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침대 위로 비치는 햇살이 강렬하다.
"으음…."
약간 늦은 오후.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인 것 같았다.
'뭔가 마력의 유동이….'
아침의 햇살이 아닌, 스킬의 발현 같은 마력의 유동이 느껴진 덕분에 잠에서 깨어났다. 내게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에 계속해서 잠든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 어젯밤을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
성욕을 억누르는 기술을 풀자마자 부작용을 각오하고 관계를 맺은 데다 첫 경험을 최대한 잘 보내게 하기 위해서 온갖 기술들을 마구 사용했다. 피곤할 만하다.
그러자 옆자리에는 나신에 이불만 덮은 주하연이 잠들어 있었다.
"……."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자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아무래도 깨어 있는 듯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기에 마찬가지로 한참을 내려다보자 결국 참지 못하고 눈을 뜬다.
"…좋은 아침입니다."
"…네. 좋은 아침이에요."
"왜 자는 척입니까?"
"그, 그게…."
여전히 부끄러워 보이는 얼굴. 어색할 만하다. 이런 경험 또한 처음일 테니까.
"몸은 괜찮으신가요?"
"…안 그래도 몸 이곳저곳이 너무 아파서 스킬로 회복했어요…."
아무래도 내가 깨어난 원인이 그녀의 신성 마법인 듯했다.
"흐음. 일단 일어나죠. 조금 늦은 것 같네요."
어차피 다른 일행들은 다 알고 있을 테지만.
방음이 잘 되는 여관도 아니고, 이렇게 늦게 일어났다. 그것도 둘이. 사실상 다 들켰을 것 같았다.
주하연이야 나를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지만, 다른 일행이 어떨지는 모르니까.
조금 어색하게 반응할지도.
주섬주섬 일어나 옷을 입는 주하연.
나는 그런 그녀의 나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이랄까. 그래도 어차피 한 달 정도 현자 상태라서 아름다움에 대한 순수한 감상 말고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그런 내 시선을 느낀 주하연이 붉어진 얼굴로 설핏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부작용 때문에 못 하신다면서…."
"…이제는 진짜 못합니다."
"…얼마나요?"
"한 달 정도? 억지로 사용하는 바람에 기간이 3배쯤 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후회한 점 없는 얼굴. 나도 나름 만족스러웠던 밤이었으니까.
같이 가고 싶다는 말에 마력을 사용해 강제로 파정한 덕분에 육체적으로는 조금 덜 만족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충분히 만족했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무엇보다 주하연의 첫 경험을 망치지 않았고 나는 현자 상태라서 육체적인 욕구 불만이 없는 상태니까.
"…그렇군요. 조금 미안하네요…."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만족스러웠으니까요. 귀여운 모습도 많이 봤고."
조금 짓궂게 말하자 주하연은 붉어진 얼굴로 항변했다.
"신후 씨가 너무 잘하신 거예요. 뭐에요 그 회로를 자극하는 기술은. 진짜 이상한 기술만 만들어 낸다니까? 저 그렇게 안 밝힌다구요."
내가 만든 기술은 아니다. 1회차에 개발된 기술을 가져왔을 뿐이니까. 그렇지만 현재는 없는 기술들이니 내가 만들었다고 오해할 만 했다. 나로서도 출처를 밝힐 수는 없기에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창피하실 필요 없습니다. 밝히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이이가?"
조금 샐쭉하니 노려보는 얼굴에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어주고는 나 또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하연은 또 내 나신을 밝은 곳에서 보는 것이 부끄러운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조금 많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는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일행은 벌써 식사를 거의 마친 상태였다.
우리가 등장하자 조금 어색한 얼굴로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물론, 하유진만은 예외였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형!"
"그래. 잘 잤니?"
"네. 어쩐 일로 형이 늦게 일어나셨네요."
헤헤거리며 웃는 모습. 나는 그런 하유진의 존재가 조금은 반가웠다.
"…늦으셨네요. 오빠."
"그래. 조금 피곤했나 봐."
"…그래요. 그렇겠죠."
나서윤은 무서운 눈초리로 주하연을 잠시 노려보았다. 그러면서도 눈에는 조금 물기가 있었다.
주하연은 그런 나서윤의 눈초리에도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며 조그맣게 입 모양으로 말한다.
'알아서 할게요?'
대충 그런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끼어 들어봐야 쓰레기가 될 뿐.
아니, 이미 이 시점에서 쓰레기긴 하다만.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연은 어딘가 어색한 눈치였고 남은주는 하유진 덕분에 조금 나아진 공기에 어색함을 날려버린 듯,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와 주하연이 늦게 나온 덕분에 다른 일행들이 먼저 식사를 마쳐버렸다.
그들은 나와 주하연, 정확히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앞으로의 일정이 듣고 싶은 모양.
나는 밥을 먹으며 앞으로의 일정을 밝혔다.
"대충 말했다시피, 의뢰는 완수되었습니다. 그것도 초과 완료죠."
끄덕.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밥을 먹고 말하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뭐 늦게 나온 것은 우리니까.
나는 말을 이었다.
