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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28화 (128/178)

제128화

128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2)

아벨도 에디린의 그 엄청난 똥고집을 잘 알았기에, 그리고 비장의 한 수가 있었기에 동료들에게 걱정 말라고 말한다.

“에디린 님 말씀대로 너무 걱정은 마시지요. 제가 방법을 찾아내겠습니다.”

아벨의 덤덤한 말에 조니 자작이 답답해하며 묻는다.

“……생각해두신 방법이 혹시 있으신 겁니까?”

폰투스를 다스려왔었던 조니 자작이었기에 혹여나 폰투스가 다시 폐허가 될까 봐 가장 걱정을 하던 것이었다. 그는 에디린을 간절하게 바라보던 그 모습으로 아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씨익― 근사한 미소를 보이는데.

“에디린 님께서 도와주신다면 더 확실했겠지만, 뭐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도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

아벨의 믿는 구석이 있다는 말에 에디린은 이상한 분노를 느꼈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그 믿는 구석이 뭔지 생각이 안 났던 탓이었다.

분명 3년 전에 기억을 어느 정도 보았음에도,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함에도 모르는 게 이렇게나 많다니.

결국 너무 궁금해 자존심이 조금 상했었지만 아벨에게 묻는 에디린이었다.

“……그게 뭔데?”

“비밀입니다.”

칼같이 단호하게 말을 끊자 버럭 화를 낸다.

“아오―! 그게 뭐냐고! 궁금하게!”

아벨은 화를 내는 에디린을 힐끗 바라본다.

“궁금하십니까?”

“그래!”

장난스런 아벨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본다.

“대신 비트칸 님께 데려다주시지요. 그러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부들부들―!

“됐어! 이거 참 치사해서 못 살겠네! 흥―!”

하지만 에디린도 그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기에 궁금했지만 분통만 터트리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 * *

마멸단 활동을 아예 멈춰둘 수도 없어서 본부를 제외한 지부들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데 집중을 했었다.

‘구뇌전마검과 드래곤의 마법을 미끼로 쓴 건 신의 한 수였어.’

덕분에 대륙 곳곳의 이름 있는 무가와 마탑까지 맹세의 마법으로 지배할 수 있었기에 굉장히 유용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엔 좀 더 쉬운, 확실히 익힐 수 있을 만한 것들도 뿌려서 실질적인 힘도 키워야겠어.’

에디린에게 부탁하면 검술과 마법을 몇 개 더 구할 수 있었다. 그것들을 마멸단원들에게 다시 한 번 뿌릴 생각이었다.

어차피 맹세의 마법으로 묶여 있기에 배신할 걱정도 없었으니 정말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부 수를 계속해서 늘려가야 해.’

지부마다 마탑 마법사 한 명을 두어 마족이 나타났을 시 곧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었다.

그런 지부들을 더욱더 늘려 어디에서라도 즉각 반응할 수 있게 만들 생각이었다. 공간 이동이 가능한 에디린이 있었기에 생각할 수 있던 계책이었다.

러네이가 없는 7인의 성검사들과 죠슈아가 성장할 때까지는 이렇게 에디린을 이용해 하나둘씩 줄여가야 할 것 같았다.

솔직히 요즘에는 에디린이란 변수가 나타난 이상 굳이 그들의 성장을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 에디린만 있다면.’

자신을 욕심내는 에디린만 옆에 있다면 어느 정도는 다 해결이 됐었다.

‘물론 한 마리 더 있는 게 확실하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번에 필요하다면 다른 지원군을 부를 것이다.

‘준비는 마쳤고.’

이번 공격에 대한 준비는 마친 상황이었다. 그래서 매일매일 야외 연무장에서 각자의 수련을 하며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하늘하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사나는 손을 내밀어 내리는 눈을 받으며 말한다.

“저하. 눈이에요.”

내리는 눈을 보자 예전 군대에서의 기억이 났다. 그때 진짜 겨울만 되면 왜 그렇게 부대에만 눈이 내리는지, 미친 듯이 눈을 쓸었던 게 떠오른다.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고 했었지.’

어릴 적에는 저 하얗고 반짝이는 눈을 보며 좋아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무리였다.

혹시 사나도 그런가 해 묻는다.

그녀도 자신만큼 눈을 지긋지긋하게 봐왔었기 때문이었다.

“사나. 눈을 좋아해?”

