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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45화 (145/178)

제145화

145화. 반전에 반전(3)

“아 참 그리고.”

떠나려던 최고 대신관을 불러 세운다.

“……?”

최고 대신관은 발걸음을 멈추고 하베츠의 비참한 몸뚱어리를 마법으로 띄워 가져가던 아이작 백작을 멀뚱히 바라봤다.

“중간에 신관들을 돌려보내던데.”

“아…….”

자신이 그들을 제대로 돕지 않은 것에 대해 책망하는 줄 착각한다.

그래서 변명을 하는데.

“그건 누가 황제가 되더라도 결국에는 정의의 신의 아이들이 있어야 나라를 재건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였습니다. 그래도 저라도 남아 백작을 도와드리지 않았습니까?”

훗―

그 얼토당토않은 변명에 실소를 흘린다.

물론 최고 대신관의 착각과는 달리 그런 것에 트집 잡으려고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래? 아무튼 그건 상관없고. 그렇다면 그 돌려보낸 놈들로 장례식에 있던 사람들도 잘 피신시킨 거겠지?”

“아―!”

아이작 백작의 진정한 의도를 알아챈 최고 대신관은 긴장했던 얼굴을 푼다.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걱정 마시지요. 이동 워프로 아주 안전한 곳으로 보내놨으니.”

최고 대신관은 그 드래곤들이 보통 웜급의 드래곤들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즉각 장례식에 있던 모든 황실의 주요 인물들을 신관들을 시켜 드로즈도프 공작가로 보냈던 것이었다.

그 기민하고 약삭빠른 처신에 박수를 친다.

짝― 짝― 짝―

“역시 대단해. 덕분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마무리됐어.”

대단히 만족해하는 아이작 백작에게 이번엔 최고 대신관이 묻는다.

“그런데 백작. 뭐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말해라.”

“왜 크리스찬인 겁니까? 그 아이를 싫어하던 것 아니셨습니까?”

씨익―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그게 그렇게 궁금했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솔직히 그 아이가 날 쏙 빼닮아 고집이 너무 센 것이 마음에 들진 않았었지.”

“그렇다면……?”

“그 아이는 나와 함께 우리 요한센의 피가 세계 최고라는 걸 증명할 재목이다. 내가 마법으로 그 아이가 검술로써.”

그 말에 최고 대신관은 아이작 백작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하지만…… 아벨 저하를 검술로 이기진 못할 것입니다…….”

아이작 백작 역시 알고 있었다.

아벨에게는 자신의 그 자랑스런 아들이 현재는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상황이 바뀌었으니 그 바뀐 대로 상황을 만들어 가야겠지.”

그 대답은 최고 대신관이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

그래서 멀뚱히 바라만 보는데.

“세르지가 황제가 됐다면 아벨을 살려둬 이용했겠지만, 크리스찬이 황제가 됐으니 그것을 방해할 것은 없애는 게 좋겠지.”

아이테르너스의 피를 가진 남자는 역시나 위험했다.

아벨은 황제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으나 대중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었다.

그 하찮은 것들이 일을 어렵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니 싹을 잘라 놔야지.’

그리고 세르지와 황제가 되지 않겠다고 맹세의 마법을 한 것이었지 크리스찬과 한 것이 아니었다.

그 말인즉슨 언제 아벨의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벨의 주변에는 두 에이션트 드래곤이 있는데…… 어떻게……?”

“걱정 말아라. 그것들이 나설 상황을 만들지 않을 터이니. 그것들은 아벨이 인간 최강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니 아벨과 크리스찬이 1대 1로 붙게 된다면 분명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상했다.

1대 1은 더욱 불가능해 보인 것이었다.

그때였다.

아이작 백작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단어가 나왔다.

“화신체化身體.”

“……?!”

“당신은 크리스찬이 정의의 신의 화신이 되기 위해 죽기 살기로 기도를 드려야 할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화신체에 대해 알고 있냐는 거였다.

“인간들을 너무 무시하는군. 에브니아에서 하위 신들의 역사가 시작 된 지도 벌써 3만 년이다. 그러니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는 없는 법. 그리고 이번의 세르지와 하베츠와의 싸움도 타티스의 권태함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허어―!”

정말 이 정도까지 아이작 백작이 신들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을 줄은 몰랐었다.

