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
마고그 족.
[상태 창]
-이름 : 유신후
-나이 : 25
-직업 : 사제(일반), 정원의 수호자(레어)
-LV. 34
-정보 LV. 60
-신체 능력
근력 : 60 민첩 : 50 체력 : 50 마력 : 52
-자유 능력치 : 5(100미만)
[스킬 슬롯]
고유 스킬 : 이중 계약(신화), 불사의 육체(전설)
스킬 목록
-탑의 축복(신화)
-웨폰 마스터리(일반)
-대 회복(레어)
-육체 정화(레어)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마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멈춰버린 능력치의 성장.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일행과 떨어진 이유였다.
사실 근력을 제외하고 민첩과 체력이 50을 찍은 것도 신기했다. 마력이야 영약 덕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민첩과 체력까지 가능할 줄이야.
49가 한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전설급 영약이 좋기는 좋았다.
능력치를 확인하며 목표로 할 레벨과 스킬, 장비들을 생각한다.
7개월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반대로 긴 시간도 아니다.
특히, 아직 수련자들이 제국에 유입되지 않은 것이 너무 아쉬웠다.
주요 영지들을 제외하면 마탑간 텔레포트가 불가능하다.
마고그 영지는 한참 시간이 지난 이후에나 텔레포트가 가능한 지역이다.
즉, 지금은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는 뜻.
괜히 낮은 신용이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거의 2주 이상을 마고그 영지로 이동하는 데만 사용해야 한다.
나름 오크들이 지배하는 서쪽에 가까운 곳이고, 자체적으로 맞서는 이종족이 둘이나 되는 곳인 만큼 전투도 많은 장소인데 텔레포트 게이트가 없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하기야, 마고그 족의 자치 영지는 신전도 사실상 없고 육체의 강함을 더 높게 쳐주는 만큼 마법사들이 기피하는 장소이긴 하다.
그래도 마탑 자체는 있었다. 마고그족과 싸워대는 종족이 종족인 만큼, 마법사들이 호기심을 포기할 리는 없었다.
'웨어울프와 뱀파이어.'
물론 상위급, 마족 뱀파이어나 제대로 된 웨어울프, 세대로 따지는 라이칸스로프들은 아니다.
진짜 그쯤 되면 최상위종이라서 현재 나는 상대도 안 된다.
마족 뱀파이어나 라이칸스로프들 같은 제대로 된 최상위종에 비해 훨씬 열화된 마물 뱀파이어나 웨어울프 같은 이들은 이성이 있기는 하되, 이성보다 본능이 훨씬 앞서는 존재들. 진짜 최상위종에 비하면 한참 저열한 이들이다.
외형부터가 매끈하거나 야성적인 모습이 아닌, 진짜 마물에 가까운 놈들이니까.
따지자면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미화된 고등한 존재들이 라이칸스로프와 뱀파이어고, 마고그 족과 싸우는 이들은 공포 영화 같은 곳에 나오는 이성 없는 이들에 가까웠다.
변질이 심하게 된, 정말 하급의 놈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층의 몬스터다. 원본에 가까운 0세대나 성골들이 얼마나 괴물일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태생 라이칸스로프인 0세대나 성골, 로드급 뱀파이어쯤 되면 비교 대상이 거인이나 드래곤 수준이다.
분류상 라이칸스로프는 수인, 뱀파이어는 마족이긴 하지만.
각 종족 최상위 계통이라고 볼 수 있었다.
상태 창을 확인하며 빠르게 길을 주파한 나는 하루 만에 에울프 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F급 용병패를 보여주자 웃으며 문을 열어주는 경비병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 채 곧바로 용병 길드로 향한다.
에울프 성은 티드린드 성이나 튜토리얼에서 보았던 멜리드 성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상당히 큰 규모의 성이었다.
그런 만큼 용병 길드도 상당한 규모였다.
에울프 성은 주로 물류가 지나다니는 곳이다 보니, 의뢰는 몬스터 토벌보다는 도적 토벌, 물품 호송 등의 의뢰가 많았다.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의뢰라고 해봐야 도적 토벌 수준. 그런 것에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카운터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어떤 용무이신가요?"
내 복장을 바라본 카운터 직원은 웃는 얼굴로 물었다.
용병에 가깝기는 하지만, 상단과 관련된 인원일 수도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장비를 인벤토리에 넣은 상태. 어차피 이동 중이었던 터라, 거의 경장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런 만큼 우선 정중하게 대하는 모습이 상당히 철저한 교육을 받은 듯했다.
"용병패를 갱신 하려고 합니다."
"용병패 갱신말씀이시군요. 현재 용병패를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여기 있습니다."
나는 F급 용병패를 카운터 위로 올렸다.
이럴 때 기죽은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나는 어디까지나 당당한 모습으로 올렸다.
