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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39화 (139/178)

제139화

139화. 지금이 아니면 안 돼(2)

분명 상쾌하고 개운한 하루여야 했었다.

그토록 증오스러웠던 아벨 놈이 드디어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상쾌하고 개운한 하루여야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게! 이게 무, 무슨 짓이냐?!”

얼굴이 새하얘진 썩은 지푸라기 같은 황제와 그를 지키기 위해 한 몸처럼 움직이던 가드 다섯이 황태자 세르지와 아이작 백작, 그리고 쿠웰 근위기사단장 및 수많은 근위기사들과 마법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세르지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이게 다 제국을 위한 결정입니다.”

“뭣이?!”

“폐하. 솔직히 황제가 폐하이기에 제국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어디 감히 아덴 따위가 제국의 황자를 죽이겠다고 대륙에 공표를 하고 그 난리를 칠 수 있단 말입니다.”

전에 아덴이 아벨을 죽이겠다고 난리를 친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황제는 그것 때문이라고 말하자 대단히 당혹스러워하며 세르지의 오해를 풀어주려 한다.

“그건! 아벨이 대륙의 뜻에 어긋―”

하지만 세르지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황제의 변명을 잘라낸다.

“폐하. 아벨도 폐하의 자식입니다. 그리고 위대한 정의의 신 타티스의 후손이란 말입니다. 아무튼 됐습니다. 더는 그 구차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공격 개시를 하려고 아이작 백작과 쿠웰 단장에게 눈빛을 보내자, 황제는 진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는 다급히 속사포처럼 소리친다.

“세르지! 네가 이 세계의 진정한 법칙을 몰라서 그렇다! 아벨의 죽음은 신들께서도 원하셨던 일이란 말이다! 정말이다! 믿어다오! 제발!”

그 억지스런 변명에 세르지는 비웃는다.

“풋―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하지만 옆에 있던 아이작 백작은 속으로 저 어이없는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쫓겨났었던 조카 나스타샤 요한센이 불현듯 나타나 아벨에게 들은 이 에브니아 세계 신들에 대한 비밀을 자신에게 알려줬던 것이었다.

‘하위 신들의 악행을 막기 위해 주신 아그네스가 용사를 보낸다고 했었지.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신들이 용사를 죽이라고 할 만하군.’

황제의 말이 일리가 있었으나, 그렇다고 살려줄 생각 전혀 없었다.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살려둘 생각은 없지만.’

그건 세르지도 마찬가지였다.

“폐하. 물론 폐하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으나, 사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 그럼?!”

“폐하께서 죽어주셔야죠. 그래야 모든 이들이 웃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최후의 발악을 한다.

“이 천벌을 받을 쓰레기 같은 놈! 어떻게 낳아준 아비에게 이딴 짓을!”

허허― 허탈하다는 듯이 웃는다.

“저나 아벨이 폐하의 자식이었습니까?”

“뭐, 뭐?!”

“저는 사춘기 이후 단 한 번도 폐하를 아버지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뭐, 뭐?!”

“아무리 여자가 좋다고 해도 그렇지, 뭐든 적당히 해야 하는 겁니다. 폐하.”

“……?!”

그러면서 자신을 당장에라도 찢어 죽일 듯이 증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세르지를 멍하게 바라본다.

힘이 쭈욱 빠지는 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머릿속에 더는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제 말을 알아먹은 것 같으니, 그만 끝내도록 합시다.”

우웅―

가드들이 먼저 검에 푸른 불길과 같은 오러를 둘렀다. 그들은 황제와 맹세의 마법으로 묶여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에서 죽든 살든 무조건 황제와 함께해야 했었다.

절망에 빠져있으면서도 맹세의 마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검에 오러를 두르는 그들의 깜찍한 모습에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명한다.

“시작하죠.”

“네. 저하.”

근위기사들이 나설 필요도 없을 듯했다.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파지직―! 파지지지지지지직―! 파지지지지직―!

마법사들이 제국의 마법 특징인 전격계電激界 답게 노란 뇌기가 깃든 마력을 스태프에 두른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는 둥글게 그들을 둘러싸 천천히 다가간다.

