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137화. 전초전(2)
아벨은 음성 확대 아티팩트를 들고 모인 참가자들에게 말한다.
“대륙을 위해 이렇게 모여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나는 여기 모인 모두가 대륙을 지키고자 하는 진심 어린 마음 때문에 이렇게 참가를 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자신이 죽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아벨의 말에 모두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그 결의에 찬 모습을 본 아벨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이제 모두 한가족이 되었으니 너희에게 밝힐 것이 하나 있다.”
“……?”
아벨이 무언가 감추었던 것을 밝히겠다고 말하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아벨을 바라보는데, 아벨의 옆에 검은 구멍 같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우웅―
그곳에서 하얀 무언가를 꺼낸다.
“……?!”
그 하얀 물체가 검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때쯤, 그때쯤에 아벨의 몸이 사라졌다.
수악―
그리고 옆에 있던 두 사람도 함께.
휙―
시작은 비트칸이었다.
촤아아아악―!
다음은 에디린.
촤아아아악―!
마지막으로 아벨이 유리 스피바크를 향해 벽력霹靂을 사용했는데, 검이 어깻죽지에 박혀 더는 내려가지 않았다.
유리 스피바크가 신의 힘을 써 가까스로 막아낸 것이었다.
파르르―! 몸을 떨며 분노에 차 소리친다.
“이, 이게 무슨 더러운 짓이냐!”
“……?!”
다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까지 가족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렇게 기습공격을 펼치다니.
그때 쥬디스가 마무리를 위해 결박結縛을 펼쳐 유리 스피바크의 몸을 아우라로 묶었고 마고스와 조니 자작이 가슴과 등을 검으로 박아 넣는다.
까깡―!
힘을 각성해서 그런지 몸이 강철 같아 완전히 박히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유리 스피바크는 신의 힘을 폭발시켜 박힌 검들을 밀어냄과 동시에 하늘을 날아 도망가려 했다.
“어딜.”
비트칸이 마력장벽을 써 그의 도망을 막는다.
콰콰쾅―!
마력장벽에 퇴로가 막힌 유리 스피바크는 발악하며 소리 지른다.
“아니! 이게 뭐냐고?! 그리스에! 이게 대체 뭐냐고?!”
수악―
그런 그의 등 뒤에서 엄청난 뇌기가 휘몰아치더니.
“뭐긴. 그 아이가 우리에게 필요해서이지.”
파지지지지지직―!
“근데 넌 필요 없거든.”
에디린이 그의 몸을 반으로 가른다.
휘익―!
촤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아악―!”
파지지지지지직―!
반으로 갈라진 몸도 에디린의 뇌기 섞인 오러에 온몸이 타 들어가 사라져 갔다.
순식간이었다.
우리 편인 그리스에를 제외한 대륙의 화신체 모두를 없앤 것이.
‘됐어!’
아벨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확실히 이번 일은 엄청나게 순조롭게 잘 풀린 격이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그곳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벨의 동료들 빼고는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하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
끔찍한 적막이 감돌았다.
다들 지금 이 급작스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아벨이 나선다.
“다들 놀랐을 거라 생각한다. 당연하겠지. 시작하자마자 세 사람이 죽었으니 말이다.”
모두가 아벨의 입을 주목했다.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대답이 아벨의 입에서 나왔다.
“세 사람은 사실 마족들이 보낸 첩자였다.”
“……?!”
“그걸 어떻게 믿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그 말에 정곡을 찔린 표정을 짓는 몇몇이 있었다.
“너희들도 미스라임의 장님 예언자 그리스에에 대해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그 대단한 능력에 관해서도. 그녀가 방금 제거된 세 사람이 마족의 첩자라고 확인시켜주었다.”
확실히 그리스에는 믿을만한 보증인이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지혜의 신의 힘을 빌려 그 능력을 행사했었으니, 그리고 그 능력 또한 믿을 만할 만큼 대단했었고 말이다.
“……?!”
드륵―
그리스에가 일어나서 말한다.
“저하의 말은 사실이에요. 저하께서 물어보셔서 제가 확인시켜 드렸어요.”
아벨이 이어서 보충한다.
“우린 오래전부터 마족의 첩자들을 찾고 있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첩자 몇 명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 그리스에의 도움으로 확실시할 수 있었다.”
그때 누군가 소리친다.
“저하! 솔직히 전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언 글렌은 제 친구였단 말입니다! 그 친구가 조금 난잡하고 허풍쟁이이긴 했지만 마족의 첩자라고는 생각지 못하겠습니다!”
