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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13화 (113/178)

제113화

113화. 그냥은 안 되지(2)

아벨은 어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이 이번 1차 마족 침공에서 최전선에서 싸웠을 것이기에 많이 걱정됐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야 이곳 폰투스를 떠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폰투스가 두 에이션트 드래곤들 때문에 다른 곳보다 빨리 마족과 마물들에게서 해방된 것이었지 다른 곳들은 여전히 그것들과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움직이기가 매우 위험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바로 두 에이션트 드래곤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마족 하나라도 더 죽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아벨은 에이션트 드래곤들을 이용해 다른 지역들도 돌며 마족들을 줄일 겸 전투에 참여해 도와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두 드래곤의 생각은 달랐었다.

“만약 네가 우리를 통해 많은 마족들과 마물들을 죽인다면, 분명 신들이 너를 본격적으로 주시할 것이다. 그리고 너는 아직 용사 임명도 받지 못했을뿐더러 용사의 무구도 없지 않더냐? 괜한 위협 거리 만들지 말고 일단은 좀 더 힘을 키우거라.”

“맞아. 지금은 좀 숨죽일 필요가 있어. 이번에 네가 있는 곳만 내 덕분에 뚫리지 않았잖아? 그리고 우리가 나서면 분명 마왕과 로드가 가만히 있진 않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엄청 귀찮아진다고.”

아쉽지만 두 드래곤의 말을 들어야 했었다.

‘그래. 너무 급할 거 없어. 지금도 충분히 주목받고 있을 거야.’

물론 소설보다 훨씬 강해진 아벨이었기에, 그리고 에디린이 옆에 딱 붙어 있었기에 별 무리 없이 적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번 1차 마족 침공 때만 보더라도 에디린이 위험할 때마다 하늘에서 벼락을 내려주었기에 조금 지쳤을 뿐이지 어떠한 부상도 입지 않았었다.

그럴 때마다 전에 괜히 파니츠를 구해 놨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몸에 새긴 10 서클 마법 절대방어絕對防禦 또한.

정작 진짜 필요할 땐 쓸 겨를도 없이 당해버렸으니.

아무튼 그건 그거고.

‘아무튼 이번에 비트칸을 떨어트릴 수 있어 다행이야.’

천만 다행히도 현재 비트칸은 아벨과 함께하지 않았었다.

뿐만 아니라 비트칸과 맹세의 마법을 한 채로 말이다. 심지어 에디린 때와는 달리 도망치기 없기를 추가하지도 않은 채.

‘안 그래도 그것들 때문에 스트레스로 머리 빠질 뻔했었는데.’

당시 비트칸은 최대한 빨리 아벨에게 자신의 새로운 흑풍흡검을 가르치기 위해, 아벨을 대신하여 마물들을 소멸시켜 주었었다.

그런 후 아벨에게 전심을 다 해 자신이 새로이 발전시킨 흑풍흡검을 가르쳤었는데, 아벨은 당연하게도 스펀지 물 빨아들이듯 그의 새로운 흑풍흡검을 아주 빠르게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겨우 3년 만에 몇백 년 다듬은 신뇌전마검을 넘을 리가 없지.’

그것을 비트칸도 느끼고 있었다.

“제기랄! 잠시만 기다려! 금방 다시 돌아올 테니!”

“흥―! 또 저딴 허접한 걸 가져오려고?!”

에디린의 비꼼에 사시나무 떨듯이 부들거리던 비트칸이다.

“이이이이이이이익―!”

수악―!

비트칸은 그렇게 다시 사라졌던 것이었다.

‘다신 함께 있길 바라지 말아야겠어.’

맹세의 마법까지 했겠다 그를 이제 소설에서처럼 없는 드래곤 취급해야 할 것 같았다.

‘도움을 못 받아 아쉽긴 하지만 에디린이 있으니.’

에디린을 생각하고 있던 그때 구석 그림자에서 그녀가 나타난다.

“황궁으로 돌아갈 거야?”

“네. 이제는 황궁으로 돌아가도 될 듯합니다. 그런데 에디린 님.”

“응?”

“정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겁니까?”

아벨의 말에 에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분간은? 왜?”