도망갈 생각을 아예 할 수 없도록.

그러다 일정 거리에 도달하자.

피슝―

시작은 세르지의 손에서 뿜어나간 마력광선이었다.

그리고 잇따라 마법사들의 스테프에서 수십의 마력광선이 연달아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다.

피슝― 피슝― 피슝― 피슝― 피슝― 피슝―

원의 중심을 향해 날아가는 그 노란 광선들이 마치 새로운 태양을 만드는 것만 같이 아름답다.

가드들 중 대장이던 프랭크는 다급히 소리치며 황제를 자신의 등 뒤로 미는데.

“폐하! 제 뒤로!”

등 뒤로 밀자마자 그 아름답던 마력광선들이 벌써 자신들에게 도달했음을 깨닫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먼지 구름을 만들어냈다.

아무리 상급 무인이라고 하더라도 한 치 앞을 알아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마법사들이 즉각 바람을 일으켜 먼지 구름을 없앤다.

‘끝났군.’

8, 9 서클 마법사 수십이 쏜 마력광선들이었다.

10성 후반 무인 다섯이서 어떻게 막아낼 수 있겠는가?

사아아아아아아아아―

바람에 의해 먼지가 걷히자, 가드들은 몸 사방에 구멍이 뻥뻥 뚫린 채 피를 철철 뿜어내고 있었다.

덜덜덜덜덜덜―!

그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황제만이 살아남아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세르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조금 부족했군요. 이번에야말로 정말 끝내드리겠습니다.”

세르지가 황제를 향해 다시 손을 뻗었다.

피슝―

손에서 번쩍이며 마치 징벌을 내리듯 무시무시한 노란 마력광선이 뻗어 나간다.

“……!”

그때 황제는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다고 느꼈었는데, 그래서 그동안의 강렬했던 몇몇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져 갔다.

“……안 돼…….”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수잔과의 행복했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그 소중한 보물을 빼앗은 아들에게서 느낀 슬픔과 분노, 고통, 좌절, 미움, 질투.

아벨이 죽은 것을 끝내 듣지 못함에 대한 미련.

“아아아안돼에에에에―! 아베에에에엘―! 크아아아아아아악―!”

펑―!

머리가 마치 폭죽처럼 터져 나간다.

털썩―!

머리가 없는 몸이 주저앉는다.

곧바로 쿠웰 단장이 근위기사들에게 명한다.

“새로운 황제 폐하께 예를 갖춰라!”

아이작 백작도 마찬가지다.

“예를 갖춰라!”

쿵―!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쿵―!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은 근위기사들과 마법사들을 황제가 된 세르지는 희열에 찬 얼굴로, 떨리는 몸을 최대한 참아보려 노력하며 천천히 둘러본다.

“좋아…… 아주 좋아…….”

솔직히 어릴 때부터 황제가 될 거라는 자신은 있었지만, 하베츠에 대해 불안과 걱정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하베츠도, 그 누구보다 걸림돌이었던 다이나 황후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X신 같았던 황제도 사라졌으니.

‘무엇보다 아벨이 내 편이고……!’

역시 무엇보다 아벨은 용사로서 황제에 관심이 없었다는 게 정말 신의 도우심 같았다.

그때 눈 부신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져 간다.

마치 새로운 날을 단장하기 위해 사라지는 듯하다.

“정말…… 정말…… 아름다운 노을이로군…….”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던 세르지였다.

* * *

“……이럴 수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하겠지 하고 예상은 했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었다.

주신 아그네스에게 당장에라도 따지고만 싶었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고작 이십몇 년밖에 안 산 인간이 몇천, 몇 만 년 된 것들을 저리 무참히 짓밟는단 말인가…….

“이 개 같은 아그네스…….”

빠드드득……!

그 어금니를 꽉 무는 소리를 들은 에디린과 비트칸은 마왕과 로드를 한껏 비웃는다.

“풋― 우리가 생각도 없이 받아들였을까? 뭐 근데 이렇게 약할 줄은 우리가 생각 못 했네? 안 그래?”

