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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63화 (163/178)

제163화

163화. 착각(2)

수아아아―

기묘한 감각과 함께 포탈에서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 어떤 이도 보이지 않는다.

크리스찬이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위잉―

아벨은 지체하지 않고 아덴의 수도로 이동할 공간이동 포탈을 만든다.

바로 오늘 새벽에 최고 대신관들을 죽이기 위해 갔던 곳이었다. 지리를 기억하고 있어 정확히 왕궁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들켜도 상관없었기에 대놓고 싸울 수 있는 왕궁의 정원으로 좌표를 설정했다.

들어가기 전에 한마디 한다.

“최대한 빨리 끝내자.”

에디린은 간절히 원했던 말이었기에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좋지. 크으으― 오랜만에 몸 풀겠군.”

비트칸도 설레는 얼굴로 우쭐거린다.

“너희 두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돼. 이번엔 내 마법으로 한 번에 끝내버릴 테니.”

두 사람은 최대한 빨리 주신 아그네스가 요구한 모든 걸 끝내고 아벨이 왔었던 지구로 가고 싶어 했다. 둘 다 그날 이후 의욕이 대단했었다.

그래서 경쾌한 발걸음으로 포탈로 들어갔는데.

수악―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

아벨은 포탈에서 나오자마자 뭔가가 잘못돼도 대단히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 예상치 못한 광경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보는군. 아벨.”

카시드였다.

그 목소리가 소름 끼치게 역겹다.

“우우우우우움―!”

그의 뒤로 역시 익숙한 얼굴의 수많은 사람이 재갈을 문 채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

‘……이 개X끼가…….’

그리고 아벨과 두 드래곤들 때문에 그들은 대드래곤용 방어진을 미리 펼쳐놓고 그 속에 인질들을 붙잡고 있었다. 그 방어진 한 겹만 보더라도 대단히 두터웠었는데, 최소 5겹은 되어 보인다.

빠드드득―!

아벨의 어금니가 부서질 듯이 꽉 깨물어진다.

“……카시드……!”

카시드가 인질로 잡고 있던 자들이 바로 수잔 황비의 가문인 크리스피 백작가의 사람들이었던 것이었다.

재갈이 물린 그들의 목에 오러를 두른, 당장에라도 자를 준비를 마친 날카로운 검들이 놓여있었다.

당황하는 아벨과 두 드래곤을 보고는 배를 잡고 대폭소를 한다.

“푸핫―! 네놈은 항상 네놈만 잘난 줄 알겠지?! 머리도 네놈만 쓸 거라 생각하고 말이야! 안 그래?! 하하하핫―!”

정말 행복하고 만족스런 얼굴이었다.

진심 당장 죽이고 싶은 그런 얼굴.

“내가 네놈 머리 꼭대기에 있다! 이 개X끼야! 크하하하하―!”

미간을 잔뜩 찌푸린 에디린은 손을 들어 카시드를 손가락질하며 묻는다.

“아벨. 저것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비트칸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다.

“그리고 도대체 지금 누굴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이더냐?”

꽈악―!

아벨은 대답 대신 유게네스의 검 자루를 꽉 쥔다.

분노로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간신히 질문에 대답한다.

“……어마마마의 가문이다…….”

그 말에 두 사람 다 깜짝 놀란다.

“뭐?! 그들이 왜 여기에?!”

“그들은 제국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더냐?!”

아벨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제국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도대체 왜 저기서 인질로 잡혀있다는 말이더냐.

“……설마……?!”

그때 아벨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생각이 말이다.

아벨의 혼잣말을 들은 카시드는 다시 한 번 대폭소를 터트리며 아벨을 비웃는다.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마야! 이 새X! 생각한 거보다 더 멍청하잖아?! 푸하하하핫―!”

불길하면서도 대단히 거북했다.

속이 울렁거리고 당장 그 역겨움에 구토를 할 것만 같다.

‘……설마…… 정말 네 녀석이…….’

이 일을 가능하게 할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제국에서 그의 허락 없이 12 대귀족 중 한 가문이었던 저들을 납치한다는 건 불가능했으니.

