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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65화 (165/178)

제165화

165화. 착각(4)

털썩―

실질적으로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병사가 망연자실해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전혀 위협이 안 됐지만 그렇다고 결코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협상을 위한 인질 따위 필요 없었다.

이제 아덴과의 관계는 어느 한쪽이 전부 죽지 않으면 결코 끝나지 않을 피의 원한 관계가 된 것이었다.

피슝―!

펑―!

그 병사를 반 카르하 왕자가 마력광선으로 머리를 터트려 죽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렸는데, 남은 미스라임의 모두가 그 한 곳을 바라본다.

“……마태오……!”

이제 정말 딱 한 명 남았다.

바로 아까부터 자신의 위풍당당하던, 제국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절대 무적의 군대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던 마태오 국왕.

몇 안 남은 미스라임의 마령대들과 함께 그에게로 다가간다.

저벅― 저벅― 저벅―

시체들을 밟고 울리는 그 발걸음 소리가 그렇게 소름 돋을 수가 없었다.

저벅― 저벅― 턱―

미스라임의 남은 자들 모두가 그의 앞에서 모였다.

“……?”

마태오 국왕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자신의 앞에 모인 그들을 보고는 자신만 피눈물을 흘렸던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도 자신처럼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며, 자신처럼 당장에라도 눈앞의 적을 갈가리 찢어 씹어 먹을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왜……?’

이해가 안 됐다.

왜 승리자인 저들도 자신과 같은 패배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때 마음마저 얼려 버릴 듯한 미치도록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상념을 깨트린다.

“아쉬워.”

“……?”

아쉽다고?

뭐가?

대체?

“아무리 생각해도 카시드도 그렇고 네놈 아덴의 왕가王家만큼은 더욱 괴롭게 죽였어야 했었어. 그게 너무 아쉬워.”

아덴의 공주들, 타네르와 필리즈는 아벨과 루드스에서 인연으로 생각보다 꽤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적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들을 죽인 것에 결단코 후회란 없었다.

오히려 왕궁에서 구경하고 있을 때 너무 쉽게 왕궁과 함께 한 번에 죽인 것 같아 진심 후회될 뿐.

“그 연놈들도 네놈과 똑같이 사지를 자르고 혀를 잘라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도록 만들어야 했었는데. 그래야 서로 바라보면서, 서로를 동정도 해주면서 버티지 말이야.”

아벨의 말을 들으니 인정하기 싫었던, 왕궁에 살아 있는 사람이 없다는 그 사실이 더없이 확실해 보였다.

주르르륵―

부릅뜬 눈에서 피눈물이 마를 새 없이 끊임없이 흐른다.

“마태오 국왕. 네놈도 다른 이들처럼 피눈물을 흘리는군. 피도 눈물도 없다던 네놈이 말이야.”

소설에서 아덴은 강자존强者存, 약자멸弱者滅, 약육강식弱肉强食, 적자생존適者生存을 떠들어 대며 건국된 이래로 수많은 나라들을 짓밟고 그 세력을 키워왔었다.

마태오 국왕 역시 국왕으로 즉위한 이후 그 국가의 성향에 맞게 주변 국가들을 짓밟으며 성장해 왔었고 말이다.

그러니 오늘의 일에 대해 그는 억울해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물론 기습공격을 꾀했었던 미스라임도 억울해할 필요 없었고.

그렇기에 아벨은 무심한 얼굴로 무심히 주변을 둘러본다.

있어야 할 사람 몇몇이 보이지 않는다.

‘……얀 국왕…….’

선봉에 서겠다던 얀 국왕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왕자들 중에서는 반 카르하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었고.

씁쓸함보다는 다행이라는 감정이 먼저 들었다.

‘……사나를 데려오지 않아 천만다행이군…….’

정말 진심으로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당시 함께 오겠다는 걸 오지 못하게 강하게 막았었다. 불안해하는 어마마마의 옆에서 안심시켜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면서.

그녀에게 미안했지만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크리스찬……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이냐…….’

그가 아무리 아벨과 맹세의 마법으로 묶여 있지 않아 아벨과 적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제국의 대부분의 무인들은 아니었다.

