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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20화 (120/178)

제120화

120화. 그게 다 계획이야(1)

“유게네스는 역시 나중에 뽑는 게 좋겠어.”

“왜 그러십니까? 이번에 다 얻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원래 계획은 백룡갑옷 투디오스까지만 얻는 것이긴 했었다. 하지만 아벨이 지금 얻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설득한 결과, 결국 유게네스가 있는 브릴튼 기사연합국 메나튼에 온 두 사람이었다.

멀리 어두운 밤공기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순백의 유게네스가 보였다.

“아무래도 불안해. 그것들이 네가 용사라고 생각하고는 있겠지만 확신은 못 하고 있을 거란 말이지. 좀 더 그 이점을 이용하다가 결정적일 때 얻었으면 좋겠어. 좀 더 방심하게 하자고.”

그럼에도 고개를 젓는다.

“그들은 제가 용사이든 아니든 저를 죽이려 할 것이고, 제가 유게네스를 뽑음으로써 용사인 것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제가 나이가 어리기에 분명 방심할 것입니다.”

“그렇긴 한데―”

“그리고 전에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고통받는 백성들을 돕지 않았기에, 용사가 됐어도 역시 돕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걸 이용해 차라리 폰투스로 유인하는 게 우리에게 낫습니다.”

차라리 광고를 하고 알아서 오게 하는 게 좋았다. 그리고 그들은 아벨의 힘이 아닌 에디린의 힘으로 적들을 죽였다면서 계속해서 에디린만 신경 쓸 가능성이 컸다.

‘가장 이상적인 계책이지.’

그렇기에 유게네스를 뽑기 위해 광장 중앙으로 걸어간다.

에디린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유게네스로 걸어가는 아벨을 바라보았는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말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심통이 났다.

“어허―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감히 스승의 말을 무시하려고 하다니.”

그래서 대단히 살기 짙은 아우라를 뿜어내 아벨을 옭아맨다.

그 살기 짙은 아우라에 둘러싸인 아벨은 순간 몸이 덜컥 멈춰진다. 하지만 아주 움직이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크윽― 걱정 마. 에디린은 결코 날 해하지 못해.’

에디린이 결코 자신을 진심으로 공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냥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텁석―!

그러자 에디린이 아벨의 팔을 거칠게 잡아챘다.

《좀만 더 생각하라고! 너를 위해서라도!》

그 걱정하는 말과 얼굴에 아벨은 잔잔한 미소를 보인다.

씨익―

《에디린 님께서 제 옆에 계시지 않습니까? 에디린 님과 제가 함께라면 분명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위험하다면 비트칸 님도 오실 것이고 말입니다.》

비트칸이라는 말에 얼굴을 대단히 찌푸린다.

《흥―! 그딴 노망난 드래곤을 믿다니!》

《당연히 저는 에디린 님을 더 믿지 말입니다.》

에디린은 아벨의 여유로운 얼굴을 보아 자신이 결국엔 져줄 거란 걸, 아벨이 그 사실을 안다는 걸 깨닫는다.

한숨을 푹― 내쉰다.

《근데 정말 괜찮겠어?》

《정 너무 벅차면 에디린 님의 통나무 집에 숨으면 되지 않습니까? 하하― 그리고 조니 자작에게 기본 체계를 구축할 때 가장 먼저 정보원들부터 구축하라고 했으니. 가끔은 우리가 반대로 기습할 수도 있을 겁니다.》

《……네가 용사임에도…… 그리고 너 때문에 고통받는 자신들을 구하지 않았다면서…… 마족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간들까지도 너를 죽이려고 들 거야…… 어떻게 해서든…….》

그녀가 왜 유게네스만큼은 나중에 뽑자고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게네스야말로 용사임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증거였으니, 유게네스를 뽑으면 결코 용사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용사임이 드러났음에도 자신 때문에 고통받던 백성들을 지금처럼 돕지 않는다면 지금도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비난에 휩싸일 것이다.

