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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42화 (42/317)

# 42

불안

[상태 창]

-이름 : 나연

-나이 : 24

-직업 : 정령사(일반)

-LV. 11

-신체 능력

근력 : 13 -〉 14 민첩 : 11 -〉 13 체력 : 16 -〉 19 마력 : 21 -〉 26

-자유 : 2(100미만)

[스킬 슬롯]

고유 스킬 : 정령 친화력(슈퍼 레어)

스킬 목록

-정령 계약(레어)

-정령어(일반)

-교감(레어)

-없음

-없음

-없음

-없음

나연은 마력 능력치의 상승이 돋보였다. 체력도 나름 현 시점에서 부족하지는 않지만, 마력은 상당히 높다. 이번 던전에서 보상으로 마력이 4p 올랐다고 들었는데, 그 외에도 전투 등으로 1p를 더 올린 듯했다. 게다가 던전에서 두 번째 정령과의 계약도 성공했다고 한다. 카사 둘과 계약할 줄 알았는데, 바람의 정령 실프와 계약했다고. 그녀는 인간치고는 극히 드문 2계통 친화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추천한 스킬은 정령어와 교감. 교감은 일반 스킬은 성장이 느리고, 훗날 얻을 고대 정령과 빠르게 친해지기 위해서 스킬 합성을 이용, 레어 스킬로 만들었다. 계약을 한 이상 기초적인 교감이 가능하긴 한데, 너무 부족하다. 게다가 정령어를 할 줄 알면 정령과 심도 깊은 의사소통도 가능하기에 추천했다.

그 외에는 비워둔 상태. 고대 정령을 얻을 때 받을 스킬들도 있는 만큼, 빈칸을 유지하는 게 좋았다. 확인이 끝나고 곧바로 나서윤을 살펴보았다.

[상태 창]

-이름 : 나서윤

-나이 : 16

-직업 : 마법사(일반)

-LV. 11

-신체 능력

근력 : 20 -〉 25 민첩 : 23 -〉 28 체력 : 21 -〉 25 마력 : 20 -〉 30

-자유 : 2(100미만)

[스킬 슬롯]

고유 스킬 : 마력 친화(전설)

스킬 목록

-이도류(二刀流)(슈퍼레어)

-기초 마법 이론(일반)

-4대 속성 개론(레어)

-고속 영창(레어)

-마력 회로 운용술(일반)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나서윤은 우리 일행 중 내가 가장 신경 쓰고 가장 중요한 핵심 인물인 만큼, 많은 신경을 써 주었다.

각 속성 개론도 사대 속성 모두를 쓸 수 있도록 스킬 합성을 이용, 4대 속성 개론으로 합쳐 버렸고, 훗날 마검사가 될 것을 고려해 고속 영창까지 만들어 주었다. 고속 영창이 성장해 슈퍼 레어가 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마법 이론과 마력 회로 운용술을 얻는다면 전설 등급 스킬 무영창으로 변할 수 있는 스킬이다. 일반 마법사도 무영창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스킬화된 마법을 제외하고도 스스로의 노력을 바탕으로 얻은 마법을 무영창을 통하면 거의 스킬 처럼 쓸 수 있다. 고속 영창으로도 가능하긴 하나, 무영창에 비할 바는 아니다. 물론 스킬로 등록된 마법은 위력에 보정을 받지만, 무영창을 통해 발현하면 그런 기능은 없다.

하지만 그런 거 없어도 스스로 익힌 마법을 스킬 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은, 다양성과 변수 대처 능력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투는 언제나 위험하고 변수가 많으며, 무척이나 급박하다. 정해진 스킬으로만 위기를 헤쳐나가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마법사들은 스킬로 등록된 기초 마법 이론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마력 회로 운용술의 등급을 어떻게든 상승시켜야 한다. 그래야 부족한 스킬 창에도 마법사로써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하다.

문제는 각 속성 마법을 배우기 위한 개론 하나만 얻기도 힘든데, 기초 마법 이론과 마력 회로 운용술, 마력 친화는 마법사의 필수 스킬이라는 점이다.

