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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33화 (133/178)

제133화

133화. 이젠 돌아가야 할 때야(2)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아르시아의 정면으로 가 그녀의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바라본다.

“너에게 오늘은 내 말할 수 없었던 비밀 한 가지를 말해주려고 한다. 이 비밀은 강제로 내 기억을 열어 본 에디린 말고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

“사실 나는 에브니아 사람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 즉 이세계의 사람이었는데, 주신 아그네스가 내 영혼을 이곳에 강제로 이주시킨 것이다. 다시 말해 아벨이 죽어 영혼이 떠났을 때 내 영혼이 들어와 살고 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에게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그리고 너도 잘 알 것이다. 내가 너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사실 난 이 에브니아 세계에 벌어질 미래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거부한 것이다. 나와 가까이 지낸다면 분명 괴로운 일을 당할 것이니 말이다.”

“……말도 안 돼…….”

2년 9개월 만에 처음 한 말이었다.

“미안하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미래를 바꿔보려고 했는데……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아니에요…… 저하 잘못이 아니에요…….”

아르시아의 손을 꼬옥 잡는다.

“아니다…… 정말 미안하구나…… 그래서 너에게 약속 하나 하겠다.”

“……?”

“난 이세계에서 강제로 아벨의 몸에 들어가게 되면서 주신 아그네스와 한가지 거래를 하게 되었다.”

“……?!”

“내가 이 에브니아의 악의 축인 마족들을 멸살시킨다면 나를 이전 세계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아…….”

“하지만 나는 나 혼자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너와 에디린, 그리고 케이와 사나. 모두 함께 돌아갈 것이다. 우리의 능력을 모두 그대로 가진 채로 말이다. 그 방법에 대해선 이미 알아둔 상황이다.”

“……?!”

경악의 경악이었다.

아르시아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그래서 지금 에디린이 어떻게 해서든 나와 함께 이 빌어먹을 세상을 떠나기 위해, 전심으로 나를 돕는 것이다. 그러니 아르시아.”

놀란 아르시아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조금만 참거라. 에디린 덕분에 우린 마족을 분명 멸살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역겨운 마왕까지도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슬픔밖에 없는, 부조리한 세상을 떠나 새 출발 할 수 있을 것이니.”

주르륵―

눈물을 흘린다.

아르시아는 어서 이 슬픔밖에 남아있지 않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아벨이 마족과의 대결에서 죽게 된다면 그땐 자신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따라 죽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약속보단 맹세해 주세요…… 반드시 저와 함께 이 에브니아를 떠나겠다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가련한 그녀를 안는다.

“그래. 맹세하겠다. 반드시 함께 떠나겠다고.”

* * *

사람들에게 약속했던 2년 10개월이란 시간이 다가왔다. 덕분에 폰투스에는 대륙의 강자란 강자들이 모두 모인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10인회들도 급히 회의를 소집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정말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군요.”

“재능 있는 자라면 모두 폰투스로 모이던 것 같은데…… 그게 좀 마음에 걸리는군요.”

“걱정 마시지요. 마왕께서 알아서 황자만 죽이고 끝낼 겁니다.”

“맞습니다. 황자 하나만 죽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문제이니.”

마왕 베리알은 뚫린 입이라고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인간들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보인다.

“X신 같은 놈들.”

그 거침없는 말에 다들 상당히 불쾌한 모습이다.

아덴의 마테오 국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

“우리한테 한 말이오?”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그럼 여기 X신 같은 것들이 너네 말고 누가 있겠어?”

바일의 메히르 국왕이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치며 소리친다.

“아니 이 작자가! 보자 보자 하니까!”

그 적극적인 모습을 대단히 반가워하며 말한다.

“왜? 나랑 한 번 붙어보게? 좋아. 그럼 이번에 네놈도 인간 대표로 나와 보는 건 어때? 나도 특별히 네놈과 붙기 위해 나와 볼 테니까.”

부들부들―!

그들의 특기라 할 수 있었다.

곤란할 때는 아무 말 못 하고 부들부들 몸을 떠는 것이.

