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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21화 (121/178)

제121화

121화. 그게 다 계획이야(2)

이 새벽에 다급하게 전해야 할 일이 있다며 깨운 집사장이었다.

집무실에서 그의 보고를 듣고 있는데.

벌떡―!

“뭐! 유게네스가 사라져!”

아덴의 마태오 국왕은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보고하는 집사장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소리쳤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것이었다. 10인회에서 마왕과 로드가 아벨을 용사라고 추측했을 땐 솔직히 설마 했었다.

그런데 그 추측이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었는데 진짜 용사가 나타났다.

“누구라더냐?! 용사가?!”

“그게 후드를 깊게 써서 알아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생각에 빠지는데.

“몇 명이었다고 하더냐?”

그 물음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용사는 한 명이니 한 명이 간 것이라 생각한 탓이었다.

“한 명이였다고 했습니다.”

“그래? 음―”

에디린이라는 전설의 드래곤이 함께 한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혼자서 움직였다고 했으니.

‘뒤에서 지켜만 봤을 수도 있지.’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아무튼 알았다. 지금 가서 최고 대신관을 깨워 오거라.”

“네. 전하.”

아벨의 마태오 국왕은 집사장이 나가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창밖은 창백한 회색빛 어둠이었는데, 이제 곧 여명이 밝을 것이었다.

확실히 이 세상은 백성들에겐 저 창백한 회색빛 어둠과도 같을 것이다. 앞으로도 몇 번의 마족 침공이 계획되어 있었으니, 그리고 그걸 적절한 시기에 막아 줄 10인회가 있었고.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았다.

마치 회색빛처럼.

“…….”

그때 그 회색빛을 깨트리는 태양이 떠오르는데, 저 눈을 따갑게 만드는 눈부신 여명이 굉장히 거슬린다.

‘……과연 그들의 확신대로 황자가 용사일 것인가…….’

거의 확실한 것 같았지만 또 모르는 것이니.

‘……맞을 가능성이 크지만 혹시 모르니…….’

아덴의 마태오 국왕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아벨을 반드시 용사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10인회의 표적이 되어 죽어줄 테니.

‘황제와 연락해봐야겠군.’

황제라면 분명 자신과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 X신같이 속 좁은 새끼라면 분명히.

* * *

대부분의 10인회 회원들이 아벨이 용사인지 아닌지는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스라임의 얀 국왕만큼은 달랐다.

그에겐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이었다.

빠른 조치가 필요했다.

“유게네스가 사라져?!”

“네. 전하. 유게네스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확실히 놀랄만한 소식이었다.

대단히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런 일이 없길 그토록 바랐었건만.

“……지금 당장 가서 사나를 불러 오거라.”

“공주 저하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리고 최고 대신관을 깨워서 내 부름을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

의아스러웠지만 이내 부복한다.

“네. 전하.”

마령대원이 사라지고 얀 국왕은 생각에 잠겼다.

‘……정말 사위가 용사인 걸까…….’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사위가 용사인 것만 같다.

‘……사나……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이더냐…… 너는 알고 있었더냐…….’

딸아이는 사위가 용사라고 한다면 오히려 더 좋아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적부터 대륙의 백성들을 위해 사악한 것들과 싸우는 용사의 이야기를 매우 동경해오지 않았던가.

‘……나 역시 그랬었지…….’

사실 그도 어릴 적에는 용사와 그의 동료들이 이 에브니아 대륙을 구하는 영웅적인 이야기에 빠져있었다. 그도 용사가 되어, 아니라면 용사의 동료라도 되어 함께 이 세상을 구하고 백성들에게 찬양받는 꿈을 꿨었던 것이었다.

‘……설마 내가 용사의 적이 될 것이라고는…….’

설마 자신이 그 용사의 적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용사의 적이 된 이유도 결과론적으로는 모두 다 자신의 나라와 그리고 백성들을 위한 것이었으니.

‘……내가 10인회를 탈퇴하면 신께서는 미스라임을 버리실 것이고 그렇다면 백성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힘들어지겠지…….’

그런 이유로 10인회가 저지르는 갖은 악행들을, 참기 힘들었어도 애써 눈감으려 노력했던 것이었다.

‘……지혜의 신 에크네시여…… 저에게 지혜를 주시옵소서…….’