초반에는 돈도 없고, 재능 없는 이들은 스킬 슬롯도 부족하다.

마법사가 되며 뭐하나. 초반에 주는 스킬이라고는 하나고, 그마저도 훈련이 필요하다. 마법사로 전직한 이들은 필수 스킬을 익힐 때까지 업혀 가는 신세거나 전사처럼 몸을 써서 싸워야만 했다. 그냥 마법 자체를 스킬화로 익히고 싶어도 전제 조건이 각 속성 개론이나 기초 마법 이론이다.

하다못해 무속성 마법이라 속성 개론이 불필요한 에너지 볼트만 해도 기초 마법 이론이 없으면 배우지 못한다. 거기에 마력 친화나 마력 회로 운용술이 없다면 아무리 스킬화된 마법이라고 해도 사용할 때마다 스스로의 몸에 데미지를 주고 극히 비효율적으로 마력이 소비돼 한 두 번 쏘고는 마력 부족에 허덕이기 마련.

그만큼 초반의 마법사는 쓸모없는 존재이며 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서윤처럼 검에도 재능이 있거나 좋은 인맥이 없다면 마법사로 대성하기가 극히 까다롭다. 현재는 마법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아는 인원도 없어서 한동안 마법사는 말 그대로 쓰레기 취급을 당하게 된다.

[상태 창]

-이름 : 주하연

-나이 : 26

-직업 : 사제(일반)

-LV. 10

-신체 능력

근력 : 13 -〉 16 민첩 : 11 -〉 15 체력 : 14 -〉 20 마력 : 8 -〉 신성력 : 15

-자유 : 1(100미만)

[스킬 슬롯]

고유 스킬 : 신앙심(슈퍼 레어)

스킬 목록

-기도(일반)

-기초 신성 마법 이론(일반)

-굳건한 대지의 방패(레어)

-없음

-없음

주하연은 스킬 슬롯이 부족하 마력을 특화시켜 신성력으로 바꿔버렸다. 이렇게 한다면 마력 회로 운용이 불필요하다. 신성력과 흑마력에만 적용 가능한 일종의 편법이랄까? 이렇게 한다면 스킬 슬롯 하나도 아끼고, 신성 마법의 효과도 훨씬 증가한다. 그 대신 마력처럼 범용적으로 쓰기가 힘들다. 신성 마법에 보정을 얻는 대신 신성력으로 신체를 강화하면 패널티를 먹는다. 마력에 비해 효율이 극히 떨어진다고 할까? 이전과 같은 신체 능력 증폭은 하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힐과 정화는 내가 얻은 이상, 주하연은 당분간 실드를 쓰는, 보조형 사제가 되기로 했다. 각 히든 클래스별로 고유 스킬이 있듯, 가이아에게도 그런 고유 스킬이 있다. 그녀는 지구의 관리자이자 자칭 대지의 여신. 강화된 실드 계열을 고유 스킬로 제공한다.

그 스킬을 레어급으로 만들어 주하연에게 넘겼다.

당분간 탱커들을 돕는 사제로써의 역할을 하게 될 거다. 여기서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전설급 사제 스킬을 그녀에게 줄지 말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대부분은 내가 먹을 거긴 했지만.

[상태 창]

-이름 : 남은주

-나이 : 22

-직업 : 전사(일반)

-LV. 10

-신체 능력

근력 : 11 -〉 13 민첩 : 10 -〉 11 체력 : 13 -〉 15 마력 : 6 -〉 8

[스킬 슬롯]

고유 스킬 : 샘솟는 활력(일반)

스킬 목록

-생존 본능(일반)

-강력한 도발(레어)

-방패술(일반)

…남은주는 가장 잠재력이 낮았다. 잠재력 '하'. 게다가 스킬 슬롯도 3개. 고유 스킬은 체력이 덜 지치게 하고, 회복 속도를 조금 올리는 샘솟는 활력. 과거 내가 가졌던 '재생의 육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킬이다.