"덕분에 성주, 그러니까 영주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 들어갈 예정입니다. 촌장이 전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리 말이 사실인지 제대로 확인하기 위한 조사단이 파견되겠지. 우리가 거기 포함될 수도 있고. 그러려면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걸? 아무리 빨라도 하루나 이틀은 걸릴 거야. 그때까지 쉬고 있으면 돼."
"그렇구나… 하긴, 그 고생을 했는데…."
나연은 고립되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는지 몸을 가볍게 떨었다.
그래 봐야 잠깐이다. 벌써 반년 이상 지났다. 나는 우리 뒤를 이어 올라온 수련자들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를 느꼈다.
아무리 빨라도 1년은 걸릴 테지만, 혹시 모른다. 내 행동 때문에 미궁에서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그렇다면 1회차보다 더 빨리 올라오는 인원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모너스 마을을 한 번 들를 필요를 느꼈다.
당장에야 저 조사대 이야기 때문에 꼼짝도 못 하지만.
한참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식사를 마쳤고, 각자 휴식을 하라며 일행과 헤어졌다.
주하연은 하유진을 제외한 여성 진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나의 독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했다.
조금 미안했다. 떠넘기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탑에 적응하기를 기다릴 셈이었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늦잠 덕분에 오늘은 하지 못한 가벼운 훈련을 마친 이후 몸은 씼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서윤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야?"
"들었어요. 오빠."
"……."
난감한 주제다.
"저도 오빠 좋아해요."
"…서윤아."
"저, 절대 포기 안 할 거니까요."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20살은 찍고 와라."
"…곧 있으면 저도 17살이거든요?"
"아직은 16이지. 아니, 17살이라고 쳐도 3년은 남았다만?"
"…이제 지구도 아닌데 뭔 상관이에요…."
"내가 안 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서윤과 일정 이상의 관계가 된다면 곤란하다. 파티 내에 쟤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연과는 친자매 관계다. 나연과는 애매하긴 하지만 일단 친구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한 만큼, 현 상황에서 더 깊은 관계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단호한 얼굴에 나서윤은 입술을 깨물더니 두고 보자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솔직히 하나도 안 무서웠다.
뭐 유혹이라도 할 생각인 것 같은데, 현재 현자인 나로서는 별로 무섭지 않다고나 할까? 성욕을 억제하는 기술도 있고 주변에서도 나서윤의 편을 들어줄 것 같은 사람은 없다 보니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는 이후 촌장을 찾아가 일정을 물었고, 이미 성주에게 전령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식이 오는대로 이쪽에 알려주겠다고.
촌장도 자체적으로 조사단을 보내 내가 말했던 흑색과 황금, 갈색 놀이 뒤엉킨 전장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덕분에 시간이 남은 일행은 그간 쉬지 못한 것을 보상받으려는 듯 최소한의 훈련을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쉴 때는 쉬어줘야 한다. 나 또한 늘어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다른 일행들보다는 더 가까워진 주하연과 시간을 더 보냄으로써 관계를 조금 더 돈독하게 쌓았다.
일행과는 이야기가 잘 되었다는 말만 들었다. 실제로 일행은 이전과 다름없는 태도로 나를 대했고, 나로서는 썩 반가운 상황이었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나마 나서윤이 조금 달라진 태도로 나를 대했는데, 주하연의 묵인하에 나서윤이 종종 뭔가 수를 쓰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내가 현자 상태라는 것을 아는 주하연은 내게 들이댔다가 별다른 효과 없이 풀이 죽은 채 물러나는 나서윤의 모습에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약 삼일. 짧은 휴식 시간이 지나고 난 이후. 우리는 성주로부터 초대장을 받을 수 있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성주 님. 유신후 라고 합니다."
"그대가 유신후인가. 반갑네. 나는 이 일대를 다스리는 영주. 토펜 티드린드 라고 한다네."
토펜 티드린드. 1회차 시절 살아는 남았지만, 껍데기만 남은 티드린드 영지를 마지막까지 다스렸던 영주다.
제국의 외곽인, 낙후된 영지의 영주이자, 과거 범죄자들의 후손인 영주인 덕택에 제국으로부터 많은 무시를 당했고, 놀 영웅의 출현으로 마을을 전부 잃었으며 영지 내의 수많은 이권을 빼앗긴, 비참한 영주였다.
광산의 권한, 토지의 개발권, 특산품의 이권마저 영지를 지키기 위해 모두 팔아 넘겨야 했던, 불운한 영주.
그가 바로 토펜 티드린드였다.