심지어 그 역겨운 10인회 소속의 신관들에게도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어.’

하지만 상관없었다.

뇌전마검과 드래곤의 마법을 준다고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벨을 죽이자고 하던 여론은 뒤집힐 것이었으니. 그리고 맹세의 마법으로 허튼 생각 못 하게 막고.

그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저 안타까워서 저러는 것이었다.

《좀 억울하긴 하겠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우리의 깊은 뜻을 이해해 줄 것입니다.》

욕먹는 건 아벨에게 그리 큰일이 아니었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인간들의 공격도.

굳이 문제라고 한다면 마족들의 공격이었는데, 솔직히 그녀가 있는 이상 힘들다고 통나무 집으로 도망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계속되는 실패로 그들이 안달 나서 다른 계책을 세우겠지.

마왕이나 로드 급이 아니라면,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결국엔 막아낼 것이다.

‘소설에서 마왕이나 로드는 그 체면 때문이라도 마지막에 나섰어.’

원래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대장들은 마지막에 나서는 것 말이다.

에디린은 아벨을 여전히 측은하게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하나만 약속해.》

《말씀하시죠.》

《유게네스를 뽑은 후 조용히 질 때까지 당분간은 통나무 집에서 머물겠다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바라만 보자.

《좋아. 한 달. 딱 한 달만.》

유게네스에 대해 좀 알아볼 겸 그 정도는 양보하기로 한다.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뽑고 바로 가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가시죠.》

《응.》

두 사람은 이제는 정말로 유게네스가 있는 광장 중앙으로 걸었다.

걸어가면서 에디린이 마법으로 병사들을 재운다.

수아아아아아―

스르륵―

마법이 펼쳐짐과 동시에 유게네스 곁을 지키던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으며 잠이 든다.

뚜벅― 뚜벅― 뚜벅―

고요한 밤공기 속에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광장에 울려 퍼진다.

우우우웅―!

아벨이 유게네스에 가까워질수록 유게네스에게서 그 반응이 격렬해졌다.

웅웅웅웅웅웅웅웅―!

코앞까지 다가가자 마치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이 흔들리는데.

수아아아아악―

아벨이 검을 잡자 번쩍― 하고 별안간 엄청난 빛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이미 에디린이 그 주변을 마법으로 보호하여 빛이 퍼져나가는 걸 막고 있었다. 이로써 몇 시간은 유게네스가 사라진 걸 모를 것이다.

물론 그게 그렇게까지 두 사람에게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아무튼.

아벨은 유게네스를 천천히 뽑아낸다.

스르릉―

우우우우우웅―!

정말 오랜만에 주인을 만나 기분 좋은 듯이 울고 있는 유게네스를 천천히, 그리고 세세하게 살펴본다.

그 새하얗고 은은한 검신이 마치 미녀의 아름답고 고운 살결처럼 사람의 영혼을 홀리는 마성을 띠고 있다.

검 자루 중앙에 박혀있던 새하얀 마력석이 마치 사람의 눈처럼 아벨을 바라보고 있다.

‘용사의 검이라…….’

성검聖劍.

새하얀 검신에서 성스러운 광채와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깨어난 유게네스의 아름다움에 아벨은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그래서 에디린이 아벨의 팔을 잡는다.

아벨은 그 따스한 손길에 정신을 차린다.

“아……!”

정신을 차린 아벨에게 에디린이 말한다.

“이제 가자. 가서 살펴봐.”

“네. 알겠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바로 공간 이동 포탈을 만든다.

위잉―

그리고 함께 그 포탈로 들어간다.

* * *

2시간 뒤.

교대를 위해 다음 차례 병사들이 다가왔다.

“하아― 저 새끼들 자고 있네.”

“완전 빠졌는데? 일러바칠까?”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젓는다.

“그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뜯어내 보자고.”

“뭘로?”

“퇴근 후 ‘지상의 천국’에서 쏘라고 해야지. 풀코스로 말야.”

동료의 말에 헤벌쭉 웃으며.

