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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34화 (134/178)

제134화

134화. 내가 널 믿어야 할지(1)

비트칸이 행복해하는 그리스에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래. 위험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못 갈 곳도 아니지. 그나저나 정말 숙녀가 다 됐어.”

그리스에는 겉모습만 봤을 때는 20대 중반처럼 보였다. 하지만 본인이 아주 동안이라고 했으니 좀 더 나이가 있을 것 같았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비트칸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군요.”

“뭐 외형을 바꾸진 않았으니.”

그 대답에 그리스에는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가끔 그때를 떠올린답니다. 기억나시나요? 우리가 손을 잡고 여름의 싱그러운 들판을 뛰놀던 그 시절을? 온종일 뛰어다니다가 지치면 그 들판에 누워 함께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미소 지었었죠. 맞아요. 그땐 제게 정말 많은 꽃을 따다 주셨는데.”

“……?!”

그 로맨틱한 기억에 다들 경악하는 얼굴로 비트칸을 바라본다.

비트칸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들에 흠흠―! 헛기침을 하며 모르는 척하려 하지만 얼굴이 새빨개져 있는 것과 말을 더듬는 게 사실이었던 것 같다.

“그, 그랬었나?! 아무튼! 잘 지내 보이니 다행이군!”

“그래요. 전 제 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건강관리를 했답니다. 아참 비트칸과 에디린은 혹시 가린의 소식에 대해서 들으신 건 없나요? 가린에 대해 안 좋은 꿈을 꾸었는데 말이죠.”

좀 더 이 재밌는 광경을 지켜보고 싶기도 했었지만 아벨도 이젠 좀 쉬고 싶었다.

“사적인 대화는 이후에 하기로 하고.”

“아― 네. 황자 저하.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저는 정말 이 에브니아 대륙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쳐 악에 맞서 싸우는 그 용사가 누군지 너무 궁금했었거든요.”

아벨은 그녀가 지독한 수다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그녀와 대화를 시작한다.

“예언자라…… 그렇다면 오늘 있을 자네의 결과도 혹시 예언했었나?”

“대충은요? 호호―”

“그래?”

“네.”

“용기가 있어.”

“……?”

다들 아벨이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나 쳐다본다.

챙―!

검을 뽑아 듦과 동시에 그녀를 향해 휘두른다.

콰콰쾅―!

“이게 무슨 짓이야!”

비트칸이었다.

그가 아벨의 검을 막은 것이었다.

“이것도 예언했었나?”

덤덤히 고개를 끄덕인다.

“네. 솔직히 에디린만 있었다면 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릉―

납검하며 말한다.

“그렇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두 사람 도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아벨은 화를 내는 비트칸을 바라본다.

“제가 이따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뭐?!”

에디린이 나선다.

“그래. 늙은이는 좀 빠져. 이따 설명해준다잖아.”

“제기랄! 제대로 설명 안 하기만 해봐!”

비트칸도 아벨이 허튼짓은 안 한다는 걸 잘 알기에 물러서 준다.

아벨은 그런 비트칸에게 살짝 허리를 숙여 감사함을 표한다.

그리고 그리스에에게 마저 남은 말들을 하는데.

“그리스에. 너 말고 다른 화신체들도 곧 이곳에 오겠지?”

“아마도. 그런데 저하께서는 화신체들에 대해 잘 아시나 보네요?”

화신체라는 말에 에디린과 비트칸은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아벨의 말대로라면 그녀가 화신체라는 말인데, 두 에이션트 드래곤은 그녀가 용한 예언자라고만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반면 다른 이들은 화신체가 도대체 뭔데 저러나 하고 의아해한다.

그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아벨이 대답한다.

“잘 알고 있지 모두가 내 적인데 말이야.”

아벨의 대답에 속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꼭 그렇게 단정 지으실 필요는 없는데…… 저는 오늘 저하의 편이 되려고 왔거든요.”

“뭐?”

정말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리고는 별안간 폭소하기 시작하는데.

“하하, 하하하, 푸하하하하하―! 그딴 개소리를 나보고 믿으라니! 하하하하―!”

