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98화 (98/317)

# 98

쾅! 콰득!

"크아아앙!"

"컹! 컹컹컹!"

두 개의 거대한 집단이 정면으로 부딪친다.

전쟁터는 난장판이 되었다.

"와, 와아아…."

"아음…."

하유진이 그 엄청난 수의 충돌에 감탄하고 남은주가 옅은 신음을 흘린다.

이런 대규모 충돌은 처음 보는 것일 테니, 놀랄만하다.

실제로 이 둘을 제외한 일행들도 저 엄청난 전투에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그런 일행들을 대신해 조심스럽게 주변을 경계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저들의 '전쟁'에서 눈을 돌린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저들의 전투 결과에 흥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

기대하는 것도 하나 남았고.

"…아. 미, 미안해요, 신후 씨."

내가 전투를 보면서도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을 뒤늦게 발견한 주하연이 당황하며 내게 사과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저런 대규모 전투를 보는 것 또한 도움이 되니까요. 경계는 저 혼자서 해도 충분하니 괜찮습니다."

뒤늦게 주하연의 말에 상황을 파악한 일행들이 하나둘 내게 사과하고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연은 정령을 소환했고 남은주와 나서윤에게서 마력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감각을 조금씩 강화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전투에서 눈을 돌리지는 않는다.

특히 하유진은 주변을 조금씩 살피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다시금 전투에 몰입하고 있었다.

주하연이야 주변 경계에 큰 도움이 되는 편은 아니고. 그래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도움이 덜 될 뿐.

이건 필요한 습관이니까.

그러면서도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주하연이 물었다.

"…이 전투,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누가 이길지 궁금하신 겁니까?"

"…네."

나는 치열한 현장을 바라보았다.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것도 초반에 엄청난 사상자를 낸 이후 돌격은 사실상 멈췄다. 그리고는 멈춰선 자리를 영역 삼아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고, 물어 뜯고, 달려드는, 서로를 죽이기 위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일부는 물러선 채 마치 기병처럼 돌격을 감행하고는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전투의 방향은 서서히 난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규모상 전쟁이라도 될 정도.

나는 그런 전투 상황을 바라보며 말했다.

"황금 놀이 우세할 거라고 생각되는군요."

일단 숫자가 훨씬 많다. 갈색 놀도 만 단위기는 하지만, 그래도 황금 놀에 비하면 명백한 열세.

황금 놀은 급격한 이동 때문에 체력이 부족해 지친 이들이 많기는 했지만, 갈색 놀들도 4천에 달하는 황금 놀들을 추격한 것은 마찬가지. 그렇다고 해도 상태는 갈색 놀들이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었지만, 그걸로 전투의 우세를 점하기에는 기본적인 수의 차이가 심했다.

게다가 상대는 경배하는 황금 놀 부족이라는, 중심 부족이 이끄는 부대다.

병력의 질도 저쪽이 더 좋았다.

체력이 좋다는 이점 하나만으로 승리를 점치는 것은 힘들었다.

"…그렇네요. 확실히, 서서히 밀리는 것 같아요."

먼지구름이 주변을 메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새 황금색 물결이 갈색 물결을 서서히 밀어내며 조금씩 잠식, 포위하고 있었다.

갈색 놀들은 꾸준히 뒤로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도망치지는 않는다. 어차피 쫓기면 죽을 것 같으니 끝까지 싸우는 것 같았다.

"크엉! 크앙!"

저 멀리 갈색 놀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이곳저곳 손짓하며 소리 높여 짖어대고 있었다.

어떻게든 끝까지 싸울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마 자신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을 터였다.

그들이라고 중심 부족을 뜻하는 저 깃발을 못 알아 보지는 않을 테니까.

단지 끝까지 더 피해를 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싸울 것 같아요."

주하연 또한 그러한 분위기를 파악했다.

그래도 아주 도망을 치지 않는 것은 아닐 거다.

