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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22화 (122/178)

제122화

122화. 다 받아 주겠어(1)

두 사람 다 마멸단 건물 안에 있어서 그런지 오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

“저하!”

“저하! 드디어 오셨습니까?!”

아벨도 일어나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한다.

“네. 드디어 준비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스승님과 교수님께서는 잘 지내셨습니까?”

두 사람은 아벨의 모습이 확실히 전보다 더욱 성장한 듯 보여 그 말이 사실임을 깨닫는다.

“말씀대로 더욱 성장하신 듯하군요.”

“맞습니다! 이제 저 늙은이 따위는 그냥 넘으실 것 같습니다!”

쥬디스가 마고스를 가리키며 호들갑을 떤 것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 정겨운 모습에 아벨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하핫―! 설마요! 아무튼! 어서 두 분께서도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지요!”

두 사람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벨이 가리킨 곳에 가서 앉았는데, 그제야 에디린의 존재를 깨닫고는 역시나 깜짝 놀란다.

“이 분은?!”

신과 같은 완벽한 외모 때문에 그런 듯했다.

“흥―! 꼴에 눈은 있어가지고! 아벨! 이래서 내가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니까?!”

별것도 아닌 것에 툴툴대는 에디린을 아벨이 달랜다.

“에디린 님께서 워낙 아름다워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죠.”

“흥―!”

“이분은 전에도 말씀드렸던 제 새로운 스승님이신 에디린 님이십니다. 그리고 이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귀하신 분이시니 대하실 때 각별히 조심하셔야 할 것입니다.”

아벨이 누군가에게 아부를 떠는 걸 모두 처음 보았기에 얼떨떨해하면서 대답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아벨은 그들의 표정을 보고 씁쓸했지만 이게 가장 편안하고 무엇보다 안전한 길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좋습니다. 그럼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죠.”

다들 앞으로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조금 멍해진 정신을 다시 날카롭게 가다듬는다.

“확실히 말씀드리지만 전 이 마멸단을 에브니아 최고의 무력 단체로 만들 것입니다. 물론 마족에 한에서지만 말입니다.”

마고스가 묻는다.

“정말로 뇌전마검과 드래곤의 마법을 입단하는 대가로 주실 겁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야 지금 저를 향한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이 세계에서 마족을 박멸하려면 이 수밖에 없습니다. 아 물론 맹세의 마법을 할 것이니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그때 조니 자작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아벨의 말에 적극 동감한다.

“마고스 각하. 드래곤의 마법은 모르겠지만 뇌전마검은 그 누구에게 줘도 아무 상관 없을 것이니, 저하 말씀대로 전혀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

아벨과 에디린만이 그 말의 뜻을 이해한 것 같았다.

아벨이 미소를 머금으며 묻는다.

“역시 그렇습니까?”

“네. 아쉽지만 말입니다.”

마고스, 쥬디스만 무슨 말인가 해 멀뚱히 있었는데.

“아무튼 전혀 문제없으니 두 분께서는 하나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럼 저하 언제부터 시작합니까? 당장에라도 전 대륙에 이 소식을 알립니까?”

의욕 넘치는, 자신만만한 모습의 조니 자작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울 수 없었던 아벨이었다.

* * *

“사나.”

“저하!”

사나는 이제는 미스라임의 설화가 아닌 마멸단의 설화로 불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냉랭한 이미지를 고수했는데, 마멸단 인원들은 그 냉랭함을 싫어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매력에 빠져 사나에게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어떤 사람보다 마멸단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

사나는 아벨을 따라 들어오는, 자신이 잘 아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역시나 깜짝 놀란다.

“전에 말했던 에디린 님이시다. 아르시아 영애가 에디린 님을 많이 닮긴 했지.”

그제야 아벨이 예전 자신에게 말했었던 에디린에 대한 주의사항이 떠오른다. 그래서 에디린에게 공손히 예를 갖춘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사나 카르하라고 해요.”

에디린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준다.

“그래. 반가워.”

아벨이 두 사람을 훈훈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일단 앉자. 에디린 님도 앉으시죠.”

그래서 테이블로 가 앉았다.

사나가 묻는다.

“딸기 우유 드시겠어요?”

딸기 우유라는 말에 잠시 옛 추억에 잠겼는데, 에디린과 함께 한 후 단 한 번도 마시지 못했던 것이었다.

“좋지.”

그리고 에디린에게 묻는다.

“에디린 님도 한잔하시겠습니까? 딸기 우유야말로 음료 중에 최강자인데 말입니다.”

