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58화 (58/317)

# 58

11층으로

내가 쌍뿔 미노타우로스를 발견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한바다 파티가 돌아왔다.

어느 정도 화풀이를 하고 온 듯했다. 확실히 한바다는 쓰레기들에게 관대한 성격은 아니니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뇨. 뭐… 그리 오래 걸린 것 같지는 않네요."

두 세시간? 그 정도야 뭐… 오히려 나를 배려해 줬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죽을 뻔했다. 그것도 뒤통수를 거하게 처맞고. 그런 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데, 이정도 시간은 오히려 관대하다고 본다.

나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겠지.

한바다를 비롯해 그쪽 파티원의 얼굴을 바라보자, 제법 밝은 표정이었다.

피식.

내심 웃기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 현대인이었는데, 죽임으로써 이루어지는 복수에 그다지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그만큼 탑은 도덕과 먼 곳이고 짧은 시간에 여러 일을 겪게 함으로써 사람을 확 바꿔버리는 장소다.

과거면 몰라도 지금은 생존에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자, 그럼 마무리나 하죠."

"드디어 15층을 나가는구나…."

내 파티도 그렇지만, 한바다 파티는 더욱 신기한 감정이 들 거다.

여기가 자신들의 무덤이 될 뻔한 곳이기도 하고, 내게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구른 장소기도 하니까.

그만큼 확실힐하게 성장하기도 한 공간이었다.

쌍뿔 미노타우로스는 외뿔보다는 확실히 강했지만, 우리 일행에게는 거기서 거기였다. 어차피 몇 번 잡아본 상대.

아무래도 몰이 사냥을 위해 몹 몰이를 하다 보면, 몇 번에 한 번은 외뿔들 사이에 끼어 들어오곤 했었다. 많을 때는 세 마리를 동시에 본 적도 있었다.

덕분에 일행들 사이에서 긴장한 기색은 없었다.

"남은주 씨."

"네?"

"처리하세요."

"…네."

"서윤아."

"네. 오빠."

"남은주 씨를 지원해. 단, 마법만 사용할 것."

지금마저 훈련을 시키는 내 모습에 일행은 질렸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여유가 있을 때마다 훈련은 해 줘야 한다. 그런 내 모습에 일행도 반발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강해졌고, 저 정도 상대로 저 둘이 질 일은 없었으니까.

남은주는 눈치 빠르게 내 의도를 알아채고는 공격을 자제하며 미노타우로스의 주의를 끌었다. 성장한 남은주는 도발 스킬마저 일체 쓰지 않고는 미노타우로스가 나서윤의 에너지 볼트에 맞아 죽을 때까지 어그로를 유지하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너지 볼트가 아무리 위력이 약하다고 해도 마법. 그런 상황에 어그로가 튀지 않도록 깔끔하게 관리했다는 것은 남은주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에너지 볼트가 미노타우로스에게 데미지를 주는 순간에 마주 공격함으로써 미노타우로스에게 혼란을 주고 동시에 어그로를 자신에게 확실히 고정 시키는 테크닉은 내가 직접 언급하며 칭찬했을 정도. 어지간이 영리한 몬스터에게는 통하지 않을 방법이지만, 몇몇 지능이 낮은 몬스터에게는 충분히 통하는, 탱커들이 필수로 익혀야만 하는 기술 중 하나이다. 남은주는 확실하게 자신이 성장한 모습을 우리에게 각인시켰다.

나서윤 또한 마찬가지. 비록 에너지 볼트가 나연의 정령 마법, 카사의 파이어 볼에 미치지는 못한다.

나연보다 마력이 높더라도, 에너지 볼트 자체의 효율이 아직 떨어지는 데다가, 마법 자체에 폭발력이나 강한 충격을 주는 기능이 없는 상태. 개량이 덜 되고 송석도 없어서 마법으로써의 위력은 떨어진다. 아마 저 공격에 맞는 미노타우로스는 웬 싸움도 못 하는 아마추어가 어설프게 주먹을 밀어 넣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거다.

그 아마추어의 피지컬이 상위 1%라는 게 문제지만.

