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47화 (147/178)

제147화

147화. 새로운 제국을 위해서(2)

아이작 백작은 생각을 바꿔 최고 대신관을 이참에 최대한 이용해 먹기로 했다. 그래서 최고 대신관을 데리고 곧장 드로즈도프 공작가로 떠났다.

두 사람은 초인의 반열에 선 자들이었기에 엄청난 속도로 정오가 되기 전에 수도 에스토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 크리스타의 이동 워프로 이동할 수 있었다.

척― 척―

별안간 하늘에서 두 사람이 내려왔었다.

이동 워프 관리인은 하늘에서 내려선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보통 이동 워프의 관리인들은 제국의 주요 대귀족들의 얼굴 정도는 아주 꿰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제국의 초 주요 인물들이었던 아이작 백작과 최고 대신관을 못 알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아무리 지금의 모습이 엉망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아이작 각하! 최고 대신관님!”

다급하게 정중히 예를 갖추는 관리인을 무시하고 이동 워프의 푸른 물결로 향해 걸어가며 말한다.

“드로즈도프로 갈 것이다.”

그들의 행선지가 드로즈도프 공작가라는 것을 눈치챘다.

“넵! 알겠습니다! 짐! 드로즈도프 공작가로 준비해!”

그때 먼저 온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런 게 어딨는가?

당연히 이 둘이 먼저이지.

기다리던 자들도 새치기한 자들이 아이작 백작과 최고 대신관이라고 하자, 알아서 자리를 양보한다.

그리고 아이작 백작과 최고 대신관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의 양보를 받아들였고.

양보하는 사람들은 이 넝마가 된 초인들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초라한 행색도 엄청난 볼거리였지만, 사지가 잘린 하베츠를 공중에 띄워 마치 물건처럼 들고 다니는 것도 보기 드문 광경이었으니 말이다.

그 보기 드문 광경을 본 것으로 양보의 대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한 푸른 물결이 마력의 조종을 받아 좌표가 수정된다. 엄청난 속도로 그 물결들이 여러 방향으로 빙빙 돌더니 준비가 끝났음을 알린다.

“다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지체하지 않고 사지 잘린 하베츠와 함께 그 푸른 물결 속으로 들어간다.

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동 워프를 통과하자 또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어?”

관리자는 이동 워프의 물결 속에서 걸어 나온 범상치 않은 두 사람을 보고 잠시 멍 때리다, 두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리고는 즉각 허리를 90도로 숙여 예를 갖춘다.

“가, 각하!”

“마차를 준비하라.”

“넵!”

대답 후에 뒤돌아 소리쳐 명령한다.

“마차를 즉시 준비하라!”

“넵! 알겠습니다!”

그 명을 받은 부하는 최대한 빨리 마차를 준비하기 위해 타다다다닥―! 뛰어간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두 사람은 그 부하가 뛰어간 곳으로 관리자의 안내를 받아 따라갔다.

따라가자 최상급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타시지요.”

두 사람은 워프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최고급 마차에 올라탄다. 하지만 하베츠는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밖에서 아이작 백작의 마법에 의해 공중에 떠서 따라왔다.

“…….”

관리자들도 다른 이들처럼 ‘도대체 저게 뭐지?’ 궁금해하면서도 차마 물어보지는 못하고 그저 불쌍하다고만 생각한다.

아무튼 그들의 궁금증과 동정을 뒤로하고 마차는 드로즈도프 공작성을 향해 출발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출발을 시작하자 최고 대신관이 묻는다.

“이제 어떡하실 생각입니까?”

이미 정해둔 것처럼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한다.

“드로즈도프 공작가는 제국의 마지막 남은 검술 명가로써 크리스찬이 만들 제국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다이나 황후의 목 하나로 죄를 감해줘야겠지.”

제국법상 반역을 꾀한 자의 가문까지 삼대를 멸했었던 것이었다.

“음― 알겠습니다.”

“그리고 셀비 3 황비와 레이첼을 만날 것이다. 오늘 담판을 짓도록 하지. 크리스찬과의 혼인에 대해.”

“아직 크리스찬이 황제가 되지 않았는데 말이 통하겠습니까?”

그 말에 지그시 최고 대신관을 바라본다.

최고 대신관은 그 지긋한 눈빛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어리둥절한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린다.

