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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56화 (156/178)

제156화

156화. 청혼(2)

혼인 서약이 끝나고 이 지루하고 성대한 결혼식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스에는 사라졌군.’

아무리 찾아봐도 그리스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

다른 신들과는 달랐던 에크네의 뜻에 따라 그들을 떠났을 수도 있었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걸 숨기기 위해 일부러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맹세의 마법 때문에서라도 그들을 돕지 못하겠지.’

숨어 있어도 상관없기는 했다. 본인과 맺은 맹세의 마법 때문에 해를 끼칠 짓은 할 수 없을 테니.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은 매력적인 카드지.’

확실히 그리스에는 그들에게도, 자신에게도 매우 좋은 카드였다.

아벨의 입장에서도 그리스에를 쓰지 못한 건 역시 정말 아쉬웠다.

‘이번 일은 신속하면서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해.’

급할 건 없다 할지라도 아직 적들이 정확히 파악 못 하고 있는 이때 정신 못 차리게 한 뒤 최대한 전력을 꺾어 놔야 했다.

‘작가 네놈이 모두 들어준다고 했겠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들어준다고 하니 이젠 수잔 황비도 데려가고 싶었다.

‘나도 참 나쁜 놈이군…….’

다른 여자들은 생각하면서 아벨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아벨이 없으면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수잔 황비를 잊고 있었다니…….

작가를 어떻게든 설득해 데려갈 생각을 한다.

‘이거 참…… 잘하면 작가한테 빌어야 할지도 모르겠어…….’

빌어서라도 가능하다면 무릎 꿇고 싹싹 빌 것이다.

그것도 안 된다면, 이미 구해놓은 마왕의 뿔과 세계수를 이용해서 차원 이동 마법을 쓸 생각을 해본다. 수잔 황비는 능력을 보존할 필요가 없어서 이젠 구할 수 없는 에이션트 드래곤 하트가 없어도 마법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든 가능할 것이다.

‘아무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걱정도 많았지만 그것만큼이나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함도 느끼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옆에서 함께 결혼식을 참관하고 있는 사나를 바라본다.

은빛 은하수와 같은 긴 생머리, 앞으로 펼쳐질 행복한 미래에 관한 설렘과 기대감에 반짝이는 예쁜 눈동자와 분홍빛 뺨.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두근―

가슴이 뛴다.

마치 그 심장 뛰는 소리가 다른 이에게 들릴 만큼 크게.

‘……사나…….’

어서 빨리 미스라임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아벨도 말은 전략적인 결혼이라고 했었지만 그 역시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처음엔 소설 속 캐릭터일 뿐이었다.

‘……하지만 함께 지구로 간다면 그땐 현실 속 인물이 되는 거지…….’

자신이 언제 사나만큼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하는 걸 상상이나 했겠는가.

절대 절대 상상도 못 했었다.

죄책감과 빚에 찌들어 살아야만 했던 불행하기만 했었던 삶이었는데.

‘……이젠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항상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운이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드래곤들이 다 사라진 이상 자신을 막을 존재는 결코 없었다.

그래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주신 아그네스가 내려준 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그때였다.

“이로써 정의의 신 타티스의 이름으로 티레시아스 제국의 황제 크리스찬 요한센과 황후 레이첼 아이테르너스의 결혼식을 마치겠습니다.”

여러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때에 드디어 황제의 결혼식이 끝이 났다.

크리스찬이 일부러 식을 축소한 것 같았다. 필요 없는 절차들을 다 없앤 게 확연히 느껴졌다. 심지어 결혼 이후 있었던 무도회도 없앴다고 들었다.

크리스찬의 간소한 성격을 볼 수 있었다.

진행하던 대신관이 말한다.

“오늘의 모든 예정이 끝났으니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아벨은 수잔 황비에게 말한다.

“가시죠. 어마마마.”

수잔 황비는 이제 곧 자기 아들도 결혼한다는 생각에 얼굴이 밝아 보였다.

환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꾸나.”

아벨과 수잔 황비가 일어서자 다른 이들도 따라 일어섰다. 다른 이들도 방을 아벨의 방 주변으로 배정받았기에 모두 함께 움직인다.

