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89화 (89/317)

# 89

조사 의뢰

나는 주하연과 따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신후 씨."

"아 저는 마음 바꿀 생각 없습니다."

나는 가볍게 선수를 쳐 보았다.

"…그럴 것 같았어요. 신후씨는 늘 그랬으니까."

그녀는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나를 부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그래요. 어쩔 수 없죠. 하지만요 신후 씨.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당신도 챙길 것은 챙겨야죠."

"…네?"

"이제까지 받아먹던 입장에서 이런 말이 우습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신후 씨. 당신은 너무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자기 몫은 자기가 챙기는 거랍니다. 앞으로 뭔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신후 씨도 대비는 해야죠. 오늘만 살 것 아니잖아요, 신후 씨."

…지금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이지? 이거 실화인가?

"저는 그렇게까지 착한 것이…."

"아뇨, 신후 씨. 당신은 착해요.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당신은 엄청나게 착해요. 신후 씨, 저는 당신이 그냥 천사처럼 보여요."

이게 뭔 개소리야.

"사람을 버린 거나, 살인을 한 거나, 거짓말을 한 거나. 모두 다 저희를 위해서였어요. 제 입장에서 본다면… 신후 씨, 정말 당신은 착해요. 정말 이상적이에요. 타인에게는 선을 긋지만, 그래도 능력이 된다면 돕고, 자기 사람은 정말 악착같이 챙기고, 친절하고, 성실한 데다…."

지금 얘가 말하는 게 누구지?

나는 설마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정신이 멍해졌다.

"…니까요. 그러니까, 이제는 당신의 몫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칭찬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대충 말이 끝나자 나는 물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착한 건 착한 거지만 현재는 착하기만 해서는 안되는 세계가 되어버렸으니, 제 몫을 챙길 수 있으면 반드시 챙겨라, 뭐 그런 겁니까?"

"네. 맞아요."

"…제 몫은 알아서 챙기…."

"안 챙기잖아요!"

같은 말이 반복된다.

"알겠습니다. 이번 이후에는 반드시 챙길 테니, 그만하죠."

나는 포기했다는 듯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앞으로 지켜볼 거에요."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챙겨 주기가 이리 힘들다.

한바탕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고 난 이후에야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나서윤도 내게 찾아와 '왜 오빠는 아무것도 없냐. 용사 무기라도 계승해라.'라고 하지 않나, 남은주도 자신이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걱정을 해왔다.

나서윤에게는 다음에는 제대로 챙길 테니 걱정 말라고 말해주고, 남은주에게는 내가 본 너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앞으로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며 격려해 줌으로써 물러나게 만들었다.

이후 이틀간 놀을 관찰한 결과, 한동안 그들이 성지로 가지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유진이 다시금 안으로 잠입했고, 내 요청으로 다시 한번 건강한 사람을 파악했다.

여전히 둘.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한 나는, 일행을 이끌고 다시 성지를 찾았다.

***

"여기가…."

"저게 놀 영웅인가요?"

일행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이었다.

딱 보기에도 은은하게 빛이 나는 장비들은 심상치 않은 모습이었고 쓰러진 놀 영웅의 사체는 보기만 해도 강력해 보이는,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일행을 이끌고 내가 잡았던 스태프를 향해 걸어갔다.

이번에 계승 받을 사람은 남은주와 주하연 둘. 이후 봉인이 풀리면 놀 영웅의 심장을 파괴한 후 나서윤의 계승이 시작된다.

나는 둘의 손을 각각 잡으며 말했다.

"동시에 댑니다."

끄덕.

후우.

둘은 긴장이 되는지 깊은숨을 내뱉었다.

특히 남은주의 표정은 조금 안쓰러울 정도였다.

앞서 죽은 이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겠지. 그 외에도 하유진이 말했던,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신도 그리 될까 봐 한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내가 왜 거지 같은 성녀 년을 개무시 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협력을 해준다면, 재능이 부족한 남은주도 충분히 계승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스킬 계승이야 어차피 재능 없어도 슬롯이 존재하는 이상 별문제가 없고. 빈 슬롯이 없더라도 기존 슬롯에 덮어쓰면 그만이니까.

"갑니다."

나는 남은 일행에게 경계를 시키고는 곧바로 두 사람의 손과 내 손을 스태프에 가져다 대었다.

익숙한 시야의 변화.

그리고 여전히 인상 흐릿한 7대 성녀의 얼굴이 보였다.

"…빨리 왔군요."

"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숨어 있었거든요. 그래도 혹시 몰라 놀 마을까지 확인하고 오는 길입니다."

"현명한 선택이에요. 이 둘이…."

"7대 성녀님을 뵙습니다. 성녀 후보인 주하연입니다."

"…성기사 후보이자 신후 님의 후배인 남은주입니다. 성녀 님을 뵙습니다."

둘은 내가 단단히 일러둔대로 각각 성녀 후보와 나의 성기사 후배 코스프레를 시전했다.

주하연이야 스킬 덕분에 교리는 대충 아니 대화상 허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없었지만, 남은주는 짧은 시간 안에 배우기가 힘든 상황이라 최근 개종해 내 직속 후배가 된 설정으로 해 두었다.