크리스찬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혼자서는 아벨을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그가 그딴 것도 모르는 바보 X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믿을 곳이 있어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지를 수도 있었겠지만.

“……설마…….”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

‘……정의가 아닌 자의 검이 된 것인가…….’

이제야 크리스찬이 소설에서도 나오지 않은 정의의 신 타티스의 화신체가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해할 수 없었던 차가웠던 눈빛이 떠오른다.

그리고 자신에게 보였던 그 이상했던 적대감도.

‘……이런 멍청한……!’

그 이상함을 느끼고도 크리스찬에게 천혜안을 쓰지 않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그가 화신체가 됐다고 하더라도 아벨에게는 상대가 안 됨을 모르던 크리스찬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었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아덴을 이용하면 이번 기회에 자신을 없앨 수 있을 거라 믿은 모양인데 오늘의 일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왕자 저하. 이동 워프를 가동할 수 있겠습니까?”

이 모든 시체를 가지고 그 먼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역시 이동 워프를 재가동시켜야 했었다

반 왕자도 어서 이 지옥 같은 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아버지와 형들을 이 빌어먹을 곳에 더는 두고 싶지 않았다.

“한번 해보겠소.”

고개를 돌려 부하에게 명한다.

“이동 워프를 가동해 보아라.”

“네. 왕자 저하.”

마법이라면 이들이야말로 대륙 최고였다. 자신 있게 마령대원들이 비행마법으로 꺼져있는 이동 워프로 날아간다.

우우우우우우웅―!

몇 분 안 지나 다행히도 이동 워프에 마력이 흘러들어 재가동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아덴의 승리를 1,000% 확신했기에 그저 동력이 될 마력석만 빼둔 것이었다.

이동 워프는 한번 설치할 때에 굉장히 많은 돈과 인력, 기술이 들었기에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반 왕자가 재가동되는 이동 워프를 보고 다시 한 번 명을 내린다.

“어서 서둘러라! 이 역겨운 곳에 우리의 가족들을 더는 누워 있게 하지 말아라!”

“네! 왕자 저하!”

다들 힘차게 소리치고는 시체를 수급하기에 힘썼다.

그러고는 반 왕자는 아벨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린다.

“대공. 부탁이 있소.”

평소 아벨이 탐탁지 않아 삐딱하게만 굴던 그의 태도와는 상당히 다른 대단히 공손한 모습이었다.

“말씀하시지요.”

매우 간절한 얼굴로 입을 연다.

“우리가 시체들을 수급할 테니 대공은 먼저 미스라임으로 돌아가 주시겠소? 그곳 역시 공격받고 있을 수도 있어서 말이오.”

솔직히 아벨로서는 많은 무인들이 아벨에게 맹세의 마법으로 묶여 있었기에 미스라임에까지 쳐들어올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차피 가야 했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데리고 갈 인원들이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위잉―

지쳤지만 어차피 미스라임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무리해서 공간이동 포탈을 만든다. 쉬는 것은 돌아가서 푹 쉬기로 한다.

“미스라임에 힘이 될 자들을 데려오기 위함입니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크리스피 백작가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이제 갈 곳을 잃은 그들은 제국이 아닌 미스라임이 그들의 고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도 미스라임에 어느 정도 힘이 될 수 있을 것이기에 서로 도움이 됐다.

혼자 그곳에 들어갔다.

수아아―

얼마 안 있어 수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나온다.

다 나오자마자 반 왕자에게 말한다.

“그럼 먼저 가 있겠습니다.”

“고맙소. 그럼 부탁하겠소.”

아벨은 고개를 끄덕이며 에디린과 비트칸, 그리고 크리스피 백작가 사람들과 함께 이동 워프를 이용하여 미스라임으로 돌아간다.

수아아아아―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마령대원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친다.

“아벨 저하!”

다름 아닌 아벨이 너무나 반가워서였다. 그리고 아벨과 에디린, 비트칸의 몸이 예상과는 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 물들어 있었던 것에도 놀랐었고 말이다.

“무슨 일 없느냐?”

