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79화 (79/317)

# 79

브리터스 마을

[메인 퀘스트]

-놀 영웅의 부활을 저지하라 - 2

-황금 놀 부족의 습격을 매우 훌륭하게 막아냈다. 믿을 수 없는 활약을 보인 당신에게 촌장이 이런 사태가 일어난 원인을 알고 싶다고 말하며 새로운 의뢰를 제안했다.

-목표 : 황금 놀 마을 조사.

-최종 목표 : 황금 놀 부족의 전멸 또는 놀 영웅의 심장 파괴

-보상 : ???

메인 퀘스트가 갱신되었다는 메시지에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자 목표가 최종 목표로 넘어가고 새롭게 목표가 설정되었다.

보상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알 수 없음. 그러나 이런 상황에 그냥 알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기껏 온 기회다. 평판이 중요하긴 하지만, 여기서 그냥 의뢰를 받아들인다면 착한 놈이 아니라 그냥 호구다 .

"흐음… 조사라…."

내가 속마음과는 다르게 고심하는 표정을 짓자 촌장 루셀이 조금 다급하게 말했다.

"물론, 이런 어려운 일을 부탁드리는 만큼 새로운 보상을 해 드릴 생각입니다."

"…새로운 보상이시라면…?"

내가 조금 관심을 보이자 루셀은 이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느꼈는지 빠르게 말을 이었다.

"현재 일당의 두 배를 지급하겠습니다."

현재 우리 파티 전체 고용 비용은 하루에 10골드. B급 내에서는 제일 낮은 수준이다. 정확히는 B급 용병의 하루 고용 비용이 대략 2골드 내외. 우리 일행 중 귀한 사제와 마법사가 있는 덕분에 10골드라도 받는 거다. 물론 상인 호위나 장기간 호송 임무 등은 그 난이도나 협상에 따라 조금 싸게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난이도가 높거나 이름값이 높다면 더 올라가지만.

튜토리얼에서 첫 의뢰로 얻은 일당이 5실버임을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승이라고 할 만했다.

그 상황에서 두 배라면 우리 파티의 하루 고용 비용은 20골드. 분명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글쎄요. 말씀하신대로라면 그 조사의 난이도가 보통이 아닐 것 같습니다만?"

B급 용병, 그것도 단일 파티가 하기에는 무척 힘든, 솔직히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우리 수준이 높고 실제로 가능할 것 같기는 하다. 솔직히 전투력 자체는 우리가 B급 용병 파티에 비하면 조금 떨어진다. 마법사가 둘에 사제가 하나 있다고 하더라도, B급 용병은 괜히 하루 일당이 2골드 수준인 것이 아니다. 그 전투 능력은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이건 조사. 이쪽이라면 은신 스킬이 있는 하유진에 정령을 사용하는 나연이 존재한다. 아무리 B급 용병이 날고 기어도 이런 쪽으로는 이 둘을 따라갈 수 없다. 정찰에 있어서는 우리가 확실히 우위다.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돈을 더 올려 드리기는…."

이쪽 마을이 약초 재배지인 이상 제법 부유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투자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3골드면 어지간한 C급 용병 다섯 이상을 구할 수 있는 돈. 20골드도 6명짜리 단일 파티에게는 큰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이상 우리 가격을 높이면 명성 있는 B급들의 대우에 가까워질 테고, 그쯤 되면 다른 용병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돈이야 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2배로 올려받을 거지만.

"그럼 어떤…."

"조사가 놀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소수 정예로 가야겠더군요. 하지만 저희 수준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놀 백인대 다섯을 단숨에 쫓아버리신 그 실력이시라면…."

"그 때문입니다. 싸워 보니, 놀들이 보통이 아니더군요. 솔직히, 저희 수준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은글슬쩍 내가 착용한 완갑을 슬쩍 가렸다.

그러자 루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러시군요… 확실히 일행분들의 장비 상태가 좋지 못하기는 했습니다…. 좋습니다. 저희 마을 차원에서 유신후 님 파티의 장비를 지원하겠습니다."

"…장비 지원이요?"

"예. 그렇습니다. 마을을 구해주신 공로로 일회성 포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일회성 포상. 확실히 우리의 이번 활약이 인상적이기는 했다. 대우를 너무 올리면 다시 내릴 수가 없다.

하지만 일회성 포상은 그냥 한 번 주고 끝이다. 상당히 돈이 많이 나가기는 하겠지만, 용병과 자경단의 사기도 올리고, 우리 대우도 확실히 해 주고. 좋은 선택으로 보였다. 반쯤 유도한 거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결정할 줄은 몰랐다. 괜히 이런 마을의 촌장인 것은 아닌 듯했다.