수잔 황비를 포함해 모두 요한센 백작성에서 조금 떨어진 저택을 오늘 새로이 따로 배정받았다. 그래서 마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광장을 지나칠 때였다.

어제 지나갈 때 보았던 하베츠의 그 비참하고 참혹한 몸뚱어리를 볼 수 있었다.

거대한 기둥에 몸이 가시철사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조롱의 의미로 가시관을 만들어 씌워 놓았고.

까마귀들이 날아와 몸을 쪼아 먹는다. 그 비참한 몸뚱어리를 신관들이 돌아가면서 치료하고 있었다.

백성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가락질을 한다.

성군이 될 수 있었던 세르지 폐하를 죽였다면서.

제국을 망하게 할 뻔했다면서.

수잔 황비가 그 끔찍한 모습에 고개를 돌린다.

‘아이작 백작. 아무리 그래도 이건 도가 지나친 거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가 지나친 것 같았다.

아무리 세르지를 사랑했다고 하더라도.

‘크리스찬에게 말을 해 봐야겠어.’

새로운 황제의 관대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하베츠의 저 참담한 삶을 끊어 주는 게 나을 듯했다.

‘저 앞에서 다이나 황후를 죽인다니. 그러한 것을 막지 않은 최고 대신관도 악질이군.’

아니. 오히려 즐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아이작 백작을 부추겼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타티스라는 신은 악질 중의 악질이었으니까.

* * *

다이나 황후의 참수형을 모두가 함께 보았다. 부상자들까지 싹 다 불러서 말이다.

앞으로 반란 분자들은 절대 용서치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인 듯했다.

그곳에는 마족 멸살 원정에 참여했던 드로즈도프 공작가의 사람들도 꽤나 있었는데, 모두가 처참한 심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욱―!”

내내 죽은 사람처럼 있었던 하베츠도 다이나 황후가 죽기 직전만큼은 뭐가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지 혀가 잘린 입으로 알 수 없는 소리를 냈었다.

굉장히 억울하다는 얼굴이었는데, 그 억울해하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자신은 아무 죄가 없다는 듯한 억울함.

일부러 멀쩡하게 남겨둔 그 눈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피눈물 흘리는 눈으로 아이작 백작을, 최고 대신관을 당장에라도 죽일 듯이 노려본다.

하베츠의 그 잔인함과 비인간성을 잘 알고 있었던 아벨도 불쌍하게 느낄 정도로 끔찍하고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쎄에에에엑―!

사형 집행자가 기요틴의 줄을 놓은 것이었다.

얼마나 날을 잘 갈았는지 마치 거울처럼 반짝반짝했다. 구경하는 모든 이들의 얼굴이 그 거대한 칼날에 스쳐 지나간다.

서걱―!

단번에 다이나 황후의 목을 잘라냈다.

대굴대굴―

그녀의 머리가 대구루루 굴러간다.

그러다 멈춘 그녀의 얼굴을 보니 하베츠와는 대단히 대조적이었다.

안도감.

더 이상 끔찍한 아들의 몰골을 보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어린 얼굴이었다.

반면 하베츠는 그도 자식이긴 자식이었는지 다이나 황후의 목이 떨어지자 미친 듯이 발광을 한다.

“우우욱―! 우우우우우욱―!”

한참을 그렇게 발광을 하다 군병들이 그의 몸에 창을 찔러 넣자, 이내 잠잠해진다.

피가 콸콸 새어 나온다.

그리고 곧바로 신관들이 그의 뚫린 몸에 회복 마법을 시전한다. 그러자 살이 다시 메워지며 흐르던 피가 멈춰진다.

욱―!

누군가가 너무 역겨워 다급히 입을 막는다.

‘확실하게 말해야겠어. 역겨워도 너무 역겨워.’

그 혐오스러움에 모두가 인상을 찌푸린다.

드륵―

가장 중앙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크리스찬이 일어서자 다른 이들도 따라 일어서기 시작한다.

“폐하.”