전장의 공기에 흥분한 것 같으면서도 끝까지 지시하는 갈색 놀의 우두머리.

최대한 피해를 주고 정예는 빠져나갈 것 같았다.

저들이 본대인 것을 아니까 이번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는 자신들이 그 소식을 갈색 놀의 본진에 알린다.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공을 세운 저 갈색 놀의 우두머리는 다시금 자신의 전성기를 시작할 수 있을 터고, 갈색 놀은 황금 놀들의 영역을 엄청나게 빼앗을 수 있을 터였다.

자신 휘하의 전력을, 말 그대로 장기말 정도로 사용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효율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단지, 저 녀석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어서 그렇지.

나는 전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끝까지 싸워주면 저희야 좋죠."

히죽.

그러면서 내 시선은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선의 끄트머리. 그곳에는 어느 순간부터 넓은 범위로 작은 먼지구름이 일어나고 있었다.

흑색 놀들.

그들이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내가 그쪽을 바라보며 슬쩍 웃고 있자, 주하연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내가 보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주하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신체 능력이 부족해 조금 늦게 알아챘지만, 곧이어 내 미소의 의미를 알아채고 말았다.

"검정 놀!"

접근하는 흑색 놀들.

달려오는 이들이 굳이 저 전투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끝나고 나서 참여해도 그만이니까.

하지만 나는 저들이 반드시 황금 놀들의 뒤를 습격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럴 만큼 흑색 놀들은 황금 놀들에게 크나큰 증오심을 갖고 있을 테니까.

게다가 갈색 놀의 세력도 크게 약화시킬 기회기도 하고. 안 그래도 자신들의 병력도 왕창 줄었는데, 버틸 시간은 필요하다.

놀 영웅의 탄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 자신들의 영역 축소는 피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주변의 세력이 약해지길 바랄 터였다. 특히 갈색 놀이면 황금 놀의 세력이 약해진 지금, 자신들과 만날 가능성이 적게나마 존재하고, 갈색 놀이 약해지면 황금 놀들이 버티는 시간도 늘어난다.

…애초에 황금 놀의 세력을 줄인 것도 자신들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게다가 저들은 멈춰서 싸우는데, 자신들은 속도를 살려 돌격할 수 있는 입장이다.

크게 한 번 덮칠 기회. 나는 저들이 그런 기회를 살리지 않을 리 없다는 것을 짐작했다.

우리 파티원들 또한 주하연의 외침에 흑색 놀들의 접근을 눈치챘다.

그러자 일행의 눈에 한껏 기대감이 담기기 시작했다.

이 주변에 우리를 노리는 이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일행은 조금 더 전장의 상황에 집중했다.

나는 약간 기대가 담긴 눈으로 전장을 살폈다.

흑색 놀이 덮치는 시점.

그렇게 된다면 분명 나올 거다.

황금 놀의 중심 부족이 이대로 끝날 리는 없었다. 여기서 저들이 전멸하면 황금 놀은 그대로 멸족할 가능성마저 있었다.

아마 그걸 두고 보지는 않을 터.

나는 목표를 찾아 시선으로 전장을 훑었다.

어느덧 갈색 놀들은 한껏 뒤로 밀리는 중이었다. 절반 가까운 수의 갈색 놀들이 바닥에 몸을 뉘였고 갈색 놀들은 반 이상 포위된 상태였다.

슬슬 빠지던 갈색 놀들이 후퇴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아마 이 속도라면 3천 밑이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할 것 같았다.

그때 또 우르르 죽어 나갈 테고, 살아남는 이들은 2천이 조금 안 되지 않을까?

전투의 결과만을 본다면 말 그대로 대패다.

그렇지만 전략적으로는 승리. 그걸 노리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도 몰랐던 것이 있으니, 황금 놀 지역의 건너편에 존재하는 흑색 놀들. 그들이 황금 놀의 영역을 가로질러 이곳을 습격할 거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는 게 더 말이 안 되긴 하지만.

