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100화 (100/317)

# 100

*주의. 19금 장면이 있습니다.

내가 한참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자, 주하연이 다시금 물었다.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어떻게가 동료를 뜻하는 그건 아니겠죠?"

끄덕.

나는 조금 난감하다는 듯이 볼을 긁적였다.

이건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뭐,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난한 대답.

그러자 주하연이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네?"

자화자찬인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주하연이 이어 말했다.

"저도, 신후 씨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요."

"…하, 하하. 감사합니다."

연속된 돌직구에 나는 어색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그냥 그런 여자라면 모를까, 이제는 내 일행에서도 나서윤과 동급이나 다름없는 중요도를 차지한 동료다. 사실, 이제 내 파티중에 안 중요한 사람이 없는 거나 다름없다. 그러니 막 대하기가 어렵다고나 할까? 뭐, 이제껏 막대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끌려다닐 생각도 없었다.

"…으휴."

주하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귈래요?"

그러더니 이어서 돌직구를 다시 던져버렸다.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겠죠. 역시…."

주하연은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뭐, 나연이…는 좀 낫긴 하지만, 은주도 최근 태도가 변한 느낌에, 서윤이는 아주 대놓고 노리고…."

이어지는 푸념. 무슨 소리인지 대충 알만하다.

"신후 씨 입장에서, 누구 하나랑 콕 집어서 사귀기 힘들다는 것, 알아요. 뭐, 파티 상태를 본다면 뻔하기도 하고… 특히 탑은…."

주하연은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알아요? 여기, 힘과 능력만 있으면 일부다처든 일처다부든 다 가능한 거?"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주하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성욕 억제하는 기술이라는 거, 대단하네요. 그걸 알면서도 참은 신후 씨도 그렇고요. 정말… 대단해요. 보통 남자 같았으면 그런 거 알면서도 안 썼을 텐데."

그거야 내게는 더 중요한 목적이 있었으니까. 못 할 것은 아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병신같은 짓이다.

내 뇌는 머리에 달렸지 하반신에 달리지는 않았으니까. 내 목적은 지구를 구하고 가족을 만나는 것이다. 여자?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는 않겠다만, 그렇다고 우선순위를 생각하지 않고 하반신이 시키는대로 마구 날뛸 생각은 없었다.

"뭐, 그래서 더 믿음직하고 끌리는 거긴 하지만요."

그리고는 한동안 입을 닫았다.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 피하고 싶었지만, 언젠가는 마주칠 거라 생각했었다.

예전에 그 빌어먹을 거짓 몽정 사건 때 못 들은 척했던 말이나, 이들의 태도를 본다면 있을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했었지.

그렇기에 대응도 대충은 준비했었다. 탑에 더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 중층쯤 가고 탑에 더 익숙해져서, 그런 관계가 되어도 별로 상관없을 때까지 버틸 생각이었다.

성인인 셋이라면 주변의 시선이나 일행의 관계 때문에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서윤은 나이 때문에 조금 더 미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지구 물이 거의 빠지고 탑에서의 조금 가볍고 독점이 덜한 연애관을 가진 상태라면 그런 관계가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지구 물이 덜 빠진 상태에서 그런 관계가 되었다간 골치가 아프니까, 더 익숙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 더 깊은 관계가 된다면, 그 이후에나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뭐, 주하연의 말마따나 나연은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성적으로도 끌릴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앞으로 만날 놈들이 하나같이 제대로 된 놈들은 거의 없을 테고, 상대적으로 내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될 테니까.

이어진 이후에 평범한 다른 남자들처럼 독점욕을 부리고, 내 성장한 능력이면 어지간한 다른 남자들이 감히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 훗날이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끌릴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이성 문제 때문에 다른 파티에 내 일행을 빼앗길 생각은 없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전쟁을 해서라도 막을 생각이다.

단지, 예상하지 못한 점은 주하연이 이미 그런 탑의 현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는 것.

힘이 진리이며 모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중혼을 금지한 지구의 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야만적이고, 본능적인 세상이 된 거다. 아무렴, 튜토리얼인 8층에서부터 그런 꼴을 본 거다. 주하연이라면, 아니 일행들 모두 금세 깨달았겠지.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렇기에 나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말이 아닌, 시선으로 묻는 거다. 당신이 나를 좋다고 말한다 한들, 나를 독점할 수는 없다고. 그래도 괜찮냐고.

어차피 이번 일로 인해 그녀가 나를 떠나지는 못한다. 내가 준 것도 많은 데다 우리 일행 말고는 앞서가는 이들도 없고 내 곁보다 더 안전한 장소는 없다. 거절해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터.

