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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103화 (103/317)

# 103

거래

"…무슨?"

"안 돼!"

"안 돼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행의 반발이 잇따랐다.

나서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외쳤고, 주하연은 어딘가 분노한 기색이었다.

나연도 꺼림칙한 얼굴에 남은주는 조금 강한 시선으로 토펜을 바라보았다.

하유진만이 멀뚱멀뚱한 얼굴을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귀족을 상대로 샤우팅이라. 만약 지금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귀족 모욕이 될 수도 있는,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우리들은 예외다. 주하연은 성흔을 가진 성녀이고 나서윤은 준 귀족이나 다름없는 마법사이며 우리 일행들은 애초에 영지에 큰 공을 세우고 현 상황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인력들이다.

그런 만큼 토펜은 갑작스러운 외침에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웃으며 상황을 넘어갔다.

"하하! 자네 아내들의 질투가 조금 심하구만?"

일부다처나 일처다부를 할 경우, 많은 아내나 남편을 거느리는 이는 가정을 정확하게 틀어쥐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해서는 안 되고.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토펜은 그런 점을 꼬집으며 나를 가볍게 놀리면서 동시에 자신을 향해 소리를 지른 이들을 나를 통해 책망하는 것이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일행이 실례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두를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아직은 동료 관계입니다."

"흠? 대부분이 동료라고? 그렇다면 더 이상하구만? 어째서 저리 예민하게 군다는 말인가? 반대를 할 이유가 없을 터인데?"

사적인 일에 왜 끼어드냐는 듯한 물음. 그러나 곧이어 알아챘다는 표정이 되었다.

"흠. 그래. 그렇군. 아직 과도기인가. 자네 더 노력해야 겠구만. 그렇다면 내 딸이 막내가 될 필요가 없다는 뜻인데…? 어떤가? 자네 일행들이 반대한다고 한들 리더는 자네이고 자네의 일일세. 자네 파티원들에게는 따로 포상을 하도록 하지. 어떤가?"

귀족의 딸을 준다.

토펜에게는 자식들이 몇 있는 것으로 안다. 그중 하나를 준다는 것은 내 신분이 상승한다는 것을 뜻했다.

물론 극적으로 귀족이 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귀족의 딸을 아내로 맞는다면 적어도 다른 평민이나 용병들과는 구별되며, 동시에 티드린드 가문에 속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종의 배경이랄까? 하지만 내게는 영 매력이 없는 카드였다.

평볌한 용병이라면 모를까, 나는 앞으로 A급 용병은 가볍게 씹어먹을 수준으로 강해질 미래가 창창한 놈이었고 스스로도 귀족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티드린드 가문이 대단한 가문도 아니었으며 되려 이건 토펜이 신분을 미끼로 나를 휘하에 두려는 수작에 가까웠다.

"감사한 말씀이지만, 귀족의 따님을 아내로 맞는다는 것은 과분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자네라면 충분히 자격이 된다네. 그렇지. 기사 작위도 주겠네. 어떠한가?"

"…말씀만은 감사드립니다."

끈질긴 권유를 가볍게 물리치자 토펜은 조금 아쉬운 눈초리였지만, 다른 일행들의 매서운 눈초리에 금세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흠. 이러면 어떤 포상을 줘야 할지 고민인데 말이야."

사실상의 포기 선언. 그 말에 일행의 눈초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는 난감하다는 듯이 자신의 턱을 긁적였다.

"그렇다면 혹시 원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나로서는 도저히 뭘 줘야 할지를 모르겠군."

이 영지가 얼마나 가진 것이 없는지 단적으로 말해주는 바였다. 스스로의, 영지의 능력이 부족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토펜은 되려 당당한 모습이었다. 부족한 살림에도 당당하고 기죽지 않으며 일행의 무례에 가까운 언행에도 소탈하게 대응하는 모습에 나는 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의 물음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있습니다."

"…호오? 무엇인가?"

