 일컫는 말이었다.
대게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평지는 자살행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변방에 가깝다고는 해도 이곳은 종종 정예 오크 전사가 튀어나오는 곳이다. 용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D등급이나 C등급 용병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의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보수는 더 좋았지만, 대부분의 용병은 어지간히 돈이 급하거나 실력이 되지 않는 이상에는 평지를 선택하지 않는다.
“열흘짜리 정찰 의뢰다. B급은 일당 4골드, A급인 당신은 12골드 쳐 주지. 어때? 할 건가?”
B급의 보수는 2~5골드. A급은 10골드 이상. 이 정도면 처음 접경지에서 받는 의뢰치고는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었다. 총의뢰비만 360골드다. 아무래도 일행의 구성이 영향을 미친 듯했다.
“당연히 받아들인다. 고맙군. 신경 써 줘서.”
“실력이 있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대우를 해 준다. 제국의 원칙이지.”
용병들은 귀족들과 함께 제국을 이루는 근간들이다. 대가를 받고 목숨을 건 채 접경지에 몸을 내던진다. 대우가 나빠서는 제국이 유지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쉽지는 않을 거다. 최근 정찰 나간 이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지. 덕분에 정찰 일의 몸값이 오른 것뿐이야.”
‘과연. 이유가 없지는 않았군?’
그래도 큰 상관은 없었다. 끽해야 다수의 정예 오크 전사를 만났거나, 최악의 경우 최정예 오크 전사라도 나타났을 터. 그 정도는 나와 내 일행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름 B등급 이상의 실력자들은 보통 이런 변방에서는 성벽을 택해 적당히 보수를 받아먹고 쉬던가 아니면 조금 더 중앙으로 이동한다.
성벽을 택하면 일당이 좀 많이 깎이고 전투가 일어나야 제대로 보상을 받으니 큰돈은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생활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준 높은 우리가 정찰 나가는 것이 상당히 반가운 모양이었다. 타이밍이 좋았다.
의뢰 확인서와 우리가 가야 할 위치를 전달받은 직후 우리는 용병 길드에서 몸을 빼버렸다. 슬슬 이쪽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은근히 내 일행을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내 실력 때문에라도 접근하는 이들은 없었지만.
“시선이 불쾌하네요.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야.”
“동의다. 부뚜막 고양아. 내가 예쁘고 잘생긴 건 알지만 너무 보더라.”
“…사샤? 그 부뚜막 고양이란 말 좀 그만하면 안 될까?”
“왜? 너를 가장 잘 표현한 이름 같은데. 그냥 포기해라. 답답이도 내가 답답이라고 말하는 것을 포기했어.”
사샤는 몇몇 일행들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않는 편이었는데, 부뚜막 고양이는 주하연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그나마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나서윤 정도였다.
주하연의 말을 무시한 사샤는 즉시 내게 날아오며 물었다.
“리더님아, 그럼 오크 땅으로 넘어가는 거야?”
“어. 당분간은 그럴 예정이야. 레벨도 올리고 너를 구했던 던전 정보처럼 여러 정보도 모아서 더 강해질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해야지. 더 강해야져야 황제와도 거래가 가능하니까.”
필요한 것은 많았고, 그걸 위해서는 강해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수월한 길이었다.
“용병패는 내일 나온다고 했으니 나오는대로 즉시 요새 밖으로 나갈 거야. 다들, 준비해 두세요.”
사샤에게 대충 대답하고는 일행에게도 준비를 해 둘 것을 당부해 두었다.
일행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준비도 하고 휴식도 취할 겸 각자 헤어졌다. 나연은 싫어하는 사샤를 데리고 훈련을 위해 자리를 비웠으며, 사샤는 죽어도 너랑 둘이 있기는 싫다며 억지로 선생님-한바다-을 끌고 같이 이동했다.
내일이 출발인 만큼 과한 훈련을 하지는 않을 터다. 한바다도 같이 갔으니 그쪽으로는 신경을 꺼버렸다.
남은 일행들과 각자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을 준비한 뒤 남는 시간에는 일행들과 함께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우리 쪽도 다음 날이 의뢰 출발일인 만큼 과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다음 날이 되어, 우리는 용병패를 지급받고는 즉시 요새 밖으로 나왔다.
당장에 해야 할 것은 이 주변을 탐사할 것. 의뢰는 탐사가 목적이었지만 우리는 조금 달랐다.
“기왕이면 적극적으로 찾죠. 오크들과 싸워야 레벨이 오르니까.”