성녀는 정말 몇백 년 만에 만나는 성녀 후보가 반가웠는지 한껏 기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이렇게 다시 후배를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정말 반가워요."

"…저도 이렇게 먼 선대 성녀 님을 뵙게 될 줄은 몰랐어요. 신후 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둘은 하하호호 웃어대며 가벼운 한담을 나누었다.

나로써는 한시라도 빨리 계승 의식이 시작되었으면 했지만, 그래도 서로의 대화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그편이 더 적극적인 협력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둘 다 그렇지만, 특히 남은주는 성녀의 협력이 정말 필요하다.

주하연은 자신이 후배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었다. 현재 신전의 이야기는 방랑을 꽤 오래 해서 아는 게 적다며 어린 시절 이야기랍시고 스스로 지어낸 소설을 읊었고, 대부분을 성녀에게 질문, 그녀가 그 시절의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게 함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는 최소화하고, 성녀의 기분은 좋게 만드는 고급진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화는 경청이 중요하다더니, 그녀의 상대가 말하게 만들고 자신이 그 말에 집중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경청 스킬은 보통이 아니었다.

스킬로 따지면 레어는 가뿐히 넘는 것 같았다.

"…그렇군요. 정말 힘든 결정을 하셨어요."

"그대였더라도 분명 그런 선택을 했을 거예요."

"…제가 그럴 수 있었을까요?"

"제가 본 하연 씨라면, 얼마든지요."

얼마나 됬나고 벌써 네가 본 하연 씨냐.

솔직히 조금 어이가 없었다. 대화 30분 만에 저리 친해지다니…. 듣고 있는 나도 놀랍다.

600년간 쌓인 게 많았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후배의 모습에 감동한 듯했다.

"제가 이번 일을 해결하고 성녀가 된다면 반드시 신전에 성녀 님의 업적을 알리겠어요.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7번째 성녀 님의 이야기는 베일에 싸여 있었는데… 이리 훌륭하신 분이라니."

"…고마워요."

'대단하네.'

나는 감탄을 숨기고는 앞으로 나섰다. 주하연이 저리 활약할 줄은 몰랐다. 이거 남은주의 최근 개종 설정도 필요 없었던 거 아냐?

"성녀 님, 죄송한 말씀이지만…."

"…알고 있답니다. 오랜만의 대화에 너무 빠져 버렸네요."

끄덕.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승 의식을 시작하겠어요. 두 사람은 내 앞으로 와 주겠어요?"

주하연과 남은주. 둘은 7번째 성녀 앞으로 이동했다.

7번째 성녀의 손에 하얀빛이 뭉치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건 이 봉인을 유지하는 근본들이다.

그 에너지들.

"아플 거에요. 힘들 거구요. 최대한 힘을 내서 버티세요. 제가 인도하겠습니다."

주하연과 남은주는 한껏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성녀의 손이 각각 주하연과 남은주의 가슴께에 닿았다.

그리고, 빛이 폭발했다.

화아악!

순간 눈이 멀어버릴 정도의 밝은 빛이 남은주와 주하연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꺄,아아아아악!"

"흐으으으읍!"

주하연은 예상 이상의 고통에 놀랐는지 곧이어 비명을 터뜨렸고, 남은주는 어떻게든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아픈 걸로 따지면 남은주가 더 아플 거다. 하지만 그녀는 참았다. 그간의 독한 수행. 그 성과인 듯했다.

고통을 참는 것은, 남은주가 더 익숙할 테니까.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정말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다. 일행들은, 아니 수련자들은 모두 힘을 갈구한다.

일행들은 자신 스스로를 제대로 지킬 수가 없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내가 없으면 여전히 위태위태한 것은 사실. 뒤따라오는 이들이 있고, 한 번 청소하긴 했지만 인간은 언제 변할지 모른다. 수련자들의 추함을 겪은 이상 힘을 갈구할 수밖에.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들이 나보다 더 힘을 갈구할까?

절대 아니다. 그 동기와 내가 겪은 수모, 세월, 경험, 절망…. 그 무엇하나 나보다 더 절실하고 힘들었던 사람은 없다. 나보다 절실하고 나보다 강렬하게 힘을 갈구하지는 못한다.

까드득.

이가 갈린다. 저 모습을 보면서, 나는 추하지만 질투하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저 힘은 내 것이었다. 내 것이어야만 했었다.

'다음 차례는 나다. 이번 계승만 참자. 참아야 한다.'

나는 강제로 내 질투를 억눌렀다. 필요한 과정이다.

이미 눌렀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다시금 튀어나온다. 그럴 수밖에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대단한 힘이 저기서 느껴지고 있으니까.

저 힘 두 개를 모두 내가 차지하고 완전히 소화시켰다면 나는 훗날 랭커 씹어먹을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1회차에서 보지 못한 엄청난 기운들이었다.

내가 인내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다.

약 20분 뒤.

빛은 한참 동안 두 사람의 몸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그중 먼저 빛이 사그라드는 것은 주하연이었다.

덜덜덜.