"정확히는, 거래를 할 권한을 얻고 싶습니다."

"…거래?"

토펜의 눈초리가 조금 날카롭게 변했다.

일방적인 포상에서 거래로 이야기가 넘어간다.

즉,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건넨다면 우리도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뜻.

그것은 별다를 것이 없는 영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여섯 명의 파티가 영지와 거래를 한다라…. 흐음… 그대들의 공적을 본다면 허튼소리는 아닐 터이고…."

"아마,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거래일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렇군. 알겠네. 그것을 원한다면 이야기는 들어 보도록 하지."

물꼬를 트는 것에 성공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평판을 생각했던 것인데, 일이 쉽게 풀렸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하층에서의 목표는 사실상 거의 완수나 다름이 없었다.

씨익.

나는 가벼운 미소를 흘렸다.

***

"그러니까, 광산을 청소할 테니, 그 권리를 일부 달라?"

"정확히는 수익의 분배입니다. 광산에 대한 권한은 크게 상관없습니다."

애초에 관리하기도 힘들다. 수익만 받으면 그만.

많은 돈을 얻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톡, 톡.

다른 일행을 내보낸 뒤 나와 토펜은 그의 집무실에서 독대를 하고 있었다.

나에 의해 쫓겨나면서 여성 진은 결코 꾐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럴 일은 없다면서 일행을 밖으로 내보냈다.

토펜은 의자의 손잡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아주 나쁜 거래는 아니로군. 확실히, 광산은 반드시 필요하니까."

다른 광산이 있기는 하지만, 최대의 광산은 현재 코볼트들에게 점령된 광산으로 회색 놀들의 영역 안쪽에 존재하는 광산이다.

과거 선대에서 잠시 영토를 확장하며 손에 넣었던 광산이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금 빼앗겨버렸다.

그 매장량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아는 이상 욕심이 날 터. 되찾을 수만 있다면 갱도 보수를 조금 하는 즉시 채굴이 가능한 데다가 놀 영웅 때문에 토벌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철과 흑철은 영지에 꼭 필요한 물품들이다. 게다가 상인과의 거래를 틀 수 있는 특산품이 늘어난다면 영지 경제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자네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의 의미가 이런 거였군. 확실히 용병이 이런 거래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

어떤 영주가 이런 대형 거래를 일개 용병과 한다는 말인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그냥 청소하라는 의뢰나 내고 말지.

그러나 누누이 말했듯, 이 영지는 외곽인 데다 특수한 상황이 겹친 곳이다.

그런 만큼 우리와의 거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영주는 모르겠지만, 저쪽 광산 지대에는 마정석 광산이 나온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말 그대로 수익금만 먹어도 어마어마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이 거래만 성사시킨다면 탑에서 돈이 부족할 일은 없을 터였다.

그만큼 마정성은 무척이나 귀한 자원이다.

게다가 등급도 높은, 질 좋은 마정석이라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나와 이러한 계약을 맺기에는 우리의 공이 있어도 경우가 다른 것이 사실.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가볍게 핥았다. 완전히 쐐기를 박을 차례였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서 말을 이었다.

"아마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하고 계실 겁니다."

"…그렇네. 부끄러운 말이지만, 과거에도 결국 개척은 했지만 빼앗겼던 곳이니까."

"광산을 완전히 확보할 때까지 제가 수비를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곳에서 상주하겠다고? 그럼 토벌은 어쩔 셈인가?"

"사실 저를 따르는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뭣?"

내 말에 토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파티가 아니라… 용병 단을 이끄는 자라는 말인가? 그런데 어째서…."

"사정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저를 따르기는 하지만 조금 애매한 관계랄까요? 아직 제대로 리더로 인정받은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상 리더나 다름없는 위치이기는 하지요."

토펜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리더면 리더지 인정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상 리더라니…."

"수가 수천 명입니다."

"…뭣?"

