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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74화 (74/317)

# 74

하층 진입

주황색 느낌표. 나도 이야기만 들었던 내용이다. 저게 정말 존재하긴 했었나 보다.

길드 내에서 소문처럼 떠돌았던 이야기.

메인 퀘스트. 그게 주황색 느낌표라고 들었다.

'저게 왜?'

저 느낌표가 있는 것을 보면 저건 NPC다. 이 마을 주민들은 대다수가 탑의 거주민이고.

"오빠, 왜 그래요?"

"응? 아니, 특이한 사람을 본 것 같아서."

"저거 또 왔군?"

"또 브리터스 마을이군. 어지간히 말썽인 모양이야."

사라지는 남자를 바라보며 떠드는 마을 사람들.

그들은 지나가는 저 남자를 보며 떠들더니 잠시 흘끗, 이쪽을 바라보고는, 이야기를 멈췄다.

'뭔가 있네.'

그것도 이쪽과 관련된.

마음 같아서는 쫓아가고 싶다.

하지만 메인 퀘스트는 히든 퀘스트처럼 엄격하게 타이밍이 맞지 않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게다가 하층에 존재하는 파티라고는 우리 파티밖에 없으니 뺏길 일도 없다.

지금은 나서윤도 즐거워 보이니 일단 저녁때까지는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을 듯했다.

머리위에 주황색 느낌표를 띄우고 달리는 남자가 사라지는 방향을 보자, 아무래도 용병 길드 사무소로 향하는 듯했다.

'저녁이나, 늦어도 내일 물어보면 되겠군.'

일단 존재 자체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가능하면 내 계획과 연관된 퀘스트였으면 했다. 일단 해야 할 것들이 우선순위로 따지면 다 1순위라, 영 아니다 싶으면 퀘스트를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정 괜찮다 싶으면 일행을 둘로 나눌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보 레벨 없이 퀘스트를 수행하면, 정확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시스템 보상은 챙길 수 없다. 그래도 메인 퀘스트니 좋은 보상이지 않을까? 한 번은 살펴봐야 할 터다. 하지만 나는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브리터스 마을이면, 황금 놀이다. 놀 영웅. 그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는 마을을 걸어 다니며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다녔다.

"근데 오빠는, 왜 그렇게 위로 올라가려고 해…요?"

대화 도중 나온 가벼운 화제. 생각해보면, 내가 왜 탑을 올라가려고 하는지 일행에게 말한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나를 제외한 일행들이야 살고 싶어서, 미션에 치여서, 그리고 주변의 위협 때문에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휴식기. 이들의 동기가 약해질 가능성이 충분했다.

밑에 층에서 쓰레기들을 상당수 청소함으로써 위협도 약해진데다, 본인들의 실력도 조금이나마 궤도에 올랐다.

내가 보는 입장에서는 한참 멀었지만, 이들은 이제껏 자신들보다 강한 존재라고는 우리 일행 말고는 본적이 없으니 확실히 좋지 않은 징조이기는 했다.

"가족들 얼굴이 보고 싶어서."

그래서 대답했다. 새로운 동기를 주기 위해서.

"죽어도, 이런 곳에서 비참하게 죽고 싶지는 않거든. 그래서 올라가고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는 나서윤. 설마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던 듯했다.

무슨 대답을 기대했던 걸까?

나는 나서윤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나랑 인연이 닿은 이들이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거든. 그러려면, 더 빨리, 더 많이 강해져야 하니까."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나, 나도, 오빠한테 힘이 될게…요. 더 빨리, 더 많이 강해져서…."

"조금 천천히 해도 돼. 내가 보기에, 너는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천천히, 꾸준히만 하면 너는 충분히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다."

"그러면, 내가 오빠한테 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럼. 물론이지. 너에게는 가장 기대하고 있어."

미래의 랭커 후보니까. 이대로만 성장하면 확실하다. 그것도 랭커중에 손에 꼽힐 만큼 강할 거다.

