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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113화 (113/317)

# 113

나는 테수스와 작별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퀘스트 정보를 바탕으로 먼저 앨거차가 죽었던 지역을 향해 이동했다. 과거 위축되었던 마고그 족이지만, 현재는 균형을 이루고 있는 만큼 그들이 죽었던 장소는 영지 내부에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들의 마지막 전투 장소를 향해 이동했고, 그 장소에는 앨거차를 기리는 거대한 장식물을 볼 수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전사들은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팔에 보이는 문신을 알아보는 것.

그들 중 일부는 웃고 있었고, 일부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각자 생각이 다른 것일 터. 극히 일부지만, 만족스러워하는 이들 또한 있었다.

나는 거대한 장식물을 바라보았다. 이 장소는 앨거차가 마지막으로 싸우고 쓰러졌던 장소다. 그 위에 세워진 장식물은 일종의 무덤 위의 비석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그 장식물을 향해 손을 뻗었고, 즉시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던전 : 앨거차의 마지막 유지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나는 곧바로 Y 버튼을 눌렀고 내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앨거차 님! 앨거차 님!"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주변에는 몇몇의 마고그 족 전사들이 나를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들은 하나같이 상처 투성이었다.

그러나 나를 부른 호칭이 이상했다.

'앨거차?'

나는 즉시 내 몸을 살펴보았다.

멀쩡한 내 몸뚱이다. 동시에 1회차 시절의 정보를 기억해냈다.

'롤플레잉(역할연기법) 던전.'

앨거차의 마지막 유지는 롤플레잉형 던전이었다.

드물지만, 이런 던전이 있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상황을 깨달음과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던전 클리어 조건 : 일정 구역 내의 웨어울프를 모두 몰아낼 것.

-보상 : 앨거차의 문신 활성화

-임시로 앨거차의 문신이 활성화됩니다.

메시지를 확인함과 동시에 왼팔의 문신이 옅은 푸른 빛으로 빛나는 것이 느껴졌다.

"정신이 드십니까?"

끄덕.

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바리차 님은… 먼저 출발하셨습니다."

침통한 얼굴의 전사.

그의 머리 위로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필퍼스.'

던전 내부인 만큼 시스템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무슨 상황인지 대충 이해가 간다.

나는 즉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밖을 바라보자 저 멀리 빛으로 이루어진 경계선이 보였다.

저곳이 퀘스트 목표로 보인다.

"…바로 출발하실 계획이십니까?"

롤플레잉 던전이지만 딱히 내 행동은 필요가 없었다. 이미 준비가 다 된 상황이었고, 그저 웨어울프들을 죽이고 몰아내기만 하면 되었다.

나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려서 뭐 하는가.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깨는 것이 아닌, NPC들이 지원해주는 형식인 듯했다.

다른 전사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즉시 상태 창을 열어 활성화된 문신의 정보를 확인했다.

[앨거차의 문신(임시 활성화)]

-앨거차가 멸족의 위기에 빠진 자신의 일족을 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문신. 주술사였던 앨거차를 대전사인 동생에 비견되는 강자로 만들어 주는 것에 일조한 문신이다.

-전 능력치 10P 증가.

-마력 순환 속도 2배 증가

-극한 활성화 가능

[극한 활성화]

-전 능력치 추가로 10P 증가

-마력을 보는 눈 개방

-제6감 개방

-마력 순환 속도 추가로 2배 증가

"……."

전설 등급이 아깝지 않은 스킬이었다. 아니, 오히려 전설 등급 스킬들 중에서도 당당히 최상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었다.

능력치는 최대 20P 증가지만, 100을 넘어설 수는 없다고 나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력 순환 속도는 최대 4배까지 증가할 수 있었고, 제6감이 개방되며 동시에 마력을 보는 눈이 개방된다.

마력을 보는 눈. 스킬로 따지면 전설급, 아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눈이다.

과거 1회차 시절 이 문신을 가졌던 수련자는 마법 자체를 '벨'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검기만 있다면 베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벤 마법은 사정이 달랐다.

그대로 마법이 소멸하는 것.

