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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23화 (123/178)

제123화

123화. 다 받아 주겠어(2)

“의외로군.”

“훗― 그렇습니까?”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

“설마요. 오히려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 나이에 그 강함을 지니고 있는 것을.”

훗날 멸망자라 불릴, 거대한 키와 우아한 금발을 가진 냉혈한인 남자가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아벨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아벨에게 진 이유가 먹어온 영약의 차이와 가진 아티팩트의 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느꼈었다.

더 강해지기 위해선 아벨을 좀 더 자세히 알아야 하겠고 그의 검술을 알아야 할 것 같아 온 것이었다.

“그래? 그럼 문제없지. 우리가 동료가 되는 것에 말이야.”

“맞습니다. 저 역시 모든 마족을 잡아 죽이고 싶었으니 말입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말 대신 맹세의 마법 준비를 했다.

이렇게 많이 맹세의 마법을 할 거라고는 아벨이 됐을 때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장인이 됐어.’

이제 맹세의 마법 장인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것이다.

모두에게 했던 데로 아벨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상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의 문장을 피로 양피지에 쓴다.

로만도 그걸 보고 따라 쓴다. 두 양피지에 같은 맹세가 쓰이자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는데.

수아아아아―

예의 기분 나쁜 빛무리에 휩싸이며 맹세의 마법을 마무리 짓는다. 그에게 구뇌전마검 검법서를 건넨다. 건네면서 손도 내밀어 악수도 한다.

“이제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이니. 앞으로 잘해보도록 하자.”

“네. 저하.”

이후 로만이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정말 그리웠던 사람들이었다.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제시! 제니!”

바로 아벨을 아기 때부터 키우며 보호해주었던 두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단번에 책상을 뛰어넘어 두 사람에게 가서 안는다.

“저하. 잘 지내셨습니까?”

“어른이 되셨군요. 저하.”

따뜻한 말을 건네는 그녀들이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두 분.”

아벨의 성장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두 사람이었다.

감정이 요동침을 느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하.”

“저희가 사람과 동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어서 늦게 알았습니다.”

분명 아벨이 마멸단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왔을 것이었다.

두 사람을 놓아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괜찮습니다. 이렇게 와준 거만 하더라도 감사드립니다.”

두 사람도 오랜만에 활짝 웃는다.

그러면서 제시가 물었다.

“그런데 정말 뇌전마검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시는 겁니까?”

욕심보다는 걱정되어 하는 말일 것이다.

“걱정 마시지요. 봐도 뇌전마검을 얻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 말입니다.”

“그게 무슨……?”

“괜히 제가 거짓을 하지 않는다고 맹세의 마법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만큼 어려운 검술이라는 소립니다.”

“아…….”

이제 두 사람도 이해했다는 얼굴이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저하께서 백성들을 위해 모든 걸 내놓는 건 아닌지 해 걱정했답니다.”

역시 그녀들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걱정해 주셔서.”

“당연히 걱정해 드려야죠. 저하가 저희에게 어떤 존재이신데.”

두 사람은 예전과 같은 신분이 아니었기에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 편안한 모습이 아벨에게 대단히 마음에 든다.

“지금은 조금 바빠 사적인 이야기는 이따 저녁 식사와 함께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리고 그때 소개해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그녀들도 자신들 때문에 일이 방해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딸랑―

아벨이 종을 울렸고 그 종소리에 마멸단원 한 명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이 두 분께 지내실 곳을 마련해 드려라.”

“네. 저하.”

부복하는 마멸단원을 보고는 제시와 제니에게 말한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네. 저하.”

그렇게 두 사람도 나갔다.

나가자마자 사나가 묻는다.

“누구세요?”

에디린은 아벨의 기억을 보았기에 아는 척을 한다.

“쟤네들도 몰라? 아벨의 유모잖아.”

“아 그래요?”

“그래. 하긴 너는 아벨에 대해 아는 게 없었지.”

“…….”

진심 재수 없었지만, 안하무인인 러네이를 이미 겪어 보았기에 간신히 참아낸다.

아벨은 이러다가 큰일 날 것 같아 어서 다음 사람을 불러들인다.

“다음!”

