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149화. 연기(1)
아벨의 성스러운 벼락이 베리알의 몸을 끊임없이 뚜드려 때린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베리알은 그 기습공격을 무리해서 반격하기보다는 방어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공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끝나기만 하면 마왕 본연의 모습으로 변신을 할 생각을 했다.
아벨이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공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네놈이 머리를 쓰곤 있지만! 그래도 네 미래는 죽음뿐이다!’
솔직히 아벨도, 에디린도, 비트칸도 이번 공격에 마족들의 왕이자 마신의 대리인인 베리알이 죽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 안 했다.
물론 결국에는 자신들에 의해 죽을 것이라고는 확신했었지만 말이다.
에디린은 좀 더 그 시간을 앞당기기로 한다. 그녀는 로드가 결코 위험을 무릅쓰고 베리알을 돕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한 것이었다.
《비트칸. 여기를 부탁할게요.》
수악―
그래서 비트칸에게 로드를 맡기고 에디린이 마왕 베리알에게 순간이동 했다.
순간이동 하자마자 손에 엄청난 크기의 뇌기의 검을 만들어서는.
“뿔을 내놔라! 이 뿔난 개새끼야!”
아벨이 내리친 벼락보다 더 크고 강력한 뇌기로 베리알의 웅크린 몸에 휘두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소리였다.
이때껏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마치 천지天地가 무너지는 것만 같은 엄청난 소리.
베리알은 그저 웅크리고 그 벼락들을 일단은 막아내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에디린이 가세하자 이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무리해서 변신을 시도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버언쩍―!
베리알의 몸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온다.
“좋아! 당연히 그래야지!”
에디린은 이때다 싶어 더욱 힘을 쏟는다.
휘익―! 휘익―! 휘익―!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진심 여기서 비트칸까지 공격하면 베리알은 꼼짝없이 죽을 것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어떠한 피해도 받지 않은 채로 말이다.
하지만 비트칸은 그러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로드만을 주시했다.
로드 역시 그쪽 상황보다는 자신의 상황만을 생각했고.
둘 다 결코 한눈팔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던 것이었다.
비트칸이 애써 태연한 척하는 로드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로드. 그냥 저 개새끼는 포기하고 돌아가 보시지.”
“…….”
아무 말 없이 비트칸을 지그시 노려본다.
그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미 함께 도망갈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을.
그리고 얼마 안 가 베리알이 죽을 거라는 것도.
“신들께서 언제까지 네 연놈들의 어리광을 봐주실 거라 생각지 말아라.”
풋―
어린아이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 웃지?”
“왜 웃긴. 웃기니까 웃지. 네놈은 안 웃긴가? 로드. 우린 에이션트 드래곤이라고. 신과 비긴다는. 우리야말로 이 에브니아에서 실질적인 신이란 말이다.”
그러면서 하늘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저딴 몸을 드러낼 수도 없는 것들의 따까리 할 필요 없다고.”
그 발칙하고 불경스런 말에 로드는 참지 못하고 소리친다.
“이게 진짜! 비트칸! 저X은 그렇다고 쳐도 네놈은 왜 그렇게 변한 것이냐!”
로드와 비트칸은 사실 아주 오래전 굉장히 절친했었던 사이였었다. 물론 정말 아주아주 오래전 일이었지만.
“신들을 넘어서고 싶어 했었지만 그래도 신들께 감사함이 있었지 않았더냐?!”
그 말에 인상을 잔뜩 쓴다.
“미친. 그게 언제 적 일인데. 로드. 변하지 않는 네가 이상한 거야. 원래 드래곤들은 많이 변해. 너무 오래 살아서.”
“개소리!”
“너야말로 개소리 말고 떠날 거면 빨리 떠나. 아니면 여기서 끝까지 저 개새끼 살리려다 네놈도 죽어보든지.”
그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저 개새끼랑 하도 같이 지내서 그런지 네놈도 개소리밖에 안 하는군.”
부들부들―!
로드가 보기에도 이미 승세는 기울었기에, 화가 나 머리가 폭발할 것만 같았지만 차마 손을 쓸 수 없었다.
아벨을 당연히 죽일 수 있었을 거란 안일한 생각에 집행자들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자신의 자만심을 자책한다.
고개를 들어 타르타노스의 어두운 하늘을 바라본다.
“신이시여…… 저 멍청한 것들을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래도 동족인데…….”
허―!
신파극을 찍는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애처로운 표정을 짓자 비트칸은 역겨워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진짜 네놈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그 어이없는 반응에 비트칸이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공격할 준비를 한다. 비트칸은 로드와는 달리 공격해도 전혀 상관없었던 것이었다.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어둠이 아가리를 벌린다. 그리고 그 큰 아가리로 호흡을 하며 더없이 찬란했던 로드를 집어삼키려 한다.
