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78화 (178/178)

제178화

178화. 돌아가자(2)

사나는 파일의 권격이 로만에게 도달하는 시점에 맞춰 만들어 놓은 다발의 마력광선들을 쏘았었다.

피슝―! 피슝―! 피슝―! 피슝―! 피슝―!

마치 바위와 같은 크기의 파일의 권격과 사방에서 날아오는 유성과도 같아 보이는 마력광선들을 바라보며 로만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다.

“제길.”

휘이이이익―!

로만은 작정하고 피하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크리스찬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할 수 없었기에 파일의 권격과 다발의 마력광선을 쳐내려고 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하지만 모두 쳐내는 건 역시 불가능이었다.

결국 몇 대를 얻어맞고야 만다.

퍽―! 퍽―! 퍽―! 퍽―!

“커컥―!”

로만이 공격을 허용하며 타격을 입은 듯 보이자 단숨에 쳐부수기 위해 사나가 소리친다.

“멈추지 마! 계속 공격해!”

“알겠다! 으아아아아아압―!”

우웅―! 우웅―! 우웅―!

쎄에에엑―! 쎄에에에에엑―!

사나는 계속해서 마력광선을 만들어 쏘았고 파일과 지산은 양방향에서 합동 공격을 펼친다.

쾅―! 쾅―! 쾅―! 쾅―! 쾅―!

퍽―! 퍽―! 퍽―! 퍽―! 퍽―!

‘제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언제나 그랬지만 매우 어려웠었다.

자신이 아닌 크리스찬이나 로디아를 향한 공격이 있을 때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조금만 더 버티면 됐었다.

그렇다면 목적한 바를 분명 이룰 수 있을 것이었다.

쿨럭―!

하지만 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피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하겠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역시 오래 버티는 건 무리였다.

로만은 비틀거리며 당장에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이 보였다.

“비켜라!”

탓―!

결국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로만 때문에,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지 못했음에도 크리스찬 본인이 나선다.

무너지던 로만을 지나치며 파일과 지산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휘익―! 휘익―!

콰콰콰콰콰콰콰―!

갑자기 날아오는 강력한 크리스찬의 검격에 두 사람은 아쉽지만 뒤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뒤로 후퇴하는 두 사람에게 눈을 둔 채 로만에게 말한다.

“쓸모없는 놈. 넌 저 두 X들이나 잡아두고 있어라. 아벨이 죽는 걸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현재 사나를 돕기 위해 뛰어오던 케이와 아르시아를 두고 한 말이었다.

그리고는 사나를 향해서도 검격을 날린다.

위잉―!

사나는 곧장 마력장벽을 만들어 막아냈다.

콰콰콰콰쾅―!

터엉―!

하지만 역시 크리스찬의 검격은 만만치가 않았다. 마력장벽으로 막았음에도 뒤로 튕겨 날아간다.

“젠장!”

셋 다 모두 크리스찬의 검격에 뒤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잠시 공격이 중지됐다.

“……?!”

잠시 멈춘 그때를 놓치지 않고 크리스찬에게서 무언가 범접할 수 없는 황금빛 아우라가 뿜어지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 불길한 기운이 신이 인간의 몸에 강림하는 기운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역시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엄청난 힘을 발휘하겠지만 말이다.

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의 몸에서 황금빛 찬란한 아우라가 솟아올랐다.

아름다우면서도 대단히 위압감을 주는 그런 아우라였다.

“크윽―!”

“이게! 이게 대체 뭐야?!”

사나와 지산, 파일은 크리스찬이 뿜어내는 그 압도적인 아우라에 꼼짝도 할 수 없이 짓눌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세 사람도 대항하기 위해 아우라를 뿜어내어 버텨보려고 했지만, 온몸을 조이는 황금빛 아우라에 한껏 움츠러들었으며 두 발은 땅으로 조금씩 박혀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크리스찬은 힘겨워하는 그들을 무심히 바라보며 검을 들어 올린다.

우선은 지산과 파일.

“죽어라.”

그 말과 함께 지산과 파일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휘익―!

“……?!”

아까와 같이 휘두른 것 같았는데 그 위력은 결코 아까와 같지 않았다.

“피해!”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아 피하려고 했었지만 피할 수도 없었다.