인간만이 주변을 살피는 것은 아니다. 오크들 또한 이 요새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정찰하는 인간이 보인다면 급습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1회차 기억을 바탕으로 이런 곳에서 오크들은 대략 적게는 열에서 많게는 서른 정도에 해당하는 숫자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적당한 상대다.
저들은 요새를 무너뜨리거나 역으로 뒤를 쳐 후방을 무너뜨리기를 원하고, 인간은 그런 사고를 막고 싶어 한다. 대부분 이런 정찰 역할은 제국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부대가 하는 편이지만, 이런 변방까지 다수의 인력을 투입할 수는 없었기에 대부분 부족한 곳은 용병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는 했다.
그게 여기에서는 우리를 비롯한 다른 이들인 것이고.
“오크들… 처음 보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그리 만만한 이들은 아닐 겁니다. 확인해 본 결과 개체 간의 힘 차이가 엄청나더군요. 일반 오크들이나 전사, 정예 전사 정도는 저희가 충분히 상대할 만 합니다만… 최정예나 네임드가 등장하면 만만하게 보지 못하겠더군요.”
“…최정예나 네임드….”
“네. 들었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네임드 쯤 되면 저랑 비슷한 수준일겁니다.”
1회차 기억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맞을 거다.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아래. 아니 나는 검강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상 조금 불리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직 제대로 요령을 깨치지 못했다. 과거 나름 마스터 수준에 발을 담갔다고 생각했는데, 육체는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검강을 사용치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불안전한 형태라면 억지로 만들 수 있었지만 내게는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은 네임드 오크가 나와 비슷할 수준일거라는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 비슷하다는 것이 그 문신을 극한 활성화한 상태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그 설마가 맞습니다. 평상시 제 수준이라면 최정예, 최대한의 힘을 발휘한다면 네임드 수준인 것 같으니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저희 여기 말고 다른 지역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 괜찮습니다. 여기는 나름 변방이라 네임드는 잘 오지 않아요. 끽해야 정예나 간간히 나오는 지역에 불과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온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나는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대로 조사를 안 하셨군요.”
“…….”
주하연을 비롯한 일행이 침묵했다.
“정보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평소 조사하는 버릇을 들이세요.”
2년 이상 탑에서 지냈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습관이 부족한 이유는 내가 주로 그런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파티장이 그런 정보를 조사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파티원이 항상 파티장이 주는 정보에만 의지하는 것은 좋지 못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언제나 스스로 알아보는 습관은 중요했다.
‘내가 없는 기간에 이렇게 대충하지는 않았을 텐데?’
타락한 정령의 동굴에서 보였던 모습만 봐도 이들이 이렇게 허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런 기초적인 정보는 그냥 용병 길드에 가서 원하기만 해도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는 정보들이다. 그런데 그런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주하연을 비롯한 일행들이 아예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알아는 봤어요. 그런데… 그, 용병 랭크에 따라서 대강 분류가 되더라고요. 저희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 돼서….”
경험의 부족. 하기야 중층에 오자마자 간 곳이라고는 제국 수도, 황궁, 그리고 우리끼리 사냥한 동굴이 다다. 아직 감이 안 오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티드린드 지방에서 본 용병들은 끽해야 E~C급 수준. 자신들은 그런 이들을 어렵지 않게 상대하는 정도다 보니 그 위가 어디까지 분류가 되는지 잘 모를 만도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보 부족은 부족인 거다. 나는 일행을 향해 말했다.
“이번 기회에 본인들의 힘이 제국에서 어느 정도인지 알아두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알겠어요. 제대로 할게요. 미안해요.”
끄덕.
내가 요구하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이야기였고, 그렇기에 일행의 반발은 없었다. …애초에 내 말에 그럴 것 같은 사람은 없긴 했지만.
“역시 리더님아가 제일 낫네. 똑바로 하자 답답아.”
“…조용히 해.”
나연은 사샤의 입을 막았다.
일행에게 충고를 마치고는 곧바로 우리에게 배정된 지역으로 이동했다.
평원이라는 말답게 실제로 녹빛이 우거진,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운이 좋은건지, 운이 나쁜 건지. 우리가 평원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처음으로 오크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수는 20을 조금 넘었고, 그중 하나는 나름 정예에 해당하는 오크 전사였다. 일행에게는 어렵지 않은 난이도.
오크의 모습을 본 일행은 조금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인, 간?”
그 순간, 우리를 발견한 오크들 또한 조용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