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화
141화. 이 새끼들 재밌네(2)
“하베츠!”
그랬다.
그는 아벨에게 두 팔이 잘린 채 사라진 바로 그 하베츠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고친 건지 잘린 두 팔이 온전하게 붙어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 하지만 달라질 건 없다……!’
다시 붙인 하베츠의 팔이 온전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세르지는 그 팔이 절대 정상일 수 없다고 확신했다.
하베츠가 나타났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불길했었지만 오히려 태연한 척 그의 신경을 건든다.
“……누군가 했더니. 팔 X신이었네.”
세르지에 조롱에 하베츠는 미친 듯이 웃어대기 시작한다.
“크크큭―! 크크크큭―! 크크크크크카카카카카카칵―!”
그 미치광이와 같은 모습에 아이작 백작은 미간을 대단히 찌푸리며 세르지에게 말한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 봅니다. 폐하.”
세르지도 그 꺼림칙한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낀다.
“……그렇군요.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 봅니다. 그러니 저 미친놈을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명줄을 끊어 줘야겠습니다.”
아이작 백작은 허리를 살짝 숙이며 명을 받든다.
“네. 폐하. 맡겨주시지요.”
그런 후 곧장 아직도 미친 듯이 웃고 있는 하베츠에게 제안한다.
“여기서 나가자. 정의의 신전에서는 싸울 수 없으니.”
정의의 신전에서 싸움을 일으킨다면 타티스에게 저주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 무언가 믿는 구석이 없다면 정의의 신전에서 절대 싸우지 않았었다.
하베츠도 결국에는 타티스에게 인정받아 황제가 되어야 했기에 그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크카카칵―! 좋다! 나가자! 나가서 우리가 진짜 정의를 보여주지! 카카칵―!”
뒤돌아 함께 온 자들에게도 말한다.
“가시죠! 나가서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카카카카카칵―!”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하베츠는 좀처럼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함께 온 그들과 정의의 신전을 나섰다.
하베츠가 나가자 세르지가 세 사람에게 말한다.
“저놈이 드래곤들을 데려온 듯합니다.”
“맞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니 드래곤들이 확실한 듯합니다.”
“그래도 네 마리밖에 없어서 다행입니다.”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역시나 모두가 걱정스런 얼굴이다.
“두 분께서는 나가시자마자 적들의 침입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최고 단계 ‘페리쿨룸’으로 말입니다.”
‘페리쿨룸’ 단계는 대드래곤용 방어 체계로 황궁에 설치된 모든 방어 마도구들을 발동시킬 것을 의미했다.
“네. 폐하.”
“그리고 최고 대신관께서도 황궁 내 모든 신관을 모아주시지요.”
“네. 폐하. 즉시 모으겠습니다.”
그들의 믿음직스런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뇌까린다.
“마치 이것이 황제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것 같군요…….”
세르지의 말대로였다.
최고 대신관도 이것이야말로 타티스가 내리는 최종 관문이라고 생각했다.
타티스가 둘 중 하나를 고르기 위해 싸움을 붙였다면서.
‘하베츠가 이긴다면…… 대륙에 또다시 피바람이 불겠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단히 자명한 사실이었다.
1차 마족 침공 때와 같은 엄청난 피바람이 불 것이다.
‘그래서 세르지가 황제가 됐으면 하지만…….’
그런 이유로 세르지가 황제가 됐으면 하지만 불안했다.
‘제기랄…….’
꼭 세르지가 아닌 하베츠가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세르지를 따라 대성전을 나가면서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린 대신관에게 명령한다.
“장례식을 주관하는 베라치를 제외한 모든 대신관들을 집합시켜라.”
“네. 최고 대신관님.”
“그래. 어서 가 보거라.”
“네. 최고 대신관님.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그럼.”
떠나가는 메린 대신관을 착잡한 눈으로 바라봤다.
‘휴…….’
최고 대신관은 자신이 최고 대신관이 되면서 사람의 인생은 버리겠다는 의미로, 이름을 버린 이후로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타티스시여…… 도대체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어떤 일이든 정의의 신의 뜻이라면 반드시 따르겠다고 맹세했었지만 가끔은 그 뜻에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제발…… 제발 저를 옳은 길로만 인도해 주시기를…….’
그런 착잡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니 하베츠가 검을 뽑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베츠는 세르지를 보자마자 입을 연다.
“네놈 따위에게 카인 폐하의 검이 말이나 된단 말이더냐? 마법사 나부랭이 따위가.”