촤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단 한 번의 휘두름에 파일은 다리가 베였고 지산은 허리가 베였다.

“지산! 파일!”

두 사람은 피한다고 피한 것임에도 그 단 한 번의 검격에 전투불능이 됐다.

지산은 내장을 손으로 막아야만 흘러나오지 않을 정도였고 파일은 다리가 잘려나가기 직전이 됐다.

“크아아악―! 말도 안 돼! 아아아아악―!”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화신체라고 하더라도 인간일 텐데…….

아벨 외에 이런 괴물이 또 나오다니…….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전투불능이 된 두 사람은 버려두고 이번엔 절망감을 느끼고 있던 사나에게 크리스찬이 다가갔다.

저벅― 저벅― 툭―

눈앞까지 다가가서는 맹수 앞에서 벌벌 떠는 하얀 토끼 같은 사나에게 말한다.

“아벨이 죽는 걸 똑똑히 지켜봐라.”

그러면서 주먹을 휘두른다.

쎄에에에엑―!

위잉―!

뒤늦게 마력장벽을 만들어 보지만.

콰콰쾅―!

쨍그랑―!

단 한 방에 마력장벽을 때려 부쉈다.

쎄에에엑―!

퍽―!

“꺄아악―!”

그리고 다시 한 번 주먹을 휘둘러 사나를 저 멀리 날려버린다.

휘이이익―!

콰쾅―!

벽에 처박히고선 고개를 추욱 떨군다.

기절한 것 같았다.

“…….”

정신은 잃지 않도록 힘 조절을 했음에도 기절한 것이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크리스찬은 이후 곧바로 아벨에게로 갔다.

“쿠리엘. 네놈도 도와라.”

쿠리엘이 깨지 못했을 정도라면 대단한 마법이라는 소리였다. 다시 말해 함께 깨야 했다.

한 번 실패했다 보니 쿠리엘도 함께 공격해야만 깰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쳇―! 알겠다!”

때마침 자신이 맡은 이들도 모두 전투불능이 되었기에, 곧바로 아벨을 지키고 있던 정체불명의, 블랙홀과도 같이 보이는 검은 구체들에 지옥 불꽃을 만들어 쏜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두 구체球體들이 충돌하며 엄청난 충격파를 만들어낸다. 그 충격파로 인해 일시적으로 방어막이 해지된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크리스찬이 날아가는데.

제시와 제니가 나서서 막았다.

“여긴 죽어도 지나갈 수 없다!”

그 가소로운 발언에 크리스찬은 그저 피식― 비웃을 뿐이다.

“과연.”

솔직히 두 여자도 자신들이 저 괴물 같은 크리스찬을 막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그냥 보내줄 수는 없었다.

‘황비 마마…… 그동안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냥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그의 힘을 빼고 싶었다.

휘익―!

쾅―!

쨍깡―!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역시나 단 한 번의 휘두름에 두 여자의 검과 몸이 허무하리만큼 쉽게 잘려나갔다.

“오호라. 제법이군.”

크리스찬의 정말 의외라는 감탄처럼 그녀들은 몸이 잘려나감에도 조금의 비명도 없었으며 조금의 물러섬도 없었다.

“안 돼에에에에!”

수잔 황비가 목 놓아 외쳐보지만 크리스찬은 자비 없이 다시 한 번 검을 휘두른다.

휘익―!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피보라가 눈 앞을 가렸다.

툭―! 툭―!

간신히 붙어있었던 그녀들의 몸이 뒤로 무너졌다.

이제야 아벨을 향한 길이 열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쿠리엘은 계속해서 아벨을 둘러싼 방어 마법을 부수는 데에만 신경 썼다.

막강한 쿠리엘 덕분에 그 어떤 것도 크리스찬을 막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로만 역시 뒤를 막아주고 있어서 혹여나 뒤에서 막기 위해 다가가는 것도 불가능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크리스찬의 앞에는 이젠 정말 수잔 황비밖에 없었다.

“안 된다!”

그녀는 아벨 앞에서 두 팔을 쫘악 펼치며 막아선다.

그 모습을 무정하게 바라본다.

“당신 차례도 아냐.”

휘익―!

퍽―!

“꺄악―!”

수잔 황비도 다른 여자들처럼 그저 손을 휘둘러 날려버렸다.