두두두두!

다시금 울리는 대지.

갈색 놀들을 독려하던 우두머리의 고개가 급격하게 돌아간다.

"컹, 컹!"

평범한 짖음이지만, 어딘가 당황한 기색이 느껴지는 몸짓. 그럴 거다. 설마 일이 이리될 줄은 몰랐겠지.

내 예상대로 흑색 놀들은 멈추지 않았다. 되려 더 속도를 올린다.

자신들의 목표가 눈앞에 존재한다. 자신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습격하고, 죽이고, 잡아먹은 이들이 등을 보이고 선 채 누군가와 싸우고 있었다.

그거 사실 다 조작으로 시작된 거지만.

"크아아아아앙!"

선두에 선 흑색 놀의 외침과 그 외침에 더더욱 속도를 높이는 흑색 놀들.

당황한 황금 놀이 뒤늦게 막아보려고 하고 갈색 놀은 후퇴를 시키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

답이 없는 상황.

그사이 검은 물결이 저들을 덮쳤다.

***

"우와아아아!"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하유진의 감탄 소리가 들려온다.

피식.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이들도 전장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

검은 물결이 미친 듯이 금색 진형을 밀어붙인다.

우르르 밀리고 죽어가는 황금 놀들.

게다가 한창 전투를 치루는 와중에 그냥 물러나기도 쉽지 않다.

갈색 놀과 황금 놀은 지금 저들끼리 싸울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전투 중지를 하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 황금 놀의 중앙이 그대로 갈라지며 검은 진형이 갈색 진형까지 닿는 참사가 벌어졌다.

흑색 놀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갈색 놀들의 모습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속도를 줄이지는 않았다.

하기야 정면에서 본다면 황금 놀에 의해 반쯤 포위된 갈색 놀들이 쉽게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었다.

저들이 우리처럼 약간 높은 고지대에서 달려온 것도 아니라서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 원수나 다름없은 황금 놀들에게 시선이 더 집중 되었을 테니까.

불쌍한 갈색 놀들은 더더욱 수가 줄어드는, 치명적인 일격을 얻어맞고 말았다. 하지만 당황한 것이 문제였을까. 거의 다 돌파했던 흑색 놀들은 갈색 놀들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하고 결국 애매한 상태로 난전이 시작되어 버렸다. 아마 상상했던 것보다 흑색 놀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게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흑색 놀까지 끼어듦으로써 승패가 나뉘어감에 따라 줄어들었던 난전의 규모가 처음보다 되려 더 거대해져 버렸다.

전투 범위가 이쪽까지 넓어지려는 기색에 구경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을 정도.

다행히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치열한 전투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사방에 검고 노랗고 갈색인 시체와 붉은 피가 강이 되어 흐를 정도의 처절함이 있었지만, 승기는 서서히 흑색 놀의 차지가 되어갔다.

샌드위치와 진형이 반으로 갈라지기까지 한 황금 놀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가 되어버렸고, 뒤늦게 후퇴를 시작한 갈색 놀들 중 살아남은 이들은 2천은커녕 500이 채 되지 않는 수준에 가까웠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가는 무렵이 되었을 때, 내가 원하던 장면이 드디어 등장했다.

저 멀리, 경배하는 황금 놀 부족의 족장이 자신들의 부하를 미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히죽.

"다들 따라와."

내 말에 일행은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넓은 전장에서 저들의 이동은 엄청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황금 놀들은 패색이 짙어짐과 동시에 결국 갈색 놀과 마찬가지로 후퇴하기 시작했으니까.

일사불란한 후퇴는 불가능. 결국 뿔뿔이 도망치는 장면만이 보였기에 그 많은 황금 놀들 중에서 족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부터 주시했던 나뿐이었다.

"아, 이제 돌아가는 건가요?"