“오! 콜! 좋아! 완전!”

“그럼 시작해볼까?”

그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 동의한다.

툭― 툭―

고꾸라져 자고 있던 동료들을 발로 툭툭 차며 싱거운 농담을 하며 깨운다.

“야 이놈들아! 당장 안 일어나! 네놈들 때문에 유게네스가 없어졌잖아!”

“크큭― 맞아! 네놈들 때문에 유게네스가 도둑맞았다고! 크크큭―”

일어날 때까지 계속해서 발로 툭툭 찼다.

“으으으음…… 뭐야…….”

“뭐…… 유게네스가 도둑맞았다고……? 어? 으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소릴 지르면서 경기를 일으키니, 발로 툭툭 차며 깨우던 병사들이 오히려 깜짝 놀란다.

“깜짝이야! 야이 새끼야! 놀랐잖아!”

계속해서 경기를 일으키며 손과 발을 허우적댄다.

“어, 어, 없어! 없어졌다고! 진짜 도둑맞았다고!”

아직 어두운 밤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분명 없었다.

그 은은히 빛나던 순백의 성검이 말이다.

“풋― 이놈 봐라. 아직 꿈나라인가 보네.”

조롱하며 유게네스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데.

“……?!”

“어? 으아악―! 지, 지, 진짜다! 없어졌다! 진짜 어, 없어졌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만다.

도저히 믿기지 않아 다시 두 눈을 비비는데.

“종을! 종을 울려! 어서!”

“아, 아, 알겠어!”

다급히 옆에 놓인, 소리를 증폭시키는 아티팩트가 달린 종을 정신없이 울린다.

땡―! 땡―! 땡―! 땡―! 땡―! 땡―! 땡―!

그 엄청난 크기의 종소리가, 자신의 생에선 절대 울리지 않을 것 같은 종소리가 메나튼 전역에 울려 퍼져나갔다.

* * *

유게네스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에브니아 대륙에서 정말이지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 이야기는 순식간에 전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어두운 밤 아직 복구 중인 제국을 위해 늦은 새벽까지 업무를 보던 황제는 단숨에 감기던 눈이 부릅떠지는 걸 느낀다.

쾅―!

책상에 올려져 있던 수많은 서류들이 공중으로 흩날린다.

그리고 흩날리던 서류들 사이로 격한 분노의 외침이 들려온다.

“뭐라고?! 유게네스가 사라졌다고?!”

“네! 폐하! 분명 유게네스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첩자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누, 누구라더냐?! 용사가 말이다!”

“아직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키던 병사들의 말에 의하면 후드를 깊숙이 쓰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깊은 밤이었기에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뽑아 사라졌다고 합니다.”

병사들이 거짓말을 했던 것이었다.

그 중요한 시기에 잠을 잤다고 고하면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제기랄! 그럼 아벨이 어디 있는지는 알아냈느냐?!”

“아직입니다! 폰투스에서부터 종적이 묘연합니다!”

“이런 빌어먹을! 당장 나가서 더 알아와 봐! 그리고 최고 대신관을 당장 불러와!”

“넵! 폐하!”

덜컥―

최측근인 그가 나가자 다시 한 번 책상을 내리친다.

쾅―!

자신이 어릴 적 동경하던 용사가 바로 그토록 죽이고 싶은 막내아들이라고 하니 도저히 그 분노를 다스릴 수 없었던 것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죽여 버릴 테다! 죽여 버릴 거라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한동안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지랄 발광을 떠는데.

“……!”

한참을 그렇게 지랄 발광을 떨다가, 순간 자신이 속한 10인회가 용사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그리고 정말 정말 정말이지 다행히도 그 10인회에게 명을 내리는 이 세상의 신들도 그렇고 말이다.

씨익…….

“그래…… 나타나기만 해라…… 그때가 네놈의 제삿날일 테니까……!”

그 사실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이제는 썩은 미소라도 지을 수 있게 된 파우스 황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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