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
나 혼자 다시금 접경 지역에 도착하는 데는 닷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이미 체력도 다 회복한 상황이었고 몸이 약한 일행도 없었으니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일행에게는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만 돌아갈 거라고 전했으니 시간도 넉넉하다.
내가 접경지역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2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싸움이 한창이었다.
흑색 놀 쪽에서도 깃발이 보인다.
웅크린 흑색 놀 부족. 과거 1회차에서 그런 이름으로 불렸었다.
'중심 부족끼리 붙었군.'
내게 좋은 상황이다.
나는 한동안 전투를 지켜보았다.
열흘. 그 시간 동안 흑색 놀과 황금 놀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몇 번씩이나 싸워대었다.
국지적인 전투가 잦았고, 우르르 달려들어 수천에 가까운 놀들이 죽어 나가는 전투도 한 번 있었다.
그런 상황을 바라보며 나는 기회를 노렸다.
새벽을 기다려 조용히 흑색 놀 진영에 잠입한다. 깊게는 들어갈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외곽이 가까운 진영. 그곳을 홀로 기습했다.
소규모 부족이 주둔하는 장소인지 놀의 수는 백 남짓.
나는 검기까지 동원해 빠른 속도로 그들을 몰살했다. 그리고는 이전에 해 봤듯 황금 놀 부족의 흔적인 것처럼 놀들을 찢어 사방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며, 일부 시체는 인벤토리에 넣어 마치 먹으려고 가져간 것처럼 꾸며놓았다.
이간질의 시작.
사실 내가 놀들의 언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방법 말고는 이들의 화를 돋굴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하다. 작은 습격이 꾸준히 계속된다면 암묵적인 휴전이라는, 그런 행동을 완전히 틀어막을 수 있었다.
지능이 부족하더라도 감정은 존재한다. 그런데 놀은 어느 정도 지능도 존재한다. 그런 이들이 감정이 격해진 전쟁터에서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당하고 전투를 끝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그들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중심 부족 자체가 지금 접경 지역에서 전투 중이다. 전투를 멈출 수 있는 우두머리들이 쉽게 물러날 수는 없는 상황. 덕분에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나는 몇몇 장소들을 선택해 이런 암습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3일에서 5일에 한 번꼴로 서로의 진영을 바꿔가며, 절대 휴전을 하지 못하도록, 전투가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서로에 대한 증오를 공급했다.
동시에 나에게는 이게 수련이기도 했다.
몸이 서서히 검기에 익숙해져 갔다. 손상된 마력 회로를 복구하고, 조금이나마 생긴 상처는 쉬는 날을 골라 스킬을 사용해 회복했다.
쉬는 것도 편했다. 내게는 미궁 파편이 있었으니까.
반복된 이간질을 한 달 반 가까이 지속하고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 저지르고는 베이스캠프로 돌아갔을 때, 나는 일행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서윤은 화 속성뿐만이 아닌, 수 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조금이나마 물을 보충했고, 주하연은 자신의 스킬을 더 익숙하게 사용했다.
남은주는 높아진 자신의 신체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스펙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나는 접경 지역의 상황을 전하고 다음 날이 되어 다시금 베이스캠프를 떠났다.
너무 일찍 떠나는 내 모습에 일행은 아쉬워하면서도 미안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면서도 일행의 눈이, 조금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두 번째는 한 달 뒤에 오겠다는 말을 전했고, 내가 돌아왔을 때 접경 지역의 상태는 점점 더 흉흉해져만 갔다. 내가 그간 휴전을 방해한 성과가 있었는지, 여전히 전투는 격해져만 갔다.
서로 물러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황금 놀들의 정찰대가 점점 위로 파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금 놀들이 초조해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우리가 아직 진영을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릴 겸 위로 파견되는 정찰대를 학살하기 시작했다.
내 신체는 어느새 검기에 익숙해져갔고, 나는 홀로 300에 가까운 놀 정찰대도 정면으로 상대할 수 있었으며, 500에 가까운 정찰대를 상대로도 적당히 피해를 입히고 살아나올 수 있을 정도에 다다랐다. 이곳이 29구역임을 감안하면 실력이 빠르게 상승한 것.
물론 모두를 잡지는 못한다. 내가 상대하는 사이 대부분은 도망쳐버렸고, 나는 그런 놀들을 끝까지 쫓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경배하는 황금 놀 부족은 전선에서 도망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위로 다수의 병력을 보내지도 못했다. 너무 많으면 내가 도망쳐버렸고, 그렇게 다수의 병력을 파견해버리면 전선에 구멍이 뚫린다. 이도 저도 못하는 채 전전긍긍하는 것이 내 눈에도 뻔히 보일 정도였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 나서윤은 4대 속성 중 바람을 추가로 다루고 있었으며, 남은주는 익숙하게 스킬을 사용해 나서윤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고 있었다.
서로 대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듯했다.
주하연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상황에 맞춰 자신의 스킬이 어느 정도 위력인지, 얼마나 지속되는지, 자신이 몇 번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조절하는 연습에 한참이었다.