힘을 받아들이는 주하연의 몸이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빛은 그런 주하연의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주하연의 가슴께로 스며들었고 잠시 후 천천히 사그라들며 곧이어 잠잠해졌다.

털썩.

그런 주하연의 몸이 무너졌다. 그러더니.

"흐윽, 흐으윽…."

조금씩 울먹인다. 주하연은 고통이 생각 이상이었는지 애써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주하연이 우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쪽이 끝나자 성녀는 양손을 남은주에게 댄 채 한껏 집중하고 있었다.

표정이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나는 성녀가 식은땀을 흘리는 것 같았다.

"흡, 으으윽…."

남은주는 어떻게든 비명을 참고 있었다.

몸이 덜덜 경련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울음까지 터뜨린 주하연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인내심이었다.

저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 고통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주하연은 모든 힘을 흡수하는 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은주는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30분… 40분… 1시간.

거의 2시간에 가까운 시간.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빛이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더 걸리는 이유는 뻔했다.

직업도, 재능도, 능력치도 뭐 하나 당대 최고의 성기사와는 어울리는 것이 없는 남은주다. 시간이 걸릴만하다.

그렇지만 끝이 보였다.

어느새 눈물을 그친 채 그런 남은주를 바라보는 주하연. 그녀는 정말 놀랍고, 감탄한 표정이었다.

같은 고통을, 어쩌면 더한 고통을 느꼈을 텐데도 2시간 동안 비명 하나 지르지 않는 남은주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스스로와 비교하며 창피한 듯했다.

마침내 빛이 완전히 사그라들었고, 남은주의 신형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흡! 학, 하악…."

다행히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끝까지 제정신을 유지한 채 계승 의식을 버틴 것.

나는 그런 남은주에게 다가가 말했다.

"…정말 고생했다. 잘 참았어."

"…감, 감사, 감사합니다…."

힘겹게 말하는 남은주.

나는 성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반드시 놀 영웅을 처치해, 제국에 평화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놀 따위 없어진다고 제국에 평화가 오지는 않지만… 립서비스다.

"…그래…요. 그럼, 뒷 일을 부탁할게요… 예상 이상으로 많은…."

성녀는 설마 남은주의 계승을 해 주는데 이 정도까지 힘을 쓸지 몰랐는지 모습이 천천히 흐릿해지고 있었다.

애초에 스스로를 혼의 찌꺼기라 칭했을 만큼 닳고 닳은 상태였다.

반쯤 예상하기는 했다. 남은주에게 그 힘들을 계승시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은 아닐 테니까.

화악!

말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성녀는 곧바로 혼이 흩어져버렸다.

허무한 헤어짐.

하지만 나는 무척이나 만족했다.

곧바로 주변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 보인다.

아마 곧 현실로 돌아가겠지.

그러면 바로 나서윤의 계승을 끝내고 놀 영웅의 심장을 파괴함으로 메인 퀘스트중 하나를 끝내버린다.

'남은 것은 광산이랑….'

큰 목표 두 개가 단숨에 끝난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최종 목표인 지구를 구하고 가족을 만나는 것을 생각하면 일행이 강해지는 것은 필수 요소. 나는 다음 일정을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내 마음을 다스렸다.

멍-.

철그럭.

한참을 허공을 바라보던 남은주가 갑자기 일어섰다.

'아, 상태 창.'

아무래도 자신의 상태 창을 바라본 듯했다.

그러곤 곧바로 내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털썩.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응?"

갑작스러운 남은주의 행동. 나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세계는 여전히 무너지는 중. 그런 와중에 남은주가 내게 말했다.

"감, 감사드립니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신후 오빠, 아니 파티장 님, 이, 이 은혜는 평생을 다해 갚겠어요, 아니 갚겠습니다. 정말, 정말로…."

남은주는 내 앞에 무릎 꿇은 채 그 고통스러웠던 계승 과정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휙.

갑자기 내 뒤에 있던 주하연이 내 어깨를 잡고 내 몸을 돌려세웠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뭐, 주하연이 이제 와서 나를 공격할 이유도 없었고, 그녀의 행동에서 딱히 나를 해하려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으니까.

와락.

그리고는 그녀가 나를 끌어안았다.

뭉클. 꽈아악.

팔로 내 등을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내 품으로 파고든다.

갑옷 위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얼마나 필사적으로 끌어안는지, 작은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왜, 왜 이러…."

남은주와 다르게, 주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볼 뿐.

감정이 격해졌다. 아마 한계를 넘어 흘러넘치는 듯했다.

나는 그런 둘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깨어나면 셋 다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일 테니, 금세 진정할 거다.

곧이어 세상이 무너지고 다시금 성역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은, 뒤에 있어야 할, 주변을 경계하던 인원들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 이전 경험에 따르면 돌아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놀 영웅의 시체여야….

그런 내 눈에 일행들의 표정이 보인다.

하유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나연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나서윤은 완전히 경악한 표정이었다.

"안 돼!"

심지어는 뭐라고 외치기까지.

대체 왜….

"흡!"

나는 갑작스러운 기습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빛의 세계에서 나를 끌어안았던 주하연.

그녀가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나를 끌어안고는 그대로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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