그랬던 불운한 과거를 지닌 영주지만, 그의 가문은 제법 유능했으며, 그 자신도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티드린드 가문은 선대부터 다섯 놀들을 자극하지 않고 그 틈바구니에서 인간의 생명을 지켰고, 그의 할아버지는 엉망진창이었던 일대의 뒷골목 조직을 사실상 청소했으며, 뒷골목의 힘과 세력, 그 규모가 정말 최소한으로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이 영주의 시작이 범죄자들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생각한다면 정말 대단한 업적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의 업적을 현재까지 지킬 수 있도록 유지한 능력자이자, 성벽의 규모와 마을의 규모를 놀들이 거슬려 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로 키워 낸 실력자였다. 애초에 브리터스 마을의 약초밭과 같은 요긴하고 필수적인 물품을 1차생산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 사후 영주의 자리를 이어받은 토펜 티드린드는 지금보다도 더 적었던 용병을 어떻게든 끌어들였으며 나름 그들을 대우하고 공정한 계약을 맺는 정책을 시도했고, 제국 상인들로부터 착취 받았던 영지를 그나마 덜 착취 받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덕분에 놀 영웅 출현 이후 상인들에게 밉보인 상태라 수많은 불공정 거래와 이권을 착취당하게 되었지만.
애초에 가진 것이 거의 없는 그의 입장에서는 그게 최선의 결과였다.
힘과 세력이 약한 것. 그것이 토펜 티드린드가 가졌던 유일한 원죄였다.
그런 만큼 토펜 티드린드는 나름 공정하고 영지를 아끼면서도 합리적인 인물이었다. 동시에 귀족으로써의 권위 의식도 적은 편이었고.
개인적으로 나쁘게 봤던 사람은 아니었다.
"자네들이 이번에 영지를 위해 큰일을 했다고 들었네."
"과찬이십니다."
"아니, 아닐세. 아니야. 만약 이대로 버티기만 했더라면 그 놀 영웅이라는 것이 탄생함으로써 다섯 놀들이 연합을 했다면…. 영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대로 멸망했겠지. 버티더라도… 살아도 산 게 아니었을 테고."
그는 침중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알아 오기 전까지 그런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에 자책하는 듯했다.
"그래도 자네들 덕분에 위기가 기회가 되었어. 황금 놀들은 아예 괴멸적인 타격을, 흑색 놀의 세력은 반 이하로, 갈색 놀들마저 제법 큰 피해를 입었다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영토를 더 넓혀도 괜찮겠군. 특히 놀 영웅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흑색 놀들은…."
그는 섬뜩한 얼굴을 해 보였다.
다음 말을 듣지 않아도 대충 알 수 있을 정도.
나는 그런 그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 될 거였다.
"…그러나 현재 전력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지. 그래서 나는 자네들을 고용하고 싶다네. 자네들의 실적이나 솜씨, 그리고 우리 영지를 위해 해 준 일들은 보통이 아니지. 게다가 이번에 엄청난 힘들을 얻었다고 들었다네."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보이지 않아야 하기에 우리는 성지에서 얻은 힘들을 일부 공개했다.
나와 나서윤, 남은주와 주하연은 각자 B등급, 그것도 최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존재들이다.
특히 나서윤과 주하연은 그 귀하다는 마법사와 사제다. 그런 만큼 단순 B랭크 수준의 대우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여기는 제국의 외곽. 그런 만큼 수준 높은 용병은 더더욱 귀하다.
"최고의 대우를 해 주지. 우리와 계약을 하지 않겠는가?"
"저희는 용병. 임무와 보수만 맞다면 얼마든지요."
"그건 걱정 말게나. 영지의 사활이 달렸지. 결코 섭섭하게 하지는 않겠네."
1회차를 생각하면 믿을만한 사람이다.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영지를 위해 공을 세웠는데, 이것만으로 끝내기는 그렇군. 포상을 해야겠는데…."
그는 고민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우선 가벼운 겸양을 떨었다.
"의뢰였을 뿐입니다. 초과 달성을 했다고 대가를 요구하기에는 조금 그렇군요. 어디까지나 우연이었을 뿐입니다."
그만큼 얻은 것들도 있었고.
하지만 우리가 겸양을 떨었다고 아무것도 해 주지 않을 사람이 아니었다. 계약상 문제는 없지만, 이런 외곽 지역에서 용병들의 인심을 잃어 좋을 것은 없었다. 게다가 앞으로 있을 토벌전에서 우리와 용병은 없어서는 안 될 이들. 어지간히 멍청한 영주가 아닌 이상에야 입을 싹 닦을 리가 없었다.
"그럴 수는 없다네. 아무리 용병이라고 한들 우리 영지를 위해서 그리 애를 쓴 이들에게 포상을 하지 않는다면 누가 앞서서 영지를 위해 일을 한다는 말인가?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게나."
토펜은 당당한 얼굴로 이건 자네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대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흐음. 그래도 어떤 것을 줘야 할지 모르겠군. 장비는 브리터스 마을에서 챙겨 주었고, 금전이라면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할 지 책정이 되지 않는 수준이야."
토펜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유신후 군. 자네는 아주 뛰어난 실력자 같구만."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용병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실력을 부풀렸으면 부풀렸지 제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깎아 먹는 병신 짓은 할 수 없었다.
물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하게 과장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의 실력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용병이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호구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현재 용병 패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내 용병 패상의 등급은 F.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토펜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렇지. 자네들이 해낸 공적이나 목격된 실력은 전혀 다르니까 말이야. 흐음… 그래서 말인데. 그 포상. 이건 어떤가?"
토펜은 조금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내게 말했다.
"내 딸을 주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