“맞습니다! 한데 아타이지는 제 동생이란 말입니다! 제 동생은 그 누구보다 정의로운! 그 누구보다 인간의 편이었습니다! 저하! 전 마멸단에 입단하면서 맹세의 마법을 했습니다! 제 말은 절대 거짓이 아닙니다!”
“유리 스피바크도 마찬가집니다! 심지어 그 친구는 마족에 의해 가문이 멸문됐단 말입니다! 그런데 마족과 손을 잡다니! 그게 말이나 된단 말입니까?!”
그것을 시작으로 그 셋과 친분이 있던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믿을 수 없다고 떠들어 댔다.
그래서 아벨이 다시 나섰다.
번쩍―!
쥐고 있던 검을 모두가 볼 수 있게 높이 들어 오러를 두른 것이었다.
검에서 새하얗고 성스러운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간다.
“……?!”
아벨이 쥐고 있던 그 검이 어떠한 의미를 지닌 지 이제야 혼란에 빠져있던 참가자들은 눈치채기 시작한다.
“저것은?!”
“유, 유, 유게네스다!”
“사라졌던 성검이! 성검이 나타났어!”
“저하가 정말 용사셨어?!”
“그것 봐 내가 용사라고 했잖아!”
웅성거림이 갈수록 심해졌다.
쾅―! 쾅―!
“조용!”
아벨이 바닥에 발을 찍어 일거에 소음을 제거한다.
“…….”
고요해지자 아벨이 입을 열었다.
“다들 이 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것이다.”
모두가 동시에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내가 바로 주신 아그네스가 선택한 용사이다. 그리고 나는 주신 아그네스로부터 마족을 멸살시키라는 사명을 받았고 말이다.”
“……?!”
“그러니 마족 새끼들이 어떻게 해서든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솔직히 그들이 왜 마족에 가담했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이 마족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 이름을 걸고 주신 아그네스께 맹세하겠다. 그들이 마족에 가담했다는 것을.”
그렇게까지 하는데 안 믿을 수도 없었다.
“뭐…… 용사시니까…… 알아서 잘하셨겠죠…….”
“죄송합니다…… 제가 동생 관리를 잘 했어야 했는데…….”
“이럴 수가…… 가문을 없앤 마족에게 가담을 하다니…….”
여기저기서 이제는 죽은 자들을 탓하기 시작했다.
뭐 당연한 결과였다.
용사야말로 마족이 가장 죽이고자 하는 존재이지 않던가. 그리고 용사가 감히 사사로이 죄 없는 사람을 죽일 리도 없었고 말이다.
그렇게 아벨에게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갈 때, 그때 아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족을 과소평가하지 말아라. 그것들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우리 인간을 자신들의 아래로 두려고 하니 말이다.”
그러면서 좌중을 굉장히 싸늘하고 무서운 눈빛으로 쭈욱 둘러본다.
“그러니 우리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단 하나의 마족도 이 에브니아에 결코 존재할 수 없도록.”
으드득―!
어금니를 꽉 깨무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광장을 울려 퍼졌다.
그 소름 끼치고 무시무시한 모습이 자신 때문에 희생된 아슈트반 백작가와 다닐레비우스 백작가 때문이라는 것을 참가자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도.
* * *
다행히 정의 무투회가 열릴 타르타로스 대지에서 하루 떨어진 거리에 키네스 공국이 있었기에 이동 워프를 이용해 편히 갈 수 있었다.
672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참가자들이 이동 워프를 타고 마족 서열 9위 파이몬의 안내를 받아 따라가고 있었다.
‘최상위 무인들은 많이 참여하지 않았군.’
10 서클 아이작 백작이나 지산의 아버지인 카마루 푸뉴스와 같이 한 집단의 우두머리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이 9성에서 10성 정도인 상위 무인들이라고 할 수 있었었다.
‘괜찮아. 그들은 또 다른 곳에서 써먹으면 되니까.’
특히 아이작 백작 같은 경우 이번에 아벨을 위해 할 일이 따로 있었다.
‘제니. 부탁한다.’
제시는 현재 함께하고 있었지만, 제니는 아벨의 부탁으로 아이작 백작에게 들렸다가 황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황제도 제거해야 해.’
이번이 황제를 제거할 적기였다. 그래서 황제를 제거하기 위해 제니를 보낸 것이었다.