주하연은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고개를 든 주하연은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역시 아직 멀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난 말이죠…."

주하연은 한참을 망설인 이후, 입을 열었다.

"…어쩌겠어요. 먼저 반한 제가 죄인이죠."

그러더니 쓴웃음을 짓는다.

"…네?"

나는 놀랐다. 이제 탑에 온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약 11개월 정도.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20년 이상을 지구에서 살았다. 특히 이성 관련은 더욱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힘이 없어서 비참한 상황을 꾸준히 겪었다면 모를까, 우리는 그런 경험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중층에라도 가서 이쪽 문화에 익숙해지지 않는 이상에야 이럴 일은 없을 거라고 단정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저 반응은 사실상의 허락. 경쟁자가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놓고 다른 여자를 만나도 된다고 허락할 줄은 몰랐다.

"…뭐, 제가 급하기도 하구요."

"그게 무슨…."

뭐가?

"그런 게 있답니다. 어쨌든 간에, 난 신후 씨를 포기할 마음이 없어요."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설령, 그게, 당신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거라고 해도."

"…어째서입니까. 어째서 그렇게까지…."

"당신은 놓치기 너무나도 아까운 사람이거든요."

주하연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용감하고, 희생적이고, 그렇다고 심각하게 호구도 아니고. 예의 바른 데다 책임감 있고, 능력도 뛰어나고…."

그녀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했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나를 존중해주는 데다가…."

이어 열 개의 손가락이 모자라게 되자 손을 내린 채 내 눈을 강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나 아껴주고, 소중하게 대해주는데, 어떻게 반하지 말라고요?"

…….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강하게 부딪쳐온 사람은 1회차에서도 없었다.

처음이랄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만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이어서 주하연은 내게 팔을 벌리며 물었다.

"저 지금 엄청 창피한데. 계속 이렇게 둘 거에요?"

…당황하긴 했지만, 이런 말까지 들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나는 충분히 멍청하게 반응했고, 얼빵한 모습을 보였다.

되려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아닌, 나였다.

나는 천천히 주하연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진짜 괜찮은…."

"거기까지만 해요. 말 안 해도, 충분히 복잡하니까. 그런 건 더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지금만 집중해 줄 수 없어요?"

"……."

"나, 팔 아픈데?"

짧은 망설임. 그래. 여기까지다. 나는 더는 망설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상대는 충분히 각오했다. 그러니 내가 받아줄 차례다.

나는 주하연의 품에 들어가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당신만을 사랑해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알아요. 어쩌겠어요. 지금도, 당신이 나를 사랑해서 받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내가 자신에게 매력을 느낀다고는 했지만, 주하연이 내게 느끼는 감정만큼 크고 강하지는 않았다.

그냥, 싫지 않으니 받아주는 것일 뿐.

격렬한 사랑도, 강한 호감조차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나도 어중간한 감정.

그런 나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주하연은 말했다.

"…거기나 여기나 똑같네요. 먼저 반한 사람이 죄인이라는 건."

나는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쉽게 보지는 말아요. …하긴, 당신이 그럴 사람은 아니지만."

그럴 리가. 이렇게 유능한 사람이 기꺼이 내 그늘 아래로, 벗어날 수 없는 곳으로 와 주겠다는데,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주하연을 품 안 더 깊은 곳에 받아들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한동안 우리는 아무런 대화 없이 서로의 체온을 만끽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이후, 주하연은 내 품에서 빠져나왔다.

잠시간의 눈 맞춤.

이후 주하연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이런 상황에서 눈치 없이 행동할 수는 없었다.

나는 눈을 감은 주하연의 얼굴을 향해 조심스레 접근했다.

말랑한 감촉이 입술을 덮는다.

입술이 닿기 무섭게 주하연은 내 입술을 가볍게 빨았다.

무척이나 적극적인 반응.

나 또한 그녀의 그런 행동에 맞춰 반응했다.

추릅, 쪽.

한참 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닉한다. 그러나 주하연은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이 내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 넣어왔다.

"아, 하읍."

부드러운 설육이 내 이빨을 가볍게 건드렸고, 나는 입을 벌려 그녀의 혀를 가볍게 빨았다.

곧이어 서로의 혀가 얽혀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매우 능숙하게 키스를 리드했다.

그저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

키스는 점점 격해져갔고 주하연은 팔을 들어 내 목을 끌어안아 더더욱 달라붙듯이 밀어붙여 왔다.