“정말이에요. 저에게 능력을 주신 에크네께서는 다른 신들께 환멸을 느끼고 있다구요.”

“하하핫―! 그 순진한 얼굴로 거짓말을 그렇게나 잘하다니! 하하하하―!”

“증명할 수도 있는데요?”

뚝―

그 말에 웃음을 끊고 뚫어지라 그리스에를 노려본다.

“어떻게 증명할 것이지?”

“제가 훗날 정의의 신이 화신체를 선택하면 그때 알려드릴게요.”

정의의 신의 화신체가 이미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아직 선택되지 않았나 보다.

아무튼.

“정의의 신의 화신체는 됐고.”

“필요 없으신가요?”

“그래. 필요 없다.”

솔직히 이제는 언제 나타나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저번처럼 그렇게 어이없게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난 너희 화신체들 중 적어도 2명은 죽일 생각이다. 사실 너를 포함해서이지만 네가 날 돕는다고 하니 살려주겠다.”

“음― 그러셨군요.”

“그래. 그때 네가 날 도와야겠다. 분명 그것들이 날 만나기 전에 네게 물을 것이기에 말이다.”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던 것이었다.

“알겠어요. 제가 의심하지 않게 하겠어요.”

“좋다. 그럼 널 받아주지.”

그러면서 아공간 주머니에서 맹세의 마법을 할 양피지를 꺼내는데.

“그리고 이것도 알고 있었겠지?”

양피지를 건네자 그것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대로 적어라. ‘아벨 아이테르너스와 그리스에는 에브니아의 평화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숭고한 관계로, 이 숭고한 관계를 배신했을 시에는 목숨으로 대신하겠다.’라고.”

* * *

그리스에가 아벨에게 합류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현재 이 에브니아 세계를 지배하는 신은 티레시아스 제국의 정의의 신인 타티스, 아덴의 풍요의 신 키빌리, 미스라임의 지혜의 신 에크네, 바일의 불의 여신 베스타, 코렌트의 물의 신 에르사, 이렇게 총 다섯이었다.

그중 정의의 신을 제외한 네 신이 화신체를 두고 있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이 아벨의 편이 되었으니, 껄끄러운 것들에게서 단번에 우위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에크네가 다른 신들에게서 돌아서려는 것일까?’

맹세의 마법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제 와서 다른 신들과 다른 노선을 타려고 하는 것인지 말이다.

‘아니면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 것일까?’

머리가 아팠다.

정말 뜬금없는 선언이었으니.

비트칸이 스테이크를 먹다 말고 생각에 빠진 아벨에게 묻는다.

“너는 화신체가 누군지 다 아는 것이냐?”

고개를 젓는다.

“누군지 만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만나기 전에는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이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외모는 알기 힘들었다.

“그렇군. 주신 아그네스가 알려주는 건가?”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리스에에게 말한 대로 화신체가 들어오면 바로 죽일 건가?”

“바로는 아닙니다. 모든 면접을 마친 후 합격자 모두를 모이게 할 것인데, 그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죽일 겁니다. 두 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에디린이 동의한다.

“면접장에서 죽이면 그 신이 다른 신에게 알려줄 테고, 그러면 하나밖에 죽일 수 없어.”

“맞습니다. 그리스에를 제외하면 화신체가 셋일 테니, 제가 그들이 이곳에 들어올 때마다 텔레파시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나와 에디린 때문에 최소 둘이라고 한 것이군.”

“맞습니다. 두 분은 분명 성공하실 테니 말입니다. 하나는 저와 남은 분들이 공격할 것인데, 죽이지 못할 수는 있지만 크나큰 타격은 분명 입힐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분명 우리도 기습을 한다면 남은 하나도 죽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함께 있던 그리스에가 감탄하며 말한다.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에크네께서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면 제가 제일 먼저 죽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그녀는 다른 화신체들에 비해 약하긴 했었다.

“그랬겠지. 그리고 너를 죽였다면 다음 계획은 시도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말이다. 솔직히 나는 이번에 화신체 한 명만 죽여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요?”