팔짱을 끼고 딱히 원하진 않지만 널 봐서 특별히 마신다는 듯이 말한다.

“뭐 네가 정 그렇게 말한다면.”

그래서 사나가 딸기 우유 세 잔을 내왔다.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대체 어디 가셨던 거예요?”

“용사의 무구를 모아왔다. 그리고 그것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었고.”

그 말에 걱정스레 바라본다.

“지금 세상이 저하를 어떻게 바라보는 줄 아시나요?”

“잘 안다. 지켜보니 황제 폐하와 아덴의 마태오 국왕이 손을 잡은 것 같더구나.”

“맞아요. 두 사람이 주가 되어 저하를 죽일 여론을 만들고 계시죠.”

솔직히 상관없었다.

오히려 아덴은 아벨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차피 카시드를 죽이면 철천지원수가 될 것이었기에.

그러니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된 것이냐? 미스라임에서 쫓겨났다던데…….”

“괜찮아요. 별거 아니니까.”

정말 아무렇지 않게 덤덤하게 말해 오히려 그게 더 화가 났다.

그래서 순간 발끈하고 만다.

“아니! 어떻게 그게 별거 아니란 말이냐! 공주가 왕실에서 쫓겨났다는 게! 자신의 고국에서 쫓겨났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른단 말이냐!”

“……?”

아벨이 너무 과하게 화를 내자 정말 깜짝 놀라며 난감해한다.

“……저 그게 사실 사정이…….”

“사정은 무슨 사정! 내가 이럴 줄 알고! 하아 참―!”

텁석―

화를 멈추지 못하는 아벨의 손을 잡는다.

“진정하세요. 좀 진정하시고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말은 무슨!”

“휴― 저하. 제발.”

한숨을 쉬긴 했지만 사나는 아벨을 오히려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저하. 사실 제가 쫓겨났다고 하는 말들은 다 거짓이에요.”

“?!”

“아바마마와 함께 저하를 돕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거예요.”

“??!!”

“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저하가 용사이기에 대륙의 강대국들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금만 봐도 제국의 황제 폐하와 아덴의 마태오 국왕 전하가 어떻게든 저하를 죽이려고 하고 있잖아요? 문제는 아바마마께서도, 그들의 동맹국으로써 어쩔 수 없이 그런 척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쫓겨난 것처럼 해서 비밀리에 연락을 하며 강대국들의 계획이나 움직임을 받기로 했어요.”

사나의 말을 들어보니, 섣불리 화를 낸 것에 굉장히 민망해졌다.

머쓱해 하며 사나를 바라보자 사나가 대담하게도, 에디린이 보고 있음에도 아벨을 꼬옥 껴안는다.

“고마워요. 걱정해줘서.”

“……?!”

에디린은 두 눈 부릅뜨고 당장에라도 두 사람을 떨어트리려고 했었지만, 반면 아벨은 그 부드러운 마음과 따뜻함을 조금 더 느끼고자 사나를 더욱 끌어안는다.

* * *

아벨이 내세운 그 파격적인 조건 때문에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가 온종일 그 이야기로 끊임이 없었다. 심지어 드래곤들도, 마족들도 관심을 보였으니 말 다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벨을 죽이자고 선동하던 무인들은 그 누구보다 먼저 아벨의 앞에 무릎 꿇으며 구뇌전마검과 드래곤의 마법을 구걸했었다.

물론 아벨은 아덴의 무인들은 받아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아덴은 마멸단의 공식적인 적이라고 선포하기까지 했었다.

“아니! 이 귀한 걸 마족 멸살의 큰 뜻을 위해 내놓으시다니!”

“역시 저하께선 다 방법이 있으셨군요!”

“저희들이 이것들로 마족들의 씨를 말리겠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만 믿으시죠!”

“저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벨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히도 백성들 안에서도 조금씩 아벨에게 호의를 갖는 이들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그들도 무인에게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성명절기를 남에게 가르쳐 주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진짜야?! 진짜 가르쳐 주신대?!”

“진짜라니까?! 맹세의 마법을 하신다잖아?! 거짓이 아니시라고!”

“와 진심 통 크시네! 들어보니까 마법사들은 또 드래곤의 마법을 가르쳐 주시겠다고 하셨다던데.”