그것도 그 짧은 시간에.

“……이럴 수가…….”

그때 에디린은 분노로 방방 뛰며 소리친다.

“설마 크리스찬! 그 개X끼가 배신한 거 아냐?!”

비트칸도 맞장구친다.

“그 음침한 새X가 저지른 게 분명하다! 그 새X는 너와 맹세의 마법을 안 했으니 말이다! 제기랄! 그 개자식이!”

순간 아벨에게 크리스찬을 너무 믿지 말라고 말하던 얀 국왕이 떠오른다.

홱―!

고개 돌려 제국 쪽으로 바라보는데.

“아벨! 딴생각 말아라! 넌 이곳에서 어디에도 못 가!”

그러면서 옆의 사검대 검사에게 내리치라는 듯이 왼손을 올렸다 내린다.

그러자 곧바로 사검대의 검사도 반응을 보인다.

휙―!

촤아아아악―!

“……?!”

카시드가 경고의 의미로 사검대 검사를 시켜 인질 한 명을 죽인 것이었다.

떨어지는 가족의 머리통을 보자 두려움에 크리스피 백작가의 사람들은 미친 듯이 몸부림친다.

“으으으음―!”

“음음음음―!”

“으으으으윽―!”

가족을 끔찍이 생각하던 수잔 황비였다.

그것에 영향을 받아 소설 속 아벨은 도움이 필요한 자신을 철저히 외면하던 크리스피 백작가 사람들을 미워하기는커녕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오히려 안쓰러워했었다.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모두 죽여 버릴 것이다!”

그 경고의 말에 아벨에게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

마력이 섞이지 않았음에도, 그 두꺼운 방어막을 펼쳐놓았음에도 그 살기만으로 숨이 턱하고 막힐 것만 같다.

“어허라 이 새X가! 아직 정신 못 차렸나!”

그래서 손을 들어 한 명 더 죽이려고 하는데.

“잠깐!”

아벨의 외침에 멈춘다.

“그래서! 내게 원하는 게 뭔가?! 말하라! 카시드!”

기다린 말이었다.

씨익― 양쪽 입꼬리가 찢어질 듯이 솟구쳐 오른다.

“내가 원하는 거?! 그게 뭐일 것 같은가?!”

당연히 내 목숨이겠지.

알지만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러자 참지 못한 카시드가 좋다고 나불거린다.

“이 X신 같은 놈아! 두 팔과 두 눈! 그리고 그 역겨운 혀도 내놓아라! 그럼 살려는 주지! 하하하하―!”

카시드는 아벨이 사랑하는 어머니의 가문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내놓을 것이라 확신했다.

“어서! 어서 내놔! 이들을 살리고 싶다면!”

혼자 좋다고 떠들어대는 카시드를 노려본다.

‘카시드…… 뭔가 네놈이 대단히 착각하는 거 같은데…….’

당연히 카시드는 대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아벨은 이딴 곳에서 목숨을 잃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물론 두 팔도, 두 눈도, 그리고 혀도.

예전 아벨의 기억 때문에 죄책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소설에서 저들은 아벨의 아픔을 평생, 철저히 외면하던 자들이었다.

수잔 황비의 가문이라 내가 꼼짝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네놈은 지옥에서 영원히 후회하게 될 것이다.

‘꼭 그렇게 만들어 주지……!’

《오른쪽 끝 20대 초반의 두 여자, 그 두 여자만 우선하여 구한다. 나머지는 죽어도 괜찮다.》

수잔 황비의 막내 쌍둥이 여동생들이었다.

그녀가 끔찍이도 아끼는 여동생들이었는데, 아벨은 두 여자만 먼저 살리기로 했다.

‘여길 어서 정리하고 다그니스로 가야 해.’

분명 이동 워프를 사용한 미스라임의 군도 문제가 생겼을 것이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아덴의 검사들을 보니 대부분은 그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제기랄……!’

자신의 안일함을 탓한다.

