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화
164화. 착각(3)
우우우우우웅―!
파지지지지지직―!
인질을 잡아 아벨을 죽이려 했었던 카시드를 포함한 사검대 검사 전원은 모두 죽었다.
그럼에도 아벨의 검은 여전히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활활 불타올랐다.
“아벨?”
에디린이 그런 아벨이 걱정되어 부른다.
하지만 역시나 그 부름을 듣지 못하였으니.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와 같은 울분을 토해내며 아덴의 자랑이자 대륙에서 특히나 유서 깊은, 가장 오래된 왕궁 크라렌치아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거력이 담긴 오러가 단 한 번에 아덴의 2천 년 역사를 쓸어버린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아덴의 왕궁과 그 안에서 아벨이 죽기만을 기다리던, 아덴의 피를 이은 자들 모두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린 것이었다.
“……!”
인질로 잡혀있었던 크리스피 백작가 사람들은 아벨의 엄청난 힘에 턱이 빠질 것처럼 크게 벌린 채 멍하니 바라본다.
사실 그들은 아벨에게 왜 자신들이 위험하게 함부로 움직였냐고, 왜 모두를 구하려 하지 않았냐고 따지려 했었다.
하지만 그 인간 같지 않은 거대한 힘에 말을 차마 꺼낼 수 없었다.
위잉―
모두가 멍하니 있던 그때 아벨은 공간 마법 포탈을 만들었다. 들어가란 말을 안 해도 에디린과 비트칸은 쌍둥이 여자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아벨은 남아있는 X신 같은 크리스피 백작가 사람들을 싸늘히 바라보며 명한다.
“들어가라.”
“네, 네?”
서로 멍하니 바라보다 아벨의 눈빛이 심상치 않자 뭉그적거리며 일어난다.
그러자 아벨이 폭발하고 만다.
“빨리 안 움직여?! 이 새X들 다 여기 남아 죽고 싶어?!”
“……?!”
그제야 아벨이 평소와 많이 다름을 깨닫는다. 사태 파악을 한 후 다급히 일어나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진짜 마음 같았으면 저 멍청한 것들을 모두 버리고 가고 싶었지만 어마마마의 가문이라 참는다.
문드러지는 속을 부여잡고 그들이 모두 들어가자 아벨도 들어간다.
수아아―
밖으로 나가자 울창한 숲 속이었는데, 크리스피 백작가 사람들은 도대체 여기가 어딘가 하며 두리번거린다.
“브릴튼 기사연합국이다. 여기서 닥치고 조용히 기다려라.”
브릴튼 기사연합국은 아덴과 제국과 바로 붙어있었다. 그래서 두 나라와 사이가 굉장히 좋지 않았었다. 이곳이라면 아덴과 제국이 쉽게 찾아오지 못할 것이니 충분히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짐승 따위는 막을 수 있겠지.”
그들도 에브니아 대륙 최강대국이었던 제국의 대귀족 대가문이었기에 어느 정도 자신을 지킬 힘은 있었다.
그래도 염치가 있는지 아벨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껴 얼굴이 시뻘게진다.
그러든 말든 아벨은 최상급 포션을 마시고 곧바로 다시 공간이동 포탈을 만든다.
위잉―
시간이 많이 지났었다.
대단히 걱정됐고 대단히 불안했다.
“가자.”
아벨의 말에 에디린과 비트칸은 전의戰意를 불태운다.
“그래. 이 개X끼들 다 죽여 버리겠어.”
“감히 우리를 농락하다니.”
단 한 명도 곱게 죽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엄청난 적의를 갖고 포탈로 들어갔는데.
“……?!”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비규환阿鼻叫喚.
차마 눈을 뜨고는 쳐다보지 못할 지옥도와도 같은 참상이 펼쳐져 있던 것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악―”
“일단 막아! 공격하지 말고 일단 막으라고!”
미스라임의 마령대魔靈隊들이 급조한 마법 장벽을 아덴의 검사들이 찢어발기고 있다.
“아아아악―!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다! 크아아아아아악―!”
얀 국왕이 이끌고 오기로 한 수가 10만이었다.
마령대 5만 검사 2만 일반 병사 3만.
그런데 지금 보이는 수는 1만이 채 안 보이는 듯하다.
