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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50화 (150/178)

제150화

150화. 연기(2)

“저주하겠어!! 지옥에 가서라도 네놈을 내가 저주하겠다!! 네놈은 결코 이 에브니아에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을 거란 말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악―!”

베리알의 육체와 영혼이 산산조각이 나, 마치 깨진 유리 조각처럼 반짝이며 부서져 간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의 고통에 찬 비명은 깊고 높은 메아리가 되어 사라져갔고 그가 갖고 있던 엄청난 마기는 검붉은 회오리바람이 되어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당연히 이렇게 됐어야 했어!’

애초에 이렇게 됐어야 했다.

배신 따위 당해 저런 허접한 것 따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드디어 작가에 의해 잘못 쓰인 내용을 바로잡게 되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마왕이라 그런지 다른 마족들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게 오랫동안 울부짖으며 천천히 사라져 간다.

그 사라져 가는 모습을 마물들과 인간들은 멍하니 바라만 봤다.

그리고 그때.

파밧―

세상이 잿빛으로 변했고 모든 게 일순 정지된다.

[독자 최주원 님께서 용사의 사명을 완료하셨습니다.]

[작가 ‘난좋은작가’께서 입장하셨습니다.]

“…….”

예상했던 바였다.

예상했던 대로, 처음 아벨이 됐던 그때처럼 허공에 푸른 글씨가 써 내려져 간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최주원 님.]

“그래. 오랜만이군.”

[어떠십니까? 소설의 완결을 쓴 느낌이? 주원 님 생각에는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결말이라 생각되십니까?]

이 말은 예상외의 말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좋아할 결말이라니?”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휴― 아닙니다. 전부 제 불찰입니다. 최소한 소설 내용이라도 전과 다르게, 완전히 새롭게 바꿔놨어야 했는데.]

작가의 뒤늦은 불평에 미간을 찌푸린다.

“너무 쉬웠다 이 말인가?”

[당연하지 않습니까? 지금 아벨처럼 새파랗게 어린놈이 마왕과 마족 모두를 죽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뿐만 아니라 인간이 적이어야 할 드래곤들을 이용해서?]

듣고 보니 작가의 불평을 이해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솔직히 매우 싱겁게 끝나긴 했었다.

“훗― 그래. 내가 소설의 내용을 다 알고 있던 게 영향을 끼친 것 같군. 그래서 말인데, 너에게 하나 제안할 것이 있다.”

[무얼 말인가요?]

“지금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원하는 걸 말해봐라. 그걸 이뤄주고 떠날 테니. 물론 나도 그것에 대가를 받을 생각이고.”

그의 말대로 신과 비긴다는 에이션트 드래곤 2마리가 함께했기에 별 부담은 안 됐다.

[왜요? 저 에디린이란 발칙한 X과 케이, 사나, 아르시아와 함께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서?]

역시 그는 알고 있었다.

“잘 아는군. 거기다가 우리는 지금의 능력을 갖고 가길 원한다.”

[뭐 상관없으려나?]

“……?”

[좋아. 어차피 주원 님은 능력을 갖고 돌아가는 방법을 아는 것 같으니, 그런 거 다 필요 없이 방금 말한 그 넷과 함께 능력도 갖고 돌아가게 해 드리죠. 물론 주원 님의 어머니도 살려드리고.]

생각보다 너무 술술 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인가……?”

[네. 정말이에요. 어차피 돌아가면 그 정도 능력이 있어야 살 수 있을 거거든요. 지금 지구 상황이 그쪽 신의 변덕으로 예전과 좀 많이 바뀌어서. 아무튼. 그건 그거고. 좋습니다. 제가 원하는 바를 알려드리죠.]

뭐? 지구의 상황이 바뀌어?

[제가 원하는 바는 별거 없습니다.]

변태적인 그가 생각보다 훨씬 더 선심 쓰는 듯하자 분명 마족 멸살만큼이나 어려운 부탁이라는 걸 직감한다.

“……?”

[드래곤들은 됐고. 이 에브니아에서 저를 따르는 주신 아그네스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들을 없애주시지요.]

“뭐라고?!”

[다시 말해 저를 제외한 다른 하위 신들을 믿는 것들을 이 세상에서 지워달라는 말입니다. 제가 유일신으로 남기 위해.]

그 말을 듣고 의문이 생겼다.

“그건 네가 다른 하위 신들을 없애면 되지 않나? 그게 훨씬 빠를 텐데?”