사나는 왜 그런 당연한 말을 하냐는 듯이 대답한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저는 눈의 왕국 출신인 걸요. 태어날 때부터 이 눈의 정령들과 함께했었고 그들에게 축복을 받았답니다.”

그러면서 내리는 눈을 정말 사랑한다는 듯이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다.

아벨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왜 갑자기 눈이 내리나 했네.”

에디린이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었다.

11월 초겨울이었기에 눈이 내릴 수도 있다 하겠지만, 에디린의 말처럼 오늘은 눈이 내릴만한 날씨는 아니었었다.

“애들을 모아. 이제 곧 올 거야.”

“……?!”

그래서 사나가 소리쳐 다른 이들을 모은다.

“이제 곧 온대요! 이쪽으로 모이세요!”

그 외침을 들은 마고스와 쥬디스, 조니 자작이 아벨에게서 모였다. 모이자마자 각자 최상급 포션을 꺼내 마신다.

에디린이 말한다.

“화이트 에이션트 드래곤이 올 거다. 빌어먹을 역시 드래곤들은 나 말곤 모두 줏대가 없어.”

그 말을 듣자마자 아벨은 무언가에 마력을 주입하는데.

피슝―

하늘 위로 검은 빛줄기가 엄청난 속도로 솟구쳐 올랐고 이내 사라졌다.

“……?!”

다들 ‘도대체 저게 무슨?’ 하는 얼굴로 아벨을 바라본다.

에디린은 그것이 누군가를 부르는 신호와 비슷하다는 걸 깨닫고는.

“설마!”

씨익―

아벨은 미소를 지으며 투구를 장착한다.

털컥―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도 믿는 구석이 있다고.”

위잉―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벨 옆에 검은 포탈이 생성되며 그곳에서 아주 잘생긴 꼬마 남자아이가 걸어 나온다.

그 꼬맹이는 나오자마자 에디린의 화를 돋우는 말을 했다.

“흠― 에디린. 네가 설쳐도 너무 설쳐서 이 사달을 만드는구나.”

“뭐! 이 노망난 드래곤이!”

당연히 에디린은 그 도발에 넘어갔고 비트칸은 그 발끈하는 모습을 대단히 기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훗― 사리분별 하나 못 하는 드래곤이 어딜 감히 이 고귀한 몸께 성질을 부리나. 아무튼 넌 저리 꺼지고. 그래. 아이야. 잘 지냈느냐?”

공손히 예를 갖추며 말한다.

“네. 비트칸 님. 덕분에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이었다.

이것 때문에 솔직히 그 어떤 적들이 온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다.

아벨의 팔을 토닥토닥 두드린다.

“그래. 네가 저것 때문에 고생 많았다.”

“뭐라고!”

구오오오오오―

파지지지지직―!

에디린이 본격적으로 아우라를 펼치자 천지가 진동했다.

‘이래서 웬만하면 비트칸을 안 부르려고 했었는데.’

견원지간이라 정말 웬만하면 부르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에디린에게 비트칸의 레어로 굳이 함께 가자고 했던 까닭은 그곳에서 좀 제대로 된 시간을 갖고 화해를 시키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에디린이 극도로 싫은 티를 냈었기에 그래서 그 후로는 일부러 말을 꺼내지 않았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니 에디린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에디린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비트칸에게 에디린을 위해 변명을 좀 한다.

“에디린 님도 모두를 위해 더 잘하려다 보니, 그리고 드래곤의 위상을 되찾고 싶어서 그런 것뿐이니 이해해주시지요.”

“그래도 알 것 다 아는 에이션트 드래곤이. 쯧쯧― 아무튼 일단 저 잡것들부터 처리를 하자.”

비트칸은 현존하는 에이션트 드래곤들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드래곤이었기에 지금 내려오는 저 화이트 에이션트 드래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늘에서 마치 신인 것처럼 백발의 미남자와 푸른 머리의 미녀, 그리고 흑발의 남자 둘이 내려왔다.

천혜안을 쓴다.

『이름 - 파라타온

정보 - 화이트 드래곤. 7,239살 에이션트Ancient급 드래곤. 현재 수면기 중.』

『이름 - 나렌드라

정보 - 블랙 드래곤. 3,917년 산 웜Wyrm급 드래곤. 집행자執行者 소속의 드래곤.』

『이름 - 가미린

정보 - 마족 서열 4위. 타천사 출신의 30개의 악마 군단을 이끄는 지옥의 대후작. 강령술降靈術과 사령술死霊術이 특기이다.』

『이름 - 발레포르

정보 - 마족 서열 6위. 10개의 악마 군단을 이끄는 지옥의 공작. 타천사 출신이다.』

드래곤 두 마리에 마족 두 마리.