아벨의 물음에 마법사는 분통을 터트린다.

“말도 마십시오! 지금 제국이 기습했을 뿐만 아니라 코렌트와 바일이 우리를 향해 전쟁을 선포하고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솔직히 정말 예상외의 말이었다.

“……?!”

“뭐라고?!”

“그 벌레 같은 새X들이 어떻게?!”

덥석―!

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고는 묻는다.

“얼마나?! 그 수가 얼마나 된다더냐?!”

아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기로 맹세의 마법을 한 자들은 결코 미스라임을 침범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얀 국왕도 마음 놓고 아덴 원정에 그 많은 인원을 쏟아부었던 것이었다.

“그게…….”

그도 알고 있었다.

아벨의 존재 때문에 무인들이 미스라임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을.

아벨이 자신 있게 말한 그 이유 때문에 얀 국왕이 무리해서 인원을 출정시켰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다 보니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아벨은 그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니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됨을 깨닫는다.

‘뭐지?!’

망설이는 그가 답답해 소리친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느냐고?!”

화들짝 놀라며 대답한다.

“그게! 무인만 5만은 된다고 합니다!”

“……!”

“뭐어?!”

“그게 말이 되냔 말이냐?!”

에디린과 비트칸도 역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대부분의 무인들이 아벨과 맹세의 마법을 했을 텐데 5만이라니.

게다가 최근 몇몇 큼지막한 사건 덕분에 제국 안에서 수많은 무인이 죽었기에 5만이라면 제국 거의 모든 무인이라는 소리였다.

“사나는?! 사나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느냐?!”

그녀의 성격상 가장 앞장서서 막으러 갔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게…….”

또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다그친다.

“어서! 어서 말하라!”

아벨의 살기 짙은 무시무시한 눈을 보고 나서야 두 눈을 찔끔 감으며 대답한다.

“공주 저하께서는 제국의 기습을 막기 위해 궁에 남아있던 소수의 마령대를 이끌고 공격받던 히튼으로 가셨습니다…….”

“제기랄! 당장! 당장 히튼으로 연결해!”

“네, 넵! 저하!”

그가 연결하는 동안 아벨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급히 최상급 포션들을 꺼내 들이킨다.

벌컥― 벌컥― 벌컥― 벌컥― 벌컥― 벌컥―

그 자리에서 10개를 마신다.

아벨이 가진 성스러운 아티팩트들 덕분에 이미 자연 치유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했다. 전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최대한 채워놔야 했었다.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이더냐!’

“제기랄! 이 빌어먹을 작가 이 개 같은 새X야!”

분명 작가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맹세의 마법에 걸려있던 자들이 이렇게 대거 몰려올 수가 없었다.

그러다 순간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쳐 간다.

“아!”

예전 마왕 베리알을 죽인 뒤 작가가 또 다른 사명을 주고 사라졌을 때, 그때 무언가가 변화되었다는 것을 느꼈던 그때가 떠올랐다.

‘……?!’

확인해야 했다.

그때 그 변한 무언가가 정말 맹세의 마법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 말이다.

빠드드득―!

어금니를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꽉 깨문다.

“아직 멀었느냐?!”

“아, 아닙니다! 다 되었습니다!”

그의 대답과 함께 우우웅―! 하며 이동 워프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아벨은 크리스피 백작가 사람에게도 말한다.

“크리스피 백작가는 제국에서 검과 마법 둘 다 출중한 대명문가로 이름을 알린 곳! 너희들 중에 싸울 수 있는 자는 나와 함께 가서 싸우자! 내 맹세하는데 전공戰功이 크다면 내가 직접 너희들을 미스라임에서 제국에서만큼 영향력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

아벨의 맹세를 들은 그들은 고난 뒤에 기회가 온다더니 이번이 다시 한 번 대귀족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의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저희도 가서 돕겠습니다.”

그 모습을 본 뒤 마령대원에게 명한다.

“이들에게 무기를 주어라.”

탓―!

그리고는 곧바로 일렁이는 이동 워프의 푸른빛 일렁이는 원으로 뛰어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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