“그렇지! 대륙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보물들을 내놓으신 거지!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그렇게 이제는 여론이 뒤바뀌자 눈치만 보고 있던 제국의 대귀족들이나, 다른 왕국 왕실의 무인들이, 적이 된 아덴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앞다투어 마멸단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예전 정의 무투회 때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서 아벨의 그 압도적인 무위를 똑똑히 보았기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정의 무투회에 참가했었던, 로드에 의해 구금된 러네이와 국적이 아덴이라 마멸단 입단이 불가능한 챠빌 켄드릭을 제외한 7인의 성검사는 당연히 모두 마멸단에 집결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한쪽 팔이 잘린 리차드까지도 말이다. 리차드는 이번 기회에 전설의 검술인 뇌전마검을 습득해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집념으로 아벨을 찾아왔었다.

물론 구뇌전마검 때문이 아닌 순수한 마음에 대륙을 혼란에 빠트린 마족들을 멸살하기 위해서 모인 자들도 있었다.

아벨에게 은혜를 입었다 생각하는 용사의 검이라 불릴 앤디 피츠와 그 누구보다 정의로운 크리스찬 요한센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은 아벨에게 구뇌전마검을 받지도 않았고 맹세의 마법을 체결하지 않았다.

정말 어마어마한 수의 무인들이 마멸단 건물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덕분에 재건된 폰투스는 활기를 되찾았다.

아벨은 눈앞의 외팔이 검사에게 묻는다.

“뇌전마검이 네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솔직히 그 누구도 구뇌전마검을 익히지 못할 것이었다. 하위 버전으로 모방할 수는 있겠으나 말이다. 물론 최상급의 검사에게는 그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역시 재능만큼은 그도 최상급이었기에, 자신을 믿는 리차드는 확고한 얼굴로 아벨의 말을 부정한다.

“아닙니다. 그래도 꼭 뇌전마검을 습득하여 저하와 함께 마족들을 이 땅에서 박멸하고 싶습니다.”

거짓말일 것이다.

마족보다는 아덴이겠지.

뭐 아벨에겐 아덴도 마족만큼이나 거슬리는 존재이긴 했다.

아벨은 옆에 앉아있던 에디린에게 묻는다.

“혹시 에디린 님께 외팔 검사에게 좋은 검술이 있습니까?”

잠시 고민하더니.

공간이 벌어지며 그곳에서 무언가를 꺼내 아벨에게 건넨다.

“이게 외팔이에게 좋지.”

비룡검법飛龍劍法

아벨도 정확히 어떤 검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에디린이 준 이상 분명 좋긴 할 것이었다. 확실한 건 리차드의 화려하기만 한 난화혈풍검亂花血風劍 보다는 훨씬 좋으리라는 것.

아벨은 그걸 받아 뇌전마검과 함께 리차드에게 건넨다.

“그럼 둘 다 주겠다. 둘 다 써보고 너에게 맞는 걸 쓰거라.”

“아니! 뇌전마검 하나만 주셔도 되는데!”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 이내 얼굴이 일그러지며 울먹이기 시작하는데.

매우 감동한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팔을 잃은 후 모두가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던가. 조국뿐만 아니라 가문마저, 심지어 자신의 연인마저 수치스럽다면서 자신의 곁을 떠나갔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외면하지 않음과 동시에 자신에게 이토록 믿음을 주다니.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음을 느낀다.

주르륵―

결국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그동안 서러웠던 게 터졌던 것이었다.

아벨은 그의 서러움을 이해했음으로 가만히 기다려 준다. 한참을 그렇게 지켜만 보다가 그가 이제 그쳐갈 때쯤에 손수건을 건넨다.

“부담 가지지 말거라. 그리고 너도 들어서 알겠지만 어차피 다른 누군가에겐 알려줄 순 없으니, 그러니 난 괜찮다. 후후―”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그도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그럼 맹세의 마법을 시작해볼까?”

고개를 끄덕인다.

“네. 좋습니다.”

그 결연한 모습을 보고는 옆에 준비되어 있던 마법 양피지에 검지를 베어 맹세의 문장을 쓴다. 리차드도 아벨이 쓴 걸 똑같이 따라 썼다.

두 맹세의 문장이 다 담기자 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두 사람을 감싸고는 이내 사라진다.

아벨이 리차드에게 손을 내밀었고 리차드도 아벨의 그 손을 잡았다.

악수를 하며 말한다.

“잘 왔다. 마멸단에. 네가 나를 돕는 만큼 나도 너를 도울 것이니, 이제 우리는 형제나 다름없다.”

리차드는 다시 한 번 형제라는 표현해 감격해 하며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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