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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76화 (176/178)

제176화

176화. 배신(2)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타티스의 최고 대신관만이 다프네가 아닌 화신체들과 최고 대신관들에게 구속의 마력을 걸었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들의 몸을 크리스찬이 이등분시킨 것이었다.

“도대체 왜……?”

모두가 얼떨떨해했다.

모두가 그의 속셈을 이해하지 못했다.

크리스찬은 대답보다는 다프네에게로 다가간다.

“성녀. 그렇다고 너를 살려두겠다는 뜻은 아니다.”

우우우우웅―!

그가 타오르는 오러를 두른 검을 들어 올린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 누구도 크리스찬을 막을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접신 상태가 풀렸다는 것이었다.

사실 크리스찬은 곧 풀릴 것을 계산하고 그들을 죽인 것이었다. 혹여나 접신 상태였다면 단번에 자신이 죽이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절망적인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크리스찬이 이곳의 지배자였고 결정자였으니.

“그래. 죽기 전에 궁금증은 풀어주지.”

결정자 크리스찬은 마치 죽기 직전의 사람 소원을 들어주듯 말했다.

“이제 모든 곳에서 나 타티스가 정점頂點에 설 것이다. 인간의 세계에서도, 신들의 세계에서도”

“……?!”

다프네는 그 말을 듣자, 이제야 왜 그러한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됐다.

자신 정도면 신들의 신 주신 아그네스의 위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 자만 가득한 말에 다프네가 힘겹게 입을 연다.

“……오만하군요…….”

크리스찬은 힘겹게 내뱉은 다프네의 말을 비웃는다.

“훗― 그건 약자에게나 통용되는 말이지, 지금 이 상황을 봐라.”

그러면서 둘러보는데, 그 누구 하나 똑바로 서 있는 자가 없었다.

“누가 오만한지 알 수 있지 않나?”

크리스찬과 정의의 신 타티스의 최고 대신관만이 멀쩡했다.

그리고 전쟁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모든 게 파괴되어 있었다.

그리고 파괴되어 있는 건물들엔 시체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심 살아 있는 이가 정말 몇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제 정말 끝을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제 정말 끝을 내자.”

그래서 들어 올린 검을 이제야 내리치는데.

쎄에에에엑―!

무언가 엄청난 스피드로 크리스찬을 향해 날아왔다.

크리스찬은 미간을 찌푸리며 먼저 그 날아오는 것을 막는다.

콰쾅―!

막아내며 다프네에게 경고한다.

“운이 좋군. 하지만 결코 결말이 변하지 않을 거란 걸 잊지 말아라.”

크리스찬은 다프네가 죽는 것은 시간문제라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자신을 공격한 이를 찾아 죽이기로 한다.

멀리서 누군가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크리스찬! 이 은혜도 모르는 놈!”

누군가 했더니 바로 마족 멸살 원정을 함께했던 용사의 검 앤디 피츠였다.

그는 화신체들에 의해 아벨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는 가문에서 막았음에도 몰래 빠져나와 말을 타고 쉬지 않고 왔었다.

그렇게 해서 바로 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도착한 것이었다.

마치 다프네를 지키라고 주신 아그네스가 보내준 것처럼.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심지어 두 명 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감히! 대륙을 구한 용사를 죽이려 하다니!”

“은인을 죽이려 한 놈! 용서치 않겠다!”

소설에서 아벨을 배신했던 권왕拳王 지산과 그의 형 파일이었던 것이었다.

그 둘도 사실 바일의 메히르 국왕의 명 때문에 가문이 그들을 막으려고 했었지만 뿌리치고 달려온 것이었다.

“크리스찬! 네놈을 어떻게 인간이라 부를 수 있겠느냐?!”

그들에게 크리스찬은 제국의 황제라는 게 중요치 않았다.

대륙을 구한 용사에게 검을 들이댄 개X끼라는 인식뿐.

크리스찬은 상당히 짜증 난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타티스의 최고 대신관을 바라본다.

“귀찮은 것들이 왔군.”

“제가 돕겠습니다. 폐하.”