“쳇! 신들 덕분에 목숨을 간신히 연명하는 주제에!”

피식―

“네놈들은 아닌 거 같더냐?”

그러면서 지긋이 노려보는데.

“아니지. 오늘 내가 당장 죽여줄까? 뭐 까짓것 신들에게 욕 좀 먹지 뭐.”

“그만. 그만들 하시지요.”

분위기가 과열되려고 하자 로드가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더는 헛소리들이 나오기 전에 신속하게 왕들의 옆에 서 있던 최고 대신관들에게 묻는다.

“최고 대신관들은 화신체를 찾아놓았소?”

그 물음에 대답한다.

“네. 정의의 신의 화신체를 제외한 화신체는 모두 찾아 이번 대표 선발자리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잘하셨소. 이번 정의 무투회의 예선전은 마족 대 인간, 팀 전으로 승자연전제로 펼쳐질 것이며 그 이후 이긴 팀 안에서 최종 우승자를 정하는 결승 토너먼트로 진행될 것이오.”

승자연전제라는 말에 침음성을 흘리는 왕들이다.

“흠― 이거 너무 쉽게 마족들이 이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소.”

“걱정 마시오. 화신체들은 결코 약하지 않으니. 그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드래곤 10마리에 육박한 힘을 낼 수 있다오. 그러니 그들이라면 마족에게 지진 않을 것이오.”

“아―”

왕들은 아직 화신체들의 활약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황자가 화신체 뒤에 숨을 수는 없을 것이오. 그들의 역할은 어찌 됐든 황자를 죽이는 것을 돕는 것이니.”

만에 하나 인간이 이겨, 인간끼리 결승 토너먼트를 치르게 된다 하더라도 그때 화신체에 의해 아벨은 죽을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화신체의 진정한 역할이었다.

‘빠져나갈 구멍 따윈 없을 것이다.’

3년 전 건방짐의 끝을 보인 아벨이 떠오른 로드는 이번에야말로 그 빌어먹을 콧대를 반드시 짓밟아 주겠다고 맹세한다.

* * *

폰투스는 마족과 싸우기 위해 모여든 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심지어 정의의 날이라 수도 에스토시아에서도 큰 축제가 있었음에도 모두 폰투스로 몰려왔던 것이었다.

“와 진짜 사람 겁나 많네!”

“그러게! 이거 참 걸어 다닐 수가 없어!”

“야 좀 비켜! 참가 안 할 거면 좀 비키라고!”

“나도 참가할 거거든?! 너 따위 허접이나 좀 빠져!”

“뭐?! 허접! 이 개허접인 놈이!”

“뭐어?! 개허접?! 이 새끼가! 한번 붙어 볼까?!”

“그래! 좋다! 붙자!”

그때 다급히 누군가가 달려와 그들을 말린다.

“싸우면 실격입니다! 싸우면 실격이라구요!”

자존심이 대단한 사람들이 모였기에 싸움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덕분에 마멸단원들은 그 싸움들을 막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여야 했었다.

아벨은 면접 건물 하나를 따로 만들어 그곳에서 천혜안을 써가며 최소 9성 이상의 무인들과 9 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을 선별하고 있었다.

물론 9성 이하 무인도, 9 서클 이하 마법사도 모두 지원만 하면 받아주긴 했었다.

‘이 짓도 오래 할 일은 아니군.’

온종일 천혜안을 쓰는 것은 눈과 뇌에 엄청난 과부하를 주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사기 치는 새끼들이 많은 거야? 정말 죽고 싶은 건가?’

제출한 이력서와 천혜안으로 본 그 사람의 실제 능력이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었다. 이력서에는 9성이라고 적어놓고 실제는 7성도 안 되는 놈들이 비일비재했다.

“데니. 자네 실력으로 마족과 붙으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나?”

“전 이길 수 있습니다! 진짜 자신 있습니다!”

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 그런 자신감이라면 뭐라도 되겠지. 통과.”

“감사합니다!”

아벨은 이곳에 억지로 끌려온 게 아니라면, 의지만 있다면 모두 받아주고 있었다. 어차피 팀전이었고 승자연전제이기에 자신이 첫 번째로 나가서 모두 이길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어차피 그들은 예선전에는 출전할 일이 없었다.