《내가 순간이동으로 두 사람을 구하겠다. 그리고 저 방어막을 안에서부터 부술 테니 에디린은 카시드를, 비트칸은 내가 두 여자를 데려오면 보호해라.》

두 사람이 조금은 놀란 얼굴로 고갤 돌려 아벨을 바라본다.

“……?”

정말 두 사람만 살리면 괜찮냐는 의미였다.

카시드는 두 사람이 아벨에게 정말 카시드의 말을 따를 것이냐고 묻는 듯 보여 이상한 걸 느끼지 못한다.

“어서 정해라! 아니면 네놈의 귀중한 가족들을 다 죽일 생각이더냐!”

《셋에 시작하겠다. 하나, 둘.》

에디린은 검을 쥔 손에 힘을, 비트칸은 스태프에 마력을 흘린다.

《셋.》

수악―

아벨은 순간이동 하자마자 두 쌍둥이를 잡고 있던 사검대 검사 둘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목을 잘라버린다.

휙―

촤아아악―!

한 번의 휘두름으로 두 사람의 목을 잘랐다.

“……?!”

그리고 두 사람을 붙잡고 하늘로 떠오르며 방어막을 향해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콰지지지지직―!

단번에 다섯 겹의 대드래곤용 방어막이 박살이 났다. 대드래곤용 방어막이라고 하더라도 그 대상이 웜급이었으니, 에이션트 드래곤의 강함을 지닌 아벨에게는 당연히 무용지물이었던 것이었다.

파지지지지직―!

구오오오오오―!

아벨이 사라지자마자 에디린은 뇌신雷神의 분노에 찬 흉포한 아우라를 내뿜으며 땅을 박찼다.

카시드의 그 재수 없는 얼굴을 더는 견디기 힘들던 차였다.

살기 짙은 미치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카시드를 향해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의 비기를 쓴다.

에디린이 하얗게 물들었고 그녀 주변에서 엄청난 뇌기로 두 눈이 따가웠다.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

제2식

연속벽력連續霹靂

아무리 에이션트 드래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신 아그네스는 그녀를 인간들 중 최강으로 만들어 주었다.

“……?!”

아벨보다 약할 뿐이지 결코 이 버러지 같은 것들과 비교당할 바가 아니었다.

“감히 내 남자를 비웃었겠다!”

번쩍―!

파지지지직―!

“아, 안 돼에에에에에에에―!”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왕자 저하!”

단 한 방이었다.

단 한 방에 소설에서 검왕劍王이란 칭호를 가지고 있던 그가, 주인공 아벨의 최대 라이벌이자, 최대 악역이 바퀴벌레 터지듯이 허무하게 터져 죽었다.

그 사이 아벨은 비트칸에게 혼절한 두 여자를 건네준다. 그리고 곧장 아벨도 뛰쳐나간다.

솔직히 이들을 죽이는 데 10초, 아니 5초도 안 걸렸다.

이미 에디린이 인질을 잡고 있던 사검대 검사들을 아우라로 붙잡아 꼼짝도 못 하게 만들어 뒀기에 그 벌레 같은 것들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마, 말도 안 돼…….”

그들은 예상과는 달리 아벨이 인질을 그리 중요시하지 않는 것과 카시드가 한 방에 죽은 뒤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다.

“미친놈들. 말도 안 되긴 뭐가 안 돼. 너흰 그냥 오늘 개죽음당하는 거야.”

12성 검사는 초인超人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11성 검사 열이 와도 12성 검사에게 안 됐다. 그 정도로 인간들 사이에서는 12성 검사는 절대적인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에이션트 드래곤의 강함을 지니고 있던 아벨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니, 순식간에 사검대 검사들은 징벌을 받아 죽어 나간다.

그러다 인질 몇 명이 죽긴 했지만 아벨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 단 한 명 남았다.

그 단 한 명 남은 사검대의 대장인 듯한 늙은 검수가 소리친다.

“아벨!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놈아! 너는 가족이 죽어도 괜찮다는 거냐?!”

아벨은 대답 대신 그에게 벼락으로 화답한다.

파지지직―!

콰콰쾅―!

그 역시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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