하지만 현재 스스로의 능력으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것. 나는 그것을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계속 성장할 거다. 그저 나서윤이 한동안 마법에 익술해 질 수 있도록 전위 대신 후위에 집어넣는 조치를 취한 정도. 더 익숙해지면 마검사인 만큼 다시 1선으로 복귀시킬 거지만.

아무튼 나서윤은 마법을 사용해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줄 모르는 동료들은 하나같이 역시 서윤이 답다고 칭찬했을 뿐이지만.

미노타우로스가 처절하게 죽고 나자, 우리가 몇 번 올라가길 거부했던 통로가 다시 나타나 우리를 유혹했다.

이번에는 가야 한다. 이번에도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일행을 이끌고 16층으로 향했다.

16층의 몬스터들은 이번에도 놀 색깔이 조금 변하고 홉고블린의 질이 올라갔으며, 숫자가 많아지는 것이 다였다.

나는 일행에게 이번 층의 수준이 너무 낮으니 고정 안전 구역만 확보하고 넘어가겠다 전했고, 일행 또한 동의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이유로 16, 17, 18층을 스킵한 뒤, 19층에서 당분간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렸다.

그리고 2주간의 사냥이 끝나 레벨이 20에 다다르자 곧바로 20층으로 향했다. 레벨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19층에서의 성장은 제법 빠른 편이었다.

20층에 도착한 일행은 곧바로 고정 안전 구역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20층에서 보스 방은 발견했을지언정 고정 안전 구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설마 더 깊은 구역에 있는 것은…."

"그건 아닐 겁니다."

나는 시선을 들어 보스 방을 바라보았다.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보스 방 뒤쪽이죠. 저는 거기가 의심됩니다."

…….

일행은 내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20층에서 21레벨이 될 때까지 층을 수색했지만, 고정 안전 구역은 찾지 못했다.

1-1구역에도, 5-15구역에도 고정 안전 구역은 없었고 1~10구역의 보스방을 제외한 다른 방들을 여럿 확인 해 봤지만, 홉 고블린 무리와 놀 무리 말고는 고정 안전 구역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안전 구역 자체는 여럿 찾아내 확보를 했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지만.

'사실 진짜 보스 방 뒤에 있긴 하지.'

내가 예상이랍시고 말한 것은 1회차의 기억을 토대로 뱉어낸 말이다.

진짜로 고정 안전 구역은 보스 방 뒤쪽에 존재했다.

그것마저 내가 관리자가 된다면 미궁 전체의 고정 안전 구역은 내 소유가 되는 거다.

솔직히 모든 고정 안전 구역을 손에 넣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고, 나는 뭔가 보상이라도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 중이었다.

1회차에는 없었던 일이었으니까.

보스는 쌍뿔 미노타우로스.

환영이 아닌 본체다.

보스답게 강력하긴 하지만, 우리 일행이 모두 달려들면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내가 최선을 다한다면 오히려 쉬운 편. 제가 아무리 보스에 강력한 미노타우로스라고 해 봐야, 오거와 비슷하거나 조금 부족한 수준. 나 혼자서도 오거를 잡았는데, 저놈을 못 잡을 리는 없었다.

오거 만큼 익숙하진 않아도, 15층에서 환영을 충분히 경험했기에 행동 원리도 대충은 아니까. 물론 환영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 15층에서 20층까지 와 한 번 샅샅이 수색까지 끝내는 데 2달이 조금 안 걸렸다.

그럼에도 후발 주자들은 여전히 대부분은 11~12층에 머무르고 있었고, 극히 일부, 정확히는 한 파티만이 15층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15층에 도착한 이들도 뭔가 반쯤 무모하게 도전한 듯, 대부분의 시간을 고정 안전 구역에서 지내고, 가끔씩만 사냥을 나갔다. 고난의 신전을 통해 버티는 듯했다. 저것도 오래 걸리긴 하지만 하나의 방법이다.

고정 안전 구역이 다른 층과 틀린데도 용케 찾아왔다 싶다.

그 외에 상위권으로 분류될 만한 몇몇 파티는 13~14층에 분포해 있었다.

그래도 현시점에 13~14층에 올라가는 파티가 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리스트를 확인해 보면, 중상자 비율이 늘고 있었다. 실력이 부족한데 억지로 다음 층으로 향했다는 뜻이다. 한 둘이면 모를까, 이런 이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아래층에서 살아남기 힘들어 올라온다는 뜻이다.