사실 처음 세르지를 본 그 순간부터 최고 대신관이 세르지에게 황제의 검을 선사한 게 도통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을 도발하고자 하는 것처럼 전투가 시작됨에도, 그 검이 전투에 전혀 필요 없음에도 세르지의 허리에 여전히 걸려있자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피슝―!
대답 대신 쿠웰 단장이 위험을 알리는 폭죽을 쏘아 올린다.
펑―! 펑―! 펑―! 펑―!
‘페리쿨룸’ 단계를 뜻하는 핏빛 붉은색 폭죽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그 광경에 하베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럴 줄 알았다. X신 같은 놈.”
그럼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세르지. 너의 마지막을 위해 내가 친히 기다려 주지.”
‘……이 재수 없는 새끼……!’
저 붉은 폭죽으로 인해 황궁 방어 체계의 최고 단계인 ‘페리쿨룸’ 단계의 방어 마도구들을 쓴다는 것을 하베츠도 알 것인데, 저 여유를 잃지 않는다는 게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빠드득―
어금니를 세게 문다.
“하베츠…… 너의 오만함이 너를 지옥으로 인도할 것이다…….”
“크크큭―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오래지 않아 마법사들과 근위기사들이 몰려왔다.
그리고는 경악하며 소리친다.
“……?!”
“아니?!”
“헉!”
“하베츠 저하!”
“살아있었어?!”
“죽은 줄 알았는데?!”
“쳇!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고!”
그들은 이제 좀 평화가 안정세를 탈 것 같은데, 괜한 등장으로 또다시 제국에 혼란을 끼칠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하베츠가 입을 연다.
“확실히 오랜만에 보는 이들이 많아.”
“아니……?! 어떻게……?!”
“어떻게긴. 신이 살려줬으니 살아났지. 그리고 네놈들은 신의 뜻에 따라 오늘 죽어줘야겠고.”
“뭐, 뭣이?!”
“네놈들이 아깝긴 하지만 신의 뜻대로 모두 죽어줘야겠다는 말이다. 이 새끼들아.”
그러면서 마력을 끌어올렸는데 엄청난 양의 강대한 아우라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구오오오오오오―!
그 푸른빛 아우라가 넘실넘실 시야를 좁혀 오는데, 확실히 범상치 않았다.
“카카카칵― 네놈들은 아벨만이 신께 선택받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봐라! 나 역시 신께 선택받았다는 것을! 그것도 정의의 신께! 크크카카카칵―!”
얼굴을 구기는 세르지는 그 모습을 노려보며 쿠웰 단장에게 묻는다.
“……12성입니까?”
고개를 젓는다.
“11성 후반인 듯합니다.”
그것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당장 쿠웰 단장이 11성 중반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르지는 그 말을 듣고는 안심된다는 듯이 구겼던 얼굴을 피면서 피식― 실소를 흘린다.
“난 또 신께 선택받았다고 하도 나불대길래 12성인 줄 알았더니만. 후후― 넌 아벨의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나 지껄이는 거냐?”
그 깔보는 듯한, 생각지도 못한 얼굴과 말투에 하베츠가 반응한다.
의기양양하던 얼굴이 대번에 사납게 구겨진다.
“뭐?”
하베츠를 구제불능을 바라보듯 한심하게 쳐다본다.
“진짜 넌 X신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새끼야! 개소리 말고 아벨의 성취나 말해!”
“말해야 아나? 당연히 너보다 훨씬 높지. 네놈이 뭘 그렇게 처먹어 성취가 높아졌는지는 모르겠다만, 너야말로 지금의 성취가 기적이지 않은가?”
부들부들―
항상 자신의 밑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이렇게 기어올라 이제는 자신을 능멸하려고 하다니.
“……그래…… 아벨도 아닌 네놈 따위와 힘 뺄 필욘 없지…….”
그러면서 뒤에 서 있던 자들에게 말한다.
“……시작하시죠…….”
그 말에 그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곧장 강대한 마력을 표출했다.
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하베츠와 함께 온 그 네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니 남자 둘에 여자 둘이었는데, 파란 머리 남녀와 초록 머리 남녀였다.
최고 대신관은 사실 그들이 들어올 때부터 아덴의 신이자 풍요의 신 키빌리 아래에 있는 드래곤들이라는 것을 눈치챘었다.
‘키빌리가 개입할 줄이야…….’
물론 정의의 신의 부탁이나 허락이 있어 개입했을 것이다. 두 신이 엇비슷하다고 하나 역시 정의의 신 타티스가 좀 더 상위 신이었으니 말이다.
‘타티스께서 부탁한 것일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내가 좀 재밌는 일을 벌일 터인데 협조를 좀 해달라면서.
