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121화 (121/317)

# 121

"정보… 레벨이요?"

"네."

"아니요. 아직까지 들어본 적은 없어요."

"제가 던전에 들어갔을 때, 방랑 상인이라는 존재들을 만났습니다."

"방랑 상인이요?"

"그렇습니다."

방랑 상인. 이들은 만나기도 힘들지만 일단 만나는 것 자체가 기연에 가깝다.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들을 만난 것 자체를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사지 못한다면 아마 땅을 치고 분루를 흘리고 말 터다.

뭐든 존재하는 시스템 상점. 그것 말고도 평범한 곳에서는 하나 찾기 힘들다는 수많은 장비와 스킬들.

그런 것들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이들이다.

자신이 얼마를 갖고 있는지, 얼마나 탑에게 인정받는 업적을 쌓아 왔는지 알 수 있는 시스템 상점의 포인트.

그것이 부족하다면 자신의 현재 레벨과 능력치에 더해, 모아온 재물까지.

그런 것들을 이용해 방랑 상인의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들이 파는 것은 시스템 상점을 제외하더라도 어지간한 레어, 슈퍼 레어급 스킬과 드물게는 전설급 스킬을 가진 방랑 상인이 존재하며, 장비는 아예 슈퍼 레어 급으로 시작한다.

거기에 영약이나 기타 희귀한 재료 아이템까지 생각하면 방랑 상인은 걸어 다니는 기연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던전 내부. 그것도 중층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던전 내부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정말 희귀한 상인들이다.

게다가 웃긴 것은 방랑 상인은 우리가 도적질을 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했다.

방랑 상인 자체가 어지간한 무력을 갖고 있기도 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죽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죽이는 데 실패하면 다른 방랑 상인을 통해서 현상금이 걸리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지만.

웃긴 것은 죽인다고 하더라도 모종의 수단을 통해서 결국 현상금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는 거였지만.

시스템에 속한 자들이면서도 어딘가 독립된 존재들. 그들이 방랑 상인이었다.

특히 정보 레벨은 오직 방랑 상인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정보 레벨을 밝히려면 이 방랑 상인을 만났던 스토리까지 창조해야만 했다.

특히 훗날 걸리지 않으려면 어지간한 수준의 던전은 곤란해서 현재 나도 클리어 가능한, 아슬아슬한 수준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대상은 역시 만만한 뱀파이어를 이용했다. 현재 내 상성 상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상대가 뱀파이어였기에 그나마 나중에 들킬 가능성이 적었기 때문.

그래도 어떻게든 이야기를 끝내고는 정보 레벨에 관한 정보를 풀었다.

"그러니까, 히든 퀘스트라는 것이 있고… 그 퀘스트를 확인하려면 정보 레벨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정확히는 받을 수는 있는데, 받은 줄도 모르고 단순한 부탁이나 의뢰 정도로 알아듣게 된다더군요. 탑의 미션처럼 메시지 창도 없구요. 보상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으며 동시에 시스템이 주는 보상이 있을 경우에는 아예 받을 수도 없다고 하더군요."

"NPC를 강제한다니… 뭐 그런…."

일행은 내 이야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듯 하나같이 감탄한 표정이었다.

"7개월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걸 고려해도 신후 씨가 한 일들은… 믿기 어렵네요…."

"하하. 별의별 꼴을 다 겪었달까요."

나는 힘든 부분을 넘기자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일행들은 내 던전 클리어 이야기보다는 정보 레벨이라는 것에 더 관심이 쏠린 듯했다.

나로서는 만족스러운 결과.

"그리고… 정보 레벨이 개방된 덕분에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아냈습니다."

"이번엔 또 뭔…."

또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이제 주하연은 숫제 질린 표정이 되고 말았다.

"한 달… 아니 그보다도 짧군요. 저희, 아무래도 튜토리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튜토리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일행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

"혀, 형?"

"오, 오빠! 그게 무슨 소리예요!"

