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68화 (68/317)

# 68

하층 진입

마을을 습격한 몬스터는 놀. 역시 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하층답게 숫자가 꽤 많다.

수많은 놀이 한 놀의 지시를 받아 일사불란하게 목책을 노린다.

'백인 대장.'

미궁의 마구잡이식 놀들과는 다르다. 이들은 진짜 부락을 이루고, 두 병종 뿐이기는 하지만 무려 군대를 이룬 몬스터 집단이다.

게다가 보이는 놀들은 갈색 놀이지만 미궁을 생각하고 덤볐다간 큰코다친다. 일반 놀들만 해도 레벨 25를 찍을 수 있는 수준인 데다, 지휘를 받는 군대 취급이라 그 이후에도 적지만 꾸준히 경험치를 준다.

하층에서 달성 가능한 레벨은 대게 40~45 정도가 평균이며, 놀의 영웅이 부활해 1회차처럼 난이도가 올라가면 하층에서 50을 넘기고 중층으로 가는 경우도 생긴다. 하층에서 50을 달성하고 올라가는 것은 효율도 거지 같고, 사상자도 끔찍한 데다, 훗날 우리 쪽 발언권이 무너지는 등 악몽의 연쇄작용이 생기므로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스토리다.

"근데 저거 별로 안 위험해 보이는데요?"

그럴 거다. 모너스 마을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멀쩡히 존재한다. 지금보다 상황이 안 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돕는 게 좋지 않을까? 막기는 할 거 같은데, 도와주면 더 수월할 테고, 우리도 마을에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아."

의외로 나연이 계산적인 면을 들이밀며 돕자는 주장을 했다. 물론 말은 저리하지만 표정을 보면, 하나라도 덜 죽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맞는 말이라 우리는 가볍게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몸놀림을 보면 11층 시절의 갈색 놀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20층의 황금 놀들보다 오히려 강해 보입니다."

"네. 확실히 그래 보여요. 들었지? 다들 방심은 금물이다?"

오랜만에 미궁을 벗어나 마을을 보니 다들 조금은 들뜬 듯했다. 저 주하연마저 저렇게 말할 정도니까.

그렇지만 전투에 돌입하자 곧바로 표정이 일변한다.

나도 더이상 이쪽으로는 터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간의 경험이 쌓인 일행은 전투 전에 가볍게 말하더라도 과한 긴장을 경계해서 일 분, 막상 전투에 돌입하면 적당한 긴장감과 방심치 않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으니까.

강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마을은 위기 상황도 아니고, 도와줘도 그만인 수준에 불과할 테니까.

유능한 용병. 그런 포지션이 필요하다. 비록 튜토리얼 층에서 용병 패를 얻었지만, 경력이 짧고 당시 수준이 미약해 F급에 불과하다. 튜토리얼에서 이룬 게 많아 거기서 등급 상승도 가능하긴 했지만, 그래 봤자다. 여기서 새로 발급받을 예정이기에 쓸데없는 일이라 하지 않았다.

나는 즉시 전신에 마력을 돌리며 전속력으로 일행에게서 떨어져 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뒤에서 일행들이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전투 시 내 행동에 간섭하는 인원은 없다.

내가 없는 동안 파티의 오더를 맡았던 주하연이 빠르게 지시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연아, 신후 씨 엄호해! 은주는 키퍼, 유진이는 은주 보조하고. 서윤아, 너도 신후 씨 따라서 돌파 가능해?"

"네. 될 것 같아요. 언니."

"그럼 돌파해. 혹시 모르니, 첫 방패는 너에게 걸어 줄게."

주하연은 신성력을 더 소모해 대지의 방패를 미리 걸어주었다. 신성력이 늘어나고, 숙련도가 쌓인 만큼 새롭게 사용하는 운용법으로 보였다.

흔한 기술이긴 하다. 주문의 연속 사용은 회로에 무리를 주기도 하니, 상황에 따라서는 저게 더 효율적인 사용 방법이다.

내가 빠른 속도로 놀 백인 장을 향해 달려가자, 놀들도 마을 사람들도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뭐야, 사람? 설마 모험가?"

"미친. 이런 곳까지 무슨 모험가가? 제정신인가?"

"범죄자일 가능성도…."

전투 중에 말이 많다. 그만큼 마을에 큰 위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컹컹컹!"

자신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오는 내 모습에 놀 백인 장이 급하게 짖어대었다.

그러자 주변의 궁병들이 내게 화살을 날린다.