그런 후 누워있던 아벨을 향해 조롱한다.

“여자들 덕분에 수명이 늘었군.”

모든 여자가 저 팔자 좋게 누워 있던 아벨을 위해 죽음을 불사했다.

그 모습이 지긋지긋해서 아벨이 죽는 모습을 보라고 똑똑히 보고 죽으라고 일부러 죽이지 않았었다.

아벨이 죽는 모습을 보게 한 후 모두 죽일 생각이었다.

“이제 정말 끝내자.”

검을 들어 올린다.

그 모습을 본 쿠리엘이 흥분해 소리친다.

“죽여! 어서 죽이라고!”

물론 쿠리엘이 말 안 해도 그러려고 했었다.

그래서 검을 휘두르는데.

위잉―!

콰콰콰콰콰콰콰―!

다프네가 간신히 마력장벽을 펼쳐 막아낸 것이었다.

쩌저저적―!

하지만 단 한 번의 검격에 마력장벽에 균열이 가 버렸다.

게다가.

푸슉―!

“커커컥―!”

“다프네 니임!!”

다프네의 등 뒤에서 쿠리엘이 자신의 뼈로 된 검을 꽂아 넣었다.

“이 바퀴벌레 같은 X이!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죽어!”

그뿐 아니라 그 찔러 넣은 뼈를 확실히 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반 바퀴 돌린다.

뚜두둑―!

쿠리엘은 다프네의 심장이 명백히 파열됐음을 느끼고는 그때야 뼈를 빼냈다.

촤아아아아아아―!

그녀의 가슴에서 세찬 피가 뿜어 나온다.

털썩―

그 자리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기분 좋다는 듯이 소리친다.

“이젠 방해꾼도 없으니 빨리 끝내라고∼!”

우웅―! 우웅―! 우웅―! 우웅―!

그러면서 계속해서 지옥불꽃들을 만들어 크리스찬 주변으로 생성되려던 검은 구체를 없애준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충격파들 속에서 크리스찬이 다시 검을 든다.

“이미 기울어졌다.”

죽어가는 다프네였기에 그녀가 만든 마력장벽 역시 희미해져 있었다.

휘익―!

쾅―!

쩌저저저적―!

쨍그랑―!

가볍게 휘두른 검격에 무기력하게 산산이 조각나 반짝이며 사방으로 흩날린다. 그 반짝이는 마력장벽의 조각들 사이에서 아벨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댄다.

그 끔찍한 광경에 수잔 황비는 목청이 터져라 소릴 지른다.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씨익―

“안 되긴.”

수욱―!

아벨의 목에 무시무시한 오러가 둘린 검이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때.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은 줄 알았던 다프네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 나온 것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주신 아그네스가 도와주려는 듯했다.

그 성스러운 기운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

“크아아아아아악―!”

크리스찬은 저 기운에 닿으면 그때처럼 몸이 녹을 수도 있음을 깨닫고는 즉각 피했다.

쿠리엘 역시 여섯 장의 날개로 몸을 감싸 다프네가 뿜어내는 그 성스러운 빛을 막으며 자리에서 도망쳤다.

크리스찬과 쿠리엘은 다프네의 양쪽으로 멀찍이 떨어져 서서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본다.

“제기랄!”

도망간 크리스찬은 상당히 짜증 난다는 듯이 미간을 대단히 찌푸린다.

그리고선 더는 참을 수 없어 하늘에 대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해 따지고 묻는다.

“이게 말이 된다는 말이더냐?! 어떻게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난다는 말이냐?!”

분하다는 듯이 계속해서 소리친다.

“그래도 달라질 건 없다! 주신 아그네스! 결국엔 우리가 이길 것이란 말이다!”

불안한 마음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발악하는 것처럼 보였다.

꼭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게 불길함을 보이던 그때.

“……?!”

빌어먹게도 그 불길한 느낌대로 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아니?!”

바로 아벨이 깨어난 것이었다.

눈을 뜬 아벨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워 주변을 둘러본다.

“아벨!”

몸을 일으킨 아벨을 보고 수잔 황비가 소리쳤다.

아벨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는 수잔 황비를 보고는 의아하단 생각을 한다.

“어마마마…… 도대체 왜……?!”

