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
"무법자!"
"힉!"
나서윤은 검을 꺼내 들며 으르렁거렸고 이연솔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겁을 집어먹었다.
아무래도 미궁 내에서 무법자의 악명이 생각보다 높은 듯했다.
"무법자라…."
실소를 지우며 표정을 천천히 지운다.
동시에 넣어 두었던 검을 꺼내 들었다.
"…저는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봉두난발의 남성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글쎄, 내가 최근에 다시 미궁으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소식을 몰랐다고 생각하면 곤란한데?"
"…올라간 이들입니까…."
느릿느릿한 말투.
자신을 무법자라 밝힌 남자, 광진은 내 말을 곧바로 알아들었다.
"뭐, 그렇지. 납치, 노예화, 식인까지 한다며? 여기 와서 들은 거로는 아예 스파이 짓까지 한다던데…."
게다가 나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기도 했다. 그래 놓고는 잘도 찾아왔다 싶었을 정도.
"…틀린 말은 아니군요. 저희 쪽 인원은 통일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해 뭉쳤기 때문에 그런 이들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계파가 갈렸다. 확실히 무법자들은 완전한 하나의 집단이 아니었다.
1회차 시절에도 무법자들은 지들 입맛에 맞는 이들끼리 뭉쳐서 다니고는 했지. 자기들끼리 내분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다.
중층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인간들 중에는 쓰레기가 상당히 많았고, 어떤 국가든지 무법자는 있었다. 통틀어 무법자라고 칭할 뿐, 이름은 다양했다.
1회차의 한국처럼 아예 무법자나 다름없는 이들이 최고 세력인 경우도 상상 이상으로 흔했다.
단지, 제국이 그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중층에서 서서히 몰락해갔다.
일부는 수인 쪽에 투항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천천히 사냥당해 죽어갔다고 볼 수 있었다.
그간 억눌렸던 수련자들이 제국의 도움을 받아 강해진 이후 그들을 역으로 사냥했던 것. 하층과 중층이 연결되면 제국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무법자들 청소였을 정도였다.
하기야 제국 같은 국가가 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움직이는 이들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수인에게 투항한 이유는 단순했다. 오크는 인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엘프 드워프 연합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힘을 숭상한 일부 수인들이 쓸만한 이들을 받아들였을 뿐.
"그래서, 그런 무법자가 이쪽에는 무슨 일로?"
"…저희 계파는 유신후 님께 붙고 싶습니다."
"전향하시겠다?"
"…맞습니다. 이쪽은 나름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했었는데… 설마 유신후 님이 돌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스파이가 제대로 활동하는 듯했다. 아니, 이 광진이라는 놈이 스파이 역할을 하던 놈인가? 벌써부터 내가 왔다는 정보를 확보하고 16층까지 찾아오려면 이놈이 스파이 역할을 하던 놈 중 하나라고 보는 편이 타당했다. 나는 이한솔을 만나기 위해 16층으로 내려왔는데, 실시간으로 이런 정보를 확보하는 것을 보면 내부에서 정보를 빼내는 놈들의 수가 제법 되는 모양이다.
게다가 판단과 결단마저 빠르다. 스파이가 우두머리일 리는 없으니 소식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결단을 내리고 이놈이 파견되었다는 건데, 상상 이상으로 영리한 놈이었다.
"나까지 함께하면 감당하실 수 없으시다?"
"당연한 말씀을… 솔직히 저희는 한바다 파티를 상대하는 것도 벅찰 지경입니다…. 저희 목표는 그녀 파티를 묶어 놓고 대다수가 위층으로 탈출하는 것이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위에는 내가 있는데?"
"더 위로 올라가셨을 거라 판단했었습니다…."
뭐 확실히 더 위로 올라가기는 했다. 혼자 중층으로 진출했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구역으로 나뉘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테지.
나는 광진을 향해 말했다.
"내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해?"
"없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약해 빠진 저런 마법사들마저 키우려고 하신 분이시니까요… 저희도 나름 쓸모 있지 않겠습니까? 언제나 깨끗한 일만 하실 수는 없을 텐데요…."
