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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52화 (152/178)

제152화

152화. 연기(4)

놀라는 레이첼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명을 내린다.

“그러면 분명 제국의 두 기둥 중 하나를 제거할 수 있을 거라며 대단히 반길 것이다. 나를 욕망에 눈이 먼 X신 취급하면서 말이다. 훗― 그 연놈들이 들떠 있는 그때 아벨의 약점에 대해서도 알려줘라. 제국엔 아벨과 맹세의 마법을 한 자들이 너무 많아 제약이 있기에 내가 차마 어쩌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너는 마치 아덴에 미련이 있는 것처럼 연기해. 내가 너무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제국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연기하라는 말이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그 모든 게 결국엔 자신과 크리스찬의 제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러면 의심하지 않겠군요…….”

“그래. 앞으로도 계속 연기해야 할 것이다. 아덴이 멸망할 때까지.”

“네…… 그런데 약점이요……?”

“아벨은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지.”

“……?”

씨익―

진한 살기가 깃든 미소가 입가에 그려졌다.

“아덴에서 아벨의 여자들을 납치하게 만들어라.”

“아!”

“재밌게도 아벨의 약점이 무려 넷이나 있단 말이지. 그 드래곤 X을 뺀다고 하더라도.”

그중 하나만 얻어도 아벨은 알아서 목숨을 바칠 것이라 생각하던 아이작 백작이었다.

“그런데…… 그 X들에게 아벨과 드래곤들이 꼭 붙어있을 텐데…… 과연 가능할까요……?”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어떻게……?”

“아직 아벨은 우리의 생각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제국에 있는 동안은 방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놈의 빌어먹을 맹세의 마법 덕분에. 아무리 크리스찬이 맹세의 마법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까 말했듯이 수많은 우리 쪽 무인들이 아벨과 맹세의 마법을 했으니 말이다. 절대 자신을 공격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 거다.”

“그렇다면……?”

“네가 이것 역시 나서서 도와야겠다. 아덴이 쉽게 제국에 들어올 수 있게. 아벨의 여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그의 입가에서 잔혹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네 어미의 욕심에 감사해야겠군. 후후― 하늘이 우릴 돕고 있어.”

이제는 주신 아그네스도 자신들을 돕는다고 느껴졌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없을 것이다.

아벨과 아덴을 동시에 없앴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러한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을 것이었다.

‘물론 크리스찬이 화신체가 된다면 당연히 아벨 따위는 이기겠지만, 이참에 아덴도 정리할 수 있으니. 잘 됐어.’

사실 이번 일은 주신 아그네스에게도 좋긴 했었다.

아덴이 무너져야 키빌리를 따르는 자들을 이 대륙에서 쉽게 지워낼 수 있을 테니.

반면 아벨은 계획에 없던 일 때문에 조금 힘들겠지만.

댕― 댕― 댕― 댕―

그때 정오를 알리는 탑의 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돌아가서 곧바로 황비에게 연락하거라. 마치 비밀리에 하는 것처럼.”

사실 지금 이러한 명을 내리는 이유는 오전에 마족 원정대에서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벨을 따라간 부하의 말에 따르면 마왕과 마족은 진즉에 다 죽였고 마물들만 없애면 끝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 마물들의 수가 너무나 많아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드래곤들의 힘이 줄어든 것 같다라.’

그것 또한 주신 아그네스가 이젠 크리스찬을 돕는다고 생각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신과 비긴다는 에이션트 드래곤들이 갑자기 인간 정도의 힘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힘도 어마어마하게 강했었지만 말이다.

머리가 좋은 아이작 백작은 곧장 그들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깨닫는다.

‘훗― 재밌군.’

자신이 직접 봐야 알겠지만 무려 3일이나 이어지는 긴 전투에서 끝까지 드래곤 본연의 힘을 쓰지 않았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음이 틀림없었다.

* * *

그로부터 무려 4일이 더 걸렸다.

총 일주일 동안 마물들과의 전투가 이어진 것이었다.