게다가 첫 스킬은 생존 본능. 위기 상황에 본능적으로 위기를 회피하거나 살길을 찾는 스킬에 전직을 전사로 하면서 무료 스킬 선택으로 방패술을 받았다.

방패술을 익히기 직전에 내가 강력한 도발을 만들어 주기는 했지만-스킬 슬롯 남은 것이 2칸뿐이라 과정을 몇 번 나누어 단계별로 발전시켜야 했다- 그게 한계. 그녀는 능력치 성장 속도도, 스킬도 무척이나 부족했다.

지금은 어찌어찌 버틴다고 해도 결국 나중에는 일행의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그때 남은주는 선택을 해야 할 거다. 우리를 떠나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협조하던가.

일행은 아마 남은주를 쉽게 버리지 못하겠지. 나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나를 상당히 의지하고, 배신은 꿈도 꾸지 못한다. 내 곁이 가장 안전하니까. 훗날 내가 세력을 이루면 그 때 관리직으로 그녀를 쓸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남은주는 곧 반쯤 짐꾼처럼 되다가 일행의 전투를 보조하는, 막말로 잡무를 하는 수련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한동안이고 내가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하면 관리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우리를 뒤에서 지원하겠지. 겁이 많은 그녀는 오히려 환영할 거다. 그리고 그날도 그리 멀지는 않았다. 슬슬 11층부터 밑밥을 깔기 시작할 테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상태 창을 점검했다.

[상태 창]

-이름 : 유신후

-나이 : 24

-직업 : 사제(일반), 정원의 수호자(레어)

-LV. 12

-정보 LV. 60

-신체 능력

근력 : 34 -〉 37 민첩 : 35-〉 38 체력 : 40-〉42 마력 : 31 -〉 36

-자유 능력치 : 5(100미만)

[스킬 슬롯]

고유 스킬 : 이중 계약(신화).

스킬 목록

-탑의 축복(신화)

-웨폰 마스터리(일반)

-대 회복(레어)

-육체 정화(레어)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전설급 영약의 힘이 크긴 크다. 차이가 컸던 마력이 어느새 턱밑까지 추격 해왔다. 마력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마력이 쌓인다. 나는 주하연처럼 마력을 신성력으로 특화할 생각이 없었다. 슬롯이 부족했을 때는 그런 생각도 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육체 자체가 사기라 대 회복이나 육체 정화를 쓰더라도 이 두 스킬은 신성 마법으로 분류되어 일반 마법에 비해서는 육체에 주는 데미지가 적다. 게다가 육체 또한 뛰어나서 그 정도 데미지는 별다른 지장도 안 줄 테고, 마력도 충분해서 신성 마법의 사용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많이는 쓰지 못하지만, 이제부터 갈 곳은 고작 하층. 만약을 위해 준비했을 뿐 솔직히 쓸지 모르겠다.

전직과 스킬 분배를 마친 뒤에는 다들 스킬에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에 돌입했다. 가볍게 진형을 짜고 역할을 재분배한다.

"사제가 된 주하연 씨는 이제 나연이랑 같이 후열에 속할 겁니다."

"네."

"그만큼 남은주 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강력한 도발을 바탕으로 최대한 시간을 끄세요."

"…네."

남은주는 어딘가 자신이 없어 보였지만, 마지못해 대답했다.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을 아는 듯했다. 아마 실력과 재능의 부족함을 통감하고 부담감을 느끼고 있겠지.

다음 층에서 인재를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주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차치하고 인재가 부족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서윤이는 나랑 같이 전위다. 이제 사실상 메인 딜러는 너야."

나는 거의 탱커 역할을 수행한다. 도발 스킬이 없다고 해서 탱커 역할을 수행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어그로 관리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고.

애초에 도발 스킬은 효과가 안 먹히는 경우도 있고, 먹혀도 과하게 먹혀 같이 죽자고 달려드는 경우가 있어서 함부로 남발하기에는 좋지 않은 스킬이다.

