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
폭풍 성장
[메인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일단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 …스킬도 과하게 얻었고 일행의 수준이 극도로 높아졌으며 이제 일행에게 베풀어 줄 거라고는 나연의 정령과 하유진에게 줄 몇몇 스킬들이 전부다.
챙겨주지 않아도 본인들 노력 하에 꾸준한 성장이 이루어질 터. 나태해지지 않도록 관리 좀 해주고 더 친밀하고 가까워질 방법이나 궁리하는 것이 옳다.
우리 파티가 명성을 얻는 것은 시간문제다. 길드를 만들 때가, 성큼 다가옴이 느껴졌다.
'명성을 올리고 광산을 확보하고… 수련자들을 휘하로 끌어들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길드의 설립. 나만의 세력. 그것이 있다면 중층에서 일이 편해진다.
정확히는 수련자들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내가 만들 길드가 한국의 대표 길드가 될 수밖에 없을 거다.
이런 파티의 리더다. 못 되는 것이 멍청한 수준이다.
곧이어 다시금 메시지가 나타났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 그래 ???였던가? 나도 메인 퀘스트는 존재 자체도 소문으로만 들었던 거라서 그 보상이 궁금하기는 했다.
'그래도 하나는 챙기는구나.'
아주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고유 스킬이 추가됩니다.]
…뭐?
[보상을 선택하세요.]
1.마력 친화(전설)
2.오러 친화(전설)
3.성흔(전설)
4.정령 친화력(전설)
5.불사(不死)의 육체(전설)
"…미친?"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보상의 수준이… 제정신이 아니다.
고유 스킬을 하나 추가해 준다고? 고유 능력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나?
고유 스킬은 슬롯을 소모하지 않는 스킬과 같은 거다. 하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조금 다르다. 스킬 슬롯에 등록된 스킬보다 보정을 더 크게 받는 편이다.
그러니까, 스킬 슬롯에 등록된 마력 친화보다는 고유 스킬의 마력 친화가 등급과 숙련도가 같다고 하더라도 더 강한 보정을 받는다는 것.
그게 등급을 뛰어넘을 만큼은 아니긴 하지만, 그 차이를 무시하지는 못한다. 대표적으로 나서윤은 오러 친화를 얻었지만, 마력 친화가 고유 스킬에 있는 만큼 그 균형을 맞추기가 조금 어려울 것이었다. 걔라면 잘 해낼 거라고 믿지만.
보상의 다섯 목록. 어느 것 하나 만만히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나는 빠르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마력은… 괜찮다. 영약을 먹었고 육체도 괜찮으니 없어도 돼.'
스킬에는 없지만 내 육체는 충분히 마력과 친밀하다. 9층의 전설급 영약 덕분. 그러니 1번은 필요 없었다.
오러는… 마력이 생명력과 융화되어 변질된 힘이다. 오러로도 검기는 뽑을 수 있다. 하지만 마력으로 뽑은 검기에 비해서는 힘이 조금 떨어진다. 대신, 육체의 증폭률은 오러가 마력에 비해 좀 더 우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마력과 친한 내 육체라면 굳이 오러의 증폭률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오러 친화가 전설, 그것도 고유 스킬이니 만만히 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걸 선택하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성흔은 마력을 신성력으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패스. 고민할 가치도 없다. 신성력으로 뽑은 검기? 그건 방패에 씌우는 거지, 검에 씌우는 것이 아니다. 신성력으로 검기 뽑을 바에야 메이스를 드는 것이 나았다. 엄청 단단하기는 하니까. 물론, 방패와 함께 쓴다면 아무래도 둔기보다는 검과 같은 이기(利器 : 날카로운 병기)가 낫기는 하지만.
내 성장 노선을 변경한 이상, 신성력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정령 친화도 마찬가지. 전설급 고유 스킬인 이상 어지간한 엘프에 비견되겠지만, 거기까지다. 대부분의 엘프는 거인에 못 미친다.
내 시선은 불사(不死)의 육체에 닿아 있었다.
과거 내가 가졌던 재생의 육체(일반)의 최상위 스킬.
재생의 육체는 일종의 계륵 같은 스킬이었다. 자가 힐에 가까운, 유용한 스킬이지만 동시에 일반 등급이고 등급 상승조차 시키지 못해 언제나 애매한 힐량을 보여주었다.
전투 후 포션을 조금 아끼는 정도? 그리고 큰 상처의 후유증을 줄여주는 정도였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유용하긴 하지만.