그렇기는 하다. 더러운 일을 해 줄 이들이 있으면 편하기야 하지.
"반대예요 오빠."
나서윤이 끼어든다.
"솔직히 믿기 힘들어요. 오빠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나 퍼뜨리면서 여론 조작이나 하던 이들이에요. 저런 사람들이랑 같이 하기는 힘들 거예요."
나서윤은 상상만으로도 불쾌하다는 표정이었다.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연솔도 말을 꺼냈다.
"무법자들은… 믿을 만한 이들이 못 됩니다, 유신후 님."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나보다 잘 아는 이들이 적을 정도지.
"믿기 힘드시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알아주십시오… 저희가 한바다와 대립했기에 무법자가 되었을 뿐이지, 이전 쓰레기들처럼 근본부터 막장이라 무법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 이 말씀을 드리기 위해, 저는 목숨을 걸고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한바다와 대립했기에 무법자가 되었다라…. 그런 것 치고는 쓰레기가 많지만. 아니, 자신의 계파와 타 무법자를 분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마 1회차였다면 나는 가차 없이 이놈을 베어버렸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이놈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무법자들 중에서, 전향에 성공한 이들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것.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 광진이라는 놈, 잠재력이… 상급이다. 턱걸이기 같기는 한데, 관리자의 눈동자가 상급이라는 데,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고민이 되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무법자라면 별 상관없었다. 애초에 믿을 수도 없었고, 성장해야 하는 수련자들 발목이나 붙잡고 기껏 큰 수련자들을 죽이기 바쁜 이들이라면 상급이고 뭐고 단숨에 죽여버렸을 터다.
그런데 이놈은 제 죽을 장소인 것을 알면서도 내게 찾아왔고 자신들은 한바다와 대립했을 뿐, 제대로 전향하고 싶다는 의사까지 밝히고 있었다. 자신들의 처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더러운 일이라도 할 테니 받아만 달라고.
아무리 한바다와 대립해 무법자가 되었다고 한들, 무법자였던 과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1회차에서도 과거가 무법자였던 이들은 그 정체를 숨기기 바빴다. 그저, 이대로 간다면 허무하게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들었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득은, 절대로 나를 벗어날 수 없는, 나 없이는 유지되지 못할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
저런 최악의 상황에서 성장한 잡초 같은 이들이다. 자연 선별된 이들이라고나 할까?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은 이들이다. 조금만 키워 준다면… 중층에서 아주 쓸모가 많을 것 같았다. 이런 이들은 정말 구하기가 어렵다. 성향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능력이 좋은 이들. 그런 이들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실(失)은 무법자들을 받아들임으로써 평판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것과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한없이 높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지들 말대로 아무리 한바다와 대립해서 무법자가 된 계파든 뭐든 간에, 미궁의 수련자들이 무법자들에게 당한 것은 많았다. 그 감정의 골은 무척이나 깊을 터였다.
고민은 짧았다.
그래도, 무법자는 치워 둬야 한다. 당장 세력이 쪼그라들었다고 하더라도 하층에서 자리만 잡으면 파티원을 데리고 중층으로 진출할 터. 암 덩어리는 미리미리 치워 놔야 한다. 특히 무법자들이 살아남아서 작정하고 고난의 신전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후환이 남는다. 아키밀리에게 연결을 요구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이들이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아."
"오빠!"
흠칫.
이연솔은 겁먹은 표정으로 내게서 한 발자국 멀어졌고, 나서윤은 놀랐다는 듯이 외쳤다.
"단, 너만."
"…무슨."
"너, 무법자 배신하고, 이쪽에 붙어라."
몽땅 받아들이기는 싫다. 하지만 무법자는 청소하고 싶었다.
다수를 받아들이기는 성가시다. 하지만 한 놈이라면 어떻게든 되지.
나는 광진을 바라보며 슬쩍,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
"저만… 받아들이시겠다는 말입니까…?"
"어."
