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전직
수없이 나타나는 히든 클래스들. 역시 간섭력을 얻은 관리자 놈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잖아?"
상상 이상이다.
이게 뭔가? 내리고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100개는 그냥 넘는 듯했다.
영웅들을 픽했던 놈들의 수도 수고, 한 명이 하나의 직업만을 제시하지 않은 탓이겠지. 내 고유 스킬이나 능력치를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닐 테니까.
"어휴, 뭔 놈의 관리자라는 것들이 이리 질척거리는지… 이거 원 네 정보를 원하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나에게 직접 말을 걸 수 없는 관리자들은 플로어 마스터인 에파토스를 통해서 내 정보를 얻으려고 발버둥 치는 중이었다.
"절대 주시면 안 됩니다. 아시죠?"
"절대 주지 않을 테니 걱정 말거라."
애초에 줄 수도 없다. 많은 간섭력을 제시하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탑도 플로어 마스터들도 기본 목적이 본래 위험한 세상을 구하는 것인 이상 그 세상을 구할 인재들을 빼내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세상 자체가 인재를 조금 빼앗기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고, 위기에 처한 차원의 관리자가 허락한다면 모를까, 지구는 현재 시간을 멈추지 않았다면 한 달 이내에 멸망했을 만큼 위기 상황이라 빼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 저들이 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게 뭡니까?"
"네 현재 능력치와 스킬들을 점수로 표기한 것 정도다. …그 점수가 지금 미쳐 날뛰고 있으니 저들이 저리 목매는 것이야."
"제가 회귀자임을 짐작하겠죠?"
자신들이 픽했던 영웅들을 그대로 빼앗긴 거다. 그리고 간섭력을 지급받았고 탑이 재시작됐다. 지구 출신 용사들이 회귀 당했다는 것 정도는 알 터.
그들 중 일부는 가이아를 안타깝게 여겼겠지만, 상당수는 비웃었겠지. 그러면서도 고마워했을 거다. 자신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할 테니까. 아, 랭커를 얻었던 이들은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딱히 재시작할 필요가 없을 만큼 즉시 전력감이었을 테니.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도는 알 터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렇겠지. 뭐 낮은 확률로 네가 일찍 죽어버린 랭커 후보였을 가능성도 재고 있겠다만, 그래도 회귀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확실할 거다."
현재 스킬이 없다고 해도, 내 능력치는 현재 10층대가 아닌 20층대는 가볍게 넘는 수준이고, 고유 스킬은 신화 등급이다. 이게 어떻게 점수로 환산될 줄은 모르겠지만, 저 난리를 칠 만큼은 된다고 할 수 있다.
저들은 내가 모니터 너머의 그림자 정도로 보이지 않을까. 그것도 무척이나 탐나는 그림자.
그래 봤자 내가 선택할 직업은 저딴 놈들이 제공하는 히든 클래스따위가 아니다. 그랬다간 자동적으로 저들과 가계약이 될 테니. 그러면 가이아가 갖고 있는 우선권이 의미가 없어진다.
게다가 난 이미 계약하기로 결정된 관리자가 존재했다. 하나는 가이아. 이미 계약된 상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선 나는 직업을 선택했다. 에파토스도 무척이나 귀찮아하고 있었고.
나는 곧바로 사제를 선택했다.
[직업 '사제(일반)'를 선택하셨습니다. 직업란이 개방됩니다.]
[고유 스킬 '이중 계약'이 확인됩니다.]
[한 명의 신과 추가 계약이 가능합니다.]
[당신과 계약을 원하는 신들의 목록을 불러옵니다.]
신. 본디 그들은 관리자이나, 그들의 강력한 요구로 탑은 그들을 '신'이라 표기한다. 진실을 아는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나는 그들을 비웃으며 목록을 확인했다.
[목록]
-죽음의 들꽃
-여행하는 가희
-봄의 여왕
-푸른 바다의 진노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여신
-들판을 거니는 미희
-태양의 수호자
-악마를 증오하는 전사
-제단의…
수 없이 늘어나는 목록들. 그중 익숙한 이들이 많았다.