카운터 직원은 F급을 상징하는 목패에 조금 움찔거리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웃는 얼굴로 '잠시만 기다려 달라'라고 한 뒤 자리를 비웠다.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일이기에 상사에게 찾아간 것.
확실히 잘 배운 티가 났다.
문제는 다른 놈들이었지만.
"푸핫! F급!"
옆에 있던 용병 놈. 나는 그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상대해봐야 시간 낭비다.
그러자 주변에서 가벼운 실소가 흐른다. 그중 일부는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겉으로 보이는 내 몸은 F급이라고 치기에는 괜찮은 편이었으니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에야 이정도 몸이면 E등급은 따 놓은 당상이다. 여기서 센스가 좋고 실력이 괜찮으면 D등급은 그냥 가는 거고. C등급부터는 그리 만만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나쁜 수준은 아니다. 호송이 주된 임무인 이쪽 지역의 특성상 신용도가 높은 이들이 많았고 덕분에 점잖은 용병들이 많았으니 이정도니, 만약 몬스터 토벌처럼 실력만 된다면 어지간해서는 다 의뢰를 받을 수 있는 장소였다면 아마 시비를 걸고 비꼬는 놈들이 많았을 거였다.
무력으로 먹고사는 이들의 고질병에 가까웠다. 실력 지상주의. 괜히 마고그 족의 영지로 가기 전에 용병패 갱신부터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더는 아무도 시비를 걸어오지 않았고, 은근히 웃는 이들만 늘어났을 뿐이었다.
잠시 뒤, 책임자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몸의 단련된 흔적이나 이곳저곳 보이는 상처들은 그 또한 베태랑 용병임 눈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용병패 갱신을 요청하셨다고?"
"네. 맞습니다."
"갱신이라… 몇 년 차지?"
"용병이 된 지는 2년 좀 안 되었습니다."
확실히 2년은 안 된다. 1년 반쯤 되었나? 멜리드 성부터였으니 그건 넘었을 터였다. 하지만 여기도 그러헥 세세하게 따지지는 않는다.
"흠. F급치고는 오래 머문 편이로군."
어린 나이에 용병이 되지 않은 이상, 성인이 F급으로 시작해 년단위로 F급을 유지한다는 것은 재능도, 실력도 없다는 방증이다.
그런 의미의 말이었다.
"최근 티드린드 영지에서 수행을 쌓았죠. 그간 갱신을 하지 않았습니다."
"…티드린드? 흐음…."
놀들의 수준을 떠올리는 듯했다.
F급이 머물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장소.
그는 다시금 물었다.
"의뢰를 제법 했나 보군."
"하기는 했지만, 지역적 특성과 현재도 진행 중인 의뢰 때문에 확인서는 없습니다."
"…그쪽 동네가 그렇기는 하지."
아마 의뢰 확인서를 들고 왔더라도 믿지 않았을 거다. 그만큼 티드린드 성의 이미지는 좋지 못했다.
갈 길이 멀다. 달라졌음을 제대로 각인시켜야 할 터였다.
내가 돕기는 하겠지만, 가장 큰 역할은 역시 토펜이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실력 증명은 역시 대련인가?"
"저도 그걸 원합니다."
"수련을 쌓았다고 했지. 원하는 수준은? E는 좀 아쉬울 것 같은데…."
그는 내 체형을 보고는 E등급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듯했다.
"B등급 시험입니다."
"…B등급?"
"네."
의아하다는 표정의 책임자.
그리고 나를 비웃었던 용병이 계속 엿듣고 있었는지 폭소까지 터뜨리며 주변에 내용을 중개한다.
주변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반, 웃음 짓는 반응이 반이었다.
책임자도 조금 미간이 찌푸려졌다.
"…B등급의 조건은…."
나는 품에서 미리 준비해 놓았던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책임자가 즉시 반응한다. 역시 그리 허술하지는 않다.
그러나 내 행동이 조금 빨랐다.
곧바로 내 단검에 검기가 맺힌다.
그 현상에 책임자의 표정이 굳었고, 주변의 공기가 일변했다.
나를 비웃고 놀리며 중계했던 용병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주변의 시선과 그 안에 담긴 경악이 느껴진다.
그런 그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 나는 책임자를 향해 물었다.
"B등급 용병패, 받을 수 있습니까?"
책임자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용병패 발급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B등급, 검기를 쓰는 용병은 당장 기사급 전력이다. 물론 기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실제 중세의 기사는 용병에 가까운 깡패 같은 이들이 많았지만, 탑의 기사는 소설 속의 기사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었다.
당장 나만 해도 기사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충성, 규율, 군대, 집단, 장교, 기마와 같은 엄격하고 훈련된 고급 정예 병력의 느낌이 강했으니까.
그들 하나하나는 난전 등에서 용병보다 대응력이 떨어질지언정 제대로 준비를 갖춘다면 전장마저 지배하는, 용병과는 비교가 안 되는 진짜 전투 병기들이다. 심지어 경험이 쌓인 기사는 많은 훈련을 통해 만들어져 다양한 상황에 대처가 용병보다 떨어진다는, 약점아닌 약점도 보완해 완전체가 되어 버린다.