"…아마 무법자 토벌이 끝나면 다음은 제 차례겠죠. 혼자 배신해 봐야 생명을 조금 연장할 뿐, 무법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오래지 않아 죽을 겁니다."
설마 자신을 꼬드길 줄은 몰랐는지, 광진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내가 보호해 주지."
"…다른 이들은 보호해 줄 수 없지만 저 하나는 가능하다 이겁니까?"
"다른 이들도 가능해. 하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아. 너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데, 뭐하러?"
"…제가 가진 정보가 얼마나 된다고…."
"그래도 대충 각 층마다 한두 군데 접선 장소라던가 네가 속한 계파의 정보 정도는 알고 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이놈이 단순한 말단이 아니라는 것에 손목을 걸 수 있었다. 잠재력 상급 짜리 인재가, 고작 말단이라고? 그럴 리가. 우두머리가 눈깔 병신이 아닌 이상에야 그럴 일은 없었다.
그리고 정말, 만에 하나 말단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미궁이라는 넓은 공간 전체를 뒤지기가 암울해서 저들 토벌이 어려운 거지, 기준이 될 만한 정보만 있으면 그 주변부터 빠르게 수색하면 그만이다. 점조직 형태에 가깝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그들 간 교류가 없을 리는 없으니까.
최소한의 정보. 그것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너는 한바다가 지시해서 무법자들에게 넘어간, 이중 스파이 정도로 꾸미면 그만이지. 그리고 내가 길드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겠지?"
그러니 더러운 일 어쩌구 했겠지.
"…그렇습니다."
"거기 넣어 주지. 단, 아마 제대로 된 지위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한바다도 너에 대한 감시를 늦출 것 같지는 않거든. 그래도 뻘짓만 하지 않는다면 죽지는 않게 해 주마. 나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지."
본래 카스트 밑바닥에 있는 사람과 꼭대기에 존재하는 사람은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내가 괜히 길드를 만들고 위로 올라가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었다.
평범한 수련자였다면 광진을 이쪽으로 받아들여 이용할 수 있었을까? 절대 불가능했다. 끽해야 한바다에게 보고나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나 봐야 했겠지. 하지만 나는 간단했다.
한바다에게 그런 지시를 내렸었다는 거짓 증언만 시키면 손쉽게 이 녀석의 인생을 뒤바꿔 줄 수 있었다.
전직 무법자인 인간쓰레기에서, 한바다의 지시로 오물을 뒤집어쓴 충성스러운 수련자로.
"…그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정보를 뱉고 난 뒤에 처리하면…."
"뭐 하러? 솔직히 그냥 고문하는 게 나도 편해. 단지 네가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일이 더 쉬워지니까 그럴 뿐. 어때? 마지막 기회야? 거절할 거면 차라리 자결해. 그게 편한 죽음일 거야."
물론, 자결한다고 해도 막을 자신이 있었다. 광진과 나의 수준 차이는, 어지간한 자결도 막을 수 있을 정도였다.
마력을 폭주시키든, 물리적으로 자해하든. 그 전조를 잡아내 단숨에 기절시킬 자신이 있었다.
광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물었다.
"말씀드렸다시피, 한바다는 독재자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 이가…."
"내가 그녀 하나 통제하지 못할까?"
나는 그를 비웃었다.
"애초에 여기 권한을 준 것은 나야. 그리고 독재자? 그게 어떻다고. 결과적으로 제법 많은, 다수의 수련자들이 살아남았다. 충분해."
"…당신도 별반 다를 바는 없군요."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만들 길드 내에서 내 권한은 한바다보다 더하면 더했지 약할 일은 없었으니까.
"뭐, 그래도 한바다보다는 당신이 낫기는 하죠. 당신은… 도저히 저항할 방법이 없으니까."
역시 무법자랄까. 말로는 한바다와 반목이니 뭐니 했지만, 결국 제 목숨이 가장 소중하고 자신의 이득이 가장 중요했다. 내가 뒷일까지 책임지겠다 했으니, 그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로써 저쪽의 도박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었다. 애초에 내가 등장한 시점에서 저들은 웅크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광진은 결국, 내 손을 잡는 것을 선택했다.