"가장이요?"

"물론이지."

"히힛."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나서윤은 기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나는 나서윤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리고 말 편하게 하고 싶으면 그냥 그렇게 해라."

"…그렇게 티가 났어요?"

"그럼 그렇게 늘어뜨리면서 요요 거리는 데, 눈치 못 채겠냐."

나서윤은 조금 풀어줘도 괜찮다. 아니, 사실 일행 중에서 더는 조여야 할 필요가 느껴지는 인원은 없었다.

남은주도 그래서 반쯤 풀어준 거고.

그래도 열심히 할 테니까. 게다가 이제 나는 리더로써 확실히 자리를 잡은 상태. 그렇기에 조금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너무 건방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 조금, 조금씩만 편하게 할래요."

"그래, 그러렴."

나서윤이 갑작스럽게 같이 보내고 싶다고 어필하는 거나, 말을 조금 풀고 싶어하는 원인은 뻔하다.

남은주가 최근 사석에서 반쯤 편하게 대하니, 그게 부러웠던 것일 터.

나연보다 나한테 더 의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나서윤이니, 자신보다 더 편한 모습을 보이는 남은주에게 조그만 질투심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여관을 나오기 직전에는 주하연이 내게 엄청 친근한 모습까지 보였고, 최근 자신보다도 훨씬 어린 하유진까지 일행에 합류했다.

그런 만큼, 자신의 자리에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었다.

사랑받는 막내 포지션도 뺏겨, 유일하게 오빠라고 부르며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남은주가 끼어들었고, 심지어 둘 다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내 관심을 그대로 앗아갔다.

조바심을 느낄만하다.

내가 명확하게 말해주자, 나서윤은 달성감을 느끼는 듯, 해냈다는 표정과 몸짓을 보였다.

은근히 귀여운 모습에 가볍게 웃어주고는 다시금 언덕으로 돌아가 저녁 무렵이 될 때까지 휴식을 가장한 수련을 하고는 여관으로 향했다.

저녁을 일단 일행들과 같이 먹을 생각이었으니까.

여관에 다 와 갈 무렵, 나는 나서윤에게 말했다.

"잠시 용병 길드에 들렀다 올게. 먼저 들어가렴, 서윤아."

"네? 왜에…요? 나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일행들에게 좀 늦는다고 말 좀 전해 줬으면 해. 내가 너무 늦는다 싶으면 먼저들 밥 먹고 쉬고."

나는 부탁 좀 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나서윤도 조금 아쉬운 듯했지만, 사실상 하루를 나와 보낸다는 목적은 달성한 거나 다름 없으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알겠어요, 오빠. 빨리 와야 해요?"

말을 편하게 하겠다고 허락을 받긴 했지만, 역시 아직은 쉽게 나오지 않는 듯했다.

"그래. 알겠어. 먼저 들어가렴."

나는 그대로 나서윤과 헤어져 용병 길드 사무소로 향했다.

낮에 봤었던 메인 퀘스트.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용병 길드 사무소로 들어가자, 사무소를 정리하던 시리드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인가?"

"이런, 마무리 중이셨습니까."

"뭐, 자네 팀 말고는 현재 마을 안에 용병들도 없으니 말이야.

'NPC.'

시리드. 그 또한 NPC였다. 시리드가 NPC인 것은 알고 있었다. 나중에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애초에 각 마을의 용병 길드를 담당하는 이들은 모두 NPC다. 안 그래도 용병이 적은 이곳에 각 마을마다 지부가 있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다.

그의 머리 위에는 아까 낮에 보았던 주황색 느낌표가 떠 있었다. 아마 그 남자가 찾아온 덕분에 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보였다.

"낮에 웬 남자 하나가 이쪽으로 헐레벌떡 뛰어가더군요."

"…흠."