대부분의 수가 아덴의 무자비한 검에 처참하게 도륙되어 있었다. 너무 억울해 눈을 감지도 못한 시체들이 태반이다.
“하하하―! 미스라임의 허접들이 감히 위대한 아덴을 넘보다니!”
“죽어라! 죽어! 크하하하하하―! 이 벌레만도 못한 놈들!”
돌아가지도 못하게 이동 워프를 꺼둔 제국이다.
그러다 보니 포위되어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이제 정말 얼마 안 있으면 그 얼마 없는 인원들도 전멸할 것만 같았다.
수악―!
아벨은 곧바로 아덴의 한가운데로 순간이동 한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엄청난 뇌기였다.
그 분노가 담긴 엄청난 뇌기에 하얗게 물든 아벨의 몸은 흡사 하늘에서 강림한 뇌신雷神과도 같아 보인다.
“아벨?!”
아덴의 마태오 국왕이었다.
그는 군의 맨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왜 아벨이 이곳에!”
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절대 아벨이 나타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런데 아벨이 나타났다.
뭔가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음을 직감한다.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
제7식
뇌신雷神
처음부터 최종 비기를 썼다.
이들에게는 결코 뉘우칠 기회 따위 줄 필요 없었다.
휘익―
아벨이 휘두른 검 한 번에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으며 천둥을 동반한 벼락 다발들이 내리친다.
파지직―! 파지지지직―!
우르르콰콰콰콰콰콰콰콰쾅―!
콰쾅―! 콰쾅―! 콰콰콰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야?! 도대체! 왜 아벨이!”
“사, 사, 살려줘!”
“아아아아아악―! 도망쳐! 아아아아아악―!
벼락이 떨어지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 떨어진 벼락이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흘러 퍼져나갔다.
감전되고 그리고 그 감전된 몸이 불타올라 시체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
반면 미스라임의 군사들은 아벨 단 한 명이 나타났음에도 살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런 안도감도 죽은 동료들의 시체들을 보고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주르륵―
두 눈에 말랐던 피눈물이 다시 흐른다.
꽉 다문 입술에서도 끝없이 흘러내리고.
특히 아버지와 두 형을 잃은 반 카르하 왕자가 그러했다.
그가 악에 받쳐 소리친다.
“죽여! 단 하나도 남김없이! 저 비열한 개X끼들 전부를! 비참하게 죽은 우리 아비와 형제들을 위해!”
그러면서 선두에 서서 아벨의 검을 피해 도망가는 것들에게 마력광선을 쏘기 시작한다.
피슝―! 피슝―! 피슝―!
정신없이 도망가던 상태라 그의 마력광선에 속수무책으로 머리가 터져나간다.
펑―! 펑―! 펑―!
“죽여! 죽여! 죽이라고!”
아덴의 수도 지금 보니 10만에 가까워 보였다. 정보를 받아 미스라임과 그 수를 맞춰 온 것이었다.
“살려줘! 살려달라고!”
그런데 아벨 한 명이 참전하자 상황이 역전됐다.
“신이다! 아벨은 신이야!”
아덴이 미스라임보다 10배나 많았었는데도 말이다.
“우리도 가자.”
“그래.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팟―!
땅을 박차고 하늘로 올라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아덴의 군으로 뛰어들어갔다.
휙―!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
제5식
전해電海
엄밀히 말하자면 뇌전마검은 에디린의 것이었다.
지금은 뇌전마검 하면 대중의 머릿속에 아벨이 떠올랐지만 말이다.
“제기랄! 이딴 몸이 되어서는!”
아벨처럼 준비 없이 7식을 쓸 수 없어 원통해 한다.
그리고 비트칸도 에디린과 다를 바 없었다.
그의 여리고 작은 손가락에서 무시무시한 수십 다발의 흑빛 마력광선이 뿜어져 나갔지만 예전 같았으면 저런 것들은 손가락 한 번 휘두르면 사라질 것들이었다.
“빌어먹을 주신 아그네스! 영원히 저주하겠어!”
그 역시 원통해 울분을 토해내며 아덴의 병사들에게 화풀이한다.
“뭐, 뭐야?!”
“드, 드, 드래곤들이다!”
“용사의 드래곤들이야!”
두 사람은 여러 의미로 대단히 유명했었다.
주신 아그네스가 용사를 위해 보내신 특별한 조력자들.
용사의 검과 마법.