내가 돌아오자 일행은 눈에 띄게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그들의 눈이 불안에 흔들렸다. 내가 하루 만에 떠날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
나는 현 상황을 전했고, 이번에는 삼일 정도는 베이스캠프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수련을 하지 않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련하는 과정에서도 눈은 언제나 불안에 흔들렸고, 확신을 갖고 있지 못했다.
나는 그런 그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이 정신적으로 내게 기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삼 일이 지났을 때, 일행은 눈에 띌 정도로 안정되어 있었다.
주하연은 내게, 고맙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왔다.
자신의 부족함을 느낀다고. 역시, 우리는 당신이 없으면 안 된다고.
나는 그냥 웃어주고 다시금 접경 지역으로 향했다.
접경지역의 전투는 정말 치열해졌다.
서로 절대 물러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다시금 이간질을 시작했으며, 다음 달이 되어 베이스캠프에 돌아갔을 때 일행은 이제 서로 팀을 짜 샌드 웜 사냥을 다니고 있었다.
일행의 사냥은 안정적이었고 흔들림이 없었다. 어느덧 나서윤은 4대 속성을 모두 다루고 있었으며, 일행은 자신들의 한계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전투에 적용했다. 나는 그들이 현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힘들은 모두 얻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은주는 신성력을 이용해 키퍼의 정석을 보여주었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후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막아섰다.
나서윤은 때로는 내 역할을 대신했고, 때로는 남은주를 완전히 전위로 둔 채 대지의 마법을 이용해 샌드 웜을 상대했다.
일행은 서로가 가능한 진형과 자신의 역할을 완전히 숙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서로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아군이 조금 벅차다 싶으면 귀신 같은 타이밍에 서로를 도왔다.
서로의 부족함을 제대로 보완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한 달이 지나 우리가 고립된 지 5개월이 되었을 때, 나는 일행을 이끌고 접경 지역으로 향했다.
***
일행이 몇 달 만에 도착한 접경 지역은 난장판이었다.
황금 놀 부족의 수는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태였고, 흑색 놀 부족의 피해도 어마어마했다.
서로 뒤를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역시 몬스터라고 해야 할까. 지능이 있어도 야성이 폭발하면 야성이 우선이다.
그들은 전쟁터의 흉흉한 공기에 완전히 휩쓸려 있었다.
이만큼이나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물러나지 않았으니까.
아마 이 상태라면 전투가 끝나고 나서도 자신들의 영역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마저 있었다.
나는 일행에게 내가 했던 일들을 자세히 알렸고, 일행은 내 행동에 놀라면서도 감탄했다.
주하연이야 또 그런 위험한 짓을 했다고 머리를 부여잡았지만, 그래도 내가 멀쩡한 상황이니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럼 그 이간질을 함께 하는 거예요?"
하유진이 맑은 눈동자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계승을 받은 셋 말고 하유진과 나연도 제법 성장하기는 했다. 객관적으로는 역시 재능 값을 한다고 할 정도기는 하나, 나머지 셋의 성장이 너무 대단한 상황이라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부족하기는 했지만.
셋의 성장은 스탯상으로는 그리 크지 못했지만, 그 힘을 다루는 숙련도나 스킬의 사용, 자신의 힘에 대한 숙련 면에서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이간질이라… 글쎄, 그것보다는 오히려 복수에 가깝지 않을까?"
복수.
우리를 고립시킨 황금 놀에 대한 복수. 어찌 보면 웃기는 상황이기는 하다. 우리는 놀들의 성지에 몰래 침입해서 그들의 염원인 놀 영웅의 계승을 반쯤 망쳐버린 장본인이니까.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그들이 인간을 납치한 것이 먼저기도 했고,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가면 놀 영웅의 계승을 봉인한 것은 인간이다. 그리고 놀과 인간은 당시 전쟁 중인 상황이었고.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 복수라는 말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냥, 화풀이? 그것에 가깝겠지.
하지만 일행은 복수라는 말이 조금 마음에 든 듯했다.
"…확실히 쟤들 때문에 우리가 조금 고생하기는 했죠?"
주하연이 조금 웃기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그녀도 알고는 있겠지. 복수라는 말이 조금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을.
"…그래도 덕분에 힘을 제대로 소화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스킬의 봉인을 더 풀지는 못했지만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남은주가 한 말치고는 제법 자신감이 붙었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언제나 움츠러든 태도를 보였지만, 지금은 제법 당당한 모습이었다.
일행의 성장. 나는 무척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일행은 그간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환경은 밤낮으로 바뀌고 베이스캠프를 샌드 웜들이 습격하기도 했었으며, 정신적 지주인 나를 한 달에 한 번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실제로 중간에는 불안감들이 너무 심해져서 삼 일간 같이 지내야만 했고.
식량이 떨어지면 몬스터 고기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다 언제 수련자들이 미궁에서 나와 우리의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을 견디고, 5개월간 버틴 거다. 조금은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
저들의 세력이 줄어들고 우리의 전력이 증가했다. 이제는 쉽게 당하지 않는다.
때가 되었다.
나는 이제 저 두 세력의 균형을 무너뜨리기로 결정했다.