놀의 두 병종, 둔기를 사용하는 전사와 활을 사용하는 궁사. 이들의 병종은 인간의 보병과 기병의 중간쯤 되는 이들이다.

기동성은 인간의 보병이 쫓아가지 못하지만, 기병보다는 조금 느리다. 무게도 기병에 못 미쳐 실질적인 차징은 기병에 비해 부족하다. 그렇기에 두 병종의 중간. 하지만 반대로 멈춘 기병이 무력한 데 비해, 이들은 멈춰도 몬스터라는, 강력한 육신을 가진 이들이기에 보병보다도 오히려 강하다. 궁병들은 오히려 인간보다 위. 특유의 근력과 그들만의 활 제조 방법으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추었으며, 특유의 기동력은 전사 못지않은 이들이다. 물론 전사에 비해 그 수가 적긴 하지만. 한 백인 장 아래 보통 궁수는 10마리가 채 안 된다.

내게 화살이 집중되었지만 날아오는 화살은 10발이 채 되지 않는다. 나는 가볍게 화살을 검으로 쳐내며 계속 백인 장을 향해 접근했다.

"컹컹!"

급한 외침. 그러자 일부 전사들이 백인 장을 향해, 또 일부는 나를 향해 달려든다.

충분히 빠른 속도. 하지만 내가 더 빠르다.

백인 장은 내가 더 빠름을 직감했는지, 곧바로 둔기를 꺼내 나를 맞을 준비를 끝냈다.

궁병들도 활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곧바로 보조로 사용하는 작은 둔기를 꺼내 들고 백인 장을 지키기 위해 주변을 둘러쌌다.

"흡."

나는 숨을 들이키며 몸을 팽팽히 긴장시켰다.

감각에 집중하자 나서윤이 내게 접근하는 놀 전사들을 향해 달려드는 것까지 느껴진다.

한 걸음 더 내디디며 마력을 더 강하게 일으킨다.

"컹컹!"

내 앞을 막는 궁병이 작은 둔기를 휘두르며 저항한다.

쉭!

나는 나를 향해 위두르는 둔기의 손잡이를 가볍게 잘라내고는 놀 궁병에게 바짝 접근해 몸을 뒤틀며 검을 휘둘렀다.

훙!

강한 공기의 저항. 나는 검을 둔기처럼 휘둘렀다. 날 대신, 면을 이용한 공격.

콰직!

"깨갱!"

복부를 검면으로 얻어맞은 놀 궁병의 비참한 비명을 무시한 채 나는 궁병의 몸을 밀듯이 휘둘렀다.

후앙!

손목에 걸리는 강한 부담. 근력이 떨어져서 아직은 이전만 못 하긴 하지만, 높은 체력으로 인한 육체의 내구성을 믿었다. 게다가 마력으로 최대한 강화해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

그러자 곧바로 놀 궁병의 발이 땅에서 떨어졌고, 나는 궁병을 강하게 날려버리는 데 성공했다.

콰직! 쾅!

'스트라이크.'

한 마리의 놀 궁병을 날려버리며 위치를 잘 조준해 두 마리의 궁병을 도미노처럼 쓰러뜨렸다.

단번에 세 마리가 사라진 셈. 그에 따라 놀 백인 장에게 가는 길이 단번에 열렸다.

나는 그 사이로 빠르게 침투, 이번에는 제대로 검을 휘둘렀다.

"컹!"

놀 백인 장은 확실히 달랐다.

비론 다른 이들을 불러모으기는 했지만, 그건 지휘관으로써 당연한 선택. 본신의 무력이 모자라지는 않다. 몬스터 답게, 일정 수준의 무력이 없으면 지휘관도 될 수 없었으니까.

깡! 드드득!

놀 백인 대장은 재주도 좋게 내 검을 향해 둔기를 들이대 한 번을 막는 데 성공했다. 백인 대장답게, 무기도 타 전사들과는 다르게 윗부분이 강철로 감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마력을 근력을 보조하는 데 상당수 사용하느라 검에 깃든 마력이 부족해 단번에 베어내지 못했을 뿐. 현재 검에 깃든 마력과 근력 수준으로는 손잡이가 아닌 강철로 감싼 부분을 단숨에 벨 수 없었다. 맑은 금속음에 이어 기분 나쁜 거친 금속음이 울린다. 검은 둔기를 타고 아래로 빠르게 내려갔다.