그러나 불사의 육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
물론 이름만 불사의 육체지 목이 잘리고 심장이 터지면 죽는다. 진짜 목이 잘리고 심장이 터져도 살아남으려면 신화 등급은 되어야 할 거다. 솔직히 신화 등급이어도 그 상태면 살아남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한 불사의 육체는… 잘린 팔다리마저 재생시키고 목이 잘려도 빠르게 붙이면 생존하며 어지간한 전투의 후유증은 시간만 지나면 알아서 회복된다. 내장 일부를 소실 당해도 즉시 죽을 정도만 아니라면 재생하며, 심지어는 반신불수가 되어도 몇 개월의 시간만 주어지면 회복하는 괴물 같은 육체로 몸을 탈바꿈시킨다.
그것이 불사의 육체다.
생명력 자체의 강화라고 할까? 이것은 탱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기는 하지만….
'이거, 이거다!'
내가 탱커가 될 생각은 없다. 그럴 거면 남은주가 받은 성기사를 내가 계승했지.
하지만 이건 탱커만을 위한 능력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기술들, 그리고 스킬들과 조합하면, 나를 최고의 딜러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다.
나는 강렬한 환희를 느꼈다.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이게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나는 거인조차 죽일 힘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공격력에 한정해서지만.
상관은 없었다. 부족한 부분은 일행이 있고, 앞으로 만들 길드의 힘으로 커버하면 된다.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보모 짓을 해가며 일행을 키우는 것 아닌가?
나는 빠르게 5번 선택지를 골랐다.
[보상을 선택하셨습니다.]
곧바로 스킬이 내게 적용되는 것이 느껴졌다.
급격한 변화는 없었다. 아마 서서히 스킬의 영향을 받아 육체가 변할 것이다.
체력에 강한 보정이 붙을 거고, 현재 체력이 스킬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만큼 성장에도 보정이 붙을 터.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보상을 선택하고 난 이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놀 영웅의 사체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르-
그러자 희끄무레한 영체가 심장이 있던 장소에서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놀 영웅의 혼. 나는 이 영체가 놀 영웅의 혼임을 직감했다. 이걸 그대로 보내면 10년 안에 놀 영웅이 탄생한다.
영체에는 일반 공격으로는 타격을 줄 수 없었다.
나는 급하게 마력을 끌어올려 검기를 형성, 영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쓰악!
끼아아아아!
…놀의 영혼이라 컹컹거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단숨에 영체가 흐트러진다. 하지만 괜히 놀 영웅의 혼이 아닌지 빠르게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쯧."
아쉽지만 이게 한계다. 현재 능력으로는 제대로 영체를 처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데미지는 있었다.
10년 걸릴 것 11년 걸리게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냥 놔 주기 뭐 해서 베어 본 것일 뿐. 이걸로 영체를 소멸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신후 씨!"
갑작스러운 유령 짖는 소리에 깜짝 놀란 일행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저, 저게 뭐…."
"아무래도 저게 성녀가 말한 놀 영웅의 영혼 같습니다."
"…저게…!"
주하연은 빠르게 새로 얻은 스킬인 '악마 심판'을 사용했으나, 너무 늦었다.
영혼은 빠르게 하늘로 솟구쳐 멀리 도망쳐 버렸다. 도망치는 방향을 보자, 아무래도 다음 놀 영웅은 흑색 놀 중에 나올 것 같았다.
'다행히 빨리 도망칠 필요는 없겠군.'
나는 악마 심판이 날아간 궤적을 바라보며 물었다.
"새로 얻으신 스킬입니까?"
"…네."
주하연은 약간 수줍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
"…신후 씨 덕분에 얻은 능력이에요. 앞으로는 이전과 다르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이전에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주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얻은 힘이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신후 씨가 제게 얼마나 큰 은헤를 베풀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솔직히… 은주 마음이 이해가 갈 정도인걸요."
"…자세한 이야기는 베이스캠프로 가서 듣도록 하죠. 지금은…."
"…그렇죠. 여기는 별로 안전한 장소는 아니니까요."
나는 곧이어 놀 영웅의 시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어느새 나서윤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아직 조금 멍해 보이긴 하지만, 제대로 의식은 있는 것 같았다.
"아, 아아…."
비틀.
나서윤은 조금 비틀거리며 내게 접근해왔다.
"아아아…."
그리고는 팔을 벌리더니 마치 나를 끌어안을 것 같은 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주하연에 의해 제지되었다.
"서윤아,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여기서는 안 돼. 돌아가서 하렴."
그러자 나서윤의 조금 멍한듯한 표정이 돌아오며 주하연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주하연은 그런 나서윤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거군.'
키스 이후로 조금 분위기가 변했다.
아직 시간이 짧아 잘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해야 하나?
이전에 몇 번의 사건으로 인해 주하연의 태도가 점점 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은 조금 극적이었다.
조심조심 벽을 허물려는 듯하더니 이제는 별로 그렇지도 않다. 그냥 대놓고 접근하려는 느낌?
바보가 아니라면 어떤 상황인지 조금 짐작은 간다.