아벨의 외침에 드륵― 문을 열고 정말 의외의 사람이 들어왔다.

“……?!”

옆에 앉아있었던 에디린과 사나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 의외의 사람도 아벨과 함께 앉아있는 에디린과 사나를 보고 깜짝 놀랐었고.

“……어떻게…….”

자신의 외모와 너무 닮아서 그럴 것이다.

후우…….

절로 한숨이 나왔다.

주신 아그네스의 농간에 굉장히 난감해졌다.

“아르시아 영애. 오랜만이군요.”

“네…… 스승님…….”

“미리 언질을 드렸어야 하는데, 이 분은 제 스승님이시자 용사 카인 폐하의 스승이셨던 에디린 님이십니다.”

“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나를 닮았네. 짜증 나게.”

“네?”

에디린의 짜증 섞인 말에 아르시아도 조금 불쾌한 듯하여 아벨이 나선다.

“잠시 휴식을 취해야겠습니다.”

그러면서 아르시아의 손을 잡고 곧바로 밖으로 나간다. 나가서 빈방으로 지체 없이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마력으로 막을 만들어 소리를 차단하고 나서야 입을 연다.

“위험했습니다.”

“네?”

“저 드래곤이 굉장히 지랄맞아서 말입니다.”

“아…….”

“진즉에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솔직히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다닐레비우스 백작가가 구뇌전마검을 원했기에 아벨과 아르시아를 엮으려고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미 다닐레비우스 백작가의 사람들이 꽤나 왔었기에, 더는 아르시아와 엮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스승님 저는 마멸단에 들어오면 안 되는 거였나요?”

조금은 서운한 듯한 말투에 아벨은 가슴이 꽉꽉 막히는 기분이다.

“……마멸단은 역시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괜찮아요. 저도 이제 마냥 어리지 않거든요.”

그래 봐야 18살이었다.

“그래도 아직 어립니다. 그리고 검을 잡은 시간도 많이 짧고. 분명 이곳에 있다간 목숨이 위험할 것입니다.”

일부러 좀 모질게 이야기했다.

가능하다면 서운한 마음에 그냥 돌아갔으면 해서.

“뇌전마검은 그냥 드릴 테니 가문으로 돌아가시지요. 여긴 아직 아르시아 영애가 있을 곳이 못 됩니다.”

하지만 역시 이 빌어먹을 소설 세계는 여자 문제만큼은 절대 뜻대로 되게 하진 않는다.

그 큰 눈이 눈물을 머금기 시작하더니.

“저도! 저도 열심히 했다구요! 스승님께 도움이 되는 검사가 되기 위해서!”

너무 분해 소리치는 아르시아였다.

그 울먹이며 소리치는 모습이 뜻밖이라 아벨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신이 만든 억지스런 운명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노력했는지 깨닫는다.

“하지만…… 하지만 정말 이곳은 위험합니다…… 언제 생명이 위험할지 모릅니다…….”

또르륵―

와락―!

눈물을 흘림과 동시에 아벨을 껴안는다.

그리고선 가슴에다 대고 소리친다.

“저도! 저도 정말 노력 많이 한다구요! 스승님께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서! 사나 언니나, 케이 언니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으니까!”

알고 있었다.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

“…….”

두 눈을 감는다.

그녀의 눈물과 격한 감정에 아벨의 심장도 격하게 흔들리는 걸 느낀다.

결국 아벨도 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고생하셨군요…… 정말…….”

그녀의 들썩이는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달래준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함께하도록 하죠…… 하지만…… 하지만 우리의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이 세상을 먼저 생각해야 함을 절대 잊지 마시길…….”

그 정도는 말해둬야 앞으로 있을 많은 서운함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 * *

“황자가 꽤나 머리를 쓰는군요.”

“그렇습니다. 사람의 욕망을 제대로 꿰뚫어 보는 것 같습니다.”

“이후 불만이 생겨도 이미 해버린 맹세의 마법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대륙의 재능이란 재능들은 다 그 마멸단인가 뭔가로 갔을 텐데…… 심히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아덴은 괜찮지 않습니까? 아덴만큼은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아덴이 검술 강국이라 그런지 견제를 하는가 봅니다. 뇌전마검을 정말로 얻을까 봐 말입니다.”