수천 명의 무력 집단. 그 말에 토펜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이 영지의 총 병력이 아마 만 명 정도일 거다. 물론 전원 직업 병사는 아니다. 직업 병사는 극히 일부. 대부분은 최소한의 군사 훈련을 받은 영지민들이다. 전투가 가능한 젊은 남성들의 숫자가 대략 일만 명. 아마 정말 위기 시에는 모두가 나서겠지.

마을에는 얼마 되지 않는 자경단이지만, 성은 다르다.

전쟁 시 마을 모든 인원은 성으로 물러나고 성에서 수성전을 통해 땅을 지키는 것이 기본적인 전법이다.

애초에 주변 놀들은 다섯 색깔 중 하나만 해도 숫자가 수만 단위다. 이런 이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무력은 필수다.

그런데 내 휘하의 용병이 수천이나 된다고 한다.

영주는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

"일단 용병들의 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부분 E등급에서 D등급 수준입니다."

"…평범하군. 하지만 수가 수천이라고 하지 않았나."

영지의 훈련 받은 젊은 남성이 그 정도 수준이다. 아니, 오히려 수련자들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일단 미궁에서 쌓아올 전투 경험은 무시하기 힘들 테니까. 스텟 보정도 존재하고.

"일종의 계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뭉치기는 했지만, 그 안에서도 여러 세력으로 나뉜 상태고, 그들 중 저희 파티가 가장 우수합니다. 그런 만큼 가장 많은 이들을 흡수해 가장 큰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그런가."

그는 대충 이해한 듯했다.

"그들이 이쪽 영지로 올 계획입니다."

"…어째서 말인가? 이 영지는 외곽이고 낙후된…."

나는 미소지었다.

"그래서입니다. 저희는 이쪽을 근거지 삼아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내 말에 무엇을 느꼈음일까.

영주가 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참의 침묵.

그러던 영주는 입을 열었다.

"자네로군."

"……."

"자네가 이곳을 선택한게야. 어떤 목적인가? 무엇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지?"

내 목적은 지구를 구하고 가족을 만나는 것. 하지만 이들에게 그런 말이 소용 있을 리가 없었다. 이해시킬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이자, 사람이라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저는… 귀족이 되고자 합니다."

복수, 사랑, 꿈, 야망, 권력, 힘, 이상, 행복…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수없이 존재한다.

나는 그중 야망을 선택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납득하기 쉬운 이유이자 그가 공감하기 쉬운 이유이기도 했다.

그도, 나와는 다른 방향일지언정 야망을 갖고 있었으니까.

"…뭣?"

"아. 물론 이 영지를 노리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제국으로 넘어가, 그 곳에서 귀족이 되고자 합니다."

"…그게 무슨…."

"제가 말씀드린 용병들은 천천히 이곳을 향해 올 예정입니다. 이미 일부가 왔을 수도 있고, 아니면 더 훗날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2년 안에 수천에 달하는 인원이 이 영지를 찾아올 거라는 겁니다."

내가 미궁을 나온 지 반년이 넘었고, 1회차와 달라진 상황을 고려하면 2년 안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미궁을 빠져나올 터였다.

넉넉잡아 6개월을 늘려 현시점에서 2년. 그 기간이면 수많은 수련자들이 모너스 마을을 통해서 이 영지로 들어올 터였다.

"그렇게 된다면 영지의 군사력은 용병들의 영향으로 크게 상승하겠죠."

"…그리고 자네의 영향력도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겠지."

토펜은 경계하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외곽의 영지. 본디 범죄자들로부터 시작된 도시이다. 누가 영주가 되어 영향력을 행사한들 이상하지 않아 할 터였다. 그나마 이곳을 왕래하는 상인들은 눈엣가시인 토펜이 죽고 다른 영주가 들어온다면 되려 환영할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호구 잡히지 않고자 한다면 약점을 잡으려 할 수도 있었지만.