‘이후에 필요하지만.’

아벨이 모두를 이긴다면 그리고 결승 토너먼트에서도 우승한다면 분명 마왕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다만.’

모든 마족이 모두 모일 것이기에 그들은 방심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 드래곤들은 모이지 않을 거야.’

참관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건 에디린과 비트칸을 납득시키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가능성이 컸다.

아벨은 과감하게도 드래곤들이 없는 그 날을 노리고 있었다. 그래서 벌어질 혈투를 생각하면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던 것이었다.

‘일단 다 뽑아놓고 보자고.’

그러던 중 반가운 인물이 찾아왔다.

굉장한 미남이었는데, 모진 풍파를 맞아서 그런지 전의 그 능글맞아 보이던 인상은 이젠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남아있던 팔 하나로 아벨에게 예를 갖췄다.

“저하. 잘 지내셨습니까?”

“리차드.”

아벨에게 비룡검법을 받아 새 삶을 살아가고 있던 리차드 칼리언이었던 것이었다. 그는 여유를 되찾은 듯 보였고 그 강인한 눈빛을 보니 전보다 훨씬 더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성장했군. 리차드.”

“네. 저하 덕분에 벽을 깰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천혜안으로 본 리차드는 10성 검사가 되어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그것도 한쪽 팔만으로 8성 후반에서 10성의 벽을 깬 것은 솔직히 정말 대단하다 할 만했다.

“고생했다. 함께 마족들과 싸워보자.”

리차드에게는 다른 것들은 더는 묻지 않았다. 그 정도로 그에게 신뢰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 역시 아벨이 자신을 믿기에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아벨이 많이 바쁘기에, 자신이 아벨의 시간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네. 저하.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래. 조만간 함께 식사를 하자꾸나.”

“네. 언제든 불러주시지요.”

예를 갖추는 리차드는 곧장 마멸단원의 안내를 받아 합격자 숙소로 갔다.

그렇게 수백 명의 면접을 더 봤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시간이 벌써 밤 10시였던 것이었다.

천혜안을 너무 많이 써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음까지만 보겠다. 나머지 인원들은 내일 다시 오라고 해라.”

“네. 저하.”

명을 받은 마멸단원이 밖으로 나가고 오늘의 마지막 인원이 들어왔다.

“……!”

검은 천으로 두 눈을 가린 굉장히 독특한 모습의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 독특한 모습을 통해 누군지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천혜안을 쓴다.

『이름 - 그리스에

정보 - 미스라임의 신이자 지혜智慧의 신인 에크네의 화신체化身體. 세상에선 예언자 그리스에라고 불림.』

‘역시!’

그녀를 잘 알고 있던 드래곤들이 한마디씩 한다.

“장님이 여긴 웬일이래?”

“오랜만이군.”

그동안 지루하다는 듯이 멍하니만 있던 드래곤들이 반응하니 마고스가 궁금하여 묻는다.

“아시는 분이십니까?”

비트칸이 대답한다.

“너희들도 미스라임의 장님 예언자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아―!”

그제야 눈앞의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챈다.

쥬디스가 호들갑을 떨며 소리친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어리다니?!”

아주 오래전부터 들어온 것만 같았던 것이었다.

놀라는 쥬디스에게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아주 어릴 적에 능력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제가 매우 동안이기도 하구요. 후훗―”

그러면서 마치 볼 수 있는 것처럼 정확히 에디린과 비트칸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이네요. 에디린. 그리고 비트칸.”

오래된 친구 사이인 것처럼 다정다감하게 말했다.

“……?!”

그것 역시 인간들이 보았을 때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근데 싸움도 못 하면서 정말 왜 왔대.”

“그래. 아주 위험한 곳인데 말야.”

에디린과 비트칸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을 느낀 그리스에는 행복해하는 얼굴로 대답한다.

“고마워요. 걱정해 주셔서. 하지만 저 역시 에브니아를 위해 할 일이 있을 거 같아서요.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이해해주세요. 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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