[뭐 물론 그럴 수 있죠. 하지만 그것들이 그래도 제게 소중한 꼬봉들이어서 말입니다. 진짜 생각보다 저와 친하거든요. 그것들이 징징대면서 살려달라고, 제발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빌면 그만 제 마음이 약해져 버리고 말아서. 후…… 그래요. 다 제 잘못이죠. 하지만 그래서 저는 불가능해요. 그것들을 죽이는 것을. 그러니 주원 님께서 이 땅의 그것들을 믿고 따르는 벌레 같은 것들을 없애 주시지요.]

이해됐다.

뭐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거라 생각은 했다.

“그런데 드래곤들은 왜? 드래곤들이야말로 신의 대리인이라 불리며 따르고 있지 않나?”

피식―

입꼬리 올리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다.

[드래곤들까지 부탁하면 제가 염치가 너무 없으니. 그것들은 제가 없애 드리겠습니다. 싹.]

“……?!”

[단 하나도 빠짐없이.]

깜짝 놀라 묻는다.

“에디린과 비트칸도?!”

[선택권을 주겠습니다.]

“무슨?!”

[드래곤으로 남을 것인지 아님 인간이 되어 주원 님과 지구로 갈 것인지. 물론 드래곤으로 남는 걸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저것들은 몇 분 뒤에 드래곤들 모두 죽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겠죠.]

소름이 쫘악 온몸에 발진처럼 돋는 걸 느낀다.

조심스럽게 묻는다.

“……언제 물을 것이지……?”

[지금.]

수악―

“어?!”

“……?!”

에디린과 비트칸이었다.

그들도 ‘난좋은작가’가 만든 공간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들리느냐?]

그 평범한 음성에 두 에이션트 드래곤은 굉장히 괴로워한다.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억―!”

“커억―!”

반면 아벨은 몸은 괜찮았지만 대신 입이 굳게 닫혀 말을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저 두 드래곤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나약한 것들.]

고통스러운, 일그러진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 소리친다.

“주, 주신 아그네스?!”

“갑자기 왜 강림하셨습니까?!”

그들의 의문을 깨끗하게 무시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에디린은 아벨, 즉 최주원 님께서 이세계인이라는 걸 잘 알 테고, 비트칸은 모르겠지.]

“네?!”

[그건 뭐 중요한 건 아니고. 아무튼 내가 너희 둘에게 선택권을 주려고 한다. 감사해라. 최주원 님께 말이다. 저분이 아니었다면 너희들에게 이러한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았을 테니.]

두 드래곤은 홰엑―! 하고 고개 돌려 땀을 뻘뻘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벨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도 소용없었다.

그래서 아벨을 대신하여 주신 아그네스가 말을 잇는다.

[최주원 님께선 앞으로도 에브니아에서 용사로 남아 이 더러워진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용사의 사명을 다 해갈 것이다. 물론 그 정화의 활동에는 끝이 있겠지. 그 완전한 끝이 난다면 그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것이고.]

여전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에디린에게는 마족 멸살 외에도 아직 사명이 남았다는 것이.

비트칸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이제 본론으로 어떤 선택권을 주는지 알려주겠다.]

꿀꺽―

[다름 아닌 내가 줄 선택권은 너희들이 앞으로 드래곤으로 남을 것인지, 아님 인간이 될 것인지다. 왜냐고? 드래곤으로는 주원 님을 쫓아갈 수 없거든. 인간만이 주원 님을 쫓아 그의 세계로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에디린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인간으로 바뀌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는 것입니까…… 예를 들어 드래곤 때 가진 능력이라든지……?”

그녀에겐 아주 중요한 사항이었다.

솔직히 그녀에겐 지금의 그 아름다운 외모보다 지금 드래곤의 능력이 더욱 필요했고 소중했다.

힘이 없이 아름다운 외모로만 남는다면 그건 그녀가 아닐 것이었다. 그녀에게 아름다운 외모도 중요했지만 그것보다 그 외모를 지킬, 빛을 낼 힘이 무엇보다 필요했었으니까.

에디린의 질문의 의도를 잘 알던 주신 아그네스가 대답한다.

[당연히 달라지겠지. 그래도 너희 둘은 에이션트 드래곤까지 올라간 존재들. 인간을 선택한다면, 그 중에선 최강으로 있을 수 있게 해 주겠다.]

“용사만큼……?”

[장난하냐?]

“죄송합니다…….”

[정해라. 검사인지 마법사인지.]