히죽.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얻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용병들을 최대한 제 밑으로 흡수할 생각이거든요."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광산을 지킨다.

계파. 아까 내가 했던 말을 떠올린 토펜의 눈빛이 변했다.

내게도 목적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한 셈.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오크들과 싸울 겁니다."

"…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

토펜은 내게 반문했다.

"그걸 지금 믿으라는 건가? 뭐? 오크? 자네, 오크가 어떤 존재인지는 아는 건가?"

물론 안다.

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투력을 지닌, 인간 다음가는 세력을 지닌 종족.

게다가 오크들은 언제나 인간을 침공한다.

인간의 영토와 자원을 탐내기에.

인간의 주적이자 서로 끝없이 증오하는 대상.

인간과 국경을 접한 세력은 많다. 엘프&드워프 연합, 수인 연합, 대사막, 죽음의 대지. 그리고 오크.

그러나 다른 네 국경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투를 합쳐도 오크와의 전투만큼 많은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으며 오크와의 전투만큼 격렬하고 잔인하지는 않다.

실제로 중층에서는 다른 종족과 만날 일은 그다지 없다. 그나마 엘프&드워프 연합이나 수인 연합 정도일까? 대부분 오크와 싸움으로써 실력 향상을 꾀하고 상층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상층에 도달해 특출난 일부를 제외하면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대부분 사망, 용사가 되어 다른 세계로 떠난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오크, 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대한 놈들이죠."

나는 미소를 유지한 채로 말했다.

"그런 만큼, 공적을 세운다면 더 높은 귀족이 될 수 있죠."

티드린드 가문은 남작가다. 외곽이고 놀들과 홀로 싸우는 만큼 그 작위는 남작이 아닌 백작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들 출신이라는 점을 꼬집어 고작 남작가에 불과한 직위를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티드린드 가문은 그 남작도 과분한 작위다. 그만큼 세력이 약하고, 가진 자원도 적다. 자급자족이 겨우 되는 수준이라면 말을 다 한 것.

광산이 있으면 뭘 하나, 대부분 놀의 영역에 존재하고 그나마 가진 광산도 겨우 영지 내에서 방어하기도 아슬아슬한 수준의 장비를 생산하는 게 한계인 수준이다. 대부분 철, 적은 수량의 흑철이 나오는 광산 하나.

병사야 제법 된다. 애초에 영지민들이 살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훈련을 받는 곳이니까. 그러나 제대로 된 기사는 하나도 없었으며 정예 병력은 손에 꼽히는 수준. 마탑에는 하급 마법사 너덧이 전부인 영지다.

어지간한 남작가보다 영지가 넓기는 하다만, 그게 다라는 뜻.

"저는 제국에서도 인정받는, 고위 귀족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야망에 찬 미소를 연기했다.

그런 내 얼굴을 바라보던 토펜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B급…."

말을 하던 토펜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일행은 평범한 B급 용병이 아니다. 일행이 얻은 힘은 성녀, 용사, 당대 최고 성기사의 힘이며 나 자신도 평범한 수준의 용병은 아니다.

게다가 휘하에 둘 수천의 용병. 그들이 놀과의 전투로 수준이 높아지면 용병 단이라고 보기 힘든 규모의 무력 집단이 탄생한다.

그런 이들이 스스로 오크들과의 접경지로 향한다면 제국이 싫어할 리도 없다. 특히 성과를 좋아하는 제국이라면 공에 따라 얼마든지 귀족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자네를 어떻게 믿지?"

나는 내 손을 들어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 꺾어버렸다.

우드득.

흠칫.

토펜은 내 기행에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힐."

나는 곧바로 대량 힐 스킬을 사용, 상처를 재생시켜버렸다.

"…사제?"

씨익.

"여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허."

"저는 이 영지를 차지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저는 그저…."

나는, 눈부시도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

"이 영지에 도움도 되고, 제게도 이득이 되는, 거래를 했으면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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