보통 파이어 볼을 검기로 벤다고 해도 그 즉시 폭발한다.

베는 것보다는 피하는 것이 능사인 이유다. 하지만 그가 벤 마법은 그대로 소멸했다고 알려졌다.

물론 극한 활성화에도 조건은 있었다.

유지되는 시간은 30분이 한계고, 재사용 대기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게 3일. 스킬 숙련도가 상승하면 아마 더 긴 시간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부작용이 적혀 있었다.

'신체 능력치 대폭 하락, 문신 비활성화….'

거기에 10분간 시력 상실, 몸에 영구적인 데미지가 축적된다.

심각한 부작용. 게다가 강제로 스킬을 더 오래 유지할 경우 부작용이 더더욱 심각해진다.

하지만 나하고는 상관없었다.

'불사자의 육체.'

영구적 데미지 자체를 회복하는 사기적인 고유 스킬. 내가 괜히 문신을 얻으려 했던 것이 아니었다.

저 정도 부작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1회차 수련자 둘도 사실상 저 부작용의 영향으로 죽었으니까.

그나마 앨거차의 문신은 차라리 나은 수준이다. 내가 아는대로라면 바리치의 문신은 극한 활성화를 사용하면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불사자의 육체가 있다면….

물론 불사자의 육체가 없더라도 이 스킬들은 엄청나게 좋은 스킬들이다. 상태 창에 표시된 것 말고도, 극한 활성화 없이 시력과 감각이 예민해진 것이 느껴졌다.

능력치가 상승하고, 마력 순환 속도가 빨라진다. 그만큼 기술을 더 빨리 사용할 수 있고 전투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충만한 느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좋네…."

전설급 스킬 하나만으로도 이런 기분이다.

주하연과 같이 계승을 받았던 이들은 도대체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던 것도 이해가 된다. 이런 스킬을 떼거지로 받은 데다가 몸까지 개조를 해댔으니….

계승 이후 주하연과 남은주의 감정이 흘러넘쳤던 이유를 알만했다.

얼마 되지 않아 전사들이 준비를 마쳤다. 하나같이 전사의 문신을 새기고 활성화 시킨 이들. 수는 20에 달했다.

그리 많지 않은 수. 그만큼 마고그 족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방증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마을의 상태가 상당히 처참한 편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허상이다. 알 바 아니었다.

나는 전사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웨어울프들의 숲을 향해 나아갔다.

***

이 넓은 숲에서 저들을 몰아내야만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어지는 전사의 수는 고작 20.

이 넓이를 봐서는 진짜 수백, 어쩌면 천에 달할 웨어 울프를 상대해야 할 것 같았다.

정말 난감할 정도의 난이도.

하지만 1회차에서 평범한 수준의 수련자도 해냈었다. 방법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숲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던전 내부에서는 극한 활성화를 영구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번 던전 한정으로 가능한 것 같았다. 나는 앨거차가 어째서 죽었는지 손쉽게 알 수 있었다.

극한 활성화를 영구히 유지했다고? 아마 전신이 내부부터 붕괴해서 사망했을 터였다.

나야 던전의 특성 덕분에 사용 가능한 것 같았지만. 부작용은 시스템이 감당할 터.

나는 즉시 극한 활성화를 사용했다.

"…크윽."

주변에 흐르는 마나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스텟이 무지막지하게 상승했다.

근력이 80, 체력과 민첩, 마력이 70대에 돌입한다.

동시에 체내의 마력이 엄청난 속도로 순환하기 시작했다.

"…하."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충만감이 몸에 깃든다.

주변 전사들이 한껏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봄이 느껴졌다.

과거 앨거차가 어떤 성격이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이들을 위해 우리는 해낼 것이라며 연설을 해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잠시 후면 헤어질, 일회용 NPC들과는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다.

동시에 나는 제6감이 보내오는 신호를 감지했다.

"온다."

"…네?"

"아우우우우우!"

익숙하면서도 다른 하울링.

소리가 훨씬 크다.

거리가 더 가깝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 하울링을 낸 놈이 보통 놈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은은한 마력까지 느껴지는 소리였다.