거기다가 에이션트 드래곤뿐만 아니라 오대 심복 중 하나도 있었다.

“꽤나 화려하게 왔군요.”

“파라티온. 이 노망난 것.”

비트칸이 다른 드래곤에게 노망났다고 하니 조금 그 느낌이 이상했다.

아무튼.

‘그래도 에이션트 드래곤 둘과는 절대 비길 수 없지.’

확실히 상대도 당황한 것 같았다. 에디린 혼자만 있을 때를 노린 것이었는데 이건 정말 예상외라는 듯한 얼굴이다.

푸른 머리의 미녀가 백발의 미남자에게 짜증을 낸다.

“미쳤네요. 진짜. 저 인간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숨어만 지내던 에이션트 드래곤들이 다 나선대.”

“이런 제길!”

로드의 간곡한 부탁이 아니었다면, 에디린에게 가지고 있던 악감정만 아니었다면 자신도 이런 빌어먹을 자리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동안 에디린에게 쌓여있었던 악감정을 해소할 겸, 그리고 혼쭐도 좀 내서 자신에게 바짝 기도록 만들려고 왔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자신이 도리어 당할 것만 같다.

백발의 미남자가 분통을 못 이기고 소리친다.

“비트칸, 에디린 이 드래곤의 수치 같은 새끼들아! 인간 따위를 보호하려고 움직여?! 너넨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

그의 비난에 비트칸은 피식―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뭐래? 저 노망난 것이. 여기서 한번 죽어 볼텨? 쫄아가지고 내려오지도 못하는 게.”

확실히 그는 더는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에디린과 비트칸이 함께라면 자신으로선 절대 이길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저 하늘에서 부들부들하고 있다.

그때 에디린도 한마디 한다.

“나한테 고백했다가 차인, 주제 파악 못 하던 드래곤 주제에 말은.”

“……?!”

에디린의 폭탄 발언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한다.

파라타온은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이, 그 우아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공중에서 방방 뛴다.

“내가 어, 언제!”

“진짜 노망나서 기억마저 못 하는 거야? 심지어 다섯 번이나 했었잖아?”

“다, 다, 닥쳐라!”

“안 그래도 네놈에게 고백받은 그 더러운 기억 때문에 언제 한번 혼쭐을 내주려고 했는데. 잘됐네.”

비트칸은 그 광경을 매우 재밌어했다.

“크큭― 내가 도와주지. 크크큭―”

그런 비트칸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진짜 이참에 죽일까?”

비트칸도 사실 에디린이 에이션트 드래곤이 되면서 대륙에 에이션트 드래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좋지. 크크큭―”

구오오오오오오―

그러면서 비트칸의 진득한 검은 빛 아우라가 사방을 어둠으로 물들이는데, 또 이럴 땐 죽이 잘 맞는 둘을 보면서 아벨은 일말의 희망을 품게 되었다.

‘다행히 필요할 땐 서로 돕는군.’

그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럴 때도 둘이 싸우면 정말 답이 없었던 것이었다.

‘가능하면 이번에 오대 심복이라도 없애놔야 해.’

텔레파시로 비트칸과 에디린에게 말한다.

《동료들은 제가 보호하고 있겠습니다. 비트칸 님께선 저 화이트 드래곤을 공격해주시고 그때 에디린 님께선 마족 둘을 순살瞬殺해 주시지요.》

그 텔레파시에 비트칸은 경악해 하며 아벨을 바라보는데.

《에디린 님께 배웠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그렇게 놀랄 때가 아닙니다.》

에디린도 한마디 거든다.

《맞아. 적에게 집중하라고.》

일단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들을 본 화이트 에이션트 드래곤 파라타온은 버럭 화를 낸다.

“무슨 더러운 꿍꿍이를 부리는 거야?! 이 역겨운 자식들!”

위잉―

그러면서 혹시나 해 포탈을 만들어 도망갈 준비를 하는데.

“X신.”

시작은 비트칸이었다.

이미 방출된 아우라로 파라타온을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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