특히 악마를 증오하는 전사. 1회차 당시 나를 경멸한다는 메시지를 띄웠던 놈이다.
뿐만 아니라 1회차에서 나를 거절했던 이들이 수두룩했다.
내가 회귀자인 줄은 모를 터.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조금 통쾌해하는, 저열한 감정이 느껴진다. 아무 의미가 없음에도.
곧바로 메시지가 내 눈앞을 가득 메웠다.
[죽음의 들꽃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봄의 여왕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합니다.]
[태양의 수호자가 강력한 스킬이 있음을 어필합니다.]
[악마를 증오하는 전사가 희귀한 무기를….]
"와, 잘도 이딴 곳에 간섭력을 투자하네?"
지금이 기회다. 수련자에게 간접 메시지를 보낼 기회는 한없이 적다. 탑이 상당 부분을 거르기에 간접 메시지로 좋은 정보 등을 넘길 수는 없지만, 이런 식의 노골적인 유혹은 가능하다.
여기에 낚이지 않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저들은 내 고유 능력을 보고는 더욱더 탐내고 있을 터. 이제는 내가 회귀자임을 확신하고 있을 거다. 1회차 때 이런 경우는 없었으니까.
지구의 꼴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역으로 유혹하기 쉽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전혀 넘어가 줄 생각은 없지만.
나는 한참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그런던 중이었다.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째 꽃이 지구는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전합니다.]
…찾았다.
맞는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약속된 내용이 없다.
한참을 더 기다렸다. 그 와중에도 수없이 많은 관리자들이 나를 노골적으로 유혹하고 있었다. 내가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적은 양이지만, 이렇게 간섭력을 낭비해 준다면 나야 고맙다. 나는 더욱 시간을 끌었다.
이제는 다급하게 메시지가 올라온다. 그중 나는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째 꽃의 메시지를 주시해했다.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째 꽃이 가이아는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전합니다.]
"맞네."
가이아. 지구의 유일한 관리자의 이름. 그녀의 이름을 말하고 그녀를 찬양해줄 관리자가 있을 거라고 했었다. 그게 약속된 내용이라고.
가이아도 은근히 잔인하다. 꽃이라는 걸로 봐서는 여신, 그것도 미 계통인 것 같다. 그런 존재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게 시키다니…. 물론 저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째 꽃은 무척이나 약소한 관리자일 터다.
신을 자칭하는 관리자들이 닉네임을 정할 때, 힘이 부족하면 '신'이나 '황제', '왕'이나 '여왕' 등의 호칭을 사용하기는 무척이나 힘들다.
관리자들끼리도 힘의 우열은 존재하며, 그들이 속한 세계나 세력의 힘이 크면 클수록 저런 칭호를 당당하게 쓸 수 있는 것이다. 힘이나 세력이 부족한 자가 저런 호칭을 썼다간 단숨에 매장당한다.
그런 만큼 '봄의 여왕'이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여신' 등은 엄청난 세력을 자랑하는, 그것도 대표에 가까운 존재들일 거다.
그만큼 간섭력도 많을 테고 많은 지원을 해 줄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존재들마저 탑에서 인재를 빼낼 생각에 미쳐있다.
힘이 강하고 세력이 크면 클수록 인재 욕심은 넘치는 법. 힘과 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 소속의 세력을 지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용사는 세력의 수장이 직접 나서서라도 관심 있게 지켜볼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로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째 꽃은 한참 미달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녀는 가이아와 제휴를 한, 유일한 관리자니까.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재 꽃이 가이아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고결하다고 외칩니다.]
…내가 시간을 끄니까 저쪽도 슬슬 겁나기 시작했나 보다. 저쪽도 내가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단순히 다른 놈들의 간섭력을 조금이나마 낭비시키려는 의도일 뿐인데. 물론 엄청 조금이라 큰 지장은 없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슬슬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어차피 큰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간접 메시지로 부족해서 이제는 내 옆에 있는 에파토스에게 미친 듯이 청탁까지 하고 있는 듯했다.
"뭐 그건 그렇긴 한데, 이렇게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 기회도 몇 없지 않습니까. 기회가 있을 때 누려야죠."