“그래. 처음으로 온 화신체가 죽는다면 에디린 님의 말씀대로 당연히 다른 신들이 눈치챌 것이기에, 다음엔 불가능하다고 봤거든. 그리고 미래를 보는 네 존재 때문에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도 생각했었고 말이다.”

“저하께서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와 함께해서 말이에요.”

고개를 끄덕인다.

“인정하지. 그런데 에크네는 왜 다른 신들을 배신하려는 것이지?”

좀 더 자세히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음―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으신 거겠죠?”

다른 이들도 그리스에의 입을 주목했다.

“그래.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군.”

“에크네께서 주신 아그네스의 무서운 생각을 읽었다랄까요?”

“……?”

“현재 주신 아그네스께서 다른 신들에게 엄청나게 실망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에크네께서는 다른 신들에게 우리가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을 한 상황이구요. 물론 다른 신들은 그 조언을 가볍게 무시했어요. 그들은 이 에브니아가 온전히 자신들의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말이에요.”

자신이 아는 사실과 다른 게 없었다. 에크네가 주신 아그네스와 생각이 같을 줄은 몰랐었지만.

“좋아. 믿어 주지. 하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질 게 있을까 싶군. 잠깐 그 생각을 고쳐먹는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다시 돌아올 확률이 높으니 말야.”

“뭐 그건 그분들께서 알아서 하시겠죠.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렇군.”

“네. 제가 아는 건 이게 다예요. 큰 도움이 못 된 거 같아 죄송하네요.”

“아니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아벨은 역시 이 변덕스러운 신들은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몰랐기에 완전히 믿지 않기로 한다.

“아무튼 넌 자유롭게 지내며 그들의 의심을 없애주어라.”

면접은 오늘을 포함해 딱 일주일만 할 생각이었다. 분명 그 안에 아벨에게 수작질을 부리기 위해 이곳에 올 것이다.

“네. 알겠어요. 저만 믿으세요.”

뭔가 중요한 임무를 맡은 비밀 요원과 같은 의무감 넘치는 표정을 짓는 그녀를 바라보며 실소를 흘린다.

“훗― 그래.”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더 드실 분은 드시고 그럼 내일 9시에 뵙겠습니다.”

모두 돌아가려는 아벨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알겠어. 내일 봐.”

“알겠다. 푹 쉬어라.”

“네. 알겠습니다. 저하.”

“편안한 밤 되십시오.”

“내일 봬요. 잘 자요.”

아벨은 곧장 쉬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갔다. 들어가 소파에 등을 깊게 파묻는다.

후우…….

천혜안을 이렇게 많이 쓴 건 처음이었다.

확실히 과부하가 걸린 것이었다. 성녀의 목걸이가 계속해서 아벨의 뇌와 눈을 치료했었지만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화신체가 일찍 나타나기를 바라야겠어.’

화신체들만 확실히 된다면 그때부턴 중요인물들만 체크하기로 한다.

‘오늘은 좀 이대로 쉬었으면 하는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쉬고 있었는데 역시나.

수악―

언제나처럼 에디린이 순간이동으로 찾아왔다.

오자마자 훌렁훌렁― 옷을 벗어젖히며 침대에 새하얀 뇌쇄적인 등을 보이며 엎드린다.

그리고는 아벨을 바라보며 어서 오라고 눈빛을 보낸다. 너 때문에 힘들었으니 어서 안마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음흉한 눈빛을 보고는 아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조금만 있다 하지요. 머리가 좀 아파서 말입니다.”

“응? 머리 아파?”

“생각할 게 많아서 말입니다.”

돌아누우며 묻는다.

“응? 무슨 생각? 그리스에가 같은 편이 된 거면 다 잘된 거 아냐?”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 교활한 신들을. 그들은 그리스에가 죽든 말든 크게 상관 안 할 겁니다. 마지막에 잘못된 정보를 주어 우리에게 큰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음― 그런가?”

“네. 신들은 인간을 하찮게 여기고 있으니. 아무리 화신체라도 말입니다. 그러니 100퍼센트 믿어선 안 될 겁니다. 솔직히 그녀는 믿지만 신들은 믿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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