하유진은 겁이라도 먹었는지 얼굴이 완전히 창백한 수준의 얼굴이 되어버렸고, 나서윤의 반응 또한 상상 이상으로 격했다.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

하기야 수련자들이 겪는 튜토리얼이 진짜 헬 난이도기는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일행들 중에서 미래에도 생존한 사람은 나 혼자다.

모두, 튜토리얼에서 죽었지.

하유진은 나와 관계 없이 튜토리얼은 클리어했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은 아닐 터였다.

"다시 처음부터 힘을 쌓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나는 먼저 일행이 하고 있는 오해를 풀어 주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행은 하나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게 아니면 튜토리얼에는 왜 가야 한다는 건데요?"

"확인해 본 결과, 제가 이미 히든 퀘스트를 받았더군요."

"…언제요?"

"멜리드 성, 기억나시죠?"

"네."

"거기를 떠날 때, 성주가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2년 뒤에 고블린들을 대대적으로 토벌할 계획이니, 부디 돌아와 달라고."

"…그걸 허락하셨군요."

"네. 어차피 헤어지고 난 뒤라면 만날 일도 없겠고 고작 말뿐이었으니까요. 그냥 별생각 없이 허락하고 말았죠. 그런데… 그게 히든 퀘스트였던 겁니다."

나는 일행에게 히든 퀘스트 멜리드 성을 위하여에 대해 공개했다.

"그러니까, 자신을 제외한 4인과 동반 이동이 조건이라고요?"

"네. 게다가 처음 우리 조합인 나연이와 서윤이, 하연 씨와 은주가 같이 가면 보너스가 지급 된다는 군요."

그러자 유일하게 이름이 불리지 못한 하유진이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하유진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일행을 향해 말했다.

"이 히든 퀘스트라는 것이 대단한 거긴 한데… 아무래도 튜토리얼 이다 보니, 보상이 엄청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난이도도 솔직히… 지금으로써는 너무 낮구요."

일행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현시점에서 저런 퀘스트는 나 혼자, 아니 까놓고 말해서 나서윤이나 남은주 혼자서도 깰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고블린이 과거에나 무서웠지, 지금은 혼자 돌격해서 시간만 주어지면 만 단위도 혼자 쓸어버릴 자신이 있었다.

남은주나 나서윤도 지칠 때까지 죽이고 죽이면 천 마리 이상을 여유롭게 학살하고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솔직히 보상은 크게 기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에파토스를 통해 알고 있던 정보를 어디까지나 추측이라는 듯이 꺼내 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동 장소가 튜토리얼이다 보니까요. 에파토스 님을 만나 뵐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죠."

"…오랜만에 듣네요. 그 이름."

으득.

주하연이 가볍게 이를 갈았다.

…고자화 스킬을 여전히 생각하는 듯했다.

"……에파토스 님께 부탁하면… 어쩌면 미궁에 한 번 더 진입할 수 있겠다… 싶은데 말이죠. 아,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미궁에 재진입.

그 말에 나서윤은 손뼉을 치며 반응했다.

"고난의 신전!"

"아!"

일행들은 놀란 듯했다.

"그러고 보면… 현재 미궁 상태도 나쁘지는 않지만 좋지도 않다고 들었어요."

주하연은 그쪽 생각이 먼저 나는 듯했다.

나연 또한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반응한다.

"아연이가 그 쓰레기들 때문에…."

아무래도 양기희 파티 덕분에 정보가 더 있는 모양. 조금 분노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곧 있을 소환에 응할까 생각 중입니다."

"…멤버는요? 이번에 가면 또 한참 걸릴 거 아니에요?"

주하연은 이제 반쯤 해탈했다는 표정이면서도 강한 눈빛을 보내온다.

자신이 선택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감한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기를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다.

일행들은 하나같이 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절대, 자신을 놓고 가게 두지는 않겠다고.

하유진마저도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멤버는… 나연이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일행이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는 표정이다. 고작 하나나 둘 정도 데리고 갈 줄 알았을 텐데, 나연을 제외하고 전원을 데리고 가겠다고?