처음 출발은 672명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326명 절반 정도밖에 안 됐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굉장히 많이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물들의 수가 끝이 없어 보일 정도로 많았던 것이었다.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결코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이.

그렇다 보니 살아 돌아온 모두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포션을 충분히 먹었었지만 걸으면서도 잠이 들 정도로 모두 지쳐있었다. 그리고 포션으로 치료가 안 되는 팔이나 다리가 잘린 자들도 많았었고.

지치고 부상당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마족들과 마물들을 멸살시키고 돌아온 용사들을 환영할 분위기가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은 치료부터 하기로 한다.

각국에서 파견 나온 신관들이 부상자들을 곧바로 임시 치료소로 이동시킨다.

“신관! 어서! 어서 다친 사람들을 이동시켜!”

성한 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결국엔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것은 아벨 덕이 컸었다.

아벨만이 7일을 쉬지 않고 싸운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에디린, 비트칸도 휴식을 한 번 가지고 아벨을 도와 싸웠었다.

‘너무 자만했었어…….’

아벨은 유일하게 쉬지 않고 싸웠음에도, 더 일찍 못 끝낸 것에,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지 못한 것에 자책하고 있었다.

자신도 에이션트 드래곤에 육박한 강함을 지녔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전투를 해보자 예전 에디린이나 비트칸이 보여줬었던 그런 절대적인 위용은 보이지 못했었다.

‘확실히 소수에게는 강한데 다수의 적에게는 부족함을 보이는군…….’

하지만 솔직히 이젠 광역 공격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상관없긴 했다.

앞으로 실질적인 적이 될 수 있는 무인들 거의 대부분이 맹세의 마법으로 인해 자신에게 피해를 끼칠 수 없었으니까.

‘맹세의 마법을 해놔서 다행이군.’네

정말 맹세의 마법을 미리 많은 무인들과 해놓은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크리스찬을 직접 선택했다라. 이 새X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무슨 더러운 꿍꿍이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크리스찬은 ‘정의의 검’이라 불릴 정도로 정의로운 자였다.

쉽게 그 더러운 속셈에 넘어가진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본인도 몰랐던 눈치였어.’

크리스찬도 전투가 끝난 후 자신이 황제로 선택되었다는 소식에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이 깜짝 놀랐다.

그 깜짝 놀란 얼굴이 떠오르자 자연스럽게 원래대로라면 황제가 되었어야 할 세르지가 떠올랐다.

‘정말 불쌍하구나. 어떻게 하베츠 따위 때문에.’

세르지와 많이 가까워졌었기에 자신이 원래 세계로 돌아갔을 때, 그래도 세르지가 황제가 되어 이 에브니아 세상을 잘 다스리길 바랐었다.

‘지켜봐라. 세르지. 내가 널 죽인 신들의 존재를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릴 테니.’

들리는 이야기로는 하베츠가 블루 드래곤과 그린 드래곤을 데리고 갔다고 했다. 블루 드래곤과 그린 드래곤이라면 역시 아덴의 신이자 풍요의 신 키빌리의 명을 받은 드래곤들이었다.

‘역시 아덴이었던 건가.’

루드스에서부터 아덴은 항상 아벨과 악연이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카시드가 아벨의 가슴에 검을 꽂아 넣었으니 소설에서부터 그 지긋지긋한 악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타네르, 필리즈 말고는 여차하면 모두 죽여도 되겠어.’

그래도 인연이 있었던 두 공주 타네르와 필리즈는 웬만해선 죽이지 않기로 한다.

‘물론 너희 둘도 내 적이라면 죽여야겠지만…….’

마족들이 아닌 인간들도 죽여야 할 수 있다는 현실에 순간 씁쓸해졌다.

옆에서 묵묵히 따라오는 지혜의 신 에크네의 화신체 예언자 그리스에를 본다. 그녀는 어쩌면 벌써 에크네에게 언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너도 참 딱하구나…….’

그녀는 무엇보다 화신체였다.

주신 아그네스교를 제외하고 모두 없애라고 했으니, 그녀는 언질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어쩔 수 없이 무조건 제거해야 했었다.