신이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러한 자비로운 신이 아님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이름답게 지혜를 자신에게 내려주기를 바라던 얀 국왕이었다.

똑똑―

“전하. 사나 공주 저하 오셨습니다.”

“들라 해라.”

드륵―

문이 열리고 자신과 같은 은발의 아주 사랑스런, 이제는 소녀가 아닌 여자라고 해도 될 딸아이가 들어왔다.

사나만 들어오고 다른 이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미안하구나. 이른 새벽에 깨우다니.”

“아니에요. 아바마마. 중요한 일이시니까 절 깨우셨겠죠,”

의젓한 딸아이를 조금은 안타깝게 바라본다.

“이해해줘서 고맙구나. 그래. 이리 와서 앉거라.”

얀 국왕이 가리킨 곳에 가서 앉는다.

딸아이가 앉자마자 말한다.

“사나야. 너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불렀구나.”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 꼭두새벽에 깨웠을까 한다.

“말씀하세요.”

돌려 말할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너는 사위가 용사라고 생각하느냐?”

“네?”

“솔직하게 말해주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니까.”

얀 국왕의 더없이 진지한 얼굴에 사나는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자초지종 설명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누군가에 의해 유게네스가 뽑혔다고 하더구나.”

“……?!”

“나는 그 유게네스를 뽑은 용사가 사위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

그럼에도 뭔가 망설이는 듯하자.

“사위가 정말 용사라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거다. 사실 사위는 위험한 처지에 빠져있어.”

“……왜요……?”

“너도 알다시피 제국의 황제는 사위를 단순히 미워하는 걸 넘어 증오하고 있다. 바로 수잔 황비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생각과 자신의 빌어먹을 모습과는 다른 그 찬란한 모습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다른 왕국들은 아벨에 의해 세계의 정세가 크게 변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고.”

“아…….”

“그러니 정말 용사라면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 우리 가족이지 않더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결심한 듯이 입을 연다.

“제 생각엔 용사가 맞으실 거예요. 아마도 확실할 거예요.”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딸아이의 입에서 그 대답을 들으니 막막한 감정이 밀려온다.

“그렇더냐…… 그런데 왜인지 알 수 있느냐……?”

사나는 아무리 아벨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아벨이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을 자신의 입으로 확신시키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매하게 둘러댔다.

“정의의 신을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마족들에게 공격받으셨을 뿐만 아니라 마족들을 처단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요.”

“그렇구나.”

“그런데 아바마마. 저하를 어떻게 도와주시려구요?”

“우리도 사실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란 어렵단다.”

“그렇다면?”

“너의 희생이 필요하구나…….”

사랑하는 아벨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딸의 성향을 잘 알았기에 차라리 이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던 얀 국왕이었다.

* * *

에디린도 처음에는 유게네스를 이용하여 자신의 신뇌전마검을 변화시키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었지만, 결국엔 마족 한정으로는 빛 속성의 오러와 유게네스로 신뇌전마검을 구사하는 게 더 좋다고 인정하게 됐었다.

“쳇― 마족 잡으려고 만든 검이니까! 더 좋을 수밖에!”

이젠 그런 툴툴거림도 많이 적응되어 귀엽게만 보인다.

그 모습에 피식― 미소 짓는다.

“이게 다 신뇌전마검이 워낙 뛰어나니 어느 속성의 오러에도 잘 맞아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이제는 저도 준비가 됐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너무 자만하지 마. 마족도, 그리고 드래곤들도 만만치 않다고.”

“물론 저만 있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에디린 님께서 옆에 있지 않습니까.”

“뭐 그렇긴 하지.”

“그러니 괜찮습니다. 하하―”

벌써 에디린이 원했던 그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었다. 그동안 세상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벌어졌었다.

가끔 밖으로 나가 확인해본 결과 예상대로 적들은 아벨을 어떻게 해서든 끌어내기 위해 전처럼 아벨 때문에 공격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처럼 대놓고 아벨을 들먹이지 못했었는데, 다름 아닌 신들 때문이었다.

어찌 됐든 마족과 마물들은 신들에게 이용당하는 쪽이었기에 너무 과한 나댐은 신들의 심기를 거슬렸던 것이었다.

그래서 은연중에 아벨 때문이라고 흘리며 나타날 때마다 신들의 군대에 도망치는 것으로 합의를 봤었다.