"마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마을에서 왔다던데…. 눈치를 보아하니, 저희와 관련이 있는 듯해서 말입니다."

"…거 참. 타이밍도 좋군. 그걸 봤어? 그래. 그거 때문에 찾아온 건가?"

"네."

"감 하나는 끝내주는군. 맞네. 자네들과 연관된 일이기는 하지."

"무슨… 일입니까?"

"브리터스 마을이라고, 누런 놀 새끼들이 주로 쳐들어오는 마을이 있다네. 영역이 비교적 그쪽과 가까운 마을이지. 근데 그쪽 놀들이 영 말썽이라서 말이야. 얼마 전까지 마을에 있던 용병들이 모두 고용되어 그쪽으로 가버렸다네."

다음에 이어질 말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부족하다, 이겁니까?"

"그래. 그렇지. 그쪽 마을에서 다른 마을의 용병들이나 자경단에 도움을 요청하더군. 원래 모홀 마을의 핏덩이 놈들이 가장 흉포했었는데, 최근 몇 년은 누렁이들이 말썽이야."

"그래서 여기까지…."

"뭐, 티드린드 성을 중심으로 우리 다섯 마을은 전부 협력하는 관계니까 말이야. 하지만 바로 알려줄 생각은 없었는데… 알다시피 우리도 용병은 자네들 말고는 없거든. 한 며칠 두고 보려고 했었지. 얼마 전에 우리 쪽 용병도 다 쓸어갔고, 최근 우리도 습격을 당했으니, 한동안 정찰 좀 부탁하고 싶었는데…."

시리드는 슬쩍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역시 궁금한가? 그쪽은 제법 위험하다네."

"저희는 애초에 황금 놀 때문에 여기 왔습니다. 한동안 쉴 생각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가 왔다면 잡고 싶군요."

"쩝. 아쉽구만. 그래 알겠네. 의뢰서를 주지."

그는 아쉽다는 말과는 다르게 곧바로 책상을 뒤져 한 장의 종이를 꺼내 흔쾌히 내게 내밀었다.

의뢰인은 브리터스 마을 전체. 내용은 마을의 방어 및 황금 놀의 조사.

"조사는 그냥 붙은 것뿐일세. 몇년 전부터 저러니 알고 싶기야 한데… 너무 위험하거든. 그러니 그냥 방어만 해 주면 된다네. 어떤가, 정말 할 겐가?"

"물론이죠. 이거, 의뢰를 가지고 온 사람을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그도 여기 용병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을 테니, 아마 자네를 찾아갈 확률이 높을 걸세. 그는 자신의 마을을 무척이나 아끼거든. 쩝, 아쉽구만.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의뢰서는 가져가게나."

"감사합니다."

나는 용건이 끝나자 즉시 용병 길드를 나섰다.

운이 좋다. 정말 좋다고 볼 수 있다.

과거, 1회차의 놀 영웅은 황금 놀 출신이었다.

그렇기에 그쪽 지역을 중점으로 알아갈 생각이었는데, 단숨에 핵심으로 짐작되는 곳으로 진입했다.

물론 확정은 아니다. 엉뚱한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이렇게 마을에서 중히 여기는 일이라면, 별 의심 없이 황금 놀을 조사할 수 있다. 마침 의뢰서에도 쓰여 있지 않은가? 사문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능력이 돼서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환영하면 환영했지, 거부하지는 않을 터.

확실히 미궁을 빨리 빠져나온 보람이 있었다.

지금 당장 놀 영웅이 나타나거나 하지는 않을 터다.

그건 몇년 후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뭔가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메인 퀘스트 정보.'

시스템 창이 남았다.

내일 브리터스 마을에서 왔다는 자와 계약을 맺으면 아마 확인 가능 할 터다.

정보 레벨. 그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할 때가 왔다.

***

여관으로 돌아가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은 덕분에 일행들은 아직 식전이었다.

나는 일행들과 식사를 마치고는 모두를 내 방으로 불러들였다.