"하지만 저쪽은 아닌 거 같은데?"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째 꽃이 가이아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고결하며 여신마저도 반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매혹적이라고 처절하게 외칩니다!]
"…그러게요. 미안해서라도 빨리 선택해야겠는데요…."
미의 여신이 자존심을 꺾었다. 그녀도 일단 관리자. 솔직히 저쯤 되면 조금 미안하다.
나는 곧바로 두 번째 계약할 신을 선택했다.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째 꽃'과 계약합니다.]
현재 계약된 신 : 가이아,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째 꽃
진명은 없나?
"진명이 안 보이네요?"
"그건 탑을 나가야만 볼 수 있지. 가이아야 탑 밖에서 직접 계약을 했지만, 여긴 탑 내부다 보니 아무리 신화급 스킬이라고는 해도 가계약이 한계일세."
"…그렇군요."
신화급 스킬이라도 어디까지나 탑 내부에 속한 스킬. 탑의 제약은 넘지 못했다.
고유 스킬 효과로 두 번째 관리자와 계약을 마치자 곧바로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기회가 열렸다.
기본 직업은 가이아와 가계약을 했기에 선택할 수 있는 것. 그런 만큼 다른 신과 계약한 덕에 하나의 직업을 더 얻을 기회를 얻었다.
미 계통의 신이면….
-정원의 수호자
-꽃의 사제
-아름다운 전사
내게 적합하지 않은 마법사 계열을 제외하면 그나마 이 셋 정도나 남는다.
…아름다운 전사는 뭐냐. 미 계통이라고 자랑하는 건가? 정말 쓸데없는 수식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째 꽃이 아름다움은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외칩니다!]
뭐지? 어째서 아직까지 간접 메시지가… 이미 선택했으니 불가능할 텐데?
"어떻게… 아니 이미 선택은 끝났을 텐데?"
[열 세 번째 꽃이 일정 수준의 정보 레벨을 갖고 있는 계약한 존재에게는 간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도 벌써 이게 될 줄은 몰라 놀랐다고 말합니다.]
"…탑의 제약은?"
[열 세 번째 꽃이 그건 그대로라 어차피 정보는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회귀자에게 그런 조언이 필요하냐고 되려 묻습니다.]
…정보 레벨의 효용성이 무척이나 높았다. 설마 이런 기능까지 있을 줄은…. 퀘스트로만 간섭 가능한 줄 알았는데.
"필요한 정보 레벨은?"
[열 세 번째 꽃이 상층 수준의 레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상층 수준. 무려 60. 나도 겨우 턱걸이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나쁜 상황은 아니다. 그때쯤 되면 이미 난 공고한 위치를 다졌을 테고, 다지지 못했다면 이미 죽었을 테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메시지를 무시한 채 직업에 관해 생각했다.
어차피 사제는 이미 선택했다. 물론 저런 히든 클레스의 고유 스킬을 얻을 수 있기에 사제를 중복으로 선택해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어차피 나는 스킬 슬롯이 부족 한 거지 스킬은 그다지 부족하지 않았다. 희귀하거나 유용한 스킬, 전설급 스킬마저 얻을 방법을 알고 있는데 히든 클래스 스킬 얻겠다고 사제 중복으로 전직할 필요는 없었다.
차라리 예상치 못했던 '계승' 덕에 얻은 신체 능력을 생각하면 역시 수호자 계통. 즉 탱커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킬은 애초에 보조 성격이 강하다. 부족한 재능을 채워주는 역할. 재능 넘치는 전사라면 스킬 슬롯이 부족해도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검기' 같은 스킬.
일정 수준의 마력 운용 실력과 검술 실력, 경지만 받쳐준다면 검기는 스킬 없이도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검기를 뽑아낼 수 없다.
그런 경우 스킬 슬롯에 '검기'스킬을 얻는다면, 검기 스킬을 쓸 수 있다. 이렇듯 스킬 슬롯은 부족한 재능을 채우는 역할을 해 준다.