아무튼 아벨 때문에 공격받는다는 건 확실했으니 백성들의 불만은 하늘을 뚫을 기세였다. 여기서기서 무인들을 중심으로 아벨을 당장에라도 찾아 죽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괜찮아. 다 계획대로야.’

무인들이야 구뇌전마검과 드래곤의 마법서를 이용하면 그딴 움직임 순식간에 막을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설마 얀 국왕이 그런 결정을 내릴 줄이야…….’

하나 충격적인 일이라면 얀 국왕이 사나를 미스라임에서 쫓아낸 것이었다. 미스라임에서도 아벨을 죽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었는데, 사나가 아벨을 끝까지 포기 안 한다는 게 바로 그 이유였다.

‘10인회의 압력에 굴복한 걸까…….’

사나가 걱정됐다.

결국 소설에서처럼 자신 때문에 아비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버림받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마멸단으로 가서 다행이야.’

미리 언질을 줘놓긴 했었다. 마멸단을 만들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선 마멸단과 아벨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알려졌으니, 그녀가 헷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마멸단으로 가야겠어.’

황궁으로 가 어마마마를 안심시킬까도 했지만, 그곳은 세르지와 다프네를 믿기로 한다. 두 사람은 아벨이 용사임을 알고 있었으니.

“그럼 가시죠. 이제.”

“그래. 바로 마멸단으로 갈 거지?”

“네.”

위잉―

푸른 포탈이 그녀의 손짓에 따라 생성됐다. 두 사람은 함께 그 포탈에 들어갔다.

아벨이 자신의 하트 일부분과 용사의 무구 덕분에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과 아벨 덕분에 카인과의 그 역겨운 추문이 바로잡혔기에 에디린은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로 한 것이었다.

들어가자 조니 자작이 책상에 앉아 부하들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어?!”

별안간 포탈이 생성되더니 거기서 아벨과 종손녀가 나오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다.

“저하!”

그 외침에 주변에 있던 부하들도 깜짝 놀라며 아벨을 바라본다.

“아벨 저하!”

“언제 오신 겁니까?!”

“아니! 그런데 아르시아! 네가 어떻게 저하와 함께?!”

조니 자작의 깜짝 놀란 물음에 에디린은 마치 구겨진 종이마냥 미간을 구기는데.

아벨이 대신 설명한다.

“자작. 이 분은 아르시아 영애가 아니라 제 스승이신 에디린 님이십니다. 아무튼 그건 나중에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자작, 마고스 스승님과 쥬디스 교수님을 불러주시지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하들을 바라보자 부하들도 눈치 빠르게 부복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덜컥―

부하들이 밖으로 나가자 아직도 정신이 얼떨떨한 조니 자작이 묻는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그 물음은 현재 대륙이 아벨을 죽이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아벨은 에디린과 함께 소파에 앉으며 말한다.

“네. 전 잘 지냈습니다. 자작께서 시간을 벌어주신 덕분에 적들을 막을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여기 계신 제 스승님께서 함께 계신 이상 절대 호락호락 당하진 않을 겁니다. 걱정 마시지요.”

조니 자작도 아벨과 에디린이 앉은 소파로 다가가 앉는다.

“그렇다면 그분이…….”

“이제야 제대로 소개해드리는군요. 용사 카인 폐하의 스승이셨자 지금 제 스승님이신 에디린 님이십니다. 이제부턴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으니, 무례를 범하지 않도록 부하들에게 단단히 말해두셔야 할 것입니다.”

“……?!”

아까 에디린이라고 말을 들었지만 종손녀와 너무 닮아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엔 너무 닮으셔서 적응하기 힘들었으니 말입니다.”

“네…… 아르시아와 너무 닮으셔서…….”

그 말이 매우 위험함을 깨달은 아벨이 첨언을 한다.

“그것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리자면, 사실 따지고 본다면 에디린 님께서 아르시아 영애보다 훨씬 전부터 이 세상에 존재해 계셨었으니, 아르시아 영애께서 에디린 님과 닮게 태어나셨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에디린은 화를 내려다가도 아벨의 말을 듣고는, 그 말이 맞는다며 우쭐한 모습을 보였고, 조니 자작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귀여운 모습에 피식― 입꼬리를 올린다.

“아무튼 스승님과 교수님께서 오시면 앞으로 어떻게 일을 진행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구제불능인 마족들을 본격적으로 박멸할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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