'나를 노리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지켜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다.
왠지 그런 느낌이다. 키스도 그렇고, 서윤이를 미묘하게 견제한다. 아니, 미성년자를 견제해서 어쩌겠다고? 애초에 어린애가 붙어 온다고 그걸 막으며 떨어뜨리는 모습에 조금 웃음이 나올 뻔했다. 조금 귀여운 면도 있었다.
나는 새삼스럽게 내 기분이 조금 풀렸음을 느꼈다.
확실히 메인 퀘스트의 보상은 일행들이 얻은 것에 비하면 조금 초라한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자 곧바로 조금 나아지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중층. 중층에만 가면 된다. 미궁에서 올라올 수련자들을 끌어들이고 길드의 기반을 잡고 나면… 빠르게 중층에 올라가야 할 필요를 느꼈다.
일행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달까.
그렇다고 서두르느냐고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준비한 것들은 다 해야지.
"일단 돌아가도록 하죠. 얻을 것은 다 얻었고, 조사한 결과도 마을에 전해야 하니까요."
"…그래요.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요?"
확실히 그렇다.
최대 반년은 개뿔.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다.
그런데 메인 퀘스트 해결이라니….
'그냥 중층을 먼저 갔다가 올까?'
아니, 아니다. 그러면 일이 꼬인다.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이 꼬여서 좋을 것은 없었다.
다른 일들을 처리하고 난 이후에 다시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
나는 잠시 일어났던 조바심을 가라앉혔다.
우리는 곧바로 베이스캠프로 복귀했다.
베이스캠프에 돌아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유진이 물었다.
"누나들! 도대체 무슨 힘들을 얻은 거에요?"
하유진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엄청 궁금하다는 표정.
주하연과 남은주는 그런 하유진의 귀연운 모습에 풀썩 웃음을 흘렸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보는 주하연. 나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가벼운 손짓을 해 주었다.
내가 일행이 잘된 일에 질투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주하연이 한결 편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무지하게 부럽지만, 지금은 그래도 좀 낫다.
"그래, 다들 알아 둬야지. 은주야, 내가 먼저 한다?"
"네, 그러세요. 언니."
에흠.
가벼운 헛기침을 한 주하연은 궁금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일행들에게 하나씩 자신이 얻은 능력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얻은 스킬들이 고유 능력이 변환되어 성흔이 되었고, 스킬 다섯 개를 얻었어."
"다섯 개나요!?"
"응. 나도 깜짝 놀랐는걸. 능력치도 엄청 올랐고…. 기초 신성 마법 이론이 교리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통합되었어. 그리고는 기도 스킬이 사라지고 새 스킬들이 늘어났지. 이번에 얻은 스킬들이 악마나 유령 몬스터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주는 악마 심판이랑…."
대량 힐과 일부 정화 능력을 갖춘 여신의 손길, 실드 능력에 반사 기능까지 붙은, 굳건한 대지의 방패를 뛰어넘는 여신의 가호, 광범위로 저주나 독 등을 정화하는 정화의 대지와 넓은 범위에 신성 마법들을 강화하고 광범위 지속 회복을 걸어주는 성역 선포까지.
하나씩 설명을 들을 때마다 하유진이 감탄하고 있었다.
하유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 다들 하나같이 이번에 얻은 성과가 이제껏 얻은 것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나씩 깨닫고 있었다.
사제의 최종 진화 형태인 성녀. 그 능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동시에 그걸 양보한 내게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야. 아직 세 개가 자격이 부족하다고 봉인되어 있어서 더 강해질 여지가 있어. 더 노력해야지."
"…대단해요, 누나."
하유진은 정말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이어서 하유진의 시선이 남은주에게 향했다.
남은주는 어딘가 쑥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유진에게 설명하듯 말했던 주하연과는 다르게, 남은주는 나를 바라보며 보고하듯 말했다.
"…저는 직업이 전설이긴 한데… 스킬 중에 전설은 없어요. 능력치는 엄청 상승했고, 마력이 신성력으로 바뀌었어요. 직업은 성녀의 수호자, 고유 스킬은 수호자의 규율이라는, 하연 언니 옆에서 있으면 신성력 성장에 보너스를 받는 스킬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힐 스킬. 내 대량 힐과 비슷한 스킬이다. 한 번에 회복되는 양은 적지만, 그만큼 신성력이 적게 든다.
그 외에는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성당 기사 수련법과 무기술, 도발 스킬과 방어 보정까지 함께 붙는 수호. 그리고 어지간한 상황에서 냉정을 유지하고 정신 간섭에 저항력을 얻는 정신 무장까지.
이쪽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면서도 남은주는 어딘가 죄송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자격이 부족해서 스킬 봉인이 5개나 되어 있어요… 기껏 양보해 주셨는데…."