어째서?

내가 나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자, 나연이 선수를 쳐왔다.

"이러려고 기희 파티를 받은 거야?"

"반만 맞아."

'정확히는 니 정신 상태 때문이지만.'

"이건… 벌이야? 내가 멋대로 다른 사람들과 파티를 해서?"

"아니. 그런 것은 아니야. 너 나름대로 노력한 거니까, 탓할 생각은 없어. 아, 그래도 길드가 창설된 이후에는 외부 인원과 파티를 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자제하도록 해."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에 말을 이었다.

"먼저 자리를 비운 것은 나니까. 그 때문에 네 성장이 멈춘 거기도 하고. 그것에 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해."

책임감을 느낀다. 전부 네 탓은 아니다. 그런 말에 나연이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인다.

"솔직히 말할게. 너, 지금 하급 정령 소환할 수 있어?"

"…아니."

"그럼 가능성은? 보여?"

보일 리가. 네가 엘프도 아닌데. 상급의 잠재력이라고는 해도 종족의 한계가 있었다. 빨라도 한 번은 더 전직을 해야 가능성이라도 볼 수 있을 터였다. 최악의 경우에는 두 번을 해야 하급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인간과 정령은 맞지 않는 종족이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나연이 정령을, 그것도 두 속성이나 되는 최하급 정령을 다루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아니."

나연은 모멸감을 느끼는 듯했다.

고개를 숙인 모습이 무척이나 처량해 보인다.

"…언니…."

나서윤이 그런 나연에게 접근해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러면서도 결코 나를 향해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지는 않는다.

일행들도 그런 나연의 심정을 이해한 듯 조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사실, 중층에서 네가 강해질 방법을 찾았다."

"정말요, 오빠?"

갑작스러운 선언에 나서윤이 깜짝 놀란 얼굴로 반응하고, 나연은 급격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반쯤,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이었다.

"응. 시간이 없어서 그냥 왔지만… 정보는 얻었어."

"신후 씨… 당신은 진짜…."

"신후 오빠… 와…."

주하연과 남은주는 고개를 젓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7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내가 얻어온 것들이 너무 어마어마했다.

그녀들은 숫제 괴물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까놓고 말해서 나연까지 내가 얻어온 정보로 강해질 수 있다면 하유진을 제외하고는 모든 일행을 사실상 내가 키운 거나 다름없었다. 아니, 이런 결정적인 것을 제외하고 자잘한 것만 해도 이미 수련자들 중 최상위권이고, 그것만 해도 다 내가 키운 것과 다름없기는 했지만. 거거에 내가 강해진 것까지 생각하면….

나는 상념을 지우고 말을 이었다.

"고대의 정령이라더라. 그런데, 지금은 못 가. 이유는 알지?"

방금 설명했다.

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너는 여기 남아. 고난의 신전은 유진이가 간다. 여기서 남아서, 우리가 벌인 일들을 관리해 줘야겠어. 대신."

나는 나연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중층에 올라가면, 같이 가자. 네가 강해질 방법 찾으러."

"…응."

"그때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테니까."

끄덕끄덕.

"본래라면 영주와 협력하게 만들 생각이었지만… 마침 파티도 구했으니까. 양기희 파티였지? 같이 지내면서 제법 친해진 듯해서 다행이다. 이용당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생각보다 괜찮더라."

"…그래서 그렇게 화낸 거였어?"

"어. 대부분의 수련자들은… 알게 모르게 쓰레기니까. 너도 겪었잖아?"

"나 바보 아닌데?"

"네가 먼저 접근했잖아. 그것도 필요해서. 그들이 정말 너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해서 함께 했을까? 그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네가 능력이 있기에 함께 하는 것은 사실이잖아?"

나연은 부정하지 못했다.

나연뿐만이 아니다. 일행들은 하나같이 부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미궁에서 많은 쓰레기들을 청소했지만, 청소하지 않은 수련자들도 회색분자에 가까울 뿐. 제대로 된 놈들은 정말 드물었다.