역으로 재능만 출중하면 이런 스킬 슬롯에는 패시브 스킬을 채우는 것이 최고 효율을 보인다. 본인의 재능에 탑의 보조까지 합해진다면 시너지가 엄청나니까.
아이러니한 것은, 재능이 출중한 놈일수록 스킬 슬롯 또한 많다는 거다.
그러나 이는 전사만이 가능한 일. 마법사나 사제는 스킬 슬롯이 엄청나게 중요했다.
사실상 마법사가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엄청난 지식과 꾸준한 수련을 요하는데, 탑에서 그 짓을 하면서 살 정도로 탑이 만만한 장소는 아니다. 사제 또한 마찬가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을 신학을 공부하고 기도를 통해 마력을 모으며 기술을 배운다.
그럴 시간이 어디에 있는가? 그렇기에 마법사와 사제는 스킬 슬롯을 상당히 빡빡하게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요령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사야 신체 능력은 능력치의 보조로, 검술이야 스킬 슬롯으로 때우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가능하다. 물론 전사도 스킬 슬롯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어디까지나 전사도 모든 기술을 익히기에는 빡빡하니까. 스킬의 보조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덜'필요할 뿐.
그렇기에 탑에는 전사나 궁수가 가장 흔하며, 다음으로는 사제가, 마법사는 진짜 귀했다. 물론 뭐 하나만 하는 반푼이는 흔하다. 단지 제대로 된 이들이 부족할 뿐. 단, 역으로 상위권으로 갈수록 사제가 흔하고 마법사는 여전히 귀한 편이며 최상위권 전사는 마법사만큼이나 귀하다.
그만큼 전사는 대성하기 어렵다.
나는 1회차에서 전사로 지냈던 만큼 전사의 스킬은 대부분 필요 없었다. 무기술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내 스킬 슬롯은 6개. 5개 정도면 사제 한 계통은 어찌어찌 가능하다. 게다가 전설 스킬들은 여러 개의 효과를 지니기도 하는 법. 대표적으로 전설 스킬 성녀(성자)의 축복은 힐 + 버프다. 전설 이상의 스킬은 그 아래 스킬을 덮어써 지워버릴 수 있으니 다른 스킬을 배워 놓아도 되고. 이런 효과 때문이라도 전설 스킬은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는 편이다.
"…역시 수호자인가."
그게 제일 낫다.
보통 애매한 경우에는 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는 전사로써 상층에도 도달했던 몸. 거기에 이번 회차에서는 1회차에서 부족했던 능력치나 육체적 재능도 충분히 채웠다. 사제 버프까지 합한다면 나 스스로도 랭커급에 준할 수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나는 고민 끝에 '정원의 수호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름다운 전사는 아니다 싶었다. 일단 사제와 시너지가 더 좋은 탱커 직업을 얻을 생각이었으니까. 직업 보정도 무시하기는 힘들고.
[직업 '정원의 수호자(레어)'를 선택하셨습니다. 직업란에 두 번째 직업이 추가됩니다.]
역시 고작 레어. 괜히 닉네임이 정원을 사랑하는 열 세 번째 꽃인 게 아니다. 그만큼 힘이 부족하다는 뜻이니까. 봄의 여왕이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여신쯤 되면 전설급 직업을 줄 가능성도 있었다.
뭐 어차피 일반 등급이어도 상관없었다.
그리고는 딱 1개 주는 무료 스킬을 선택하려는 찰나. 에파토스가 나를 막았다.
"자네, 뭐 하나 잊고 있는 거 없나?"
"…잊고 있는 거라뇨?"
"랜덤 스킬 카드 말일세. 내가 강화해 주지 않았는가?"
"아. 그렇군요. 일단 쓰는 게 좋겠네요."
뭐, 일단 이걸 뽑고 나면 나머지는 맞춰서 쓰면 되고, 플로어 마스터가 내게 해가 될 조언을 줄 리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강화된 랜덤 스킬 카드'를 사용했다.
[강화된 랜덤 스킬 카드를 사용합니다.]
[탑의 축복(신화)를 습득합니다.]
"……응?"
나는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내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에파토스가 박장대소를 할 만큼 멍청한 표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