“아벨! 어서! 어서 크리스찬과 저 악마를 죽여! 그리고 다프네 님을 도와줘! 다프네 님이 위독해!”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

멀리 수잔 황비가 말한 위독한 다프네와 그녀를 두고 양쪽에 크리스찬과 악마 새X가 서 있었다. 크리스찬은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대단히 구기고 있다.

일단 수잔 황비의 말대로 크리스찬과 저 악마 새X부터 죽이고 보기로 한다.

몸에 힘이 넘쳤다.

반면 상대는 끝물인 듯하다.

특히 크리스찬이.

착―!

오른손에 심겨 있던 용골검을 소환한다.

우우우웅―!

그리고는 곧바로 오러를 주입하고 순간이동을 한다.

수악―

둘 중 악마 새X부터 죽이기로 한다.

휘익―!

“……?!”

아벨이 휘두른 검에 악마 새X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베였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래도 마왕 베리알과 계약했다고 한 번에 죽지는 않았다.

“크아아아악―! 뭐, 뭐야?! 아아아아악―!”

그 멍청한 물음에 대답하기보다는 아벨은 이번에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묻는다.

“뭐긴 뭐야. 용사지. 그런데 어떻게 마족이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거지? 다 죽었었잖아?”

그 물음에 오히려 자신이야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화를 내며 되묻는다.

“뭐라고?! 날 못 알아보겠느냐?!”

“……?”

탁―!

턱을 붙잡고 잠시 가만히 바라보는데.

“쿠리엘?”

턱이 붙잡혀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음에도 기쁜 듯이 소리친다.

“그래! 내가 바로 마왕 베리알 님과 계약한 위대한 초超대마법사 쿠리엘 님이시다! 이제 알겠느냐?!”

그 멍청한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미친.”

더 대활 나눌 필요가 없어 그냥 검을 휘둘러 잘게 잘게 형태를 알아볼 수 없도록 조각냈다.

휘익―! 휘익―! 휘익―! 휘익―! 휘익―! 휘익―!

촤악―! 촤악―! 촤악―! 촤악―! 촤악―! 촤악―!

소설 속 먼치킨답게 아벨은 너무나도 쉽게 쿠리엘을 처리했다.

그리고서 크리스찬을 바라본다.

그는 어느 정도는 체념한 얼굴이었다.

아벨을 이기려면 인질을 잡아야 하는데, 인질이 될 만한 여자들이 자신과 거리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잡으러 가려 하더라도 저 빌어먹을 순간이동에 막힐 것 같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서서 아벨을 노려보고만 있다가, 가혹한 운명에 분하다는 듯이 소리친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말이 안 된다고! 네놈도 죽지 않았더냐?! 내가! 내가 네놈의 심장을 분명 찢어놓았었단 말이다!”

대단히 억울한 듯 보였다.

피식―

그 억울한 얼굴이 대단히 같잖았고 역겹다.

수악―

그에게로 순간이동 한다.

턱―!

그리고 그의 목을 잡았다.

꽈악―!

“커컥―!”

아벨이 조른 목을 잡아 올리자 대롱대롱 위로 딸려 올라갔다. 그가 아무리 용을 써도 아벨에겐 안 됐다.

이게 바로 드래곤 10마리의 힘을 가진 화신체와 드래곤 1,000마리의 힘을 가진 용사의 차이였었다.

“뭘 그렇게 억울해하시나. 타티스. 주신主神이 괜히 주신이겠는가?”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어 더욱 목을 조른다.

꿈틀꿈틀―!

벌레처럼 꿈틀대는 그를 무심히 바라본다.

“타티스. 네놈은 절대 날 이길 수 없어. 절대. 넌 이 빌어먹을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거든.”

“……?!”

그게 대체 무슨 개소리냐는 얼굴이다.

“됐고. 네놈도 저 X신 새X처럼 그냥 죽어라. 이제 지긋지긋하다.”

휙―

손을 놓자마자 일직선으로 용골검을 휘두른다.

휘익―!

찌익―!

그의 머리부터 고환까지 붉은빛 혈선이 그려졌다.

“……말도 안 돼…….”

끝까지 믿을 수 없다고 지껄였다.

얼굴 역시 당연히 믿지 못하겠다는 역겨운 얼굴이고.