용사의 오른팔과 왼팔.
용사의 손과 발.
.
.
.
.
용사의 숨겨진 여자와 아들 등등…….
아무튼.
아덴의 병사들은 더욱 절망감을 느끼며 전의를 완전히 상실해 버린다.
아벨만 해도 버거운데 대륙 최강의 생물 드래곤들도 나타났다. 그리고 소문에는 저 드래곤들은 에이션트 드래곤들이라고 한다.
절망과 죽음이 그들에게 엄습한다.
절대적으로만 보였던 그들의 군대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파지직―! 파지지지직―!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아벨은 전의를 상실한 아덴의 군사들을 상대로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피아彼我를 구분할 필요 없었다.
왜냐하면 아벨의 앞에는 적밖에 없었기에.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엄청난 수의 벼락들과 뇌전의 파도가 마치 해일처럼 아덴의 군사들을 휩쓴다.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적어도 천 명은 죽어 나가는 것만 같다.
파지직―! 파지지지직―!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뇌기들이 만드는 스파크 소리와 검격이 휘몰아치는 소리 그리고 그것에 휘말린 인간들이 내는 비명이 삼박자를 이루며 전장에 울려 퍼진다.
어두운 밤이었음에도 아벨이 만들어낸 뇌기에 환했다.
“도, 도망쳐! 전군 후퇴하라!”
단 세 사람 때문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마태오 국왕이 후퇴를 명령한다.
그리고 그부터 뒤돌아 말의 배를 강하게 찬다.
“이럇―!”
전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수악―!
오히려 아벨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 꼴이 됐다.
“……?!”
그의 앞에 나타난다.
그러자 그를 따라 도망가려던 대군이 갑자기 돌이 되어 멈춰버린다.
히이이이잉―!
놀란 말들이 비명을 지른다.
마태오 국왕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아벨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어, 어떻게…… 어떻게 아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지……?”
“궁금한가?”
“카시드는?!”
그에겐 카시드가 가장 소중했던 것이었다.
왕궁의 그 어떤 존재들 보다.
피식―
“재밌군.”
“뭐, 뭐가 말인가?!”
진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뻔히 보였다.
“내가 여기에 어떻게 올 수 있을 것 같은가?”
“……설마…….”
“후후― 그 개자식을 인질 때문에 한 번에 죽인 걸 후회하고 있다.”
“……?!”
“그러니 네놈은 쉽게 죽을 생각 말아라.”
아벨에게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피부의 살갗이 오돌토돌 솟아올랐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지독한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기 시작한다.
주르륵―
몇몇은 오줌을 지리기까지 한다.
히이이잉―!
말도 마찬가지였다.
미쳐 날뛰는 말도 있었고 자리에 주저앉아 오줌을 질질 싸는 말들이 속출한다.
그때 마태오 국왕 바로 옆에 있던 사검대 총대장이자 그의 동생인 이케르 우니베르스 대공이 그래도 꼴에 11성 검사라고 용기를 내어 말을 박차고 아벨을 향해 날아오른다. 굉음을 지르며 아벨에게 검을 휘두른다.
“위대한 아덴을 무시하지 마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압―!”
그래도 괜찮은 오러를 두른 검격이었다.
쎄에에에에에엑―!
“…….”
하지만 역시.
휘익―
아벨이 대충 검을 휘두르자 그 무시무시해 보였던 검격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몸은 정확히 반으로 잘렸고.
쩌적―!
촤아아아아악―!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마태오 국왕의 몸을 적신다.
“내가 마법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
그러자 순식간에 마태오 국왕의 몸이 말과 함께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굳어졌다.
구속拘束 마법을 펼친 것이었다.
“거기서 네놈의 아덴이 몰락해가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아라.”
구오오오오오오오오―!
마태오 국왕을 잡아 둔 뒤 겁에 질려 꼼짝도 못 하는 것들을 악귀가 되어 노려본다.
“그럼 다시 시작하지.”
수악―!
휙―!
콰콰콰콰콰콰콰콰―!
촤아아아아아아악―!
다시 학살이 시작되었다.
아벨이 에이션트 급의 강함을 지녔으니 말 다 한 게 아니겠는가?
순식간에 아덴의 군대의 수가 줄어든다.
아벨은 앞에서 뒤에선 에디린과 비트칸이.
그 많던 수가 다 죽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