‘이 빌어먹을 작가 놈.’

뭐? 자신의 소중한 꼬봉들?

‘스스로가 에브니아를 망치는군.’

저런 것이 신이라고 섬기고 따라야 하는 에브니아 사람들이 불쌍했다.

‘……지구의 사람들도 다를 바 없나?’

그러고 보니 지구도 다를 것 없어 보인다.

거기 신도 개점휴업 중인 것 같았으니.

‘그런데? 지구의 상황이 바뀌었다고? 신의 변덕으로?’

그러면서 지구에서도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대체가 뭐가 뭔지…….’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아이작 백작성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 연회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부상이 크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로 이동했다.

“이쪽으로.”

사용인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 들어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였었다.

“아벨!”

누구보다 먼저 수잔 황비가 뛰어온다.

“저하!”

그리고 아르시아.

“저하…….”

마지막으로 성녀 다프네가 조심스럽게 아벨에게 다가왔다.

아벨은 달려오는 수잔 황비를 안아준다.

수잔 황비는 다른 이들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사지死地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 아들이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는 아들의 품에서 흐느껴 울었다.

“정말 고생 많았어……! 정말로……!”

안 그래도 적들이 많은 아들이 용사라는 이유로 그 사악하고 강력한 마족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 했을 때 걱정이 돼서 심장이 남아나질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야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차라리 황제가 되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벨이 황제가 됐다면 또다시 공격받고 또다시 누군가와 싸워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 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됐다면 또다시 항시 걱정하는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었다.

“…….”

아벨은 자신의 품에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수잔 황비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죄송합니다…… 제 욕심 때문에 앞으로도 힘드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죄송스런 마음으로 한동안 수잔 황비를 안고 달랜 후, 역시 대단히 걱정했었던 아르시아와 다프네와도 인사한다.

“잘 지냈느냐?”

두 사람의 얼굴은 살짝 달랐었는데, 역시 다프네는 주신 아그네스께 들은 것 같았다.

아르시아는 수잔 황비처럼 안도감, 다프네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네. 잘 지냈어요. 저하도 잘 지내셨죠?”

“저도 잘 지냈어요. 물론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만.”

역시 두 사람과는 이따 따로 이야기를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은 앉자. 이따가 따로 더 이야기하자꾸나.”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에게 이따가 좀 더 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자리에 앉는다.

아벨의 자리는 가장 상석이 아니었다. 가장 상석은 이제 황제가 된 크리스찬이 차지했다.

크리스찬은 복귀하면서 황제가 된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상석에 가 앉는다.

그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둘러본다.

모두가 자리에 앉고 정리가 된 듯하자 최고 대신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꺼낸다.

“우선 이 에브니아의 절대악絕對惡인 마왕과 마족, 마물들을 멸살시켜준 모든 용사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면서 꾸벅 고개를 숙인다.

“앗! 최고 대신관님!”

“어찌 최고 대신관님께서!”

“저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서! 어서 일어나시지요!”

한 왕국의 국왕과 동급인 최고 대신관이 자신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자 몇몇은 감격한 모습을, 어찌할 바 모르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만류에도 최고 대신관은 잠시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일어나서는 말을 이었다.

“이번 원정에 참여한 모든 분은 본국으로 돌아가시면 충분한 보상을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아 물론 아덴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7인의 성검사에서도 챠빌이나, 버림받았지만 리차드도 아덴 출신이었던 것이었다. 아덴 출신이 아주 극소수였지만 몇 있었다.

“아무튼 오늘은 여러분들이 많이 피곤하실 테니 짧게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말씀드리고 마치겠습니다.”

다들 그 일정이라는 소리에 최고 대신관보다는 상석에 앉아 있던 크리스찬을 바라본다.

그 일정이라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은 역시 황제 대관식일 테니.

크리스찬은 생각보다 매우 담담하게 그리고 근엄하게, 마치 원래부터 황제였던 것처럼 상석에 앉아 있었다.

‘맞는 옷을 입은 것 같군.’

누군가의 생각처럼 그 모습이 정말 어울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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