놀 백인 대장이 뒤로 물러나며 무기의 접촉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걸 놔줄 내가 아니었다.

나는 나를 피하는 백인 대장을 추격, 단숨에 팔을 날려버렸다.

촤악!

"컹컹!"

다른 놀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팔이 날아갔음에도 고통에 찬 비명이 아닌 알 수 없는 지시를 내린다.

나는 내 뒤를 노리는 궁병들의 둔기를 피하며 둘을 더 베어내고는 다시금 물러나는 백인 대장을 추격했다.

팔이 날아가 균형을 잃어버린 백인 장은 멀리 도망치지 못했고 내 검에 목이 날아갔다.

그리고.

콰앙!

뒤늦게 내 뒤에 파이어볼이 작렬, 남은 궁수들이 쓸려나갔다.

"나연아. 늦어."

조금 아쉬운 마음에 중얼거린다. 거리가 멀어 들리지도 않을 터.

솔직히 내가 너무 빨리, 그리고 깊게 파고들었다. 내가 휘말릴 수 있어 늦게 쏜 것일 뿐. 이건 오히려 내 잘못에 가깝다. 하지만 내 파티라면 그 정도 계산은 빨리 끝내고 내 행동에 맞춰 줘야 한다. 나는 그걸 원했다. 그런 것을 원해 재능 있는 이들을 모으는 거다.

나연은 역시 내 말은 듣지 못했는지 다른 놀들을 향해 다음 마법을 사용했다. 나도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다음 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목책 위에서 견제하던 마을 사람들은 백인 대장이 죽어 목책 위로 올라오려는 놀들이 줄어들자 우리들의 전투를 반쯤 방관했다.

일부 사냥꾼들이 화살 지원을 해주었지만, 나연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전투는 오래가지 않았다. 애초에 백인 대장을 노린 이유가 있었다. 하층의 놀들은 지휘관을 잃으면 전력이 반 가까이 감소한다. 집단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 오합지졸은 별로 무섭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처음부터 다짜고짜 백인 대장을 향해 달려든 것이었다. 전투는 어느덧 일방적인 학살로 변했고, 오래지 않아 나와 나서윤, 나연의 선에서 정리되었다.

깔끔하다. 막혔던 레벨도 22로 올랐다. 아마 나 혼자 올랐겠지. 사실상 혼자 백인 대장을 사살한 것 때문에 공헌도를 상당히 많이 차지한 듯했다.

사실 경험치도 내가 제일 높은 게 영향을 주었겠지만.

전투가 끝나고 천천히 마을 장벽으로 접근하자, 저쪽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어이! 정지!"

나는 지시대로 멈췄다.

'역시 쉽게는….'

"그쪽 말고 오른쪽으로 돌아! 입구는 그쪽이다!"

다행이었다. 문전 박대는 하지 않는 듯했다.

이쪽 마을, 그리고 이 일대를 지배하는 도시는 본래 범죄자들이 세운 도시다. 정확히는 제국에서 버린, 쓰레기들이 이쪽 지방으로 쫓겨나면서 시작된 것이 이쪽 도시와 마을의 역사다. 제법 오래된 일이라 지금은 평범한 이들이 많다. 현재 성주의 조부 대에서 사실상 청소를 끝냈다나? 그래서 현재는 그냥 국경 마을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단지 상대가 인간이 아닌 몬스터일 뿐이지만.

지금도 가끔 범죄자들을 이쪽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아예 이쪽으로 탈출하는 범죄자들도 있어서 이들은 외부인에 민감하다. 현재 성주가 그런 이들을 싫어하기도 하고. 기껏 조부가 다 청소해 놨는데 새로운 이들이 들어와서 물을 더럽히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런 만큼, 운 좋게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볼 수 있었다.

1회차 때는 선두가 이런 문제로 상당히 고생했다고 안다.

진짜 잡부처럼 일했다던데. 우리 파티는 실력이 괜찮아 그럴 일은 없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멀리 떨어졌던 일행이 다가왔고, 우리는 마을의 입구를 향해 이동했다.

마을 입구에는 막 전투가 끝난 자경단 중 하나가 우리를 맞이했다.

"워, 싸우는 걸 보면 진짜 모험가들인가?"

조금 경계심이 있긴 하지만, 명백하게 호의가 느껴지는 표정. 나는 제법 괜찮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용병입니다."

"응? 용병? 용병이 여기까지 왜 오나? 뭐 먹을 게 있다고?"