“그러게 말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길 줄 알았다면 5대 심복인가 하는 잡쓰레기들도 다 내보내라고 했을 텐데 말이다.”

쾅―!

“뭐라고?!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에디린은 발끈하는 마왕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도발한다.

“왜? 한 판 뜰까? 저 옆에서 번외편으로? 크크큭―”

구오오오오오―!

베리알의 몸에서 끔찍하면서도 찐득한 검붉은 마기가 피어올라오는데 에디린은 같잖다는 듯이 다시 한 번 도발한다.

“덤벼. 당장. 그렇게 쫄아서 노려만 보지 말고.”

“젠장!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년이!”

하지만 역시 부들대기만 할 뿐 도발에는 넘어가지는 않았다. 무투회가 끝나기 전까진 개입하지 않기로 맹세를 한 것 때문이었다.

베리알이 분노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로드가 나선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니, 건방 떨지 말고 무투회나 지켜보거라.”

에디린이 그 말에 흥―! 하고 콧방귀를 뀐다.

“하도 옆에서 지랄을 떠니까 그렇지. 닥치고 보면 우리도 닥치고 본다고.”

비트칸도 합세한다.

“에디린의 말이 맞다. 너네부터 닥치고 조용히 지켜봐라.”

“이이이이이이……!”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하면 할수록 저들의 도발에 넘어갈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때였다.

콰콰콰콰콰콰콰콰―!

“크아아아아아아악―!”

마치 베리알의 비명인 것같이 마족 서열 39위 말파스가 비명을 지르며 아벨에 의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분쇄됐다.

『마족 서열 39위 말파스 소멸. 남은 마족 수 46/72』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벨 저하 최고시다!”

“역시 용사는 뭐가 달라도 달라!”

“말로만 들었던 용사의 위용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아벨 저하 혼자서 저것들 다 죽이겠는데?!”

“하하핫―! 저 멍청한 얼굴들 좀 봐봐! 푸하하하하―!”

그리스에로 인해 어느 정도 오른 사기가, 아벨이 진짜로 마족들을 차례대로 죽여 버리자 절정에 오른 것이었다.

그리고 서열이 높은 마족부터 아벨에게 차례로 죽어 나갔으니 이제 인간 팀이 이기는 건 기정사실일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닐 거야!’

모두가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아벨이 20위권 밑의 마족들을 모두 죽여 버린다면, 이 정의 무투회가 인간들의 승리로 정말 끝이 나게 된다면, 바로 그때 남은 마족들과의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고.

그것들이 덤벼들지 않더라도 아벨이 공격을 감행할 것 같았다.

꼭 그런 상황이었다.

이때껏 아벨이 한 말들과 자신들을 굳이 뽑아 이곳에 데려온 이유를 종합해본다면.

‘그러니 우리도! 우리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

그래서 모두 기뻐하면서도 이후 전투를 위해 마음을 전쟁에 맞게 날카롭게 가다듬는다.

반드시.

반드시 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것들을 전부 죽이고 최후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

‘저하만 계신다면 분명 할 수 있어!’

아벨이 있다면 분명 할 수 있었다.

그때 아벨은 인간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포션을 마시고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차례는 마족 서열 40위 라움이었다.

‘마족처럼 생기지 않았군.’

천혜안으로 알아보니 원래는 좌천사였는데, 그래서 서열이 낮아도 인간형인 모습인 듯했다. 피에 젖은 더러워진 날개를 가진 키가 크고 길쭉한 남자 모습이었다.

그 인간처럼 생긴 마족 라움은 아벨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고 쫄아서 덜덜 떨며 올라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은 5대 심복을 제외하고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은 위용을 보였던 것이었다.

바로 직전의 39위 말파스도 단 일격에 그 육체가 소멸되었다.

강렬히 표출하던 마력을 갈무리하여 숨긴 채 순간이동과 함께 섞어서 공격하니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진행을 맡은 파이몬도 지금 이 상태로 계속 진행된다면 절대 인간들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타이밍에 마왕이 파이몬을 부른다.

“파이몬!”

고개를 돌리자 검지를 까닥이며 이리 오라고 명령하는 마왕 베리알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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