***
나는 우리를 애타게 찾고 있을 황금 놀 부족을 습격했다.
나의 잦은 습격 때문에 어느새 작은 부락들은 함께 행동하는 모습이 많아졌고, 내 습격은 제한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천이 넘는 놀들이 뭉쳐 있는 장소. 이 근방에서는 가장 큰 무리다.
나는 그곳을 노렸다.
어두운 밤이고 습격인 만큼 되도록이면 화계통 마법은 금지했다.
첫 습격은 나서윤의 공격으로 시작되었다.
"랜드 스피어."
콰드득!
바닥에서 일어나는 대지의 창.
제법 넓은 범위에 흩뿌려진 대지의 창은 제법 많은 수의 놀을 꿰뚫었다.
바닥에서부터 공격이 올 줄은 몰랐던 걸까. 잠자던 놀들은 대부분 저항하지 못했다.
이어서 내가 단숨에 그들 틈으로 달려들었다.
"컹컹컹!"
뒤늦게 습격을 알아챈 놀들. 그러나 습격 대상이 인간인 우리임을 알고는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하기야 위로 올라온 정찰대를 죽일 때 말고는 내가 들킨 적은 없었으니까.
이간질을 위한 습격 때는 철저하게 단 하나의 놀도 살려 보내지 않았었다.
그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습격했었고.
나는 이제는 몸에 완전히 익숙해진 검기를 이용해 놀들을 썰어버렸다.
그들이 당황한 것도 잠시, 그들은 여섯밖에 되지 않는 우리 파티를 바라보며 우르르 달려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우리가 천 단위를 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렇기에 저들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게 달려드는 이들을 제외하고도 일부는 나를 우회해 후열을 노렸다.
"디그, 디그, 디그…."
나서윤은 연속해서 땅을 파는 마법을 사용, 놀들이 다닐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경로가 제한되자 놀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일부는 구덩이에 빠졌고, 일부는 건너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 그들을 나연이 견제한다.
"실프! 윈드 커터!"
쓰악!
"컹!"
공중에 뛰어오른 놀들은 윈드 커터를 피할 수 없었고, 그런 그들은 공중에서 몸이 베인 채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계는 있었다.
구덩이에 빠졌던 놀들도 기어 올라오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나서윤이 다시금 마법을 선사했다.
"랜드 스피어."
구덩이 안에 날카로운 창들이 돋아난다.
"캐애앵!"
구덩이에 빠진 놀들의 고통스런 비명이 들려온다.
그러나 놀의 수는 많았고, 모든 놀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자 남은주가 앞으로 나서며 스킬을 사용했다.
"수호!"
방어 보정을 해 줌과 동시에 광역 도발을 사용하는 슈퍼 레어 스킬.
놀들의 시선이 나연 자매에게서 단숨에 남은주에게로 고정된다.
달려드는 놀들을 바라보는 남은주의 시선은 너무나도 침착했다.
"여신의 가호!"
주하연의 여신의 가호가 남은주에게 씌워졌다.
방어막이 남은주를 감쌌고, 방어막을 공격한 놀들은 반사된 공격에 그들 스스로 자멸하기 시작했다.
남은주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놀들을 방패로 으깨고 검으로 베어냈다.
남은주의 주변에 놀들의 시체가 쌓인다.
남은주의 무기술은 과거와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한 상태였다.
효율적이고, 낭비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남은주의 도발을 피해간 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유진의 습격으로 후열에 도착조자 하지 못했다.
대학살.
주변에 엄청난 속도로 놀의 시체가 쌓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나서윤이 나연과 주하연의 곁에서 뛰쳐나와 양손에 검을 들고 놀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오러로 강화된 육신은 나 못지않은 속도로 움직였고, 나서윤의 무기술은 학살에 있어 남은주보다도 뛰어난 면이 있었다.
수십, 수백의 놀들이 고기 덩어리로 변해갔고, 나는 놀들을 베면서 그런 후열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어느덧 놀들의 대부분이 죽은 상태였으며, 남은 이들은 슬금슬금 겁에 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들을 쫓지 않았다. 이제는 놓쳐도 상관없었다.
이제 이간질은 불필요하니까.
서로에 대한 증오가 상상 이상으로 쌓였다.
이럴 때 틈이 생긴다면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전투가 끝나고 자신들의 힘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체감한 일행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샌드 웜과 싸우고 자신들의 대련으로 체감을 하긴 했지만, 우리를 이곳에 고립시킨 놀들을 상대로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감정이 들 터다.
나서윤은 당연하다는 모습이었고 주하연은 어딘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나연은 입술을 조금 깨물고 있었고, 하유진은 주변은 알 바 아니라는 듯이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남은주는, 조금, 울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 어떤 심정일지, 나는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 강해졌다 싶었는데, 고립당했다. 기껏 양보받은 힘이 있어도 자신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터. 그러나 지금 자신을 절망케 했던 이들을 쓸어버리고도 여유가 남았다. 그간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보상받은 기분일 터였다.
이제는, 탈출할 수 있다.
나는 일행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