아이작 백작과 황궁에 있는 수잔 황비 그리고 다프네, 마지막으로 세르지에게 말이다.
가장 먼저 말을 전할 아이작 백작에게는 파우스 황제가 방심하고 있을 지금이 절호의 찬스라고.
그리고 수잔 황비와 다프네에게는 세르지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라고.
마지막으로 세르지에게는 지금이 바로 황좌에 오를 그때라고.
그러면서도 아덴을 조심하라고 전했다. 파우스 황제가 아덴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아덴의 힘을 빼놓았어야 했었나…….’
아덴의 무인들도 그냥 맹세의 마법으로 받아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니야. 이미 너무 늦었어.’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미 눈앞에 그 마지막의 장소가 보이지 않았던가.
‘형님께서 잘하시겠지.’
세르지가 윌리엄 같은 멍청이는 아니었기에 그래도 믿을 만했다.
‘그래. 여기에만 집중하자.’
그리고 그곳보다 이곳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때 마고스가 아벨에게 말한다.
“저하. 도착한 듯합니다.”
한낮임에도 먹구름이 하늘에 짙게 깔려 어두웠고 그 어둠 속에 피워놓은 수많은 횃불이 음산하게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이 준비한 곳은 대단히 넓은 평지와 같은 황량한 곳이었는데, 중앙의 단상을 중심으로 양쪽 진영이 설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한쪽은 이미 괴물들과 몇몇의 인간들로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그 수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내뿜는 마기魔氣가 그들의 수를 몇십 배는 많아 보이게 만들었다.
‘그래. 그렇게 목을 내밀고 있었어야지.’
그리고 단상 위에 의자가 네 개 있었다. 두 개에는 이미 주인이 앉아 있었다.
‘마왕과 로드.’
인간의 모습을 한 마왕과 로드였다.
안내를 하던 파이몬이 에디린과 비트칸에게 정중하게 말한다.
“자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에디린과 비트칸은 그 말은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는 대단히 진지한 얼굴로 아벨에게 짧고 굵게 말한다.
“믿는다.”
“나도.”
그 진지한 얼굴에 피식― 실소가 새어 나온다.
“걱정 마시지요. 두 분께서는 그저 편히 지켜보고만 계시면 됩니다.”
아벨의 믿음직스런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뒤돌아 기다리던 파이몬에게 안내하라고 턱짓한다.
파이몬은 그 턱짓을 보고는 대단히 공손하게 안내한다.
“따라오시지요.”
마족을 따라가면서도 에디린은 차마 아벨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못했는데, 비트칸이 그런 에디린을 나무란다.
“그냥 좀 와라. 아벨이라면 알아서 잘할 거다.”
그 말에 휴― 한숨을 쉬고는 그제야 아벨에게서 눈길을 거둬 따라간다.
‘걱정 말아라. 에디린.’
현재 아벨은 용사의 무구들 전부를 착용하고 있었다.
백룡갑옷 투디오스와 절대방패 파니츠, 그리고 성스러운 자의 반지와 성검 유게네스.
‘이것들이 있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었다.
이러한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오늘 이때껏 감추었던 힘도 모두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네놈들은 모를 거다. 용사가 용사의 무구를 쓴다면 얼마나 강해지는지를. 그리고 내가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도.’
아벨의 생각대로 마족 진영에서는 아벨이 마지막 발악을 한다며 비웃고 있었다.
“풋―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아주 발악을 하는군.”
“쥐새끼처럼 몰래 잘도 모았어.”
“그래 봤자지. 애송인데.”
“하지만 어느 정도 경계가 필요하겠어. 우리에게 저 빌어먹을 검이 최악의 상성을 보이고 있으니까.”
“걱정 마. 조금 귀찮게 된 것뿐이니까.”
“그래. 조금 귀찮게 된 것뿐이야.”
마왕과 로드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3년간 열심히 모았나 봅니다.”
“그런 것 같군요. 저것들이라도 있어야 승산이 보일 테니 말입니다.”
“훗― 하긴 너무 일찍 끝나버리면 어떡하나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잘 된 것 같군요.”
“맞습니다. 너무 싱겁게 끝나도 재미없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아벨, 저 인간이 죽었을 때가 문제입니다. 준비는 잘하셨겠죠?”
“걱정 마시지요. 우리 둘과 제 심복들이 힘을 합친다면 저 둘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가미린이 죽어 심복 다섯에서 넷으로 줄었지만 자신 있던 마왕 베리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