“그래. 네가 저 바일의 돼지 새X와 친분이 있을 테니, 저 새X를 네가 맡아라.”

“네. 폐하.”

그 말에 지산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의아해한다.

“나와 친분이 있다고?!”

새로운 최고 대신관은 여자였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것도 아주 젊은 여자였다.

“오랜만이네. 지산.”

“……?!”

확실히 익숙한 목소리였다.

“……너, 너는……?!”

그러면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최고 대신관의 화려한 후드를 벗는다.

그 얼굴을 보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수가…….”

아주 잘 아는 얼굴이었다.

왜 모르겠는가?

그토록 그리워했었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인데.

“……로디아…….”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소리소문없이 신기루처럼 사라졌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타나다니……

“한때 그런 이름으로 불렸을 때가 있었지.”

“도대체 네가 왜…….”

“도대체 내가 왜라니? 난 처음부터 타티스의 신관이었어. 잊었니?”

“그래도 어떻게 아벨 저하께…….”

그래도 이해가 안 갔다.

그가 사랑했었던 이 여자는 바로 다름 아닌 용사 아벨을 사랑했었으니.

피식―

지산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는다.

“그딴 색마色魔에 관심 없어. 그리고 이제 남자 이야기는 그만하자.”

스릉―

그러면서 검을 뽑아 든다.

루드스에 있을 때도 그녀는 검과 마법에 능통했었다.

우웅―!

검에 무시무시한 오러가 실린다. 확실히 그녀는 최고 대신관에 걸맞게 엄청나게 성장한 모습이었다.

그렇다 보니 지산도 가볍게 볼 상황은 아니었다.

사랑하던 여자였다.

아니, 지금도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빠지지 않기로 한다.

* * *

우우우우우우우웅―!

비트칸이 설치한 마법진과 마도구들이 반응했다.

“……?!”

사나와 제시와 제니는 수잔 황비와 아벨의 앞으로 나와 침입자를 맞을 준비를 한다.

“침입자군요.”

문제는 마법진과 마도구들이 파괴되는 시간이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는 것이었다.

상당한 실력이 있는 자인 것 같았다.

마법진과 마도구에 상당한 지식이 있는.

파직―!

덜컥―!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비트칸이 설치한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침입자들이 들어왔다.

들어온 자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자들이었는데, 대단히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아직 혼수상태인 아벨과 그 앞에서 자신들을 보고 놀라는 여자들을 보고 대장인 듯한 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온다.

“크크크― 좋아. 아주 좋아. 크크크큭―”

그러면서 후드를 벗는데.

“너는?!”

사나는 굉장히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보자마자 그가 누군지 알아챘다.

자신을 알아보자 기분 좋다는 듯이, 대단히 만족한다는 듯이 대폭소한다.

“카카카카―!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카카카카카―!”

그는 다름 아닌 미스라임에서 아벨에 의해 오른팔이 잘렸던 쿠리엘이었던 것이었다.

제국에서 사라졌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아벨이 위태로울 때 나타나다니.

그리고 그가 흘리는 그 불길한 아우라는 보통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의 몸 주위로 검고 짙은, 진득한 기분 나쁜 아우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또한 그와 함께 온 모두가 비슷한 아우라를 흘렸다.

“아무튼 역시 에이션트 드래곤이었던 놈이 설치한 마법진이라는 건가? 위대한 분들과 계약한 우리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줄은 몰랐군.”

“……위대한 분들……?”

“그래. 아벨의 역겨운 계략에 의해 본향으로 돌아가신 마왕 베리알 님. 바로 그분과 그분의 수족들이시다.”

“뭐어?!”

정말 놀랐었다.

마왕 베리알과 마족들은 아벨이 모두 이 에브니아 세상에서 지워버리지 않았던가.

“그분들은 마계가 아닌 인간계라 본 힘을 쓰지 못해 아벨 따위에게 지신 것이지, 본 힘을 쓸 수 있다면 저딴 것 따위야.”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구나!”