구오오오오오오오오―!
드래곤들이 충분한 아우라를 내뿜으며 준비를 끝낸 듯하자, 그때 하베츠가 마치 시작을 알리듯 세르지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쎄에에에엑―!
그리고 동시에 드래곤들의 절대적인 마법이 펼쳐졌다.
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 저게 뭐야?!”
당황한 근위기사의 외침대로 하늘에 엄청난 크기의 물의 정령 둘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가진 정령들은 자신의 몸 크기만 한 거대한 물 항아리를 인간들을 향해 기울인다. 그 기울인 물 항아리 속에서 절대적이라 할 만한 엄청난 양의 어마무시한 물이 쏟아져 나온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
하베츠의 검격 따위를 막을 것이 아니었다.
드래곤들의 마법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마법사들이 힘을 모아 엄청난 크기의 결계를 형성하는데, 남은 그린 드래곤 두 마리가 대지를 지진으로 흔들어 인간들을 다시금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구고고고고고고고고고고―!
그때였다.
“진정해라.”
드래곤만큼의 무력을 지닌, 진즉에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10 서클 초대마법사超大魔法師 아이작 백작이 나선 것이었다.
12성 검사와 10 서클 마법사들은 인간을 초월했다 볼 수 있기에 웜급 드래곤 한 마리만 한 힘을 냈었다.
우선 흔들리는 대지를 즉각 안정시켰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그런 후 곧바로 드래곤들이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드래곤들을 공격했다.
방어는 나머지 마법사들에게 맡긴 채.
“엉망진창이군.”
빠르게 쓸 수 있는 마력광선 다섯 발을 하베츠를 포함한 드래곤들에게 쏘아낸다.
피슝―! 피슝―! 피슝―! 피슝―! 피슝―!
동시에 주문을 외워 술식을 완성한다.
콰르르르르르르릉―!
정령에는 정령이라는 듯이 전격계 정령이 나타나 그들을 향해 번개 창들을 만들어 던진다.
파지지지지지지직―!
부웅―! 부웅―! 부웅―! 부웅―!
드래곤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방어막을 만들어내 막아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너무나 쉽사리 막아내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작 백작은 대드래곤용 ‘페리쿨룸’ 단계의 방어 마도구들을 하베츠가 실제 보지 못했음을 정말이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베츠가 그 방어 마도구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이렇게 준비할 시간이 생긴 것이라 확신했다.
‘이제 준비가 됐겠군.’
이제는 ‘페리쿨룸’ 단계의 방어 마도구들이 준비가 됐을 것이다.
저 인간이 아닌 것들을 위한 마도구들이.
아이작 백작은 드래곤들을 마법으로 계속해서 견제하며 옆에 대기하던 큰아들 필립에게 말한다.
“준비됐나?”
“준비됐습니다!”
“그럼 발동시켜라.”
“네! 아버님!”
대답 후 곧장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명한다.
“‘페리쿨룸’을 발동시켜라!”
우우우우우웅―!
명과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엄청난 크기의 최상급 파란 마력석이 달린 기둥들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것들에 각각 한 명씩 마법사들이 탑승해 다음 명을 대기하고 있다.
그 수가 족히 수십, 아니 최소 백은 넘어 보였다.
모든 마력포魔力砲들이 솟아오른 듯하자 지체하지 않고 명을 내린다.
“발사!”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다음 명이 떨어지자 충전된 마력석을 이용해 마력포를 쏘아대기 시작한다.
쾅―! 쾅―! 쾅―! 쾅―! 쾅―! 쾅―!
“제기랄!”
하베츠는 그 엄청난 위용에 압도되어버린다.
듣긴 들었으나 역시 처음 본 것이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드래곤 중 하나가 말한다.
“걱정 말아라.”
“……?!”
그 말과 함께 엄청난 크기의 방어막들이 그들을 둘러싸 막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엄청난 먼지 구름이 피어오른다.
“계속 쏘아라! 계속!”
그 누구도 이 첫 번째 공격에 드래곤들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한 10분간 계속해서 미친 듯이 쏘아댔다.
모아둔 마력이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덜컥― 덜컥―
완전히 방전이 되자 그제야 멈춘다.
다시 채워지려면 10분이 있어야 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
집중 포화한 자리에서 잿빛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끝났나……?”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 가운데에서 한 인물이 걸어 나온다.
“……?!”
하베츠였다.
드래곤들에 의해 어떤 상처도 입지 않은 듯했다.
주변 바닥은 마력포들에 의해 초토화가 되어 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