나는 순간적으로 주하연과 눈을 마주쳤다. 대강 눈짓을 한 뒤 아무 핑계를 댔다.

"이 근처에 황금 놀들이 있다던데요?"

"있긴 있지. 폐기된 광산도 있고, 놀들 천지에 제국에서 왔다면 리자드맨들도 봤겠지? 숲에는 고블린들도 있고."

"그 놀들 때문에 왔습니다. 황금빛 놀 가죽이 요새 괜찮게 팔리는 것 같아서요. 게다가 국경 근처면 일거리도 있을 거 아닙니까?"

"일거리야 많다만… 대부분 몬스터 사냥이나 마을 방범 일이야. 큰돈이 되는 일은 없다고?"

"그거면 충분합니다. 애초에 경험도 쌓을 겸 온 거라… 저희가 용병이 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응? 그 실력으로?"

"하하. 네. 여기 용병 패입니다."

어차피 신분 확인을 겸해서 줘야 할 것. 나는 자연스럽게 인벤토리에서 꺼내 놓았던, 튜토리얼에서 얻은 용병 패를 꺼내 보여주었다.

"응? F급? 마법사까지 있는데? 도대체 어떤 멍청한 곳에서 마법사에게 F급 용병 패를 줘? 멜리드? 뭐 이딴…."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용병이 된 지 얼마 안 돼서요. 다 같은 마을 출신입니다. 그리고 마법사가 아니라 정령사입니다."

"이딴 건 쓸모도 없겠군. 차라리 성으로 가. 거기서 새로 얻는 것을 추천하지. 뭔 마법사, 아니 정령사라고 했던가. 어쨌든 그런 이가 있는 데다 각자 실력도 괜찮은 애들을 F급을 줘? 쓰레기들을 만났구만?"

그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의심이 들었는지 우리를 한번 훑는 것이 느껴졌다.

범죄자가 속이려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봐도 남자라곤 나와 8살짜리 애새끼에, 여자만 넷. 그중 하나는 사제에 하나는 정령사다. 도저히 범죄자라고는 보기 힘든 이들의 조합. 게다가 보기보다 실력이 뛰어나 이 조합으로 범죄나 저지르고 다닐 바에 그냥 우리 말대로 용병을 하는 것이 돈이 훨씬 된다.

그렇다고 첩자라고 생각하기에는 더 웃기다. 버려진 성에 누가 첩자를 보낸단 말인가? 인근에 성이라고는 이거 하나다.

결국 그는 순진한 시골 출신 젊은이들이 뭉쳐 용병을 하려다가 영 좋지 못한 곳에 걸려서 뒤통수 맞았다는 결론을 내렸는지 일행을 마을에 받아 주며 말했다.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하네. 뭐, 마을 안에 거주하는 대신, 몬스터들이 쳐들어오면 도와줘야 한다네. 만약 전투가 일어나면 보답은 하지. 동의하나?"

"물론이죠. 그 정도야."

국경 마을인 만큼, 게다가 사방이 몬스터인 만큼 이들은 안전에 민감했다.

흔쾌한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한번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마을에 들어오며 주하연이 내게 말했다.

"핑계 잘 댔네요."

"그냥 놀들이 보여서요. 혹시나 싶어서 20층 황금 애들 좀 팔았죠. 걔네 가죽 색깔 괜찮지 않았어요?"

없었으면 어쨌을 거냐고 한다면, 그냥 소문 때문에 왔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온 김에 여기서 의뢰나 하며 실력 쌓는다고 하면 되고. 나야 애초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걸 말한 거지만.

"확실히 그랬죠. 그나저나, 35구역이 어딜까요?"

주하연은 하층의 미션, 35구역에 관해 고민하고 있었다.

"이제야 겨우 마을에 왔는데, 뭘 벌써부터 그걸 고민하세요?"

"…엥?"

주변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던 나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

나서윤도 마찬가지. 남은주도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내가 얼마나 상층으로 올라갈려고 아등바등해 왔는지 모르는 유진이만이 일행을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우리 이번에 좀 많이 달려왔지 않습니까. 게다가 아래쪽도 바다 씨가 열심히 관리하고 있을 거구요."

나는 적당히 밑밥을 깔며 일행을 향해 말했다.

"일단 조금씩 쉬면서 하나씩 알아가죠."

멍.

얼빠진 일행의 얼굴.

주하연은 도대체 뭔 꿍꿍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냥 진심이라는 듯, 일행을 바라보며 밝게 웃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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