알게 모르게 붙어먹으려는 놈들, 실력이 좋은 파티원을 꼬시려는 놈들, 나를 이용해먹으려고 들러붙는 여자에 우리 파티에 끼어들려고 다가오는 이들도 충분히 많았다.

약자가 모두 착하지는 않다. 언더도그마 현상이라고 하던가?

물론 진짜 그런 이유로 내가 화를 낸 것은 아니었다. 양기희 파티를 받아들인 이유도 걔들이 이상하게 우리 파티에, 정확히는 나한테 환상을 가진 것 같아서 이용해먹기 좋아 보이길래 받아들였을 뿐. 나연의 정신을 안정시키고 나서윤을 묶어둘 족쇄 역할, 게다가 여기에 남겨질 나연을 보조할 역할까지. 다양하게 쓸모가 많을 거라는 계산 하에 받아들였을 뿐이다.

본래라면 나연과 주하연도 남길까 생각했었지만… 그들 파티 덕분에 주하연이 같이 가게 된 셈.

물론 나연이 혼자 남아서 이곳을 잘 방비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가기 전에 크게 회색 놀들을 휘젓고 떠날 생각이었다.

한동안 감히 인간에게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나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있었다.

양민 학살에 관해서 나보다 뛰어난 자는 제국에도 거의 없을 터였다.

그나마 대량 살상이 가능한 마법사들이 있기는 한데, 그마저도 수준 높은 마법사는 정말 적은지라…. 게다가 나는 잘 지치지도 않아서 순간 대량 학살은 늦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평균적으로는 내가 앞설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나중에 혈무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솔직히 마법사에게 밀릴 것 같지도 않았고.

뭐, 다수가 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알겠어. 남을게. 대신, 약속해줘. 중층에 진출하면, 나랑 같이 고대의 정령을 얻으러 가겠다고."

"그래. 약속하지."

그렇게 함께 히든 퀘스트를 할 인원을 정한 뒤, 우선 오늘은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오랜만에 내게 배정된 방으로 가는 와중에 주하연이 조심스럽게 합류했다.

"…그,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주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뭐, 틀린 말도 아니긴 하고.

내 이야기가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다.

우리는 함께 내 방으로 이동했고, 주하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매달려왔다.

격정적인 키스가 이어지고, 주하연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보고 싶었어요."

나는 대답하는 대신,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다.

주하연은 조심스럽게 내 옷을 벗기며 내게 물어왔다.

"오자마자 또 일 얘기만 하고… 그새 또 새로운 일을 들고 올 줄이야…."

"하하… 저도 이리될 줄은 몰랐는걸요? 2년 전에 받은 것이 히든 퀘스트일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건 그래요. 엄청 당황스러웠어요. 이제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은데 신후 씨는 또…."

멈칫.

나는 어느새 반쯤 나신이 된 주하연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녀의 눈동자를.

"…천천히 가요?"

"네. 지내보니까… 우리 충분히 강해진 것 같더라고요. 한동안 우리를 위협할 수련자들도 없는 것 같고… 용병이나 자경단, 영주 님도 완전히 우리 편이에요. 영애는…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요. 게다가 신후 씨도 엄청 강해져서 돌아왔고… 이제 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이제 신후 씨 목표대로 길드를 만들면… 이제 우리… 상대가… 될…."

내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간다.

그러자 주하연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말끝을 계속 흐린다. 그리고 내 표정이 완전히 굳어지기 무섭게 자신 또한 말을 멈췄다.

잠시 우리 사이에 아무런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무섭게 굳은 내 표정과 내 이상한 분위기에 움츠러든 주하연.

"저… 신후…."

"하연 씨."

"네, 네…."

"잠깐만, 입 좀 닫아요."

나도 모르게, 조금 강하게 어금니를 문 채로 말해 버렸고, 약간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말았다.

주하연의 표정이 순간 하얗게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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