“자, 잠시만!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좋다. 시간을 주지. 난 너그러우니까.]

그러자 두 드래곤은 모여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벨에게 가려고 했다.

“……?”

하지만 무언가에 막혀 아벨에게는 갈 수 없다.

그래서 멈춰서 둘이서만 대화를 시작한다.

“에디린! 주신 아그네스께서 하신 말씀이 도대체 무슨 말이더냐?!”

“워워― 너무 화내진 말아줘.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무슨 사정!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냔 말이다!”

화를 내는 꼬맹이를 짜증 난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래 사정 따윈 변명이고. 아무튼 내가 굳이 당신한테 말해줄 필요 없었잖아? 안 그래? 왜 내가 당신한테 아벨이 이세계에서 온 사람이고 언젠가 이곳을 떠날 것이라고 말을 해줘야 하지?”

휙―!

에디린의 멱살을 잡으려고 했지만 마법을 쓸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리고 키도 부족해 실패한다.

그래서 멱살을 잡으려는 걸 포기하고 다시 소리쳐 묻는다.

“너는! 너는 나에게 이 에브니아에서 함께 진정한 신이 되어보자고 부추기지 않았더냐?!”

“맞아. 진짜로 나는 신이 돼서 아벨과 함께 떠날 생각이었어. 그 계획이 주신 아그네스께 들통 난 것 같지만.”

“이 거짓말쟁이! 사기꾼!”

“허―! 우리가 그런 개인적인 것까지 공유하던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잖아? 왜 그래? 새삼스럽게.”

“제기랄! 네년을 동료라 믿은 내 잘못이지!”

저 소갈머리 없는 좀생이는 아마도 어떤 말을 해도 걸고넘어질 것이었다.

그냥 무시하고 묻기로 한다.

“그래서 어떡할 거야? 여기서 신 노릇 할 거야? 아님 나와 함께 인간이 되어 아벨의 세상으로 갈 거야?”

“넌 벌써 정한 것이더냐?!”

“내가 아벨을 사랑하는 것도 있지만, 이곳 생활은 이제 정말이지 질렸거든. 생각해봐. 우리 여기서 진짜 엄청 진절머리 날 정도로 살지 않았어?”

순순히 인정한다.

“……그렇긴 하지.”

“난 이제 새로운 걸 원해. 그리고 인간들 중 최강으로 만들어주신다며? 그럼 됐지.”

그 설득력 있는 말에 비트칸은 고심한다.

고심하는 그에게 에디린이 쐐기를 박는다.

“근데 난 당신은 안 왔으면 좋겠어. 왠지 당신은 나와 아벨의 행복한 가정을 망칠 것만 같거든. 완전 짐이 될 것 같다는 말이야. 그냥 여기서 신 노릇이나 해. 괜히 따라와서 초 치지 말고.”

“……?!”

그 말이 도발이었는지 아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비트칸의 결정을 앞당겼던 것이었다.

“나도! 나도 따라갈 것이다! 무슨 내가 초를 친다고! 내가 나이가 몇인데! 알아서 잘 살 수 있거든?!”

“그냥 따라오지 마라니까? 여기 있으라고.”

“흥―! 내 맘이지!”

콧방귀를 뀌고는 하늘을 향해 바라보는데.

“저는! 저는 마법사를 선택하겠습니다!”

에디린도 곧장 대답한다.

“저는 검사를 선택할게요. 미소녀 검사.”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그 둘의 주변으로 공기가 급변하는 게 느껴졌다.

[좋다! 계약에 따라 너희들을 인간으로 바꾸어 주지! 그리고 두 사람의 인간의 모습과 나이는 지금의 모습대로 정해질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이 모습이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던 모습과 때였던 것이었다.

[주원 님! 다시 말하지만 이건 계약의 연기延期입니다! 다시 말해 계약이 끝이 나지 않았으니 이번에 이루지 못하면 말짱 꽝이란 말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번쩍―! 하는 빛과 함께 잿빛 세상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

한참을 그 황금빛에 세상이 물들어 있었다.

그 반짝이는 빛이 굉장히 아름답고 신비로워 보인다.

몇 천 년을 살아가며 아름다운 것들을 아주 많이 봐왔었던 두 드래곤들도 이번 일은 뇌리에 제대로 각인될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마냥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으니.

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음산한 무언가가 몸속을 통과하는 걸 느낀다.

“컥―!”

“허억―!”

그러고 나서 깨닫는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세상의 모든 게 변화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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