도대체 어떻게 안 것이냐고 묻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정보를 아는 자들은 신들이 죽여 왔었기에 말이다.

“다행히 타티스께서는 현재 그 누구보다 용사를 미워하시겠지. 그것 때문에 자기 뜻대로 일이 돌아가고 있지 않으니까. 안 그런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당신은 크리스찬을 반드시 화신체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신이 될 수 있도록. 크리스찬이 신이 되어 요한센의 제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지만 화신체의 양면성에 따른 치명적인 단점에 대해서는 모르는 듯했다.

화신체가 된다면 자기 자신의 삶 따위 없다는 것을.

아들의 삶을 망칠 거라는 것을.

‘저자는 자기 생각이 다 옳을 거라는 저 자만심에 모든 걸 망치겠어.’

최고 대신관이 괜히 상위 신의 최고 대신관이 된 것이 아니었다. 그 역시 그 어떤 인간들보다 높은 지혜와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조용히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한다.

‘훗― 하긴 정의의 검이라 불리는 크리스찬이라면 정의의 신의 화신체로 딱 맞을지도 모르겠어.’

분명 그 깐깐한 정의의 신도 만족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크리스찬이라.’

“좋습니다. 새로운 황제께서 화신체가 되시길 저 역시 적극 기도해 보겠습니다.”

그 확실한 답에 아이작 백작은 대단히 만족해한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타티스께서도 만족하시지.”

조용히 이 세계를 떠나고자 하는 아벨의 뜻을 아이작 백작이 알았다면 굳이 이러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모를 것이다.

자신이 자초할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초래하게 됐는지를.

* * *

아벨 쪽 상황도 거의 마무리 되어 가고 있었다.

마족 서열 1위 바엘은 자신의 진정한 육체로 싸우더라도 아벨을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 점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제기라알―!”

그만큼 아벨의 무위는 압도적이었다.

번쩍― 하는 빛과 함께 떨어지는 저 빌어먹을 기둥을 가까스로 피하면 그 피한 자리에도 성스러운 빛이 자신의 어둠의 마기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커아아아아악―!”

이러한 상황을 만든 자신의 왕을 힐끔 원망하듯 바라본다.

‘왕이시여! 어쩌자고 이런 상황을 만드셨습니까?!’

부들부들―!

물론 자신이 말하지 않더라도 마족들에 대한 아벨의 무시무시한 위협을 자신들의 왕 베리알도 절실히 깨닫고 있는 듯했다.

그 부들대는 모습을 보니 이것 또한 확실해 보인다.

“무슨 이딴 쓰레기 같은 상황이 다 있어!”

마왕 베리알은 주신 아그네스가 만든 이 쓰레기 같은 상항을 참지 못하고 울부짖었는데, 자신들이 계획한 이 멍청한 정의 무투회가 이렇게까지 자신들의 목을 죄어올지 몰랐던 것이었다.

그런 마왕 베리알의 시종일관 부들대는 모습에 에디린과 비트칸은 통쾌해 죽을 것만 같다.

“크크큭―”

도저히 그 모습을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좀 쫄리나 보지?”

홱―! 하고 거칠게 에디린을 당장에라도 죽일 듯이 노려본다.

그 반짝이며 어떻게 비꼬면 좋을까 하는 그 순진무구한 눈동자를 당장에라도 찔러 터트리고 싶다.

“쳇!”

하지만 에디린은 에이션트 드래곤들 중에서도 특별한 드래곤이었다. 뭐 당연히 싸우면 자신이 이기겠지만, 재수 없게도 쉽게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이런 빌어먹을!”

괜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마왕 베리알도 원망스럽다는 듯이 부하들을 바라본다.

어떻게 저 어린 인간 하나를 이기지 못하는 건지.

이런 빌어먹을!

“바엘! 이 X신 같은 것아! 아무리 본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팔 하나 없다고 하더라도 저딴 애송이 하나 못 죽이냐?! 어?!”

자기가 내뱉은 말 때문에 악마화로 변신도 못 한 채, 한 팔을 잘린 채 싸워야 하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부하들 중 가장 강한 놈이 꼼짝도 못 하고 죽게 생겼다.

자신이 제대로 낚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다시 화가 끌어 오른다.

도저히 참지 못할 그러한 엄청난 화가.

홱―!

다시 거칠게 고개 돌려 자신을 우롱하는 두 드래곤을 노려본다.