하지만 다행히도 그딴 역겨운 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점점 그 혈선이 두꺼워지더니 이내 반으로 갈라진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피보라를 힘차게 내뿜으며 몸이 완전히 반으로 갈라졌다.

툭― 툭―

크리스찬의 몸이 반으로 완전히 갈라져 땅에 쓰러진 것을 보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이제 적이라 할 사람은 단 두 명만이 남았었다.

바로 타티스의 최고 대신관 로디아와 7인의 성검사 중 한 명이었던 로만 드로즈도프였다. 로디아는 쓰러져 있었고 로만은 서서 아벨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만.’

아벨은 우선 로만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여는데.

“가거라. 너 역시 피해자였을 테니.”

의외의 말에 잠시 아벨을 가만히 바라만 보다 조용히 자리를 떠난다.

그의 새빨갛게 피칠한 등을 씁쓸하게 바라본다.

‘너 역시 힘들었겠지…….’

아벨은 보았었다.

크리스찬이 아벨의 목을 찔러 죽이려던 그때, 로만이 크리스찬의 등을 베어 죽이려고 했었던 모습을.

아무래도 요한센이 철혈황후 다이나 드로즈도프 황후를 비참하게 죽었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위풍당당했던 그 드높은 가문의 명예도 박살 냈었으니 말이다.

요한센은 드로즈도프 가문의 사람이라면 모두를 자신들의 개처럼 취급했었다.

소설에서의 그의 성격상 절대 그 수모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었다.

‘아무튼 이제 다 끝났군.’

이제 모두 끝났다.

그래서 하늘을 바라보는데.

수잔 황비가 소리쳤다.

“아벨! 어서! 다프네 님을! 어서!”

엄청난 힘을 내뿜으며 서 있어서 깜빡 잊고 있었다.

수잔 황비의 다급한 외침대로 순간이동으로 다프네에게로 간다.

수악―!

그때 다프네는 자신의 역할을 다 마쳤다는 것처럼 무너지듯 쓰러진다.

“다프네 님!”

다급히 그녀를 받아 안고 몸 상태를 살피는데, 아까의 그 엄청난 위용과는 달리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다.

우선 자신의 목에 걸린 성녀의 목걸이를 다프네의 목에 건다.

“아벨! 받아!”

쉬익―

수잔 황비가 아벨의 아공간 주머니를 던진 것이었다.

착―

“감사해요! 어마마마!”

그 주머니를 받아 곧바로 최상급 포션을 꺼내 다프네의 심장에 붓는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성녀의 목걸이와 최상급 포션의 힘으로 기적적으로 뚫린 심장과 살들이 재생이 됐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무엇보다 다프네의 기운이 약해도 너무 약했다. 포션을 입에 넣으면 목 안으로 삼킬 힘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아벨은 자신의 입에 포션을 붓는다.

그리고는 다프네의 그 작은 입을 억지로 벌리는데.

꿀꺽꿀꺽―

입을 맞춰 자신이 머금고 있던 포션을 억지로 밀어 먹인다.

입술이 마른 잎 마냥 푸석했다.

‘다프네! 힘을 내야 해!’

간절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입에서 입으로 억지로 포션을 밀어 넣는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10개 정도 먹이자 그제야 다프네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생기가 도는 다프네를 조심스럽게 자리에 눕힌다.

수악―

순간이동으로 수잔 황비에게 간다.

“어마마마…… 괜찮으신가요……? 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깨어나면 크리스찬과 화신체들을 볼 거라 생각은 했었는데, 크리스찬은 그렇다 쳐도 쿠리엘이 왜 있단 말인가?

수잔 황비는 대답 대신 긴 한숨을 내쉰다.

“휴…… 아벨. 다친 사람이 너무 많구나. 우선 그들을 치료하자꾸나.”

그녀의 말이 맞았다.

“네. 제가 다 모아오겠습니다. 여기서 쉬고 계십시오.”

수악―

순간이동을 써 다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 * *

‘작가! 이 빌어먹을 새X!’

작가는 애초에 아벨을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주원이 소설에서의 삶을 후회하고 작가의 집필 의도가 옳았다며 싹싹 빌길 바랐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죽을 고비가 오면 다프네를 통해 알아서 깨울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덕분에 그 길고 지루한 시간 동안 가짜 최주원과 얼마나 헛된 말싸움을 해댔는지 모른다.