비트칸이 화를 참았던 자신과는 달리 공격하려는 모습을 보고 이번엔 로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난 그래도 네놈이 동족이라 어떻게든 좋게 풀어보려고 했건만…….”
“이런 미친놈이!”
수아아아아아아아아악―!
드디어 준비하던 어둠이 순식간에 로드를 집어삼킨다. 그리고 그 존재 자체를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그 역시 골드 드래곤이라 엄청난 뇌기가 주변을 감싼다.
그리고 자신을 삼킨 어둠의 아가리를 다시 잡아 벌린다. 잡아 벌리고 다시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내자 비트칸이 순간이동을 한다.
수악―!
순간이동 하여 그 찬란한 빛에 주먹을 찔러 넣는다.
찔러 넣은 주먹에서 어둠이 송곳처럼 솟아 나온다.
수악―!
로드도 순간이동으로 멀찍이 떨어지더니.
“너희들의 죄는 너희들이 알렸으니. 목 씻고 정의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어라. 내 곧 찾아가 직접 잘라 내줄 테니.”
위잉―
그 말을 끝으로 푸른 일렁이는 포탈을 만든다.
로드는 곧장 그 포탈에 들어가 이 혼돈의 땅을 빠져나간다.
도망가는 로드를 보고 비트칸은 비웃는다.
“X신. 말은. 그래놓고 또 허접들만 보내겠지.”
에디린은 로드도 죽이겠다고 했다.
이참에 진정으로 이 세계의 신이 되어보자면서.
비트칸도 에디린과 아벨이 함께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걱정 말아라. 우리가 네놈을 찾아갈 테니.”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고개를 돌려 에디린이 마왕 베리알을 공격하는 걸 본다.
에디린이 본격적으로 공격하자 베리알의 몸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렸다.
베리알이 그래도 숨을 쉬고 있는 건 그가 마왕 본체로 돌아갔기에, 끊임없이 몸을 재생시키고 있어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곧이었다.
정말 곧 그 육체가 이 에브니아에서 소멸될 것만 같았다.
“왕이시여! 다들 왕을 지켜라!”
진짜 죽으려고 하자 살아남았던 모든 마족이 잠시라도 마왕에게 닥치는 공격을 막으려고 달려든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베리알이 제대로 완전히 재생할 그 시간만 벌어주면 될 듯했다.
자신들이 희생하면 그 정도 시간은 벌 듯했었다.
“이런 날 벌레 같은 것들.”
착각도 유분수다.
비트칸은 그런 날 벌레 같은 마족들을 향해 고사리 같은 손을 휘두른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그것들은 결코 에디린과 아벨에게, 베리알을 구하기 위해 다가갈 수 없다.
비트칸이 만든 검은 장막이 포근하게 마족들을 감싼다.
“뭐, 뭐야?!”
“놔라! 놓으란 말이다!”
“이게 뭐야?!”
“이 거지 같은!”
부드럽게 감쌌지만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근데…… 편안한데……?”
“그렇긴 한데…….”
“뭐가 그렇긴 한데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잖아! 우리가 왕을 도울 수 없다고!”
그들의 개그에 진심으로 재밌어한다.
배를 잡고 폭소를 한다.
“푸하하핫―! 재밌는 것들이구나! 하하하핫―!”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손을 휘두른다.
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재밌긴 재밌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 하니.
“하하하하―!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미안하지만 그냥 죽자! 하하하하하하―!”
그 어두운 장막에서 사신의 낫이 드러나더니 붙잡고 있던 마족들의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차아악―! 차아아악―! 차아아아악―!
“……?!”
비명 한 번 질러보지 못하고 육체가 사라졌다.
순식간에 살해당했다.
말 그대로 순살瞬殺.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
.
.
.
『마족 서열 40위 라움 소멸. 남은 마족 수 0/72』
‘좋아 비트칸!’
마왕의 부하들이던 서열 72위까지의 마족은 모두 다 죽었다.
드디어 이젠 진짜 마왕 베리알만 남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마왕 베리알도 지금 자신과 에디린의 공격에 죽기 일보 직전이다.
마왕 본연의 여섯 장의 날개 달린 뿔난 개 같은 모습으로 변신했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몸을 온전히 만들 틈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도망가려고 해도 순간이동을 써서 쫓아갔으니 도저히 도망갈 수 없었다.
“크아아아악―! 이게 말이 돼?! 이게 말이 되냐고?! 으아아아아아아아―!”
어느 X신 같은 놈들과 다를 것 없이 베리알도 억울하다며 울부짖는다.
촤아악―! 촤아악―! 촤아아아악―! 촤아아아악―!
아벨과 에디린의 무자비한 검격들이 베리알을 난도질한다.
“…….”