"으음… 조금 창피하긴 하지만, 확실히 저희 장비 수준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튜토리얼에서 얻은 장비를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 확실히 장비의 상태가 좋지는 못했다. 나서윤의 검 중 하나인 봉인된 작은 격노나 나연의 엘프목 지팡이, 그래고 내 미약한 중력의 대검을 제외하면 장비의 수준도, 상태도 별로 좋지 못했다.

9층 던전이나 미궁에서도 내내 사용했고 관리조차 그리 잘 되었다고 보기는 힘든 상태. 장비의 상태가 최악에 가까웠다. 그만큼 전투가 잦았었다.

"확실히 장비가 바뀌면 전력이 크게 오르긴 하겠군요."

더 좋은 무기, 더 좋은 방어구. 이런 것이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곳에서 좋은 마법 장비 등을 구할 수는 없을 거다. 그런 건 돈 주고도 사기 힘들고.

아무리 마을이 부유해도, 그런 장비들을 포상으로 줄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 장비의 수준이 올라간다면 지금보다 전력이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것도 비약적으로 높아질 거다. 그만큼 우리 쪽 장비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리고 이걸 빌미로 25구역의 티드린드 성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추가적인 전력의 상승을 꿈꿀 수 있었다.

스킬. 하유진이 스킬을 배운다면 그 수준이 달라질 터. 좋은 기회다.

"그렇습니다. 출중한 실력에 좋은 장비가 빠질 수는 없는 법이죠. 신후 님의 검은 비교적 좋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다른 장비가 조금 아쉽기는 했습니다."

내 모험가의 두꺼운 가죽 갑옷 세트는 기능상 멀쩡하기는 하지만, 겉보기에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기는 하다. 그리고 하층에서는 이보다 좋은 장비도 널렸고. 바꿀 때가 되기는 했다.

"좋은 장비를 지원해 주신다라…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긴 하겠군요. 어느 정도 수준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티드린드 성을 중심으로 하는 저희 지역은 국경이나 다름없는 만큼 전투가 잦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비를 꾸준하게 개발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확실히 뛰어난 장인들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 마을에서는 유신후 님 파티에 그 장인들의 최고급 맞춤 장비를 지원해드릴 수 있습니다."

최고급 맞춤 장비.

골드로 따지면 수천 골드가 깨질 거다. 아무리 하층이라도, 마법사용 장비나 사제 장비, 게다가 전위의 갑옷 전체 세트를 맞춤으로 했다간 재료비와 공임으로 그 이상 깨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루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최고급 장비를… 맞춤으로요?"

"그렇습니다. 시간상 풀 플레이트 메일 수준은 힘듭니다만, 어지간한 용병 이상의 장비를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무기와 방어구 모두요."

"…수천 골드가 깨질 텐데요…."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실속보다 인망이 더 중요한 위치. 그리고 인망을 잃었다간 실속이고 뭐고 다 작살나는 최전선 마을이다. 오히려 그에게는 이게 더 실속일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지금 자신의 촌장 자리까지 걸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 정도까지 신경을 써 주신다면… 일행과 이야기를 해 봐야겠군요."

"…이야기요?"

그는 갑자기 일행과 이야기를 하겠다는 내 말에 조금 당황한 듯했다.

이전에 방어를 위한 계약 때는 사실상 나 혼자 결정했었다. 그런 만큼 이번에도 나 혼자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 듯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서 수천 골드를 즉시 투자하겠다는 뜻을 비췄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더더욱 확신을 얻은 듯했다. 나와 일행의 장비 상태가 좋지 않아 장비가 절실할 텐데도 말이다.

"예. 제가 리더긴 하지만, 이번 의뢰는 정말 위험하니까요. 이전 의뢰야 저희 실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아닙니다. 최고급 맞춤 장비가 제공된다고 한들, 위험하다는 것이 변하지 않습니다. 어지간하면 제가 처리하는 편입니다만, 이번 의뢰만큼은 수준이 다르니까요."

솔직히 이대로 혼자 결정하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독불장군은 오래갈 수 없다. 일행들도 조금씩이지만 파티의 의견 조율에 참가하는 경험을 할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런 의사 결정에 참가하게 된다면, 파티에 더 소속감을 갖는 만큼 꼭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물론 최종 결정권과 가장 큰 발언권은 리더인 내가 쥐고 있겠지만.

"…하, 하하. 그렇군요.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그러실만하죠. 걱정 마세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부디, 잘 좀 부탁드립니다."

나는 곧바로 루셀과 헤어져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행들은 나를 기다렸던 듯, 모두 한 방에 있었다.

"왜 다들 쉬지 않고?"