나는 훈련 계획을 짜 남는 시간을 활용했다. 다음 파티가 이곳에 오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남았다. 그 사이에 최소한의 적용을 마치고 11층, 미궁 지역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먼저 가서 선점해야 할 것들이 몇 개 존재했다.

11층부터 20층까지는 미궁 지역으로,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오지 못하는 구역이다. 이 미궁 지역은 NPC도, 탑의 거주민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미궁은 무법천지가 되었고, 수많은 재능있는 수련자들이 죽어 나가는 최악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특히 마법사 인력들. 그들이 가장 많이 묻힌 지역이 이곳, 미궁 지역이다.

나는 이곳에서 인재를 물색하고 인맥과 세력을 갖추기 위한 밑밥을 깔 계획이었다.

그렇게 이틀에 걸쳐 강도 높은 훈련을 계속했다.

나를 적으로 가정하고 돌파를 막는 연습이나 함께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빠르게 반응하게 하는 모습, 스킬을 익숙하게 다루는 훈련과 적절한 타이밍과 자신의 한계를 알아가게 하는 등 정말 필요한 것들을 하나둘 가르쳤다.

일행은 내가 자연스럽게 이런 것을 가르치는 모습에 이제는 별다른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번은 긁어 부스럼임을 알면서도 일행에게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었다.

"파티 장님은 천재시니까요."

"뭐, 그렇긴 하죠."

"오빠야 원래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난 오빠 믿어요. 필요하니까 시키는 거잖아요?"

"…네 말은 그냥 잘 듣기로 했어."

거의 반쯤 신격화가 돼가는 중이었다.

하긴. 같이 온 이가 이정도 두각을 나타내면 배척하던가 인정하겠지. 일행이 날 배척할 리는 없으니 그냥 이해하기 힘든 천재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는 편이 내게 유리하기도 했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훈련을 시키고, 대강 기초는 뗐다 싶었을 무렵 에파토스에게 찾아가 말했다.

"이제 슬슬 하층으로 향할까 합니다."

"…뭐 때가 되긴 했었지. 지금 자네들이라면 잘 해낼 테고."

맞는 말이다.

"그럼 저희는 올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뵙죠."

보통은 다시 내려올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와 다시 만날 것을 예고했다.

그는 별다른 의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도 나도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헤어지려는 찰나, 에파토스는 나를 붙잡았다.

"그런데 말일세. 가기 전에 하나만 묻지."

"…?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에파토스는 잠시 망설이더니 곧 단호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 어째서 여성들, 그러니까 자네 일행을 배척하는거지?"

"…예?"

'어떻게?'

"시치미 떼지 말게나. 8층에서 자네 일행을 만났을 때와 지금 10층에서 자네 일행을 만났을 때, 자네의 태도가 변했네. 8층에서는 어느정도 마음을 연 듯 보이더니, 10층에서는 되려 선을 긋더군?"

진지한 표정. 에파토스는 의문이 아닌 확신을 갖고 있었다.

"배척이란 말이 불쾌하다면… 그래. 어째서 그녀들에게 자네의 곁을 허락하지 않는 건가? 틈을 전혀 주지 않더군."

"…그럴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지금 정도면 됩니다. 그녀들은 제게 의지하고 있고, 저는 그걸 받아들였습니다. 일정 이상의 깊은 관계는…."

"필요하지."

"…필요합니까?"

"그래. 필요하지. 자네, 자네가 없을 때의 일행을 본 적 있는가?"

"…없습니다."

애초에 내가 일행을 숨어서 지켜보지라도 않는 이상 그런 것은 보기 힘들다.

"현재 자네 일행은 불안해하고 있어."

"무슨…."

"여성들은 생각 이상으로 예민하지. 자네의 그런 태도 변화를 즉각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말일세. 그러면서도 자네 앞에서는 티를 내고 있지 않지. 가장 어린 나서윤 부터도 자네가 곁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네."

나는 순간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에파토스의 짓이 아니다. 몸 내부에서, 정신이 스스로를 압박하는 느낌이었다.

"자네 팀은 말이야, 천천히 균열이 가고 있다네."

에파토스는 냉정한 얼굴로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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