그 모습을 인간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자신들의 차례만 기다리고 있었건만 차례 따위 오지도 않을 것 같다.
멍하니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이래도 되는 거겠지……?”
“이게 좋은 거 아닐까……? 잘못했다간 죽을 수도 있었잖아……?”
“하하…… 그, 그런 거겠지……?”
“그래…… 몸 성히 돌아가는 게 최고지…….”
몇몇은 그렇게 말했었지만, 몇몇은 베리알이 아무것도 못 하고 죽으려 하자 아벨이 자신들을 그냥 들러리로 데리고 왔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자 드높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쳇― 이럴 거면 우린 왜 데려왔대?”
“우리한테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던 건가?”
“허! 뭐 세긴 세네!”
“잘났어 정말! 제기랄!”
“진짜 다 가졌군! 출신이면 출신!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그러니 여자들도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한 번 터져 나오자, 여기저기서 겉잡을 수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때 죠슈아가 참지 못하고 그 모자란 놈들에게 호통을 친다.
“닥쳐라! 어떤 놈이 감히 저하께 불만을 내뱉는 것이냐!”
그 소리가 대단히 컸기에 모두가 죠슈아를 바라본다.
계속해서 소리쳐 호통을 친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란 말이더냐?! 네놈들은 저하께서 어떻게 해서든 우리들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얼마나 신경 쓰셨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더냐?! 너희들은 벌써 마족 침공 때의 그 끔찍함을 잊었단 말이더냐?!”
죠슈아의 말이 맞았다.
얼마나 끔찍했었던가?
그때였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엄청난 먼지 구름이 저 멀리서 피어올랐던 것이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과 함께.
“……?!”
마물들이었다.
엄청난 수의.
“헉!”
진짜 자신들의 원대로 된 것이었다.
“제, 제기랄!”
이제야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두려움에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꿀꺽―
덜덜덜―
이번에도 죠슈아가 소리쳤다.
이번엔 꾸짖는 게 아니라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그래! 우리가 원하는 바가 이뤄졌구나!”
우웅―!
바로 오러를 두르고선.
“싸우자! 대륙의 복수를 우리의 손으로 이뤄내자!”
그러면서 선봉에 서서 마물들을 향해 뛰어간다.
마고스와 쥬디스, 사나와 케이, 그리고 아벨을 진심으로 따르던 앤디와 리차드, 지산과 지산의 형 파일이 곧바로 뒤따랐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뒤따르기 시작한다.
함성을 지르면서.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 우리 차례다!
대륙의 복수를 하자!
마물들의 씨를 우리가 말리자!
다들 처음 자신들이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리고는 투기를 끌어올렸다.
그런 인간들을 본 비트칸은 피식 웃으며 가소롭다고 생각한다.
‘뭐 쟤들도 할 게 있는 게 좋겠지.’
비트칸이 힘을 쓰면 1초면 저 버러지 같은 것들을 없앨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저 가소로운 것들이 할 일을 찾고 있으니.
인간들에게 저 버러지들을 맡기기로 한다.
‘그럼 난 저 개새끼를 마무리해볼까?’
베리알만 죽으면 오늘 일은 모든 게 끝났다.
오늘은 이쯤 하면 많은 일을 한 것 같았다.
수악―!
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순간이동 하여 재생되는 베리알의 몸에 어둠을 억지로 집어넣어 재생을 중지시킨다.
“뭐야?!”
비트칸이 합류하자, 안 그래도 죽기 직전이었는데 베리알의 죽음이 더욱 앞당겨졌다.
처맞으면서도 너무나 억울해 꼭 한마디 한다.
“이 비열한 새끼들아!! 네놈들도 제명에 죽진 못할 것이다!! 크아아아아악―!!”
“고맙군.”
“뭐?!!”
“제대로 알아봐 줘서.”
비트칸의 어둠이 베리알의 재생력을 흡수하고 있을 때 에디린의 엄청난 번개 포들이 사방에서 생성된다. 그리고 베리알만을 노리고서 쏘아진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길게 끌 거 없이 바로 끝내자.”
에디린의 말이 맞았다.
지구로 돌아가게 할 마왕의 뿔은 이미 잘라 구해 놨으니.
두 드래곤은 자신이 끝낼 수 있음에도 일부러 아벨이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남겨 준다.
에디린은 베리알의 육체를 부쉈고.
비트칸은 베리알의 몸에 남은 마력들을 어둠으로 빨아들였다.
이제 정말 한 줌의 영만이 남아 이 에브니아 세계에서의 소멸을 앞두고 있다.
“알겠습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다시 한번 아벨의 몸이 뇌기에 휩싸여 새하얗게 변한다.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
제7식
뇌신雷神
그리고 뇌신이 되어 베리알의 그 더러운 영혼을 직접 통과해 부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