“내가 최고 대신관을 너무 과대평가한 모양이군.”

자존심이 상해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전히 지그시 최고 대신관을 바라보며 말한다.

“오늘 최고 대신관은 정의의 신 타티스께서 크리스찬을 황제로 직접 임명하셨다고 모두에게 공표해야 할 것이다. 아이테르너스 피에 대해 실망했다면서. 더는 그 피로 제국을 맡길 생각이 없으시다면서.”

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이다.

“저보고 타티스의 이름으로 거짓을 고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거짓이 아니지.”

“……?”

“정의의 신께서는 강한 자가 정의라고 여기시지 않았던가?”

“아―”

“걱정 말아라. 정의의 신께서 크리스찬을 분명 마음에 들어 하실 것이니.”

현재 아비가 인간들 중 가장 강한 자였다. 아무리 용사가 있더라도 말이다. 최고 대신관은 이번에 아이작 백작과 드래곤들과의 전투를 보며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확실시했다.

‘크리스찬 역시 역대급 재능이니.’

그런 아비의 자식이었다.

물론 동 나잇대의 용사 아벨에 비해서는 약했었지만, 그건 아벨이 주신 아그네스의 모든 은혜를 몰아서 받았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래. 타티스께서도 크리스찬을 마음에 들어 하실 것이야.’

잠시 고민하다 결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제가 공표해 드리지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우리는 한 배를 탄 사이이니까.”

그 말을 듣자 그가 자신에게 이러한 말을 공표하길 원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가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와 같은 사이라는 걸 확실시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하베츠가 이길 것이라 생각해 사람들을 드로즈도프 공작가로 보낸 것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고.’

그러니 그의 말을 거부하면 자신의 생명이 즉각 위험해지리라는 것을 느낀다.

‘저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한 인간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세르지를 눈 깜짝 안 하고 죽일 때 정말 심장이 떨어지는 줄만 알았다.

‘정말 대단한 인간이야. 그러니 초인의 반열에 들었겠지.’

자신도, 용사 아벨도 신의 은혜로 초인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는 본인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올랐으니,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럼에도 셀비 3 황비나 레이첼 황녀가 거절하면 어떡하실 겁니까?”

씨익―

섬뜩하리만큼 무서운 미소다.

“거절이라…… 딱히 생각은 안 해봤지만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겠지. 다른 이들도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 수 있을 만큼.”

꿀꺽―

그 섬뜩한 미소에 담긴 진한 살기에 최고 대신관도 긴장해 버린다.

그때였다.

“도착했습니다.”

마부가 도착을 알렸다.

아이작 백작은 마차의 문을 잡으며 말한다.

“그럼 당신을 믿지.”

“알겠습니다.”

덜컥―

문을 열고 나온다.

밖으로 나오자 관리자를 통해 소식을 미리 전해 들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두 사람을 맞이하러 나와 있었다. 심지어 콘스탄티노 공작도 말이다.

검술 명가의 수장이 이렇게 직접 마중 나온 이유는 그 두 사람의 말에 따라 가문의 명운이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꿀꺽―

하베츠가 졌다면 그들은 반역죄로 모두가 죽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컸었다.

그들은 예전 세르지와 아벨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기로 맹세의 마법을 했었기에, 반역을 일으킨 자신의 가문 소속 하베츠가 졌다면 어떠한 저항도 못 해보고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저자세를 보일 수밖에.

조금이라도 가문의 사람들을 살리려면…….

조심스럽게 허리를 굽히며 아이작 백작에게 말한다.

“고생하셨소…… 백작…….”

스윽―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황후와 황비들, 그리고 성녀 다프네도 있었다.

무시하고 공작에게 말한다.

“고생은. 공작. 일단 들어갑시다.”

그리고는 최고 대신관과 함께 성안으로 들어간다.

물론 그 하늘에 떠 있던 것도 따라 들어갔고.

‘……저건 뭐지……?’

참담하기만 한 미래에 암울해 하고 있던 그들은 허공에 둥둥 떠 아이작 백작을 쫓아가던 그것을 보고는 더욱더 미래가 걱정되었다.

그 팔다리가 잘린 무언가가 마치 자신들의 미래인 것만 같아서.

암울해 하면서 아이작 백작을 따라간다.