"무슨 일이에요?"

주하연은 내가 부르자 오기는 했지만,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다들, 내일 일정은 있습니까?"

"그냥 다 같이 은주 데리고 그 사냥터라는 곳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오늘은 은주가 배운 훈련 체득해야 한다고 안 간다고 했거든요."

"그렇군요. 그거 취소하셔야겠습니다."

"…또 나가서 뭔 일을 하고 온 거예요? 오늘은 서윤이랑 같이 다니지 않았었나?"

"맞아요. 여관이 오기 전까지 계속 같이 있었는데…."

"아까 낮에 본 사람 기억나니?"

"그… 오빠가 뚫어져라 봤던 사람이라면…."

"그래. 그 사람.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뭔가 일이 있겠다 싶어서 방금 용병 길드에 다녀 왔지. 자."

나는 의뢰서를 꺼내 일행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펼쳤다.

"아무래도 뭔가 일이 있는 모양이야. 한동안 쉬면서 천천히 할 생각이었는데… 이런 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브리터스 마을?"

"응. 아무래도 다른 구역으로 추정되는 곳이야."

"…다른 구역이면 막 드나들 수 있을까요? 아직 다른 구역은 찾아보지도 못했는데…."

"부딪쳐 봐야지."

갈 수 있다. 1회차에서 증명된 사실이지만, 최소 레벨을 만족하거나 누군가 의뢰 중이라면 구역을 넘나들 수 있다. 물론 최소 레벨도 되지 못하는 주제에 다음 구역으로 넘어갔다간 위험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래도 마을 쪽은 좀 나은 편이다. 게다가 우리 수준이면 못 갈 곳도 아니고.

"…후. 천천히 하자고 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하하. 저도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요. 이왕 기회가 왔는데, 안 하는 것도 바보 같기는 하네요. 은주랑 유진이가 조금 걱정이기는 한데…."

"괜찮아요, 누나."

"네가 괜찮은 게 문제가 아니야. 실제 우리가 부딪칠 수 있느냐가 문제인 거지. 천천히 갈 생각으로 은주도 약해진 상태라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 함부로 말하지 말렴."

움찔.

주하연은 일행의 안전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자, 제법 너그럽게 봐 주던 하유진에게도 엄한 말을 내뱉었다.

"죄, 죄송해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좀 흉포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무력 자체는 미궁과 다르게 갈색 놀과 큰 차이는 없을 거라 하더군요."

실제로 듣지는 않았지만, 1회차의 정보가 있었기에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다행이네요. 여기 수준이면…."

주하연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은주 수준이라도 괜찮겠어요."

남은주는 조금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이 상황은 딱히 그녀의 탓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내 탓이 제일 클 거다. 그래 봐야 우연이 겹친 상황이라 뭐라 하기도 이상한 상황이긴 하지만.

"게다가 거기에는 고용된 용병들도 있다고 들었으니, 괜찮을 겁니다.

"음… 확실히 신후 씨가 좋다고 가져올 만한 정보긴 하네요."

"그럼, 내일 사람이 찾아오면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후, 이거 쉬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하네요."

"하하. 미안합니다."

"아뇨, 신후 씨 잘못이라고 보기도 뭐 하죠. 오히려 정보를 가져오신 건데."

"그럼 다들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 뵙죠. 길드 쪽 말로는 그쪽에서 온 사람이 의욕이 앞서는 편이라 저희를 먼저 찾아올 거라더군요."

"좋네요. 그쪽이 절박하면 조건도 더 좋을 테고…."

"그렇죠. 호구 당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정 뭐하면 안 가도 그만이죠. 급할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내심 꼭 갈 생각이었지만, 일행들 앞에서는 여유로운 척 말했다.

"믿음직하네요."

피식.

나는 가벼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럼 해산하겠습니다."

끄덕.

일행은 내 말에 다들 내일 보자는 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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