아벨은 떠나려는 그를 붙잡는다. 그리고 수잔 황비와 사나가 아벨 옆으로 온다.

크리스찬이 돌아보자 예를 갖추며 말한다.

“황제 폐하. 폐하께 허락을 구할 것이 있습니다.”

허락을 구한다고 했었지만, 보고의 성격이 짙었다.

크리스찬은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말하라.”

“제가 미스라임의 공주 사나 카르하와 미스라임에서 혼인을 치를까 합니다.”

아벨의 말에 크리스찬은 덤덤한 별 동요가 없는 얼굴이다. 반면 아이작 백작과 최고 대신관은 허를 찔렸다는 듯이 얼굴이 굳어진다.

“그래? 알겠다.”

크리스찬은 예상대로 순순히 허락한다.

하지만 아이작 백작과 최고 대신관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식을 치르고 돌아오는 겁니까?”

“아닙니다. 제가 제국에 남아있다면 폐하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싶어 미스라임에서 지낼까 합니다.”

“수잔 황비까지?”

이번엔 수잔 황비가 대답한다.

“아벨은 함께 하자고 하는데 저는 제 고향으로 돌아올까 합니다.”

그 말에 화색이 돋는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그래야 아벨 황자께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으시지.”

굉장히 찜찜한 말이었다.

속으로 이 새X들은 절대 믿어선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마마마를 다시 설득해야겠어.’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다프네도 설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 가시는 겁니까?”

“지금 바로 출발할까 합니다.”

그 말에 아이작 백작과 최고 대신관은 크리스찬을 바라보는데, 이번에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한다.

“감사합니다. 폐하. 아 그리고 폐하께 하나 조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하라.”

“저 흉물스러운 것을 없앰으로 폐하의 관대함을 백성들에게 보여주심이 어떻습니까? 혹여나 저 끔찍한 것을 보고 사람들이 폐하의 정의로우심을 의심할까 걱정이 됩니다.”

“……?!”

아이작 백작과 최고 대신관은 아벨의 말에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진다.

두 사람의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피식―

크리스찬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아이작 백작과 최고 대신관을 바라본다.

“어떤가? 아벨 황자의 생각이?”

아이작 백작이 대답한다.

“저는 하베츠만큼은 남기어 모든 이들에게 반역을 시도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고 대신관도 동의한다.

“저 역시 아이작 백작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끔찍하긴 하나 분명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는 이번엔 아벨을 바라본다.

“그렇다는군.”

크리스찬은 아벨보다는 이 둘의 말을 더 신뢰하는 듯하다.

아벨은 그 아름다운 얼굴을 마치 구겨진 종이마냥 구긴다.

저 빌어먹을 기생충 같은 것들 때문에 그토록 정의로웠던 크리스찬을 망쳐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설득하려는데.

“폐하. 하지만―”

그때 아이작 백작이 말을 끊는다.

“황자 저하. 미스라임으로 떠나려면 많이 바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최고 대신관도 돕는다.

“황자 저하께서 걱정할 일이 아닌 듯합니다. 폐하께서 알아서 할 일이니 더는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시지요.”

그리고 심지어 크리스찬도 몸을 돌리는데.

“앞으로 미스라임에서 편히 지내려면 제국의 일에는 신경을 꺼야 할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면.”

“……?!”

아벨은 크리스찬의 말투에 충격을 받았다.

결혼식에서 느꼈던 그 차가움을 다시 느낀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의 내용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말이었다.

확실히 아벨이 좋은 뜻으로 의견을 전한다 하더라도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황제를 우습게 보고 간섭한다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저 둘이 있는 이상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어쩔 수 없이 크리스찬만 믿어야겠군…….’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그저 크리스찬을 믿을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럼 전 미스라임으로 떠나보겠습니다.”

그런 후 그의 등에 대고 살짝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다.

“부디 폐하의 제국을 만드시기를.”

진심이었다.

소설에서의 그 정의로운 크리스찬이라면 분명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올바른 제국을 만들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크리스찬이 소설에서의 그 정의로움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무조건.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면 너를 내가 아무리 좋아했다 하더라도 죽여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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