저벅― 저벅― 저벅―

고요한 성 복도에 아이작 백작의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발소리가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짓누르는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꾸욱―

특히 다이나 황후의 심장은 너무 눌려 터져버릴 것만 같다.

‘……설마…….’

한때 철혈황후라 불리며 그 어느 인간들보다 강인한 심장을 가진 그녀가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저 비참한 몸뚱어리가 자신이 아주 잘 아는 사람의 몸뚱어리일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공작성의 그레이트 홀에 도착했다.

제일 상석에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작 백작이 앉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최고 대신관이. 이후 자리는 알아서 채워 앉는다.

모두가 앉은 것 같자 아이작 백작의 눈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다들 밤새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대충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엄청난 살기 섞인 눈빛에 다시 한 번 더 겁을 먹고는 몸을 움츠린 채 모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모를 수가 없겠지. 그 난리를 쳐댔으니.”

그때 콘스탄티노 공작이 용기를 내 묻는다.

“그런데 왜 두 분만 오신 것이오……?”

“두 분?”

“그렇소…….”

“하핫―! 이 빌어먹을 새끼는 안 보이나 보지?!”

그러면서 그 공중에 둥둥 떠 있던 것의 정체를 드디어 알린다.

위를 바라보고 있던 몸체가 사람들을 바로 볼 수 있게 정면으로 기울어진다.

“꺄아아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다이나 황후가 쓰러졌다.

“……?!”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놀라 그저 눈만 끔뻑끔뻑할 뿐이다.

굳어버린 그들을 바라보며 아이작 백작이 최고 대신관에게 말한다.

“최고 대신관. 당신이 설명해주시오. 내가 말하면 다들 조작했다며 믿지 않을 테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직도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들에게, 마치 정의의 신전에서 신의 뜻을 전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듯 거룩하고 엄숙하게 지금의 이 슬픔에 동참하는 것처럼 입을 열어 전한다.

“……정말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나 인간은 애초에 욕심이라는 감정을 갖고 태어난 불쌍한 존재이다 보니―”

그러면서 그 날의 일을 하나하나 매우 자세하게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한다.

주르륵―

듣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프게 이야기했다.

철저하게 세르지의 편에서.

그리고 마침내 왜 두 명만이 이 자리에 있는지를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후우―

별안간 한숨을 내쉬더니.

주르륵―

본인도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그리고 새롭게 황제가 되신 세르지 폐하께서는…… 이 제국을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지만…… 저 자신의 욕망에 눈이 멀어버린, 영원히 죽이고 죽여도 시원찮을 하베츠에 의해 돌아가셨습니다…….”

풀썩―

이번엔 캐서린 2 황비가 쓰러졌다.

“황비 마마!”

딸이 쓰러졌거나 말거나 아이작 백작은 최고 대신관에게 어서 계속 이어 말을 하라고 재촉의 눈빛을 보낸다.

그 무언의 압박을 받은 최고 대신관이 말을 잇는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타티스께서 제국이 혼란스러울 것을 안쓰럽게 생각하시어 곧바로 새로운 황제에 대해 제게 신탁 내려주셨습니다! 바로 그 비통한 전투 직후 말입니다!”

“……?!”

신탁이라니?!

그리고 신께서 황제를 직접 정해주셨단 말인가?!

다른 왕국은 몰라도 제국은 역사상 그 어떤 황제도 신에게 직접 선택받은 적이 없었는데!

“……누구를……?!”

셀비 3 황비가 한껏 기대에 차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아이테르너스의 피를 이은 남자는 몇 없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타티스께서는 용사 아벨을 좋아하지 않으셨지 않았던가? 그러니 그녀의 기대가 합당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고 대신관의 입에선 결코 그녀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크리스찬 요한센.”

“……?!”

다시 한 번 경악할 이름이었다.

모두가 일순 자신이 잘 못 들었는가 해서 또다시 정지가 됐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고 대신관은 계속해서 자기 할 말을 한다.

“타티스께서는 아이테르너스의 피에 대단히 실망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더는 아이테르너스의 혈통을 믿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쾅―!

쩌저적―!

셀비 3 황비가 테이블을 내리쳐 박살을 낸 것이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악에 받쳐 소리친다.

“말도 안 돼! 어디서 개수작을! 그리고 누가 그딴 개소리를 믿는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