결국 11~12층에서 카르텔이 생기긴 했다는 것. 나도 그들이 아예 생기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벌써 저런 이들이 나온다니….

과거 미궁은 한 층을 올라가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리는 극악한 곳이었다. 카르텔이 사냥을 방해했기 때문. 그만 아니면 어지간한 재능만 있다면 두세 달이면 한 층을 올라갈 수 있다.

재능이 부족하면 넉넉잡아 반년이면 된다. 그런데 그럴 시간에 카르텔이나 만들고 자빠졌다.

나는 11층으로 빨리 가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냥 보스 방으로 향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올릴 수 있는 최대 레벨인 22를 맞추고 가고 싶었지만, 21도 부족하지는 않다. 우리 파티의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찬성."

일행은 거부하지 않았다. 나는 보스 방으로 향하며 일행에게 말했다.

"서윤이는 이제 다시 전위로 복귀하고, 은주 씨는 키퍼로 돌아갑니다."

"네, 오빠."

"네. 알겠습니다. 파티장 님."

나서윤의 마법은 두 달 새 일취월장해 에너지 볼트에 폭발력과 충격력을 강화 시키는 작업을 성공했다.

높은 마력 능력치를 바탕으로 카사의 파이어 볼에 근접한 수준의 파괴력을 얻는 데 성공했고, 새로운 마법인 매직 애로우까지 익혀냈다.

갈수록 성장하는 나서윤을 보면서 일행은 파티에 마법사가 있고 없고가 어떤 차이를 보여주는지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마법 실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나서윤과 정령사인 나연. 둘의 시너지는 1+1=2라는, 단순한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마치 1+1=2 가 아니라 3, 4라고 주장하듯 높은 수준의 시너지를 보여주었고, 그것은 사냥 속도로 나타났다.

한바다 파티는 그런 우리 파티를 보면서 부러워할 정도. 조연주라는 실력 있는 궁수가 있기는 하지만, 궁수와 마법사가 비비기에는 그 차이가 컸다. 특히 몰이 사냥을 주로 하는 내 스타일상, 대량 학살이 가능한 마법사의 효용성은 더 극대화된다.

그러나 이번 층에서 만날 보스는 단일 개체. 위로 올라가면 혼자 있는 보스보다 부하까지 거느리는 이들이 더 많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나서윤에게 전위로 돌아올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제 슬슬 검과 마법을 같이 쓰는 방법도 익혀야 하니까.

우리는 당당하게 보스 방 앞으로 이동했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보스 방 안으로 진입했다.

보스는 단숨에 우리가 들어온 것을 알아채고는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무어어어어!"

15층에서 보았던 환영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

단순한 울부짖음에도 미묘하게 다른 압박감이 존재했다.

일행의 얼굴에 긴장감이 떠오른다.

"전투는 평소대로입니다. 한바다 씨, 2선을 맡아 주세요. 서윤이는 프리. 나를 보조하거나 상황 맞춰서 후열과 함께 마법 공격을 하고, 이윤형 씨와 남은주 씨는 키퍼입니다."

후열에는 따로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다.

나는 빠르게 지시를 내렸고, 지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미노타우로스가 돌진 해왔다.

나는 미노타우로스에게 달려가며 후열에게 빠지라는 신호를 보냈다. 후열이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잡는 동안 어그로를 이쪽이 먹어야 한다.

나는 우선 미노타우로스의 기동력을 빼앗기 위해 다리를 노렸다

쉭-!

검이 공간을 가르며 다리를 노리자, 미노타우로스는 이제껏 보아왔던 환영과는 다른 기민한 몸짓을 보였다.

캉!

발굽을 들어 내 검을 막아낸 것.

검기를 두르지 않았다고는 해도, 마력이 깃든 검이다. 발굽이 생각 이상으로 튼튼했다.

씨익.

마치 웃는 듯한 모습. 미노타우로스의 기괴한 표정에 나는 슬쩍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다.

'도발 효과인가?'

1회차에선 전위이긴 했지만, 메인 탱커같은 위치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20층의 보스에게 직접 도발 효과를 당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대부분 이런 기술은 나보다 더 강한 수련자에게 썼었으니까.