그 빌어먹을 억지 개논리로 주원을 엄청나게 괴롭혔었다.

‘작가! 이제는 우릴 지구로 보내주겠지?!’

작가는 아벨에게 자신이 준 사명을 마친 것 같으면 언제든지 자신을 부르라고 했었다.

물론 아직 에크네의 화신체인 예언자 그리스에를 죽이진 못했었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대륙에 그 거지 같은 하위 신들이 설 자리가 아예 없었다.

모두가 알아버렸다.

대륙의 악인 10인회의 존재와, 그들과 마왕과의 관계를.

그리고 무엇보다 하위 신들이 10인회와 마족들을 시켜 자신들을 괴롭혀왔었다는 사실을.

“아니야! 우린 잘못 없다고!”

“맞아! 우린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정말이야!”

덕분에 바일의 메히르 국왕과 코렌트의 세런 국왕은 자국의 백성들에게 붙잡혀 온갖 고문과 함께 더없이 비참하게 참수를 당했었다.

반면 용사 아벨과 함께한 미스라임의 반 국왕과 브릴튼 기사연합국의 일곱 대영주는 대륙을 악의 세력에게서 구한 영웅으로서 엄청난 칭송과 대접을 받게 되었고.

대륙이 새로운 제국 미스라임과 브릴튼 기사연합국 아래 나뉘게 됐었다. 그리고 주신 아그네스의 이름 아래 모든 신은 지워졌다.

그래서 이제는 때가 된 듯하여 모두를 불러 모았다.

수잔 황비부터 시작해서 케이, 사나, 아르시아, 에디린 그리고 비트칸과 죠슈아, 마고스, 쥬디스, 지산과 앤디, 마지막으로 성녀 다프네까지.

아벨과 특별히 매우 가까웠던 인원들만 불렀었다.

모두가 모이자 아벨이 입을 열었다.

“제가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조금 놀랄 수도 있는 소식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

꿀꺽―

다른 세계로 넘어가야 함을 알고 있었던 몇몇 사람들은 드디어 라는 기대감에 오히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저는…….”

물론 아벨도 긴장을 한 건지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은 이렇게까지 긴장하고 망설이는 아벨을 처음 봤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까지 뜸을 들이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휴…….

돌연 긴 한숨을 내쉰다.

그런 후 잠시 마음을 다시 다잡고서는.

“……사실 제 몸에는 두 영혼이 있습니다. 아니, 두 영혼이 하나로 융합되어 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사실 몸에 아벨의 영혼은 없었다.

하지만 수잔 황비 및 몇몇의 충격을 덜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

“……네?”

모르는 사람들은 멍청한 소리를 냈다.

“하나의 영혼은 이 몸의 원주인인 아벨이고 다른 한 영혼은 지구라는 곳에서 온 최주원의 영혼입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게 됐냐면…… 어마마마, 다프네 님. 혹시 제가 16살 때 독에 중독되어 죽을 뻔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두 사람 다 멍하니 고개만 끄덕인다.

“그때 주신 아그네스께서 죽어가는 아벨을 살리기 위해, 그 영혼을 붙잡기 위해서, 다른 세상에 있었던 최주원의 영혼을 데려다가 억지로 밀어 넣어 합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약해진 아벨의 영혼에 최주원의 영혼의 힘이 더해져 함께 육체에서 살아갈 수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아……!”

머리가 다들 좋았기에 빠르게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역시 눈치도 빨랐다.

불안에 떠는 눈동자로 물었다.

“그런데 그걸 왜 지금……?”

어차피 해야 할 말이어서 망설이지 않고 계속 말한다.

“최주원의 영혼이 지구라는 곳에서 이 에브니아 세계, 즉 아벨의 몸에 들어와 주신 아그네스의 사명을 완수한 데에는 사실 조건이 있었습니다.”

“무슨 조건……?”

“모든 일이 끝나면 소원 하나를 들어줌과 동시에 다시 지구로 돌려보내 주기로.”

“아……!”

그 말을 듣자마자 수잔 황비가 어지러운지 머리를 부여잡았다.

더 걱정하기 전에 재빨리 다음 말을 잇는다.