나는 즉시 전신의 마력을 활성화하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앨, 앨거차 님!"

콰득!

내가 힘차게 딛는 바닥이 조금씩 붕괴한다.

현재 나는 신체 능력상으로 1회차의 나를 뛰어넘었다.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변한다.

높아진 민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몸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음을 느꼈다.

저 멀리서 들리던 하울링이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동시에 주변에서 웨어울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흐아아!"

그와 동시에 약간의 흥분에 취해 워 크라이를 사용했다.

그러자 주변 웨어울프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깃든다.

이제껏 본적 없는, 어마어마한 괴물이 튀어나온 것이니까.

주변의 웨어울프는 100이 넘는 숫자였지만, 나는 전혀 두려운 느낌이 없었다.

흥분된 와중에도 머리속은 냉정했다.

나는 즉시 검을 빼어들고는 웨어울프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전에는 내 공격에 반응했던 웨어울프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단 일검.

그 일검을 보지도 못한 채 웨어울프 한 마리의 머리가 날아간다.

하층에서 놀을 상대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절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웨어울프들은 하나같이 얼어있는 상태였다.

나는 즉시 검기를 뽑아내고는 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일방적인 학살이 이어진다. 단 일검을 막기 위해 수많은 웨어울프들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어떤 웨어울프도 내 검을 막지는 못했다. 팔로 막으면 팔째로, 손톱을 들이대면 그 손톱 째로, 죽어버린 동료를 방패 삼아 돌격해 온다면 둘을 한꺼번에 베어내 버렸다.

마력은 남아돌았고 마력의 순환 속도는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이전에도 가져본 적 없었던 힘을 조금씩 통제 하에 놓기 시작했다.

힘이 충만하고 이것이 내 기분을 좋게 만들기는 했지만, 휘둘릴 생각은 없었다.

나는 전투를 통해 조금씩 이 육체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1회차의 수많은 경험이 나의 적응을 도왔다.

남은주와 나서윤이 계승 받은 힘을 몇 개월에 걸쳐 적응했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속도로, 나는 힘을 내 몸에 적응시키켜 나갔다.

10분.

그 정도 시간 만에 100이 넘는 웨어울프가 시체가 되어버렸다. 마지막 남은 웨어울프 우두머리는 완전히 겁을 먹은 채 도망치려는 기색을 보였다.

나는 그런 기색이 느껴지기 무섭게 웨어울프를 향해 접근,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웨어울프의 입장에서는 내가 블링크 같은 마법이라도 쓴 것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순간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우두머리조차도, 내 속도에 반응하지 못했다.

뒤늦게, 내가 한창 웨어울프를 베어내는 와중에 도착한 전사들은 어떤 말조차 하지 못하고 내가 일으킨 학살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

"우, 우와아아아아!"

"앨거차, 앨거차! 위대한 주술사시여!"

"으, 으하하하! 빌어먹을, 빌어먹을 웨어울프놈들!"

환호성과, 비명에 가까운 감탄, 죽어버린 웨어울프들을 바라보며 통쾌해하는 전사들까지.

나 또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음 사냥감들을 찾아 몸을 돌렸다. 마력은 남아돈다. 1회차 시절 이 스킬의 주인이었던 수련자는 이 던전 클리어에 7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알고 있었다.

능력치도 나보다는 부족했을 테고, 이 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테지. 아마 대부분은 힘에 적응하지 못해서 걸린 시간일 터였다. 그마저도 전부 적응하기 전에 던전을 클리어했으리라.

하지만 나는 다르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아도 천천히 몸을 통제함에 있어서 감을 잡아가고 있었다. 나는 과거 튜토리얼의 후유증과 다양한 호구 짓으로 고작 상위권에 겨우 발을 걸쳤던 수련자이나, 자체 재능이 상급에 탑에서 쌓은 경험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고 현재 몸뚱이는 과거와 다르게 영약 덕분에 잠재력마저 상승한 상태다.

아직은 신체 능력을 제한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금세 적응할 수 있다. 나는 자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수 km에 해당하는 영역을, 단 하루 만에 청소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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