“그것보다 정말 이대로 지켜만 보실 겁니까? 한번 경고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경고가 필요할 것 같군요. 안 그렇습니까? 마왕?”

모두가 검은 머리의 턱을 괴고 있는 미남자를 바라본다.

“당신이 호언장담한 계책이 보란 듯이 틀리지 않았습니까? 백성들을 공격하면 나와서 막을 거라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단 한 번도 황자가 나선 적이 없었습니다. 마멸단에 꼭꼭 숨어만 있었단 말입니다.”

그 무례한 말에 미간을 찌푸린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검은 형체를 가진 아우라가 뿜어 나오는데, 마법을 통한 화상 회의가 아니었다면 당장 저 벌레 같은 것들을 몽땅 찢어 죽였을 것이다.

물론 이 자리가 대면 회의라 할지라도, 신들 때문이라도 그 벌레들을 함부로 죽일 수는 없긴 했었다.

아무튼 벌레들은 일단 무시하기로 한다.

“……로드. 어떻게 생각하시오? 용사가 인간들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는데 말이오.”

금발의 미남자도 그 말에 동의했다.

“주신 아그네스가 조금 특이한 용사를 뽑았나 보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도움을 주시겠소?”

에디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자신의 오대 심복 둘이면 에이션트 드래곤에 비기긴 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오대 심복을 이딴 이유로 잃을 순 없었다.

그때 로드가 마왕의 물음에 대답한다.

“우선 다른 분들께서 자신들의 수족들을 고국으로 불러오셔야겠소. 그들도 모이면 꽤나 귀찮은 존재니 말이오.”

대륙의 강자라고 불리는 자들은 거의 모두가 마멸단에 머무르고 있었다. 황궁과 왕궁에서 근위기사라는 직책에 있던 자들도 말이다.

그만큼 뇌전마검과 드래곤의 마법은 군침이 도는 것이었다.

파우스 황제가 가장 먼저 대답했다.

“알겠소. 반드시 그리하도록 하겠소.”

황명을 내려서라도 반드시 모두 불러들이겠다고 다짐하는 황제였다.

“나도 그리하겠소.”

“그렇다면 나도.”

“나 역시.”

“우리도.”

다른 왕들도 동의한다.

“좋소. 그럼 마왕. 내가 에이션트에 육박한 드래곤을 보내드리겠소. 그 아이와 함께 공격을 해보시겠소?”

“좋소. 그리하리다.”

그 정도면 로드로써도 충분히 할 만큼 했기에 받아들이기로 한다.

* * *

마법 강국 미스라임의 얀 국왕은 제국의 무능력한 황제와는 확실히 달랐다.

9 서클 대마법사이기도 했던 그는 마법으로 모든 것들이 차단된 자신의 집무실에서 사나에게 통신 마법을 직접 시전 한다.

우우웅―

서로가 연결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한 달 뒤 공격이 있을 거다. 에이션트에 육박한 웜급 드래곤과 대단히 서열이 높은 마족이 말이다. 그리고 곧 제국과 왕국들에서 마멸단에 입단한 귀족들을 불러들일 거다.”

“네. 아바마마.”

“그럼 네게 주신 아그네스의 가호가 있기를.”

뚝―

바로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통신 아티팩트도 아공간 주머니에 넣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얀 국왕이 그렇게 바로 흔적을 지운 것과는 달리 사나는 아벨과 에디린과 함께 자리에 남아 이번 일에 대한 회의를 개최한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디린 님?”

“아무리 웜급이 에이션트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웜급은 웜급. 감히 나를 어떻게 보고.”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아벨은 역시 에디린답다 생각한다.

“제 생각에는 이번엔 우리 쪽 상황에 대해 단순히 파악을 좀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에디린 님이 왜 저와 함께하시는지, 현재 어떤 생각이신지, 그리고 제가 어느 정도인지, 그러한 것들 말입니다.”

아벨은 이번 기회에 이쪽에서도 저들이 어느 정도로 자신들을 경계하는지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도 저들을 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에디린도 아벨의 말의 뜻을 이해했기에 “그럼 그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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