"아니, 괜찮아. 오히려 나중에 더 강해진다는 뜻이겠지. 직업도 전설인 만큼, 아마 그중 하나나 두 개 정도는 전설 스킬일거다.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돼."
"…네, 신후 오빠. 정말, 정말 힘낼게요. 은혜 꼭 갚을 테니까…."
그래. 꼭 갚아라.
"뭔 그런 소리를… 앞으로 함께 하면서 일행들을 잘 지켜 줘라. 그거면 충분히 보답하는 거야."
나는 속마음을 조금 순화해서 대답해 주었다.
"네, 신후 오빠. 최선을 다할게요."
남은주는 나를 바라보며 힘차게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딘가 쑥쓰러워 하는 표정이었지만, 동시에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래. 그러면 된다.
곧이어 마지막으로 남은 나서윤. 나서윤은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레어 직업인 마검사를 얻었어요. 그리고, 봉인된 스킬은 없어요!"
자랑스러울 만하다.
온전히 소화했다는 뜻이니까.
남은주는 조금 기가 죽은 표정이었고, 주하연은 별다른 동요가 없어 보였다.
확실히 이제껏 보아온 나서윤은 애가 좀 특출나긴 했었으니까.
"전설 스킬은 다섯 개예요!"
다섯 개.
그 말에 주하연의 표정이 조금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보다 하나가 더 많았으니까. 본래 있던 스킬까지 합하면 더 늘어난다.
내가 확인한대로 나서윤의 모든 스킬은 패시브 스킬이었다.
두 개의 심장 덕분에 마력을 일부만 전환해 새로운 기운인 오러를 얻었다고. 그러면서 마력까지 잃지 않았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오러 친화도 전설이라서 엄청 효율이 좋아요! 특히 신체 강화는…."
다 아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마력 회로 특화 - 이중 나선 구조 덕분에 동시에 운용도 가능하고,
프라이멀식 마력/오러 단련법 덕분에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자랑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전설 죽이기는 아직 비활성이라면서 말을 아꼈지만, 다른 면에서는 과할 정도로 자랑을 해댔다.
평소에 이 정도로 자랑하는 모습은 피해 왔기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힐끔힐끔 주하연과 남은주를 살펴보는 모습에 그녀가 내 관심을 돌리기 위해 필사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호자의 관심을 뺏기고 싶어 하지 않는 모양.
나는 그런 나서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대단하구나, 서윤아."
"헤, 헤헤."
내 칭찬에 그제서야 과한 자랑을 하며 어색했던 웃음이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하지만, 마력과 오러를 동시에 쓴다니… 괜찮겠어?"
나는 조심스럽게 예측되는 어려움을 넌지시 표현했다.
"어렵기는 한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서윤이는 항상 잘해 왔으니까."
"…헤헤. 네, 저는 항상 오빠를 위해서…."
16살이지만, 아직 여전히 애다. 이런 애를 견제했냐는 눈으로 주하연을 바라보자, 조금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
어지간해서는 자신의 재능을 자랑하지 않던 애인데, 경쟁자가 생기니 조금 초조했나 보다. 평소 같았으면 내가 아무것도 못 얻었다는 생각에 조심했을 아인데….
내게 칭찬받는 나서윤이 부러운 눈치인 하유진도 불러들여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가볍게 말을 꺼냈다.
"아, 저도 얻었습니다. 전설 등급 특성."
"…네?"
"응?"
"뭘요?"
"에?"
가지각색의 반응들. 그런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놀 심장을 파괴하니 주더군요."
"…축하해요, 신후 씨.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오빠, 축하해요!"
"축하드려요, 형!"
"정말, 정말 축하해요, 신후 오빠…!"
"…축하해, 신후야."
하나둘, 내게 축하를 건네오는 일행들.
나연은 조금 미묘한 표정이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양보하는 내가 조금이라도 얻었다는 소리에 축하의 말을 잊지는 않았다.
불사의 육체에 대한 설명에 주하연이 특히 좋아했다. 내 생존 능력이 올라갔다는 뜻이니까.
자신의 스킬과 합치면 절대 안 죽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었다.
뭐, 진짜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을 것 같기는 했다.
그렇게 내 스킬까지 밝히며 이번에 얻은 성과에 대한 이야기는 훈훈하게 끝났다.
다음 날이 되어, 우리는 다시 브리터스 마을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혹시 몰라 정찰을 갔던 나서윤과 하유진은, 최악의 소식을 들고 찾아왔다.
"형, 혀엉! 신후 형!"
"…무슨…."
"놀, 놀 들이! 황금 놀 들이!"
한참 후에나 들킬 줄 알았던 성지의 현장.
아무래도 저쪽이 성지의 상황을 알아챈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