조금 아쉬운 말투임과 동시에 반가운 기색 또한 숨기지 않는 목소리. 전투가 끝물이긴 하지만 마무리를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그래도 볼 건 다 봤고 이제 드디어 마을로 돌아간다는 반가움이 뒤섞인 듯했다.

솔직히 안전을 생각하면 이쯤 후퇴하는 것이 베스트이기는 했으니까.

그런 주하연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하나 할 일이 남았습니다."

"…무슨 일을요?"

"마침 괜찮은 선물을 찾았거든요."

나는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촌장이 무척 좋아할 겁니다."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본 주하연이 족장을 발견했는지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이어 약간 어이없기도, 감탄하기도 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난전에서 저 족장을 계속 주시한 거예요?"

"네."

"…진짜 대단하네요… 어지간하다고 해야 하나…."

쓴웃음과 미소가 섞인 모습. 그러나 동시에 살포시 미소짓는다.

"저런 선물이면, 분명 환영은 받겠네요. 알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주하연의 얼굴에도 미미한 즐거움이 깃든다.

저놈은 우리를 고립시킨 진짜 원흉이다. 황금 놀들이 결딴난 것은 우리 입장에서 통쾌하기도 하지만, 직접 손을 쓰고 싶은 기분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웃었고, 일행들 또한 따라 웃었다.

우리에게 엿을 선물해 주었으니, 우리도 보답을 할 차례다. 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나와 일행은 곧바로 족장을 추적했다.

사방으로 찢어진 흑색 놀들 또한 추적을 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사냥감을 노리는 흑색 놀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추격 중 마주친 이들을 우리는 그대로 찢어버렸다. 동시에 내 지시에 따라 하유진만은 추적을 계속 이어갔다.

하유진이 남긴 흔적을 따라 우리는 수월하게 족장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저들이 중심 부족의 족장 일행인 것을 눈치채고 달라붙은 건지, 아니면 그냥 우연히 추적에 가담한 것인지는 모른다. 그냥 방해가 되었기에 치웠을 뿐.

추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한참 도망치는 경배하는 황금 놀 부족의 부족장은 떨어진 체력 때문에 아주 멀리 도망치지는 못했던 것.

자신을 쫓던 흑색 놀들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됨으로써 잠시 회복을 할 생각인지 멈춰서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우리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컹, 컹컹컹컹컹!"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 놈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엄청난 분노와 동시에 느껴지는 반가움. 마지막 반전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열. 그런 감정들이 느껴졌다.

그러나 곧바로 자신들의 처지를 깨달은 듯했다.

여기 뭉친 이들의 수는 300 남짓. 우리는 2천의 부대도 단 여섯이서 격파한 이들이다.

이들의 수준이 더 높기는 하지만, 방금 전까지 전투에 지친 몸까지 한 상태로 우리를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우리를 잡아갈 셈.

그런 그들 앞에 나는 인벤토리 내에 넣어 두었던 놀 영웅의 시체를 꺼내 모습을 보였다. 물론 심장 쪽을 가리는 것은 잊지 않았다.

"…와, 악취미."

나연은 내 의도를 깨닫고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어딘가 통쾌한 감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이걸 보여준 이상, 절대로 도망치지 못한다. 나는 곧바로 놀 영웅의 시체를 뒤로한 채 앞으로 나섰다.

"여!"

무려 중심 부족의 족장이다. 알아는 들을 터.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이거 갖고 싶냐?"

"크르르르…."

"그럼 뺏어 봐."

스르릉.

나는 무기를 꺼내며 끝까지 이죽거렸다.

"뭐, 그 꼴로 가능할까 싶기는 하지만."

히죽.

나는 꺼내든 검을 앞으로 내민 채 경배하는 황금 놀 부족의 마지막 족장이 될 존재를 향해 까딱거렸다.

가벼운 도발.

족장은 더이상 참지 못했다.

"크아아아앙!"

그렇게, 그들은 부나방이 되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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