"신후 네가 가장 힘들었을 텐데, 전투 끝나자마자 불려갔잖아. 그래서."

"뭐 그런 걸 갖고… 아니 마침 잘 됐네. 추가 의뢰가 들어왔어."

"…추가 의뢰요?"

"네. 황금 놀들이 최근 몇 년 새 이리 날뛰는 이유를 좀 조사해 달라고 하더군요."

조사. 그 말에 주하연이 곧바로 반응했다.

"…그 조항은 사문화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조금 화난 기색. 나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추가 의뢰입니다. 그걸로 강요는 못 해요. 그랬다간 여기 있는 용병들을 몽땅 해고해야 할 겁니다."

강요는 할 수 없다. 그 말에 주하연의 화가 가라앉았다.

"솔직히 너무 위험하네요. 조사라니… 도대체 규모가 어찌 될 줄 알고."

주하연은 냉정하게 우리 일행의 힘으로는 이번 의뢰가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이딴 의뢰를 한 촌장에게 조금 분노하고 있었다.

"그래. 이번에는 보통이 아니야. 던전처럼 지형적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저쪽 구역을 조사하라고? 신후 너도 알잖아. 쟤들 냄새 기가막히게 찾아. 너무 위험해."

나연 또한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저도 반대에요, 신후 오빠. 지금 우리 전력으로는…."

"나는 오빠가 하겠다면 할게."

"…저도 형이 한다면…."

미성년자 둘은 찬성, 여성 진 셋은 반대. 솔직히 나는 끌리긴 하지만, 여성 진의 반대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셋에게 말했다.

"냄새야 방법이 있고, 대가가 너무 좋아."

"…대가가 뭐길래…."

"보수 두 배 지급에, 이 일대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이 만든 최고급 맞춤 장비 세트. 참고로 파티원 전원 지급이야. 참고로 여기 국경 지역이라 장인들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더라."

"…맞춤 장비요? 그것도 최고급?"

"…오빠, 정말이야?"

즉시 반응한 것은 남은주와 나서윤이었다. 나서윤은 너무 놀라서 말이 반 토막 났을 정도. 반말 연습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짓을 할 때는 못 하더니, 지금은 잘 나온다. 그만큼 놀랐다는 뜻이다.

남은주는 장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탱커고, 나서윤은 마검사. 후방에서 마법을 쓸 때도 있지만, 나를 따라 전방에서 날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만큼 둘은 장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게다가 미궁에서는 장비를 수급할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일행은 알게모르게 장비를 아쉬워했었다.

"…형, 저도요? 저도 있는 거예요?"

"그럼. 물론이지. 너도 일행인데."

게다가 어린 하유진도 장비라는 말에 반응을 보였다. 하기야 어린아이인 하유진에게 자신의 장비라고는 1층에서 얻은 무기 하나뿐이었을 터. 이 녀석도 장비 욕심이 없을 리는 없었다.

"…장비를 준다고 해도, 위험한 것은 변하지 않아요. 차라리 저희가 돈을 벌어서 사는 게…."

"참고로 그 수준의 맞춤 장비를 사려면, 개인당 수백 골드는 깨집니다. 그쪽은 사제용, 마법사용 장비까지 약속했어요. 풀플레이트 메일 같은, 그러니까 영화 속 기사 수준의 장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무기와 방어구는 다 맞춰주겠다는 뜻일 비췄습니다. 현재 저희 실력에 장비까지 더 높아지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주하연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녀라고 장비가 고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고프겠지. 나연의 지팡이를 잠깐씩 빌려본 적이 있으니까. 그 느낌을 아는 그녀로써는 욕심이 날 거다.

"…그래도 안 돼요. 위험해요."

그녀는 힘겹게 말했다.

"우리들, 실력 빠르게 늘고 있잖아요. 차근차근히 해요, 네? 지금도 충분히 빠른 거 같으니까…."

주하연은 나를 바라보며 간절하게 말했다.

나는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이제껏 내가 본 수련자들, 그러니까 1회차의 수련자들은 스킬, 장비, 영약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들이었다.

목구멍까지 욕심이 가득 차 덥석 물어 재끼는 그런 새끼들. 그리고 이들도 내가 겪은 수라장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나름 목숨을 걸고 탑을 올라온 이들이다. 강함에 대한 집착은 1회차 그놈들에 비해 그리 부족하지는 않을 거다.

내가 지켜줬고 아껴줬다고는 하지만, 아니 오히려 자신들의 안전을 거의 내게 맡겨왔기 때문에 강함에 집착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저런 수준의 장비를 이야기한다면, 분명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고, 거기서 내가 강하게 주장한다면 쉽게 허락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하연은, 내 상상 이상으로 나를, 우리 일행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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