내 손은 어느새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채 격정적으로 서로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서로의 행위에 너무나도 심취해 시간이 가는 것을 몰랐고, 우리가 서로 떨어졌을 때는 서로의 혀끝부터 이루어진 투명한 다리 하나가 생겼을 지경이었다.

"하아, 하아…."

주하연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붉어진 얼굴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열정적인 눈빛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또한 강렬한 눈빛으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서 그녀는 내 옷 위로, 가슴을 가볍게 쓸었다.

"…설마, 이제 와서 내 방으로 가라고 하지는 않겠죠?"

그럴 생각은 없었다.

나는 대답 대신 주하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그녀의 목선을 가볍게 핥았다.

"으응…."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곧이어 주하연은 내 상의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내 등 피부 위로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후욱."

"하앙."

조금 거친 숨을 내뱉자 주하연이 가볍게 신음을 흘렸다.

선 채로 이어지는 가벼운 애무.

나는 주하연의 목선을 핥으며 조금씩 고개를 내려 그녀의 쇄골에 입을 맞추고, 동시에 손을 그녀의 옷 아래로 부드럽게 집어넣었다.

가깝게 밀착한 상황. 나는 그녀의 허리께를 부드럽게 쓸고는 서서히 손을 옆구리로, 등 선으로, 이어서 가슴 근처까지 들어 올렸다.

옷은 내 손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위로 올려져만 갔다.

어느새 그녀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 내 정수리 부근을 쓰다듬더니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다, 다음은… 침, 침대에서 부탁해요."

나는 말 없이 그런 주하연을 들어 올린 채 천천히 침대로 이동했다.

삐걱.

여관의 낡은 침대는 주하연의 몸을 받아들이자 작은 소음을 내었다.

나는 침대에 눕힌 주하연의 머리 양쪽에 손을 짚으며 주하연을 내려다보았다.

"이젠 늦었습니다. 말려도 안 들을 거예요."

끄덕.

주하연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붉어진 주하연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그녀의 상의를 천천히 벗겼다.

그런 내 행동에 호응하여 자신의 옷을 벗기기 편하도록 몸을 움직였다.

나는 그녀의 나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붉어진 얼굴, 내가 핥고 고개를 묻었던 아름다운 목선, 이어지는 단아한 어깨선과 미묘하게 뇌쇄적인 쇄골.

그곳에어 이어지는 생각보다 큰 가슴과 원래 그랬던건지 그간의 수련 덕인지 잘록한 허리 라인과 가볍게 보이는 11자의 옅은 복근 선.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귀여운 배꼽.

내 시선을 느꼈음인지 주하연은 가볍게 자신의 상체를 가렸다.

"너, 너무 그렇게 보지 마요…."

수줍음 가득한 목소리. 격정적인 키스와는 다른 그 귀여운 행동에 나도 모르게 설핏 미소짓고 말았다.

"나, 나 혼자만 벗다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

"그렇군요."

나는 곧이어 가볍게 팔을 벌렸다.

"그럼 공평하게 해 주시죠."

수줍어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짓궂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주하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몸을 가렸던 팔을 풀어 내 상의를 들어 올렸다.

내게 접근해 내 옷을 벗기는 주하연. 그 때문에 완전히 개방된 흔들리는 가슴을 바라보고 있자, 주하연은 그런 내 얼굴을 곱게 흘겼다.

"응큼해."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내 반응에 수줍음이 많이 사라진 듯, 이제는 천천히 내게 접근해 내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까 자신이 당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주려는 듯이 내 목덜미를 가볍게 핥았고 이어서 쇄골을, 손으로는 내 등과 복부를 부드럽게 쓸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숙여 내 왼 가슴의 돌기를 핥고는 반대 손으로는 오른 가슴의 돌기를 부드럽게 돌린다.

부드러운 쾌감이 뇌를 간지럽혔다.

"…그쪽은 제가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녀는 복수라는 듯, 귀엽게 웃으며 손을 내 하물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의아하다는 표정이 되었고, 곧이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이 하얗게 되어버렸다.

'아차!'

빌어먹을 스킬!

아까 키스하며 성욕을 죽이는 스킬을 풀기는 했지만 부작용으로 당분간은 발기부전에 시달린다는 것을 깜빡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

나는 급하게 마력을 끌어올려 발기를 유발했다.

이러면 부작용 기간이 더 길어진다.

열흘 갈 것이 한 달은 가는 셈. 그간에는 마력을 이용해도 더는 서지 않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

하지만 타이밍이 조금 늦어버렸다.

"…저, 제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요?"

주하연의 흔들리는 동공이 내 얼굴을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