예상대로, 광진은 스파이를 하던 놈이었다. 내부에서 한바다 소속으로 위장한 채 20층을 클리어해둔 뒤 각 층을 오가며 무법자들에게 정보를 나르던 이들 중 하나.
생각보다 무법자 소속 인원이 많은 듯했다.
또한 광진은, 그저 그런 말단도 결코 아니었다.
"…너희 계파 그러니까 '반란'? 그쪽의 뭐? 2인자?"
"…맞습니다."
"아는 정보 거의 없다며?"
"계파는 한둘이 아닙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는 전체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가 아는 한, 계파는 7개나 된다고 한다. 그중 그가 아는 정보는 세 계파에 관해서일 뿐, 다른 네 계파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게다가 파티 단위로 따지면 훨씬 늘어나서 거의 백에 근접한다고.
그것만 해도 많다. 하기야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말단을 통해 전하기는 힘들었을 거였다.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래도 2인자라는 놈이 목숨 걸고 찾아올 줄이야…. 조금 놀랐다. 제법 배짱이 있는 놈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제대로 쓸 생각은 없었지만.
상급 잠재력. 아깝기는 하다. 그러면 뭐하겠는가. 이건 그냥 일회용이다. 더러운 일을 할 사람? 있으면 좋지만, 없더라도 상관없었다. 집단을 위해 뭐든 할 이들이라면 얼마든지 키울 수 있었다. 당장 없다뿐이지 후일 시간을 들이면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사실상 거절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내놓자, 나서윤과 이연솔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솔직히 나서윤은 이들의 행적보다는 나에 대한 더러운 소문 때문에 싫어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광진을 데리고 한바다를 찾았고, 그녀는 광진이 무법자라는 말을 듣기 무섭게 살기 가득한 눈으로 광진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내게 홀로 찾아왔던 광진은 그러한 그녀의 눈빛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이놈을 받아들이시겠다는 말이십니까?"
"네. 이중 스파이로 위장하고, 죽이지만 않는다면 무법자들을 처리하고 무난하게 하층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무법자들이 남아서 신전을 이용하면… 아시지 않습니까?"
"…확실히 걸리적거릴 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 더러운 쓰레기들… 정말 도움이 안 되네."
더러운 쓰레기들이라… 틀린 말은 아니다.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반쯤 광진 더러 들으라고 한 말 같았다.
하지만 광진은 반응하지 않았다.
한바다는 어딘가 서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목숨만 붙어 있으면 되나요?"
"위해 자체를 가하지 마세요. 그를 통하면 더 많은 무법자들을 잡을 수 있습니다. 분명 말하지만, 그는 제 권유로 '전향'했습니다.
한바다는 내 경고를 알아들었는지 광진을 한 번 노려보고는 눈을 풀었다.
이번 일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광진이 아주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한바다에게 일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광진을 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일러두었다.
그래도 감사는 풀지 않겠지만.
"…알겠습니다. 너, 광진. 그래. 유림 아래 있던 놈인가? …설마 유림 그놈도…."
"아닙니다… 유림은 무법자가 아니에요. 협력자는…."
광진은 자신의 입으로 협력자들을 줄줄이 읊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만 10개가 넘었고, 심지어 그가 내부 스파이짓을 하는 모든 무법자들을 아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내심, 내가 오지 않았으면 반란을 일으켜 위층으로 탈출한다는 무법자들의 계획이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 와봤자, 내 손에 결국 대부분이 죽었을 테지만.
한바다는 이를 갈았다. 당장이라도 사실을 확인하려는 기색이었지만, 나는 즉시 그녀의 행동을 제지했다.
"…어째서입니까?"
"우선,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아래 있는 놈들부터 청소할 생각입니다."
한바다 휘하의, 내부로 스며든 무법자들부터 색출할 경우, 그들이 본거지를 옮길 우려가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우선 모든 고정 안전 구역을 봉쇄하라는 명령부터 내렸다.
한바다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곧바로 내 파티원들을 소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