예전 마족들이 이 에브니아에 본격적으로 거주하기 전에는 인간에게 영혼을 사서 잠깐이나마 모습을 나타낼 수 있었다고 들었다.

“영혼을 팔았다니. 무례하구나. 내 몸을 그분께 바친 것이지. 크크큭― 그분께서 내 몸을 통해 그 위대한 뜻을 이룰 수만 있다면 이 얼마나 영광된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아벨에 대한 원한이 대단했었다.

쿠리엘도 마왕 베리알도 아벨을 죽이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아무튼 더는 다른 말 할 필요 없다. 모두 죽여주겠다.”

그러면서 뒤의 부하들에게 명한다.

“모두 죽여라. 한 명도 살려둘 필요 없다.”

“넵! 쿠리엘 님!”

검사와 마법사들이 섞여 있었다.

사나는 스태프를 꽈악 쥔다.

‘주신 아그네스시여…… 당신의 거대한 힘으로 우리를 지켜주소서…….’

저벅― 저벅― 저벅―

급할 거 없다는 듯이, 어차피 결론은 정해졌다는 듯이 천천히 그리고 당당하게 다가온다.

툭―

그러다 사정거리에 들어가자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공격을 하려고 했다.

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런데.

“……?!”

솨아아악―!

순간 그들의 발아래에 검은 원이 생성되더니 그 원에서 검은 손길들이 솟아올라 모두의 몸을 끌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쿠리엘은 깜짝 놀라 소리친다.

“무, 무슨 짓이냐?!”

굉장히 당혹스러운 결과였다.

순식간에 부하 모두가 사라져버렸으니 말이다.

“제길…… 네놈도 함께 죽었어야 했는데…….”

사실 비트칸은 일부러 아벨이 있는 이 작은 방안에 가장 강력한 걸 새겨놓은 것이었다.

겉에 새겨진 것들도 너무나 강력했기에 적들은 안의 것은 비교적 약할 것이라고 방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발동되자 방안 전체에 아벨을 중심으로 블랙홀과 같은 순수한 흑빛의 원들이 생성돼 떠다니기 시작했다.

“제기랄!”

그 불길한 검은 원들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 쿠리엘이다.

* * *

지산은 로디아를 상대하며 차마 전력을 다할 수 없었다.

반면 로디아는 지산을 그저 적이라 생각하고 전력을 다해 상대했었다.

그 적의 가득한, 살기 가득한 검이 지산의 급소만을 노리고 날아온다.

휘익―! 휘익―! 휘익―!

목과 심장 등 즉사할 급소만을 집요하게 검 끝이 따라다녔다.

촤악―! 촤악―! 촤악―!

지산이 전력을 다하지 않자 계속해서 몸에는 혈흔이 생겨났다.

그 모습을 본 파일이 답답한 듯 소리친다.

“지산! 도대체 뭐 하는 것이냐! 어서 처리하고 우리를 도와!”

크리스찬은 로디아의 버프 마법을 받아서 그런지 앤디와 파일, 두 사람을 어렵지 않게 상대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압도하고 있어서 앤디와 파일의 몸도 피투성이라 할 수 있었다.

지산도 자신이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몸이 뜻하는 대로 움직이질 않는걸.

너무나 답답한 나머지 로디아의 검을 잡아버린다.

콱―!

지산의 실력 역시 대단했기에 손가락이 잘리지는 않았었다. 물론 잘리지만 않았을 뿐 엄청난 피해를 봐야 했었지만.

검을 잡은 손에서 철철 피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지산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으니.

목적대로 로디아와 대화를 시도해본다.

“로디아! 정말 왜 그러는 것이더냐?! 너는 이런 애가 아니었잖느냐?!”

기익―!

로디아는 잡힌 자신의 검을 힘을 주어 억지로 내리치며 검을 잡은 손가락을 잘라내려고 했다.

하지만 지산 역시 소설에서 권왕이라고 불릴 정도의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자였으니.

1차 마족 침공과 마족 멸살 원정을 통해 그 역시 다른 재능 있는 자와 같이 엄청난 성장을 이룬 상태였었다.

한번 붙잡힌 검은 요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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