B급 용병은 일단 그런 이들과 개인의 전투력은 비슷하다는 판정을 받는 만큼 용병 길드에서도 제법 대우해주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내 요청에 따라 새로운 용병 패의 발급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되었다.
몇 시간 만에 받은 용병패. 그사이에 나에게 자신들의 용병 단으로 들어오라는 스카웃 제의가 쏟아졌다. B등급이고 신용이 없기는 하지만, 일단 끌어들이고 보려는 거다. B등급은 데리고만 있어도 용병 단의 이름값에 도움이 되는 이들이니까.
신용으로 먹고사는 경우가 많은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용병이 실력이 없어서는 의뢰 자체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를 원하는 것. 애초에 여기서 먹고 살아야 했다면 다른 용병단으로 들어가 신용과 실적을 쌓는 것이 필요하기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다. 나는 필요 없지만.
웃겼던 것은 처음 나를 비웃고 중계했던 용병단에서 나를 스카웃 하려고 할 때였는데, 나를 비웃은 놈의 머리를 꽉꽉 눌러대며 사과시키는 용병 단장과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지못해 사과하는 용병의 태도에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었다.
사과는 안 받아 줬지만. 역으로 거절하는 핑계로 사용했다. 여기 용병들은 하나같이 보는 눈이 없다면서.
도발이라면 도발이지만 저들이 먼저 잘못하기도 했고, 내 수준이 있다 보니까 괜한 트러블을 일으키기 싫었는지 더는 권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제안을 모두 물리치고는 의뢰를 확인했다. 역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호송 의뢰는 없었고, 결국 용병패를 받자마자 하루 숙소를 잡고 바로 드러 누워버렸다.
날이 밝음과 동시에 나는 곧바로 마고그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2주간 이동하는 와중 몇몇 도적이나 몬스터를 조우했지만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피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굴러온 경험치들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도적들 중 살려 달라거나, 자신에게 현상금이 걸려 있으니 살려서 데리고 간다면 돈을 더 받을 거라는 말마저 무시한 채 모두 살해, 주머니만 간단히 뒤지고는 그대로 치워버렸다.
실제 현상금이 걸렸는지 알 게 뭐람. 내가 현상금 사냥꾼도 아니고, 리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니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죽어라 달린 결과, 나는 예상했던 것보다 하루 늦은 보름 만에 마고그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
"B등급 용병? 허. 그런 놈이 여길 왜 와? 그것도 얼마 되지도 않은 놈 아냐? 용병패가 완전 새건데?"
덩치 큰 남성이 내가 이곳에서 한동안 활동하겠다는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냥 가라. 여기 만만한 곳 아니다."
젊은 남성은 구릿빗 피부에 상의를 노출한 모습으로 귀찮은 새를 내쫓듯 손을 저어 대었다.
남자의 드러난 상의에는 수많은 전투를 겪은 남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이곳저곳이 흉터 투성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남자의 벗은 상의를 본다면 그것보다는 다른 것에 눈길을 빼앗길 터였다.
남자의 상반신. 그곳에는 전체적으로 문신이 도배되어 있었다.
"제가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 텐데요?"
"…그거야 그렇지. B급이면 쓸 만 하지. 게다가 발급받은 곳도 괜찮네. 최소한 실력이 부족한 놈은 아니겠지 뭐."
"그럼 왜 가라고 하십니까?"
우리가 대화하는 장소는 마고그 영지 내의 첫 번째 관문이나 다름없는 마을의 용병 길드 내부였다.
나는 몬스터 토벌 의뢰에 지원했고, 남자는 어디까지나 '권유'로써 제안을 반려하는 중.
남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실력은 실력인데, 실력만으로는 죽기 딱 좋은 장소라서 그렇다, 애송아. 에울프 성이면 그 뭐냐, 호위하는 곳 아니냐? 거기서 이만한 실력을 쌓은 실력자가 여기서 허무하게 죽으면 너무 아까워서 그런다. 차라리 남쪽 수인들이나 서쪽의 오크들과 싸워서 경험이나 쌓아라. 그리고 찾아와. 찾아보면 덜 격렬한 전장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는 에울프 성에 대해서 잘 아는 듯했다. 의외다. 마고그 족의 '전사'중에서 이런 이는 흔치 않은데. 나는 웃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문신 멋지시네요."
"…뭐?"
"음… 용맹의 문신과 전사의 문신인가? 전사의 문신은 보통은 못 받는다던데… 어지간히 실력이…."
"…애송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봐? 이건…."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온 건 아니거든요."
나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그래, 다 알아보고 왔지. 모를 리가 있나?
내가 얻을 전설 스킬. 그중 두 개가 무려 '문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