“어마마마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시지요. 저 혼자 가진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

“원래는 마족 멸살을 끝으로 혼자 돌아가는 거였는데, 차마 그럴 수 없어서 제가 원하는 사람들을 모두 데려가는 조건으로 한 번 더 사명을 받았었습니다.”

쥬디스가 눈치를 채고 소리쳤다.

“아! 그렇다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이 대륙에서 하위 신들을 지우는 조건이었습니다. 그 사명을 완수하면 제가 원하는 이들 모두와 함께 지구로 보내주겠다고 했었습니다.”

“이럴 수가!”

쥬디스는 마법사답게 두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과 지금의 비현실적인 말에 굉장히 놀라워했고 또한 흥미로워했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부른 것입니다. 이제 저는 지구로 갈 것인데, 함께 가실 것인지 여쭈어 보려고 말입니다.”

“아!”

“음― 우선 그곳에 대한 것과 또한 우리가 어떤 조건으로 가게 되는지 설명해야겠군요.”

그래서 아벨은 지구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지금 가지고 있는 힘을 가지고 떠날 것이란 것을 말해 주었다.

“오―! 그렇다면 생활하는 데에 전혀 문제없겠군요!”

대부분이 그 말에 굉장히 흥분했었다.

새로운 세계에선 마나가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힘을 온전히 가져가게 해 준다니. 그 말인즉 새로운 곳에서도 어떤 어려움 없이 잘 살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조건은 확실히 이동하는 데에 걱정을 크게 없애 주었다.

“…….”

그런데 놀랍게도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았다. 몇몇은 곤란해 했었다.

곤란해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앤디와 지산, 다프네였다.

앤디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혼약자가 있었고 지산은 갈 곳 없는 로디아를 자신이 맡아 돌보고 있었다. 다프네는 역시 주신 아그네스의 성녀이기에 그 역할 때문이었고.

우선 앤디와 지산을 다정히 바라보며 말한다.

“꼭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아…… 네…… 사정이 있어서…….”

“저 역시 사정이…….”

“안다. 사실 너희들은 내 가장 가까운 친우들이니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자 부른 것이다. 말도 없이 가면 서운하지 않겠느냐.”

그제야 그들도 미소 지으며 말한다.

“네. 저하.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말도 없이 가셨으면 정말 서운했을 것입니다.”

“그래. 그러니 걱정 말아라.”

그러면서 성녀 다프네를 바라본다.

그녀는 혼자 남을 수도 있다는 것에 슬픈 눈동자로 아벨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프네 님. 제가 주신 아그네스께 이미 허락받았습니다.”

“……네?”

“이 세상에 모든 하위 신들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그 신들에게서 중심을 잡을 성녀는 필요 없을 거라고, 그러니 다프네 님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함께 데려가고 싶다고 말입니다.”

“아―!”

그 말에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수잔 황비였다.

“잘했다! 정말 잘했어!”

그러면서 그녀는 다프네를 안았는데, 다프네도 이때까지 주신 아그네스의 성녀로서만 살아와야 했었던 그 혹독했었던 삶이 떠올라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아벨과 함께 지구로 갈 이들과 이곳에 남을 이들이 나뉘었다.

앤디와 지산만 남고 다른 모두가 아벨과 함께하기로 했다.

남기로 한 두 사람과 정말 마지막 작별 악수를 한다.

“잘 있어라. 너희 두 사람을 주신 아그네스께 잘 말해두겠다.”

아벨은 주신 아그네스와 직접 대면하고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진심으로 감사해 한다.

“하하― 감사합니다. 든든하군요.”

“그럼 로디아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알겠다.”

두 사람과 작별 인사를 마친 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이 지긋지긋한 세상에 미련 따위 없었다.

어서 새로운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토록 소원했던 어머니 이선형을 만나고 싶었다.

정말 어서 빨리 만나고 싶었다.

“그럼. 이제 떠나볼까요?”

그 물음에 케이가 해맑게 웃으며 주원의 손을 잡는다.

“네! 좋아요! 우리 어서 떠나요!”

씨익―

케이의 아름다운 미소와 따뜻한 손을 느끼고는 환히 마주 미소 짓는다.

“그래. 출발하자.”

주원은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에브니아 대륙의 주신主神 아그네스인, 작가 난좋은작가를 부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