“어차피 저와 계속해서 다니실 거라면 모습을 드러내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전에는 1차 마족 침공이 있기 전이었기에, 황제에게 괜한 경계를 주지 않기 위해 황궁에 함께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1차 마족 침공도 끝났기에 모습을 드러내도 될 것 같았다.

“음― 그렇긴 한데, 일단 네가 좀 강해져야겠어. 괜히 눈에 띄었다가 지금 집행자들이 온다면 전에 말했다시피 엄청 귀찮아질 거거든. 내가 너를 보호하면서 모든 드래곤들을 막을 순 없는 거잖아? 아 물론 내가 무지 강하고 능력이 출중한 드래곤이라 너를 그것들에게서 지키긴 지키겠지만 말이야.”

그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어 순순히 수긍하기로 한다.

강해지는 거야 시간문제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서 전부터 궁금했던 것을 묻는다.

“그런데 왜 집행자라고 명명한 것입니까? 집행자執行者는 보통 사람에게 쓰지 않습니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한다.

“아 그거? 신의 모습이 인간과 비슷한 거 알 고 있지?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으니 말이야.”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아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비밀이긴 한데 드래곤들은 사실 드래곤의 본 모습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신의 대리인으로서 전투를 위해 특화된, 그 혐오스러운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지.”

“아…….”

“드래곤들은 인간의 모습을 동경해. 그래서 레어에 있을 때도 긴 잠을 자지 않는 이상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생활하는 거야.”

아벨은 주원 때부터 궁금했었던 것을 이제야 해결할 수 있었다.

“이해가 되는군요.”

“그렇지? 근데 나 말고 다른 드래곤들에게는 그런 말은 조심하는 게 좋아. 그러한 본능을 매우 수치스러워하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아무튼 어서 강해지라고.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솔직히 카인과의 그런 스캔들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면 몰라도 알고 나니까 나도 좀 창피해서 말이야.”

창피라는 걸 모르는 낯짝 두꺼운 드래곤이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바로 잡아드립니까?”

“어떻게?”

“황궁에는 제 어릴 적 스승님이었던 현자 다니엘 브륄 백작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분께 이러한 헛소문을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드린다면, 대륙 전역의 마탑과 모든 학자에게 이 사실을 공표해 바로잡아 줄 겁니다.”

“오 그래?”

“네.”

“그럼 네가 강해지고 소문이 또 바로잡히면 그땐 드러내지 뭐.”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아 그건 그렇고 개인적으로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응? 뭔데?”

낯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한다.

“흠흠― 황궁에는 보는 눈이 많으니 지금처럼 함께 자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에디린은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지만, 잘 때는 보는 사람이 없었기에 분명 지금처럼 그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얼굴을 매우 구기며.

“아 왜! 뭐 어때서!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아닙니다. 황궁은 어디에서나 눈이 있습니다. 그리고 뭐 어때서가 아니라 다들 오해하지 않겠습니까? 어찌 됐든 에디린 님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니 말입니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래도 안 들키기만 하면 되지 않아?”

“네?”

“안 들키기만 하면 되지 않냐고. 내가 마력으로 외부와 완벽히 차단하면 되잖아.”

신과 비긴다는 에이션트 드래곤이었다.

외부와 차단하는 건 일도 아니었었다.

“……제가 잠이 좀 없지 않습니까……? 수련을 할까 하는데…….”

“한 시간은 잤잖아?”

“…….”

역시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그럼 잠만 같이 자겠습니다. 다른 건 절대 안 됩니다.”

“어떤 거?”

“흠흠― 목욕 같은 거 말입니다. 그건 절대 절대 안 됩니다.”

“좋아.”

예상외로 쉽게 받아들인다.

“정말입니까?”

“뭐야? 원했던 거야?”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뭐?”

“아― 그게 아니라, 혹시나 또 우리 에디린 님에 대한 헛소문들이 퍼져나갈까 봐.”

“야. 근데 황궁에서만 안 할 거야. 황궁이 아닌 곳에선 같이 할 거야. 알겠어?”

후우…….

그래…….

그 정도로 타협하자고 생각하는 아벨이다.

* * *

“정말 저하께 감사드립니다.”