'나라면 더 약한존재에게 썼겠지만.'

그러면 단숨에 인간의 진형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하지만 미노타우로스는 그러지 않았었다.

나는 과하게 쏠리는 시선을 적당히 조절했다. 마력을 돌려 도발 효과를 억제하며,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다잡는다. 정화를 쓰면 확실하지만, 전투 중에 쓰는 것은 난이도가 높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집중력을 요구하니까. 쓸 일이 없어 숙련도도 낮았고.

캉! 캉! 훙! 휙!

둔탁했던 15층의 환영은 거짓이었다는 듯이 20층의 보스는 그 움직임부터가 남달랐다.

내가 휘두르는 공격을 발굽으로 막고, 손목에 사슬이 끊어진 중세 특유의 수갑을 이용, 내 공격을 막아내었다.

내가 일정 수준으로 힘을 제한한 것도 있겠지만, 20층 보스의 실력 또한 만만하지는 않다는 증거다.

"매직 애로우!"

"카사!"

핑!

내가 미노타우로스를 붙잡고 있는 동안 어느새 자리를 잡은 일행이 지원 사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쾅! 쾅!

"무오오오!"

미노타우로스의 넓은 등판을 목표로 마법과 화살이 적중한다.

미노타우로스의 고개가 돌아갈 듯하자 나는 다시금 발목을 노렸고, 미노타우로스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했다.

내가 다시 어그로를 잡자 후열이 재차 공격을 날려왔고, 미노타우로스의 고개가 돌아가는 낌새가 보이자 이번에는 한바다까지 끼어들었다.

"하아압!"

단숨에 달려들어 나와 같이 양쪽 발목을 동시에 노린다.

미노타우로스는 당황하며 한 손으로는 한바다를 막고 반대쪽 공격은 발굽으로 틀어막는다.

하지만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미노타우로스가 발굽으로 공격을 막기 위해 다리를 들어 올린 틈으로 파고들어 반대쪽 다리를 그어버리는 데 성공했다.

"무어어어!"

완전한 절단이나 치명상은 되지 않겠지만,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이 보인다.

검기를 이용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아직 보여줄 타이밍이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수준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일행에게 보여주기에는 너무 빨랐다.

지금이야 속인다 쳐도, 갈수록 지금의 내가 이상했다는 의식을 심어주게 되니까.

그러헥 우리 파티는 조금씩 데미지를 누적시켰다.

일정 수준의 데미지가 쌓이자, 미노타우로스의 공격 방식이 변화했다.

"무어!"

이족 보행 하는 모습을 버리고 단숨에 네 발로 땅을 디딘다.

그리고는 단숨에 돌진했다.

"흡!"

한바다는 순간적인 속도에 놀라 뒤로 빠져나갔다. 목표가 나였기에 한바다가 피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피하는 대신 되려 미노타우로스에게 돌진했다.

일행이 잠깐 놀라는 기색이 보였지만, 곧바로 진정한다. 전투에 관해서는 일행 중 내 판단이 가장 뛰어났으니까.

그러면서도 미노타우로스의 다리로 공격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훈련이 잘되었다 싶었다.

나는 달려드는 미노타우로스의 머리를 향해 가볍게 뛰어올랐다.

내 위치에 맞춰 머리와 상체를 조정하는 미노타우로스.

하지만 나는 검을 통해 뿔을 쳐 그 반동을 이용, 공중에서 몸을 뒤틀었다.

몸에 부담이 가긴 하지만, 내 체력 수치는 그 충격을 충분히 감내할 수준. 되려 반동을 이용해 몸을 뒤틀고 미노타우로스의 등판을 한 번 긁어 버리기까지 했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미노타우로스.

등판에는 안 그래도 많은 공격을 맞았는데, 내 검까지 훑고 지나가자 상상 이상의 고통이 느껴지는 듯했다.

한바다는 돌진이 끝나 몸을 일으키는 미노타우로스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어그로를 끌었고, 내가 그녀를 보조했다.

하지만 전투가 뜻대로 되지만은 않았다

중간부터 한바다의 움직임이 조금 거칠어지는 듯하더니, 어느샌가 방어나 회피의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공격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쯧."

한바다가 천천히 도발에 걸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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