“이 개 같은 새끼들이…….”

그 말에 에디린이 허―! 하고 어이없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린다.

“야 솔직히 생긴 건 네가 개 같이 생겼지, 우리는 도마뱀처럼 생겼고.”

푸풋―

에디린의 획기적인 조롱에 비트칸이 웃음을 터트렸다.

“맞잖아? 너 변신하면 개 같이 생겼잖아?”

빠직―!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발로 땅을 내려찍는데 그 반경으로 대지가 쩌저적―! 하고 갈라져 부서져 내린다.

물론 그딴 화풀이에 당할 드래곤들이 아니다.

에디린, 비트칸, 로드 모두 공중에 떠서 그 자리를 피했다.

에디린은 베리알의 갑작스런 공격에 짜증을 낸다.

“이 개 같이 생긴 놈이 성질은.”

비트칸도 합세해 화를 돋운다.

“그니까 말야. 꼭 생긴 대로 논다더니.”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 잡것들이 진짜 죽고 싶은 건가!”

확실히 그들의 말대로 인간형이 아닌 본모습으로만 본다면 생긴 건 자기가 더 ‘개’ 같았기에 더 이상 ‘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제 곧 저 거지 같은 무투회도 끝나는데, 그렇다면 자신에게 걸린 제약도 풀릴 것이었다.

베리알의 그러한 생각을 눈치챈 에디린이 말한다.

“괜찮겠어? 덤비면 뒤질 텐데?”

로드는 에디린 말대로 아벨까지 합세한다면 자신들이 불리하기에 가만히 두 드래곤의 행동을 지켜만 봤다.

하지만 이미 속이 뒤집힐 대로 뒤집힌 베리알은 아니었다.

“이 잡X이!”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베리알의 엄청난 마기에 주변의 부서진 바위들이 솟아오른다.

에디린은 베리알의 위협에 오히려 환히 웃으며 여유를 부렸다.

“뭐 맘대로 해. 우린 언제나 환영이니까.”

그러면서 은은히 마력을 표출해 베리알의 아우라에 대항한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절대 자신들이 꿀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키듯이.

《좀 더 할까?》

사실 그들은 처음엔 그저 몰래 기습을 할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아벨의 너무나 압도적인 승리로 돌아가자, 로드가 베리알을 대회 도중에 설득해 그냥 도망갈까 봐 일부러 선수를 쳐 화를 돋운 것이었다.

《아닙니다. 그쯤 하시지요. 더 했다간 진짜 쫄아서 작정하고 도망가겠습니다.》

아벨은 싸우면서도 에디린과 비트칸에게 텔레파시를 하며 다음 계획을 상의하고 있었다.

현재 아벨이 싸우면서 드래곤들의 전유물 마법인 텔레파시로 다음 계획을 상의하고 있을 거라고는 로드도, 베리알도 꿈에도 모를 것이었다.

그러니 가능한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일 수 있는 것이.

‘못해도 하나는 반드시 죽여야 해.’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저 X신 같은 다혈질 마왕 새끼가 로드의 공간 마법으로 함께 도망갈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하나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기에 비트칸도 에디린에게 적당히 하라고 텔레파시를 보낸다.

《그래. 아벨의 말이 맞다. 기세를 좀 죽여라. 진짜 쫀다.》

그 말에 에디린은 끌어올리던 마력을 거둬들인다.

그러자 베리알이 오해하고 거들먹거린다.

“X신 같은 X 쫄았군.”

“뭐?!”

이번엔 역으로 도발이 걸려 발끈하려던 에디린을 비트칸이 다시 한 번 더 말린다.

“참아. 저것이 괜히 우리가 대회를 망치게 하려는 거니까. 그래야 맹세의 마법으로 묶인 아벨이 타격을 받을 거니까.”

맞는 말이었기에 에디린은 순순히 그 말을 따른다.

“흥―! 멍청한 게 머리를 썼군.”

도발에 도발이었다.

누가 됐든 먼저 도발에 넘어가 공격하는 쪽이 확실히 불리했다.

《좀만 참으시지요. 곧 끝내겠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저들은 텔레파시를 서로 쓸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마왕 베리알은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에디린이 자신에게 쫄아서 굽히고 들어가자 굉장히 기분 좋은 듯이 빙긋―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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