조니 자작은 아벨의 할아버지뻘 나이였지만, 그러한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주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순수하게 자신의 부하들과 영지의 백성들을 살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그런 조니 자작을 따라 그의 휘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똑같이 아주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인다.

아벨은 조니 자작의 허리를 세워주며 말한다.

“이게 다 제 힘만으로 가능했겠습니까? 조니 자작과 조니 자작의 의지를 이어받은 이 역전의 용사들 덕분에 이 폰투스가 다른 곳과는 달리 뚫리지 않았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저 때문이 아니라.”

“저하…….”

다들 대단히 감동한 얼굴이었다.

그 강인하고 거친 얼굴들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사악한 것들이 언제 또 올지 모릅니다. 우리가 어서 이곳을 예전의 그 철옹성 같았던 폰투스로 재건해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시지요.”

“저도 황궁에 돌아가 어마마마를 안심시켜드린 후 곧장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저도 자작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야 폰투스를 거점으로 마멸단을 창설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조니 자작은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아니…… 그렇게까지……?”

“처음부터 함께 하지 않았습니까? 자작과 여기 있는 모두가 제 영원한 전우입니다.”

와락―

아벨이 황자인 것도 잊은 채, 자신의 나이도 잊은 채 아벨을 껴안았다.

그렇게 뜨거운 포옹을 한 후 감동한 얼굴로 아벨을 놓아준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시죠!”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럼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현재 전 대륙의 이동 워프 대부분이 박살이 났기 때문에 이동 워프로의 이동은 불가능했었다.

그러니 꽤나 오래 걸릴 것이긴 했었다.

아벨만 있었다면 에디린과 함께 바로 공간 이동하겠지만 다른 아이들도 있었으니.

에디린은 결코 아벨이 아닌 다른 이들을 편안하게 옮겨 줄 정도로 통이 큰 드래곤이 아니었었다.

아벨이 말에 올라타자, 아이들도 따라 말에 올라탔다. 다 올라탄 것을 확인한 후 말한다.

“출발하자.”

“네. 저하.”

“이럇―!”

말의 배를 힘차게 찼다.

히이이잉―!

배를 걷어차인 말은 힘차게 수도 에스토시아를 향해 달렸다.

아벨과 일행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조니 자작과 신성제국군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 * *

에디린은 마을 여관에서나 아벨의 앞에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노숙을 해왔기에 일행들 앞에 나타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오랜만에 나타나서는 한다는 말이.

“아오! 답답해서 못 살겠네! 그냥 너 혼자 황궁으로 가라고! 쟤네들은 알아서 오라고 하고!”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안됩니다. 제가 보살펴야 하는 아이들입니다.”

“쟤네들이 무슨 어린 애들도 아니고! 도대체 네가 왜?!”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도 아벨은 묵묵부답이다.

“이 고집불통! 그럼 텔레파시를 배워!”

그러면서 가르쳐 주겠다는 게 드래곤들끼리만 쓸 수 있다는 텔레파시였다.

“그건 드래곤들만 쓸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넌 이미 순간이동도 쓸 수 있잖아?! 아무튼 일단 한번 되나 해봐!”

그래서 에디린이 알려준 대로 한 번 해보는데.

《야 들려?》

이놈의 미친 재능.

당연하다는 듯이 드래곤들끼리만 쓸 수 있다는 텔레파시가 되었다.

“…….”

아주 잘 들렸었지만, 아무래도 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안 되는 척 연기한다.

그렇게 계속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지금 하고 계신 겁니까?”

“안 들려?!”

“네. 하나도.”

“아오! 왜 이건 못 해! 다시 해봐!”

죽어도 못 하는 척해야 했다.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 엄청 귀찮아질 게 뻔했었다.

《우리 애기 진짜 안 들리냐고!》

“……?!”

우리 애기란 말에 자기도 모르게 반응할 뻔했다.

‘잘 참았다…… 아벨…….’

가까스로 참아낸 아벨은 계속 모르는 척 딴청을 피운다.

그런데 그때.

《음― 소원권을 어디에다 쓸까?》

소원권 얘기를 하자 따지고 싶었다.

네가 도와준 거 없지 않냐고.

비트칸이 다 해결해 줬었지.

하지만 역시 모르는 척 잠자코 있는다.

《남자를 안아본 지도 오래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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